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자메즈 (Ja Mezz)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6.11 20:04추천수 8댓글 7

thumbnail.jpg


엠넷(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의 참가자 김성희가 자메즈(JaMezz)라는 이름으로 씬에 등장했던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는 많은 출연자가 거쳐 간 프로그램과 현실 간의 괴리감에 빠지지 않고 방송의 이미지를 유연하고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리하여 작품을 통해 신인의 패기 넘치는 모습은 물론, 벙거지 등으로 대변되는 자신의 이미지를 비주얼 전반에 잘 녹여내면서 많은 이의 이목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자메즈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싱글 "Memento"를 기점으로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음악 내외적인 행보를 두고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내면을 표현하는 데만 집중했다. 지난 5월 21일 발표한 첫 정규 앨범 [GOØDevil]을 통해서는 스스로의 진면모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노력을 기울여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뤄냈다. 과연 자메즈가 표현하고 싶었던 예술가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본 인터뷰는 현장에서 나눈 대화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반말로 진행된 그대로 녹취, 편집했습니다. 아울러, 인터뷰가 포커싱하는 앨범 [GOØDevil]에 참여한 프로듀서 닥스후드(Dakshood), 테림(TE RIM)이 동석하였음을 미리 알리는 바입니다.



LE: 먼저 힙합엘이 회원분들한테 인사 부탁할게.

자메즈(이하 J): 친애하는 힙합엘이 회원분들, 스태프분들. 안녕하세요, 자메즈입니다. 사랑합니다. (전원 웃음)





LE: 이번 인터뷰에서는 첫 정규 앨범인 [GOØDevil]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할게. 일단…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해?

J: 나도 아직 모르겠어. 각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읽으면 될 거 같은데, 사실 읽는 방법을 모르는 게 더 좋아. 그냥 그 앨범, 자메즈 첫 앨범, 자메즈 정규 1집이라고 하면 될 거 같아.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냐?’ 그런 바이브인 거지. (웃음)





LE: 그럼 [GOØDevil]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주면 좋을 거 같아.

J: 내가 예술가로서 당당하게 내놓는 내 첫 작품이야. 그래서 1집이고, 정규 앨범이야.





LE: 생각해보면 [1/4]이나 <나의 하루> 시리즈 같은 경우에는 래퍼 아니면 김성희, 대학생 그런 정체성을 강조했던 거 같아. 근데 이번에는 아티스트 자메즈를 표현하려는 거 같더라고. 지금 돌아봤을 때 지난 시절의 너는 어땠다고 생각해?

J: 자메즈의 진짜 팬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과거의 흔적들을 찾아보는 게 더 재미있을 거야. 내가 1집을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가장 옆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게 내 음악들이거든. [1/4]을 낼 당시의 내 노래들이나 “복학생” 이런 것들만 봐도 나는 그냥 평범한 20대 중반의 대한민국 청년이었거든. 그런 청년이 어떻게 한 명의 예술가가 되었는지 바로 옆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지.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누에고치인 시절이 있잖아. 나한테는 다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이지.





LE: 앨범 타이틀을 보면, 얼핏 봐도 여러 단어가 겹쳐 있는 거 같은데 타이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

J: 이 앨범의 컨셉이 처음으로 생각 난 게 2016년 10월쯤이었어. 집에서 샤워하다가 갑자기 이 앨범의 첫 포문을 여는 첫 가사가 떠올랐어. ‘if I'm the good without awe I'm the God. if I'm the evil I got D I'm the devil.’ 이게 그냥 머릿속에서 팍 생각이 나면서 그때 앨범 컨셉이 정해져 버렸어. ‘Good’, ‘Evil’, ‘God’, ‘Devil’ 타이틀이 딱 그거야. 그게 생각나자마자 존나 흥분해서 작업실에 있는 닥스후드한테 존나 뛰어가서 이야기했던 게 기억나. 나 샤워하다 방금전에 이 라인이 떠올랐다고 존나 흥분해서 설명했지. 그때부터 대략 1년 반 정도 작업한 셈이지.


