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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Frank Ocean, I'm Thinkin Bout You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2.07.14 21:43추천수 2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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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Ocean, I'm Thinkin Bout You
이 글은 프랭크 오션 신보에 대한 리뷰가 아니다. 프랭크 오션이라는 뮤지션에 대한 소개, 또는 어떤 평을 내리고자 하는 글도 아니다. 순수하게 프랭크 오션의 팬의 입장에서 그의 음악을 듣고 느낀 바와 내포된 의미를 나름대로 풀어보고 써내려간 일종의 단상이다. 음악이나 노랫말을 대할 때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그리고 받아드리는 사람에 따라 제각기 다른 해석을 하기 마련이다. 이 글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듬뿍' 들어간 ‘내가 바라본 프랭크 오션’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부담없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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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 프랭크 오션.

A) 오드 퓨처(Odd Future).
신선하다면 신선하고, 이상하다면 이상한 그룹, ‘오드 퓨처의 멤버’라는 점은 이 알앤비 뮤지션의 빼놓을 수 없는 특이한 이력 중 하나다. 시대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크루는 한 가지 색깔의 장르나 성향으로 뭉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힙합과 알앤비를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그들이 모여 어떤 하나의 일관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 인상적이다. 따져보면 오드 퓨처에 속해있음으로써 프랭크 오션이 얻은 혜택은 상당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를 선봉으로 한 오드 퓨처는 -그것이 어떤 활동이었든 간에- 비교적 수월하게 인지도를 쌓아왔고 손쉽게 많은 팬을 확보했다. ‘핫한 아이들(오드 퓨처)의 든든한 지원사격’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겠지만, 무엇보다 프랭크 오션의 음악에는 오드 퓨처 크루의 영향을 많이 받은 힙합음악과 그 외적인 요소들이 짙게 깔려있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그루브는 물론이고, 가끔은 독창적이면서도 강렬하고 거친 표현들, 예상하지 못한 콜라보, 오드 퓨처 팬들의 응원 등. 오드 퓨처는 프랭크 오션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그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대표적인 집단이다.

B) 커리어
우리가 프랭크 오션의 행보 중에 주목할 만한, 그리고 어떻게 보면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믹스테입 무료공개 - 인터넷 이슈 - 유명 뮤지션의 음악에 참여 - 메이저 데뷔 앨범 발매>라는 당연하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테크트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탔다는 점이다. 물론 이 모든 과정들은 실력이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스토리이겠지만 이를 꿈꾸는 수많은 아마추어들을 제치고 살아남아 이름을 알렸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텀블러(Tumblr)와 SNS를 통해 전파된 그의 영향력은 엄청났다. 여느 신인 뮤지션들처럼 특별히 이슈가 될 만한 행동이나 홍보를 하지도 않았고, 그가 뜨기 전에 특별히 다른 유명 뮤지션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다. 이렇게 말하면, '프랭크 오션이 SNS를 엄청하나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초창기(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은 여타 뮤지션들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다. 

C) 스타일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이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다'라는 의미다. 오늘날 팝/알앤비 시장에서 앨범을 많이 팔고, 차트를 석권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분명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이나 리안나(Rihanna)같은 뮤지션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반대로 이런 음악들에 질렸다거나 신선한 스타일의 갈구하는 이들 역시 함께 늘어났다. 프랭크 오션은 일렉트로닉이나 덥스텝 같은 스타일을 차용할 때도 있지만 60~80년대 소울음악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데뷔 앨범 [channel ORANGE]에서는 이전보다 더 강렬한 스타일을 선보일 거라 예상한 사람도 있었으나 그는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한결 더 차분해졌고, 오히려 작년에 발매한 [Nostalgia, Ultra]나 기존의 오드 퓨처의 음악과는 더 동떨어진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 반가운 앨범이었다.

D)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이 자신의 노래를 자신이 직접 만든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큰 매력이자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욕심이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나는 프랭크 오션이 싱어송라이터였기에, 더욱더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어내고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거라 확신한다. 프랭크 오션의 강점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감성과 철학,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싱어송라이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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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I. 바이섹슈얼(bisexual)?!

