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roahe Monch – 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01. The Recollection Facility
02. Times2
03. Losing My Mind (Feat. deNaUn)
04. Heroin Addict
05. Damage
06. Bad M.F.
07. The Recollection Facility Pt.2
08. Rapid Eye Movement (Feat. Black Thought)
09. Scream
10. SideFX (Feat. Dr. Pete)
11. The Jungle
12. Broken Again
13.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14. Dream (Feat. Talib Kweli)
15. The Recollection Facility Pt.3
16. Eht Dnarg Noisulli (Feat. The Stepkids)
17. Stand Your Ground (Feat. Vernon Reid) [Bonus Track for Digital Purchases]
패로 몬치(Pharoahe Monch)가 새 앨범 [PTSD]를 발표했다. 전작 [W.A.R]과 연결되는 형태의 작품이며, 3년이 지나 나온 신작이다. 다행인 것은 앨범이 나오는 간격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그래봐야 1999년에서 2007년, 2011년, 2014년으로 이어진다)과 작품으로서 안정적인 느낌을 갖추어 간다는 것이다. 이는 패로 몬치의 초기 팬들에게는 오히려 단점으로 느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유의 개성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나이를 꽤 먹었음에도, 그리고 가사를 포함해 그 사람의 생각이 엄청 바뀌었음에도, 랩에서의 날카로움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패로 몬치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아티스트 열전(링크)이나 전작 리뷰(링크)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앨범은 자신의 첫 솔로 앨범과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전작과 이어지기도 한다. 이전 앨범을 들어보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아주 깊은 개연성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전장(war)에서 돌아온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바탕 전쟁을 겪고 온 그가 보여주는 것들은 대부분 고통을 얻은 경험과 그것을 이겨내는 작업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아름답게 포장했다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하나의 콘셉트인 동시에 현재의 자기 자신을 나타낸 이야기라고도 한다. 스스로 메이저 레이블에서 나와 인디펜던트로 돌아왔고, 그 누구보다 거칠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하다가([Internal Affairs]) 비교적 대중적인 걸 들고 나오더니 ([Desire]), 이후 다시 인디펜던트 신(scene)에 돌아온([We Are Renegades]) 흐름과도 연결된다. 이는 '폭력에 시달린 이후의 결과'라는 점에서 '개인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하여 '신의 경험', '사회의 모습'으로 확장되는데, 그의 라임 구조나 랩만큼이나 복잡한 맥락이다.
앨범을 감상하는 데 있어 가장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바로 녹슬지 않는 랩 실력이다. 특히나 복잡한 라임 구조나 랩을 눈으로 따라가게 하는 듯한 발음과 억양, 특유의 강세는 여전하다. 그의 랩 실력 자체가 가로축이라면 세로축은 비유이다. 그는 다양한 묘사는 물론 독특한 비유(특히 패로 몬치는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축구선수나 구단으로 워드플레이를 한 구간이 있다)를 통해 매 장면을 귀가 아닌 눈에 넣어준다. 대신 랩 자체는 전보다는 덜 타이트한데 스킬 면에서 생기는 아쉬움을 표현력으로 채웠다. 랩 자체에 집중해서 쏘아대기보다는 그 안에 감정이나 흐름 혹은 장치들을 실었고, 그래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나 내용이 잘 이어진다. 보컬에 해당하는 부분 역시 이걸 '보컬'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느낌이지만, 소리 자체가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다. 곳곳에 스킷을 배치하여 스토리를 이어가는 연출도 자연스럽다.
앨범은 전쟁 경험, 관계의 해체, 약물 중독, 감정적 고통, 정상 상태로의 극복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가장 먼저 발표했던 “Damage”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가사들이 생각할 여지를 많이 던져주기 때문에 천천히 감상해 볼 것을 권한다. '이 곡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라고 설명하려면 거의 라인 바이 라인으로 설명해야 하는 데다가, 하나의 곡이 특정 주제를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또 아니기 때문에 짧게 요약하기가 힘들다. 그만큼 던지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듣는 이로서는 피로도가 높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 다양한 내용들을 꽤나 감정적으로 내뱉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정한 감정선에 비해 복잡한 구조의 랩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 다양한 측면에서 감상이 가능한 면도 있으니, 하나의 구성 요소에만 집중해서 여러 차례 듣다 보면 여러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앨범에서 아쉬운 면이 있다면 역시 프로듀싱이다. 독창성의 측면이나 패로 몬치의 랩과의 유기성 측면에서 모자란 감도 있고,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평이하고 심심하게 느껴진다. 강한 랩을 상쇄해가며 품어줄 수 있는 트랙도, 그걸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트랙도 없다. 아티스트의 랩이 하나의 흐름, 일정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데 비해 마르코 폴로(Marco Polo), 제시 웨스트(Jesse West), 리 스톤(Lee Stone) 등의 프로듀서들은 그저 모나지 않게 흐름을 잘 엮어가는 정도의 역할에서 그친다. 그래도 블랙 똣(Black Thought)과 탈립 콸리(Talib Kweli)라는 훌륭한 친구들과 합을 맞추는 순간은 꽤 감동적이다.
본인도 감정적인 앨범이라고 했던 만큼, 이 앨범은 작품의 당사자인 패로 몬치와 생각과 느낌의 결이 공유가 되어야 잘 이해할 수 있다. 언어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깊이 이입되거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힘들 수도 있지만, 앨범을 다 돌린 뒤 이유 모를 피로감이 온다면 어느 정도 앨범을 느끼는 데 성공한 셈이다. 패로 몬치라는 아티스트의 팬이라면 앨범이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고 느낄 수도 있고, 그래도 나와줘서 고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지금까지 패로 몬치의 모든 앨범에 만점을 줬지만 이번 앨범은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패로 몬치가 녹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의 능력은 여전하기에 다시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 | Bluc
편집 | soulitude
Rapid Eyes Movement 랑 Dream 너무 좋아하는 곡이에요.
전곡 들어봐야겠다
리뷰 감사해요
짱짱맨.. 헤헤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Black Thought과 콜라보곡 이후의 곡들이
뭔가 초반이랑 따로 노는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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