20153855.jpg



LE: 이번 앨범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전하려 했어?

J: 난 모든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예술은 자기표현이라고 생각해. 굉장히 쉬우면서 어려운 말이지. 이 세상에 자기표현을 방해하는 것 투성이잖아. 나를 잘 표현하려면 먼저 나를 잘 알아야 하는데, 가끔 사람들은 나를 잘 알지도 못한 채 살아가지. 나를 알아가야 하고, 그렇게 알게 된 나를 표현하고, 그 모습을 사랑하고,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어간다. 이게 내가 내 앨범을 통해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이자 핵심 메시지였어.





LE: 이번 앨범 가사들이 이전 작품들과는 결이 꽤 다르더라고. 가사를 쓰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또 혹시 이전 작업과 다른 작업 방식을 택하진 않았나 싶은데?

작업 방식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느낀 것들을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필터링 없이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어. 단지 가사가 어떤 말을 전달해야 하는 언어적인 역할보다는 가사가 이 앨범 안에서 하나의 툴로서 자기 역할을 잘하는가가 더 중요했어. 그렇기 때문에 더 본능적으로 가사를 써 내려 갔고.





LE: 앨범에 서사적으로 큰 흐름이 잘 안 보인다는 평이 있더라고. 작자로서 의도했던 이야기의 흐름이 있을 거 같은데.

관통하는 서사는 결국엔 나, 사랑, 예술이야. 생각해보니 그냥 ‘Self-Love’네. ‘나에게 선이 너에겐 악일 수도 있고, 너에게 선이 또 나에겐 악일 수 있다. 정답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나’다’ 이거야.





LE: 심플…하다면 심플한 건가? (웃음) 좀 돌아오면, 아까  “good vs. evil”의 첫 가사를 샤워하다가 떠올렸다고 했는데, 그럼 그 곡을 가장 처음 작업한 거야?

J: 다른 몇몇 트랙들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어. 아까 그 가사가 생각나면서 “good vs. evil”을 만들었고, 앨범 컨셉을 비롯한 영감들이 오면서 “michael angel ø”, “I met kanye west”라는 곡의 영감이 왔었어. “17”의 뮤직비디오 아이디어도 마찬가지야. 한창 영감이 넘쳤던 때였지. 





LE: 중간에 <쇼미더머니 6>도 나가고, 피처링도 많이 했잖아. 작업에 있어 현실적인 제약은 없었어?

J: 스케줄적으로만 영향을 받았지. 컨셉이 너무 확실했기 때문에 앨범에 영향은 별로 없었어. 대신 <쇼미더머니 6> 때는 잠시 중단해야 했었는데, 그것 말고는 딱히? 사실 피처링진 영향이 있었지.





LE: 원래 앨범에 이렇게까지 피처링 받을 생각은 없었던 거야?

J: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업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어. 진짜 테크니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믹싱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다 즉흥적인 생각들, 영감, 만남을 통해서 이뤄졌어. 가사를 쓰는 작업을 포함해서 모든 작업을 본능적으로 했어. 곡을 만들 때 처음부터 ‘이건 누구랑 같이 해야지’ 생각하고 한 게 아니라 갑자기 ‘오, 이건 누구다’ (생각나면) 연락하는, 거의 그런 식이었어.





LE: 거의 1년 반 동안 작업했던 만큼 사운드나 참여진이 되게 다채로운데. 네가 의도한 앨범의 구성이나 구조가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

J: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아. (LE: 의도한 게 딱히 없는 거야?) 그런 건 있지. 6번 트랙에 “LOVE in HEAVEN”을 넣고, 12번 트랙에 “HELL of a LIFE”를 넣은 거. 뭔가 1부, 2부처럼 보이게 하는 거? ‘HEAVEN’과 ‘HELL’이 각각 1부와 2부의 마지막이 되는 거지. 그런 구성 말고는 처음부터 모든 구성을 짜놓고 시작하지는 않았어. “HELL of a LIFE”는 만들기가 어려웠는데, 구성상 제일 마지막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트랙이었거든. “LOVE in HEAVEN”도 마찬가지야. 나머지 곡들은 훨씬 더 즉흥적으로 만들었고.