충격이었다. 솔직히 말해, 프랭크 오션 팬의 입장에서 충격이라기 보다, '메이저 데뷔 앨범 발매를 바로 코앞에 두고 이런 황당한 발표를?' 나에겐 이런 류의 충격이 더 진하게 다가왔다. 데프 잼(Def Jam) 직원들은 이 발표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까? 앨범 판매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인가? 팬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벌인 단순한 해프닝인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쨌든, 그 발언은 (지금까지는) 진짜였고, 진지했다. 그의 의도가 어떤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나는 이 커밍아웃과 관련된 두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했다. 만약 노이즈마케팅이었다면 이건 훗날 대학 교재에 '실패한 노이즈 마케팅의 대표적인 예'로 실릴 수도 있을 만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어떤 지탄을 받을 틈도 없이, 그의 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비욘세(Beyonce),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를 비롯한 유명 뮤지션들과 관계자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고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훌륭한 마케팅이자 잠시 의구심을 가졌던 이들까지 자신의 편으로 만든, 동정표 역할까지 해내게 된다. 직접적으로 밝혀진 부분은 아니지만 이는 흑인들의 사회, 크게는 전 세계의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두 번째로 프랭크 오션에게 ‘이런 과거’가 있는지 몰랐다면 그냥 곧이 곧대로 해석됐을 법한, 또는 도무지 이해가 안될 만한 구절들이 부분부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잠시 뒤에 이어 얘기하기로 하고… 사실,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자신의 노랫말을 온전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모험을 했다? 아니면 아무래도 역시 앨범 판매량을 위해서? 하루빨리 직접 이에 대한 해명(?)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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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II. [channel ORANGE]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래퍼는?'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망설임 없이 답하곤 하는 대상은 바로 나스(Nas)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기 전에 나와 함께했던 것은 다름 아닌 프랭크 오션과 위켄드(The Weeknd)의 음악이었다. 그런데 그 셋 중에 두 명이 같은 날 앨범을 발표한다고? 과장 좀 보태서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물론 기쁘고 설레이는 건 맞는데, 내가 이 두 음반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와 외국 흑인음악을 주로 다루는 힙합엘이에서 이런 앨범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것은 업무량 초과 사태가 벌어질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후자는 웃자고 한 얘기다…

어쨌든 프랭크 오션은 앨범을 발매했고 난 결제했다. 음악도 이렇게 간단하다면 좋을 것을! 결론적으로, 프랭크 오션의 이번 앨범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어렵다.

A) 스토리
내가 생각하는 [channel ORANGE]의 기본테마는 '일기장'이다. 섹스나 마약, 사랑과 이별이야기들을 은유적으로 담아낼 때도 있지만, 이 모든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는 대주제는 바로 '프랭크 오션, 자신의 이야기'이라는 의미다. “이번 앨범에서는 나만의 이야기를 담겠다”라고 말하는 알앤비 뮤지션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결국은 대부분 흔한 이성간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그치곤 한다. 하지만 이 앨범은 다르다. 단순히 과거의 경험이나 흔적을 나열하는 것 정도로 끝내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고, 그 주체의 행동에 '왜'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제공한다. 이는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의 가사를 다시 한 번 더 음미할 수 있는 여지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골치 아픈 앨범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건, 프랭크 오션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말하는 자신의 스토리들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포인트라는 것.

B) 바이섹슈얼?! (2)
프랭크 오션의 성향을 알고 나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할 것이다. 프랭크 오션의 히트곡이자 공개한 지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Thinkin` Bout You"가 대표적이다. 그런 발표를 하기 전이었다면, 이성에게 던지는 ‘흔한 메시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에 와서 하나씩 되짚어 보면 와닿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Thinkin` Bout You”의 가사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My eyes don't shed tears, but, boy, they bawlin(내 눈은 눈물을 흘리지 않지만, 지금 울고 있어) / Do you think about me still?(너도 아직 날 생각하니?) / Or do you not think so far ahead?(아님 멀리까지는 생각을 안해봤니?)’. 실제로 이 곡은 바이섹슈얼의 입장에서 본 프랭크 오션의 대표적인 곡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이 곡 외에도 이번 앨범 수록곡 "Forrest Gump"에서 프랭크 오션의 성정체성에 대한 가사를 발견할 수 있다.
 
