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E (2014년 12월 4주)
한국힙합 씬은 힙합엘이에 해외 뉴스가 올라오는 만큼 수많은 소식이 쏟아져 나오는 편도, 하루가 다르게 아티스트들의 결과물들이 마구 빗발치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힙합 씬에도 분명 주목할만한 소식들과 결과물들이 존재하며, 힙합엘이와 같은 저널의 역할을 하는 사이트라면 그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윅엘이(WeekLE)라는 콘텐츠를 시작했고, 매주 월요일마다 지난 한 주간의 소식을 꾸준하게 전해오고 있다. 놓친 게 있다면 체크해보시고,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면 힙합엘이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나 봐주시길 바란다. 윅엘이 2014년 12월 4주차다.
도끼, 바스코+기리보이, 각각 피처링으로 참여한 외부 작업물 공개
일리네어 레코즈(Illionaire Records) 소속의 도끼(Dok2)가 SBS 월화드라마 <펀치>의 OST 싱글 "그것만이 내 세상"에 전인권과 함께했다. 역시 같은 26일, 저스트 뮤직(Just Music) 소속의 바스코(Vasco)와 기리보이(Giriboy)가 코어콘텐츠미디어(Core Contents Media)가 폐업하고 새롭게 태어난 MBK 엔터테인먼트(MBK Entertainment)의 소속 가수 샤넌의 새 싱글 "숨"에 참여했다. 샤넌은 올해 큰 인기를 몰았던 JTBC의 프로그램 <히든싱어>에 출연했던 참가자다.
두 작업물은 얼핏 보면 별다른 공통점도 없고, 음악적 결도 완전히 다르다. 전인권과 도끼가 함께한 곡은 "그것만이 내 세상"의 새로운 버전이며, 샤넌과 바스코, 기리보이가 함께한 곡은 이단옆차기가 프로듀싱한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넘버다. 하지만 어쨌든 힙합 씬과 관련이 없는 아티스트와의 외부 작업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동시에 콜라보의 의도나 조화라는 측면에서 극명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어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먼저 "그것만의 내 세상"은 원곡의 가사에 담긴, 그리고 곡에 참여한 도끼의 평소 인생 가치관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단순히 하나의 예만 들어도 "하지만 후횐 없어 / 찾아 헤맨 모든 꿈 / 그것만이 내 세상" 같은 구절이 있다. 이는 말의 토시와 보컬의 형태만 다를 뿐, 도끼가 지난 몇 년간 자신의 꿈과 신념을 담아 뱉어 온 가사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듣기 전까지는 '전인권, 도끼?'라며 의아함을 느낄 수는 있어도 듣고 나서는 이 콜라보가 상당히 비장미 있고, 설득력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바스코와 기리보이가 참여한 샤넌의 "숨"은 랩의 수준이 여타 '랩발라드' 가수들에 비해 좀 나을 뿐이지, 사실상 그들과 크게 변별력이 없다. 애초에 어떤 특별한 콜라보를 해보자는 의도에서 만든 곡이 아니기에 힙합 음악의 향취가 나길 바라는 게 무리임은 안다. 또한, 그들 말고도 많은 실력 있는 래퍼들이 여전히 이러한 스타일의 곡을 간간이 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도끼만 해도 걸스데이(Girl's Day)의 소진과 함께 "Finale"라는 힙합의 멋이 크게 담기지 않은 곡을 발표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숨"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많은 래퍼들이 선택한 나름의 생존 방식이 적용된 또 하나의 사례다. 그래서 바스코와 기리보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과 "숨"이 공존하는 현 상황 자체는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장르 음악적인 멋이나 자신만의 멋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고, 히트를 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어떤 때는 그 멋을 잠시 내려놓고 외도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람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논의되는 지긋지긋한 '힙합의 대중화'가 이제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한다. 왜 대중화가 되어야 하는지, 또 과연 그 대중화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게 하나 있다면 "그것만이 내 세상"과 "숨"이 계속해서 공존하는 이상 한국에서 힙합은 그 자체만으로 온전히 제자리에 서 있지 못할 것이다. -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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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트위터: @notoriousgonzo / 바스코: @vasco187 / 기리보이: @giriboy91
비프리 & 레디, 싱글 "I Wish" 발표
누군가에게는 ‘천국’ 같은, 누군가에게는 ‘지옥’과도 같았을 성탄절이 지나갔다. 온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졌던 24일,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의 비프리(B-Free)와 레디(Reddy)가 크리스마스에 맞춰 싱글 “I Wish"를 발표했다. 이번 곡은 작년 발표된 레이블의 컴필레이션 앨범, [HI-LIFE]의 수록곡 "Work"에서 발군의 호흡을 선보인 두 명의 래퍼가 다시금 모인 작품이다. 프로듀싱은 비프리가 직접 담당하였고, 부산 로컬 씬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듀서 팀인 웻 패커(Wet Packer)의 우기(Woogie)가 편곡에, 레이블의 수장인 팔로알토(Paloalto)가 믹싱에 참여하였다.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정취가 가득한 거리와 트리가 돋보이는 아트워크 작업은 레디가 직접 진행하였다.