LE: 계속해서 즉흥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앨범 자체는 결이 잘 이어지는 편인 거 같아. 편곡하는 과정에서 신경을 좀 쓴 결과인가? 아니면 다 만들고 나서 들어보니까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걸 깨달은 건지 싶어.

J: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이어지는 거야. (전원 웃음) 근데 크레딧을 보면 닥스후드를 공동 프로듀서라고 적어놨거든. 닥스후드가 만든 트랙이 일곱 개나 되거든. 사실 결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닥스후드라는) 프로듀서의 색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 그 와중에 다른 프로듀서들과의 협업도 최대한 비슷한 결에서 녹여내려고 열심히 한 거고.
 




LE: 닥스후드 얘기를 좀 더 해볼까? 공동 프로듀서 역할을 했다고 말했는데, 어떤 식으로 같이 앨범을 구상했어?

J: “good vs. evil”은 애초에 처음에 ‘good’인 파트가 나오다가 갑자기 ‘evil’로 넘어가는 구성을 한 곡 안에 담고 싶다고 주문했어. 가스펠 사운드로 시작해서, 뒷부분은 와장창 존나 때려 부수고 지옥 같은 느낌으로 가달라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데에 고민을 많이 해서 후반부 파트는 작업이 되게 오래 걸렸어. “michael angel ø”, “I met kanye west”, “venus”는 내가 닥스후드한테 이미 받았던 트랙들이 너무 마음에 든 데다가 그때 당시에 떠오른 영감과 너무 맞았어. “michael angel ø” 비트는 심지어 씨잼(C Jamm)한테도 한 번 갔던 곡인데, 안 쓰게 되면서 결국 내가 쓰게 됐지.

닥스후드(이하 D): 씨잼이 가사도 다 써놓은 상태였어.

J: 내가 닥스후드한테 이건 진짜 무조건 나한테 줘야 한다고, 내가 이 노래 훅까지 다 만들어 놓았다고 그랬지. 즉흥적으로 지금 훅이 떠오른 상태였는데, 이건 이 비트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엄청 어필했어. “춤” 같은 경우에는 닥스후드가 비트를 만들고 있는 과정에서 내가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존나 좋다고 했더니 여기에 피아노를 넣고 싶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피아노를 좀 칠 줄 아니까 나한테 피아노를 쳐보면 안 되냐고 그러더라고. 그 자리에서 피아노 리듬을 같이 만들고 나니까 그 곡이 너무 좋아서 가사를 써봤던 거지.

D: “hade$ 2” 같은 경우에도 거의 자메즈가 주문을 준 거지.

J: 맞아. 원래는 “hade$ 2”를 만들 계획이 없었어. 원래 “hade$”를 앨범에 넣으려고 했었거든. 왜냐하면, “cupid”, “venus”까지 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 트릴로지를 앨범에서 완성하고 싶었어. 그런데 막상 “hade$”를 넣자니 어디에 들어가야 할 지 너무 막막한 거야. 앨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신나는 트랙이 없어서 좀 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계속 들었어. 그래서 닥스후드한테 bpm 어느 정도로 해서 신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지. 나 혼자 끌고 가지 않고 피처링 많이 넣어서 아예 턴업하는 트랙을 만들고 싶다고도 이야기했어. 이게 작업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한 게, 완전 비트의 기본인 베이스, 킥, 스네어, 하이햇만 있을 때 피처링진한테 비트를 보냈어. 다른 악기가 아예 없는 비트에다 가사를 썼고, 다른 애들한테도 그렇게 보낸 상태에서 가사를 써서 녹음까지 다 하고 편곡을 지금처럼 하게 된 거지.