C) Track by track
어떻게보면 힙합에서는 너무나 흔한 소재들인데 프랭크 오션을 거치니 한 단계 더 깊어진 느낌이다. 몇 곡만 간단히 살펴보자. 윤종신이 가사를 쓴 "이별택시"가 연상될 '뻔' 했던, 택시 안에서 택시 기사에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악마와 종교에 빗대어 얘기하는 "Bad Religion". 하지만 이 트랙은 보는 관점에 따라 성정체성과 현실에 대한 가사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퍼렐(Pharrell)이 참여한 “Sweet Life”, 코카인 중독자에 대한 이야기 "Crack Rock". 런닝타임이 거의 10분에 가까운 두 번째 싱글 "Pyramids"에서는 계속해서 바뀌는 템포나 음악적인 부분은 일단 넘어가더라도, 클레오파트라와 현대사회의 스트립걸을 연결지어 이야기하는 프랭크 오션 특유의 신선한 표현이 인상적이다. 첫 부분에 '아프리카의 보석이여, 소중함을 잃은 보석이 무슨 소용 있겠어?'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이 곡의 핵심이자 주제다. 오드 퓨처의 또 다른 기대주, 얼 스윗셔트(Earl Sweatshirt)가 참여한 "Super Rich Kids"도 흥미롭다. 이 앨범에서 가장 힙합적인 트랙이자 가장 단순한 주제를 담고 있는 트랙이다. '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비교적 점잖은 말투로 꾸짖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거나 화를 내는 모양새는 아니다. [channel ORANGE]는 전체적으로 몽환적이고 감미로우며 감성적인 사운드를 내고 있다. 이 정도로밖에 표현이 안 된다. 이게 내 표현력의 한계다.. 앞서 말했듯, 그냥 별 생각 없이 듣기에는 좋은데.. 파헤치려 하면 파헤칠수록 골치가 아픈 앨범이기도 하다.
 
D) FEAT?!
[channel ORANGE]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그동안 그와 작업했던,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의 참여가 없었다는 점이다. 프랭크 오션은 제이지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합작, [Watch the Throne]에도 참여했고 존 레전드(John Legend),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 비욘세(Beyonce)의 앨범에도 참여했었다. 이들이 당시 이렇다할 결과물도 없는 신인인 프랭크 오션을 기용한 것은 파격적인 시도였으며, 이는 프랭크 오션의 커리어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 그들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난 그러한 선택을 지지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한 마디로 그들의 참여는 '너무 튀는 모양새’가 나올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들 때문에 프랭크 오션의 재능이 가려질 거라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화려한 참여진으로 커버할 스타일의 앨범이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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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IV. Well done, Frank Ocean!
 
이 앨범의 판매량이나 평가들이 어떻든, 프랭크 오션은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깃발을 꽂았고 기존의 팬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들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작년에 발표한 [Nostalgia, Ultra]가 워낙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이번에 발표한 '메이저 데뷔 앨범'은 조금 더 팝적이고 화려함으로 무장했을 거라고 예상한 내 자신이 팬으로서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영리함'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을 가장 좋아한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그 재능들을 묶어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으며, 이 과정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영리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온 아티스트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이 존재했고, 나 역시 그런 뮤지션들을 사랑했지만, 바로 지금, 그리고 적어도 당분간은 내 관심의 상당 부분을 바로 이 프랭크 오션이 차지하게 될 것 같다. 이쯤에서 당당하게 고백하겠다. 난 프랭크 오션의 재능을 사랑한다. 일단은 재능만..
 
 
글 | heman



신고
댓글 8
  • 7.14 22:45
    믹스테입에 We all try 이곡에도
    I believe the marriage isnt between man and woman but between love and love 이라는 구절이 있죠
  • TIP
    7.15 00:15

    업무량 초과 사태 ㅋ

    이번 나스 앨범은 정말 좋은듯

  • 7.15 11:24

    같은 프랭크오션 팬으로써 반가운글이었어요 ㅋㅋㅋ

    근데 rack rock이 아니고 crack rock인데 오타나신듯!

  •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글쓴이
    7.15 15:50
    @alivu
    이런ㅋ 수정했습니다
  • 7.15 14:17

    이번 앨범의 최고장점은 질리지 않는다는 점 몽롱몽롱

    이 앨범 들으면서 물리치료 받으면 코마상태에빠지죠

    다른 가사도 올려주세요 현기증난단말이에요

  • 7.17 14:36

    frank ocean이 더 좋아지네요~

  • 7.29 15:44

    프랭크오션음악은 즐겨들어도 어떤의미가 있는지 배경같은걸 잘 몰랐는데 많이 배우고 공감하고 갑니다

  • 3.17 17:14
    최고중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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