“I Wish"는 ‘매일이 크리스마스면 어떨까’하는 순수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비프리와 레디는 곡에한 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날이라 할 수 있는 성탄절이 365일 계속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을 담아내었다. 두 래퍼는 곡의 주제와 성탄절에 어울리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안정된 랩을 선보인다. ‘말구유’, ‘구세주’, ‘예수님’과 같은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단어를 통해 전통적인 성탄절의 성스러움과 ‘파티’, ‘산타’, ‘선물’과 같은 어휘를 통해 현대적인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동시에 담아내었다. 또한, 느릿하게 뱉어내는 레디의 플로우와 [희망]과 [Korean Dream]을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 전달에 있어 탁월한 능력을 선보인 비프리의 진솔한 랩의 조화가 깔끔하다. 사운드 역시 최대한 잔잔하고 경건하게 빚어내었다. 비프리는 영롱한 분위기의 비트 사이로 중간중간 징글 스틱, 핸드벨과 같은 멜로디 악기를 사용하여 캐롤 특유의 서정적인 느낌을 담아내었다. 또한, “매일이 성탄절 같길 바래”를 반복하는 후렴구는 중독성 있고, 곡의 말미에 합창하는 부분 역시 나름의 울림을 선사한다.
하지만 곡은 안정감에 비해 확실한 임팩트는 다소 부족하다. “I Wish"의 테마 자체가 잔잔하고 경건한 주제라고는 하지만, 이를 끌고 가는 비프리와 레디의 랩은 과하게 평범하여 큰 매력을 선사하지 못한다. 4분 43초라는 긴 러닝타임동안 이어지는 곡은 평이한 분위기로 청자들을 다소 지루하게 만들고, 변칙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지 않아, 신선한 변주를 원했을 이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를 직접 겨냥한 힙합 싱글이 나왔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테지만, 비프리와 레디라는 아티스트의 이름값에 비하면 “I Wish"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게다가 날마다 성탄절이었으면 하는 상상은 엄청난 고통일지 모른다. 커플들은 어마어마한 데이트 비용에 시달릴 것이고, 싱글들은 온종일 ‘케빈’과 ‘해리포터’를 만나야만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하루하루가 크리스마스라면 행복할 사람은 쏟아지는 예약 장부를 정리할 모텔 사장님뿐이다. - Bea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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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sh" 음원: 링크하이라이트 레코즈 공식 홈페이지: http://hilite-music.com/
250, 데뷔 앨범 [One Night Stand] 발표
팔로알토(Paloalto)의 “Circle”, 이보(Evo)의 “놀러와” 비프리(B-Free)와 레디(Reddy)의 “Work”를 작곡한 바 있는 프로듀서 250이 자신의 첫 번째 앨범 [One Night Stand]를 발표했다. 이센스의 레이블이기도 한 비스츠앤네이티브스(beastsandnatives)를 통해 발매된 앨범은 총 12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50은 앨범의 작, 편곡을 본인의 능력만으로 해결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One Night Stand]는 클럽 안의 두 남녀가 하룻밤 사이에 느끼는 감정을 소리로 묘사한 앨범이라 전했다.