LE: 소개 자료를 보니까 앨범 전반부와 후반부의 사운드 결이 따로따로라고 쓰여 있더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J: 전반부에는 유독 보컬 피처링이 많고, 후반부에는 래퍼 피처링이 많지. 주제를 봤을 때도 전반부는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게 여자고, 후반부는 좀 더 나 자신에게 포커스가 가 있지.





LE: 안 그래도 전반부는 형이하학적이고, 후반부는 형이상학적인 소재를 주로 다룬다고 생각했어.

J: 그렇게 분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원 웃음) 그런데 여자라는 키워드를 정해놓고 작업을 한 건 아니야. 내게 영감을 주는 큰 부분이 여자였던 것뿐이지.





LE: 아니, 뭐 여자를 얼마나 많이 만나는 거야? (전원 웃음)

J: 여자는 나한테 너무 큰 영감이지. 여자들은 대부분 예술가에게 큰 영감이 되잖아. 나에게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야. 그 와중에 난 남자니까 여자들은 당연히 나와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잖아. 나한테는 항상 호기심의 영역이고, 영감을 줄 수밖에 없어.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 신화, 꿈, 우주, 다 비슷한 거지. 특정 여자 한 명과 연관 지을 수도 있지만, 그냥 여자라는 대명사 자체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아.


3.jpg



LE: 계속해서 전반부, 후반부로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뒤에서도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지만 트랙별로 담고자 했던 메시지도 그렇게 나눠서 개략적으로 설명해주면 좋을 거 같아.

 

전반부 트랙들은 주로 나에게 영감이 되는 내가 보는 세상에 대한 감상으로 이뤄져 있지. 주된 피사체는 여자고. 술에 취해 모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이 되면 내가 내 앞에 있는 또 다른 나와 춤을 추는 거 같아. 남이 보기에는 술주정일 수도 있는 몸짓들일 텐데 말이야. 술과 음악이 있는 클럽에서 매번 사랑에 빠지는 거지. 그래서 클럽에서 만나 하룻밤 안에 느끼는 감정조차도 나한테는 너무 리얼하게 다가오는 거야. 남들이 보면 그저 가벼운 원나잇스탠드가 나에게는 클럽에 큐피드가 살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하더라고. 그 큐피드가 술이었을 수도 있고.

 

그다음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대상에게 너는 여신이라고 하는 거야. 나는 신이고, 너는 여신이다. 어쩌면 “venus”는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어. 곡이 너는 너무 아름다워라고 말하는데, 사운드가 먹먹해.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 우리는 우리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얼마나 잊고 살았고, 쉽게 말할수 도 없게 되었나 생각하게 됐던 거 같아.

 

사과, 선악과, 여자, 예술, , 사랑. 그 모든 메타포의 공통점이 뭔 거 같아? “사과에서 내 첫 가사가 과일은 먹히고 싶으니까 달콤하지잖아. 너무 달콤하기 때문에 먹어봐야 하는 거고, 직접 먹어본 경험으로 나는 또 나의 영역을 넓히는 거야. 그럼 따 먹어도 돼라고 말하는 가사는 질문일까, 허락일까? 이런 것처럼 나는 예술가로서 이 곡을 더 실험적으로 가져가야만 했지. 세련된 사운드로 곡을 이끌고 가다가 갑자기 밴드 원테이크 동시 녹음으로 아웃트로를 끝내야 했던 영감과 직관적인 가사들이 아무 이유 없이 나온 게 아닌 거야.

 

아무튼, 완벽한 사랑은 무엇일까? 내가 앞선 트랙들에서 메타포로 풀어낸 모든 이야기가 과연 여자와의 사랑만을 이야기한 걸까? 그저사랑에 대해서만 노래할 수는 없었을까 싶었어. 비로소 “LOVE in HEAVEN”에서 아마 저기 천국에선 악마도 사랑을 하네라는 파트를 불렀을 때, 나는 어떤 특정 사랑을 판단하고 의심하던 사람에서 그냥 사랑을 하는 존재가 된 거야.

 

전반부를 이렇게 내가 받은 영감들로 가득 채우고 나니까 후반부에서는 예술가가 된 내 모습이 말하고 싶어지더라고. 연금술은 불로장생이라는 신의 영역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예술이랑 똑같다 싶었어. 내가 예술가라면 무언가를 만들 때 마치 신처럼 만들어내야 해. 근데 난 신이 아니니까 등가교환의 법칙이란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지. 내가 얻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잃는다, 즉 내가 내 예술을 통해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의 밸런스를 즐기는 트랙이 鍊金術인 거지.

 

넘어오면, 난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천지창조>를 그린 이유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I Am A God”을 만든 이유가 내가 이 앨범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거 같아. 그들과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통해서 내가 너무 큰 영감과 동기를 얻었기 때문에 내가 받은 만큼 나 역시 나눠야 한다고 느꼈거든. 나와 비슷한 예술가들에게 내가 그런 영감이 될 수 있다면, 이런 앨범과 이런 트랙들은 10개고 100개고 만들어야만 해.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는 토루크 막토(Toruk Makto) 같은 리더인 거지. 거만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야. 그 미션을 받아들이고 사명감으로 수행해야 해. 롤모델이 되어야 하고 잘 이끌어야 하지. 트루코 막토가 되는 건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미션이었어.

 

다음 트랙 “hade$”에서는, 예술이 죽음을 뛰어넘는 가치고,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내 예술이 죽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 이 시대의 잣대이자 이해하기 쉬운 툴인 을 활용해서 내 예술의 가치에 관해서 말한 거야. 예술이 죽음을 초월한 가치니까 죽어서까지 돈을 벌어들이겠다는 포부를 말하게 했고, 그걸 루키들이랑 함께 풀어낸 거야.

 

마지막 트랙 “HELL of a LIFE”는 내가 예술가로서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어. 아까 말했던 것처럼 너에겐 악이 나에겐 선일 수도, 너에겐 지옥이 나에겐 천국일 수도 있다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예술을 할 때가 되어서야 지옥 같은 삶 속에서 천국을 경험해. 우리가 모두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걸 말하고 싶었어.

 

뭔가 전반부, 후반부 이런 식으로 얘기하라고 해서 하다 보니 좀 딱딱하게 풀어내긴 했고, 또 하다 보니 트랙 순으로 생각나는 대로 쭉 얘기해봤는데이게 서사가 없다고? 그냥 내 전 앨범 [1/4]에서 서사를 느껴보고 왔으면 좋겠어. 내가 절대 아무런 흐름 없이 앨범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이번 앨범도 계속 들어보면서 더 많은 걸 느껴보길 바라고.






LE: 설명 한 번 디테일하네. (웃음) 이런 앨범의 트랙리스트를 보니까 거의 다 소문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LOVE’, ‘HEAVEN’, ‘HELL’, ‘LIFE’ 같은 몇몇 단어들은 대문자로 되어 있단 말이지. 혹시 그렇게 표시한 이유가 있을까?

J: 한 가지 더 캐치할 포인트가 있는데, 보면 ‘I’도 대문자야. 그냥 딱 봤을 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싶은 단어들만 대문자를 쓴 거야. 사실 처음에는 이 앨범이 그냥 ‘나’니까 ‘I’만 대문자로 하려 했어. 그러다 ‘good’, ‘evil’이라는 앨범 컨셉에 맞게 ‘HEAVEN’이랑 ‘HELL’을 대문자로 해봤고, 그 안에 ‘LOVE’랑 ‘LIFE’ 같이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대문자로 가기를 결정했지.





LE: 너랑 닥스후드가 대부분 프로듀싱을 맡았지만, 그루비룸(GroovyRoom), 코드쿤스트(Code Kunst), 테림 씨도 프로듀서로 참여했지만, 너랑 닥스후드가 대부분 프로듀싱을 맡았어. 근데 보면, 말 그대로 전곡 프로듀싱에 네 이름이 들어가 있던데, 이게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 거야?