전자 음악을 기반으로 한 [One Night Stand]에서 250은 다채로우면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아프리칸 리듬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Jungle Book”, 우주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신스와 경쾌한 드럼이 잘 결합한 “What Happened In Masquerade”이 가장 대표적이다. 다채로운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클럽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한만큼 진행 내내 댄서블함을 유지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여기서 더 고무적인 점은 앨범이 격정적인 리듬으로만 꾸며져 있는 게 아니라, 분위기의 고저를 적당하게 가져간다는 부분이다. 클럽에서 매우 신 나는 트랙으로 채워진 셋 다음에는 적당히 경쾌하면서도 여유로움이 담긴 음악이 흐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센스의 소식을 기다린 이들에겐 [One Night Stand] 발매가 아쉬웠겠으나, 이와는 관련 없이 250의 데뷔 앨범이 음악적인 면에서 청자에게 흥미롭게 비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 HR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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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Night Stand] 음원: 링크
비츠스앤네이티브스 홈페이지: http://beastsandnatives.com/
250 트위터: @250BrainGain
셀마, 4년만에 싱글 "Lalala" 발표
셀마(Celma)가 4년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왔다. 얼마 전 팩토리보이 프로덕션(FACTORY BOi Production) 소속임을 밝혔던 셀마는 이번 곡을 여성 프로듀서 CJ와 함께 작업했으며, 뮤직비디오는 원데이독스(1DayDogs)가 맡았다.
“닥쳐 넌 무릎 꿇고 시작해야 돼 이젠 / 내가 너 빨았듯이 날 핥아야 돼”로 시작하는 곡은 시작하면서부터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아낌없이 자극적인 페로몬을 뿜어낸다. 시종일관 작중 청자인 남성을 상대로 화자인 여성은 성적 도발을 한다. 이러한 가사와 분위기는 셀마의 보컬이 더욱 노골적으로 전달한다. 먼저 무료로 공개했던 “가져”를 들으면서 다소 우려했던 지점은 셀마의 음색과 곡의 흐름 사이의 간극이었다. 예전 셀마가 참여했던 곡들을 들어보면 음색에서 다소 올드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그러한 지점이 섹시한 곡에서도 유효하게 남아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Lalala”에서는 자신의 음색을 100% 이상 활용한다. 악기 이상으로 곡 전체를 차지하는 허밍이나 힘보다 기교를 택하는 앙칼진 톤, 나지막하게 내뱉는 구간은 노련함과 섹시함을 모두 보여준다. 인생도, 섹스도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여기에 일리닛(Illinit)의 랩은 딱 좋다. 상황 묘사와 비유의 적절한 조화, 곡 전체로 상기된 톤을 잡아주는 느낌은 가사 속 손자국만큼 선명하게 남을 것 같다. 일리닛은 곡에서 여성을 고양이가 아닌 핏불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에 암사자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참고: 사자 위키피디아)
힙합 비트를 올라탄 보컬이라는 점부터 이미 셀마는 자신의 포지션을 잘 취하고 있다. 아마 19세 미만이 아니라 29세 미만 전후로는 이 곡의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더불어 여성의 성적 욕망이 적극적으로 발현되었다는 점에서, 그것도 어색함이나 과한 느낌 없이 센스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선에서 표현되었다는 점에서 곡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나이가 좀 있는 이성애자 남자들은 셀마의 도발에 대부분 발끈하지 않을까.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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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ala" 음원: 링크
셀마 트위터: @celma84
이미지│ ATO
숨 노래는 뭐 그닥.. 안다가오네요ㅋㅋㅋ
칼럼에 써있듯 너무 올드한 면이 있었는데, 확 준 거 같습니다.
4년 간 공백 동안 간간히 생각이 났었는데, 살아(?) 돌아와 다행이고, 응원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곡 퀄리티가 상당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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