J: 앨범의 프로듀서로서 프로듀싱이 단순한 비트 메이킹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 나의 아이디어와 창작력이 다 들어가 있는 데다 “LOVE in HEAVEN”이나 “HELL of a LIFE”처럼 실제로 내가 작곡한 곡도 있어. 아무튼, 내가 악기를 쳤다 안 쳤다 혹은 드럼 룹을 만들었다 아니다 그 이상의 관점으로 바라본 거지.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건, 그냥 프로듀서들한테 비트 받아서 거기다 내가 랩 쓰고 끝. 혹은 랩 쓰고 ‘이거 편곡해주세요’ 이게 아니었다는 거지. 구체적인 주문들이 있었고, 곡을 완성하기까지 내가 기여한 바와 여기에 내가 프로듀싱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더라면 나올 수 없는 퀄리티였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거지.





LE: 그럼 닥스후드 외의 각 프로듀서한테도 곡을 계속 들려주면서 피드백을 주고받고 그랬던 건가?

J: 일단, 같이 콜라보하자고 얘기하러 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내가 여태까지 만든 트랙들을 다 들려주는 거였어. 프로듀서들한테는 모두 그랬고, 피처링진에게도 몇몇을 빼놓고는 다 그랬어. 그래서 이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과 메시지와 뉘앙스, 색깔과 철학을 설명하고 들려주면서 곡을 부탁한 거지. 지금 와서 앨범을 보니 그 방식이 성공적이었던 거 같아.





LE: 그랬구나. 이제 좀 더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그전에 선공개한 싱글부터 이야기해보자고. 이번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錬金術”과 “toruk makto” 두 곡을 먼저 공개했는데, 이유가 뭐였어? 셀링 포인트?

J: 그런 전략적인 접근도 있었고… 원래 자메즈를 좋아하는 힙합 팬들을 위해서인 것도 있어. 그런데 앨범을 다 들었을 때는 선공개한 곡들의 스타일이 앨범 전체 색을 대변하는 편은 아니잖아. 앨범이 통으로 나왔을 때 반전적인 매력을 주고 싶었어. 동시에 그때 “錬金術”과 “toruk makto”만 보았을 때도 함께 들으면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 사실 제일 중요했던 건, “錬金術” 제일 먼저 완성되었어. “toruk makto”는 같이 공개했을 때 힘이 더 실릴 거 같았고.




LE: “錬金術” 뮤직비디오에 <강철의 연금술사>를 오마주한 장면을 넣으면서 화제가 됐잖아. 감독 오전(Ohzeon) 씨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함께 작업하게 되었는지 등등 작업 과정을 간략하게 말해주면 좋을 거 같아.

J: 닥스후드가 소개해주면서 오전을 처음 만났어. 닥스후드가 “Money Man” 영상을 만들려고 오전이랑 이미 얘기를 하고 있던 상태였어. 나는 “錬金術” 뮤직비디오를 위해서 오전을 만난 건 아니었어. 개인적으로 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브랜드 프로모션 영상을 3D로 하고 싶어서 의뢰했거든. 그때쯤 “錬金術” 뮤직비디오를 3D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어. 왜냐하면, <강철의 연금술사>가 애니메이션이니까, 애니메이션을 3D로 재해석하고 싶었거든. ‘연금술’ 자체도 불로장생이라는 비현실적인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니까. 그래서 3D가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사실 오전의 이전 작업물들을 보면 캐릭터가 다 너무 귀엽고 해서 앨범의 색깔과는 잘 안 맞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오전을 만났을 때 곡을 들려줬어. 내가 생각 중인 것까지 말하니까 오전이 자기가 할 수 있다고, 해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 자신감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같이 하게 된 거지. 3개월 정도의 작업 기간이 걸렸고. 모션 캡처를 일일이 다 한 거라서 렌더링도 엄청 오래 걸렸어. 어떤 한 사람이 나, 도끼(Dok2), 송민호(MINO) 이렇게 세 사람의 모션을 한 거거든. 그런 작업도 다 오전이 도맡아서 디렉팅한 거니까 대단한 친구지.





LE: “toruk makto” 같은 경우에는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느 점에서 영감을 얻어 레게 문법으로 해석했는지 말해주면 좋을 거 같아.

J: <아바타>에 나오는 토루크 막토는 토루크라는 전설의 새를 잡아 오는 사람이야. 나는 <아바타>라는 영화가 ‘왜 전 세계적으로 흥행 1위였을까?’ '왜 이게 명작이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다시 영화를 봤었어. 난 토루크 막토 등장 씬에서 영감을 정말 많이 받았어. 감독이 의도했든, 안 했든 간에 무의식적으로 내가 받았던 메시지는 ‘예술가가 리더다’였어. 짧고 강한 메시지였지. ‘토루크’라는 환상의 새를 잡아 와서 나비족의 리더가 되는 토루크 막토, 환상의 것들을 현실로 데려오는 것 자체가 리더의 자질이라고 느꼈어. 내가 보기에 환상을 현실로 데려오는 사람들이 예술가거든. 그리고 리더의 역할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게 혁명, 기득권에 대한 저항, 변화 이런 단어들이었어. <아바타>에서도 토루크 막토가 전방에 서서 전쟁에서 승리하잖아. 레게가 자꾸 떠올랐던 이유도, 레게가 되게 평화로운 이미지이지만 그 안에는 아미(Army), 솔저(Soldier)처럼 내재해 있는 저항 정신이 있거든. 그래서 레게를 이 트랙에 녹이고 싶었고 쿤타(Koonta) 형과 스컬(Skull) 형을 섭외하게 된 거지.





LE: 박재범(Jay Park) 씨가 참여하는 과정은 어땠어?

J: 답을 받는 데에 되게 오래 걸리긴 했어. 재범이 형이 워낙 월드와이드 슈퍼스타니까. (웃음) 그래도 이번에 <쇼미더머니> 하면서 재범이 형이랑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같이 시간을 보냈던 게 좋은 연결점이 되어서 형한테 그냥 부탁한 거지. 수많은 리더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이 시대의 리더상이라고 생각이 드는 형이었어. 내가 곡에 관해 설명을 잘했어. ‘이런 곡이 있는데 형이 해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형에게 그랬는데, ‘ㅇㅋ’라고. (LE: 진짜 ‘ㅇㅋ’라고 보내셨어?) 응, 그랬던 거 같아. (전원 웃음) ‘ㅇㅋ’라고 문자가 오고, 몇 주 뒤에 녹음 파일이 와서 “toruk makto”도 “錬金術”이랑 같이 낼 수 있었지.





LE: “toruk makto”를 선공개 곡으로 따로 떼고 보았을 때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거든. 그런데 앨범 전반의 컨셉인 ‘good vs. evil’의 맥락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J: 이렇게 말해줄게. 결국에 내가 앨범에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나는 예술가다'인데,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예술가적인 면모를 두드러지게 했어. 예술가를 연금술사에 비유하고, “michael angel ø”, “I met kanye west” 다음에 “toruk makto”가 나온단 말이야. 그런 맥락에서 예술가의 자세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toruk makto"는 나에겐 앨범에 들어가기 너무나 적절한 트랙이었던 거지.





LE: "toruk makto"라든지, “17” 같은 곡들을 보면 자기 확신에 대한 메시지가 있잖아. 혹시 무슨 계기가 있었어?

J: 재미있는 포인트가 모두가 남과 차별점을 두려고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지. 왜 차별화되어야 하는 거지? 어차피 다 다르다는 거야. 내가 나를 보여주는 순간, 이미 차별화가 진행되는 거야. 난 이 앨범에서 내가 억지로 다르다고 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냥 더욱더 나를 보여주는 거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거야. 일부러 다르다고 어필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나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거지.





LE: 이게 어떻게 보면 소위 말하는 ‘자의식 과잉’이나 ‘예술병’에 빠진 거라고 볼 수도 있잖아. 너는 그런 의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J: 그건 절대 나한테 놀림이 아니고, 오히려 칭찬이라고 생각해. ‘저 새끼 예술병 걸렸네?’라고 생각한다면 ‘어, 고마워’라고 하고 싶어. 사람들이 내가 그렇게 보이고, 느껴진다는 거잖아. 비꼬아서 이야기하는 거긴 하지만, 어쨌든 정확한 시선으로 나를 보고 있는 거지.





LE: 긍정적이라 해야 하는 건가? (웃음) 아무튼, 다시 돌아오면 선공개 싱글들은 <강철의 연금술사>와 <아바타>라는 명확한 영감의 근원이 있어. 다른 트랙들은 어때?

J: 대부분 있다고 보면 돼. 일단 "cupid", "venus", "사과", “michael angel ø” “I met kanye west”처럼 단어가 명확한 것들은 영감의 근원이 있었다고 보면 돼. 이미지가 너무 확실하잖아.





LE: 가사에 유독 신화와 성경에 나오는 소재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더라고. 혹시 어릴 적에 미술관을 갔다든지,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든지, 크게 자극받은 적이 있었어?

J: 한때 유행했었잖아.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너무 재미있게 봤었어. (전원 웃음) 생각해보면 중세나 고대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근원은 신, 신화 같은 거였단 말이야. 이유가 딱히 있는 건 아니고 옛날 예술가들이 느꼈던 것처럼 나도 강한 끌림을 느꼈던 거지.





LE: ‘I met kanye west" 나 " michael angel ø"는 아티스트라는 측면에서 끌림을 느낀 거라고 볼 수 있을까?

J: 난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이나 <강철의 연금술사>의 작가인 아라카와 히로무(あらかわひろむ)에게서 나를 봤거든. ‘나랑 생각하는 것이 정말 똑같다’라고 생각했고 통했어. 그런 예술가들끼리의 유대감을 표현하고 싶었어. 칸예 웨스트는 살아있는 롤모델이기도 하고. 미켈란젤로는 돌아가신 지 오래되었지만, <천지창조>라는 그림을 보고 나서 죽어 있는 사람과도 그런 교감을 하고 유대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큰 에너지를 받았고 충격적이었어. 언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하여튼 나랑 맞닿아 있고 교감했다는 것을 느꼈어.


4.jpg



LE: 그랬구나. 다시 넓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이번 앨범은, 사운드 엔지니어링에 특히 많은 공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어. <Unmasterclass>에서 무드슐라(Mood Schula) 씨는 ‘말이 되는 사운드’라고 표현하던데.

J: 앨범의 작업자로서 생각할 때, 좀 더 기술적인 접근을 했을 수도 있어. 그렇지만 이 음악이 나왔을 때는 그런 게 들리면 안 된다고 봐. 그냥 들었을 때 ‘스토리로 다가오는가?’가 더 중요하지. 그래서 나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믹싱 엔지니어와의 협업이 소중하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 부스트놉(Boostknob)의 박경선 엔지니어 형과 우리의 지향점은 모두 똑같아. 기술적인 접근은 경선이 형이 하는 거야. 그에 비해 나랑 닥스후드는 음악을 들었을 때 스토리로 다가올 수 있는, 표현적인 접근에 중점을 두었거든. 딱 들었을 때 사운드가 좋다, 안 좋다고 평가를 하는 게 아닌 거지. 물론 리뷰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평가하겠지만, 우리가 포커스를 맞춘 건 ‘이것이 얼마나 우리한테 음악으로 들리는가?’였어. ‘이 사운드 X된다’ 이렇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앨범이 하나의 스토리여야 한다는 거지. 그걸 방해하는 요소들을 없애는 작업을 했어. 보면 영어를 몰라도 외국 힙합 듣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그건 그냥 음악의 스토리를 듣는 거거든. 물론, 가사도 중요하지만, 그건 래퍼가 리릭시스트로서 가사에 신경 써야 하는 거고. 근데 또 어떤 관점에서 보면 영 떡(Young Thug) 같은 사람들 음악은 들어보면 언어를 뛰어넘는 스토리텔링을 구현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는 왜 외힙을 그렇게 빠는가?’ 생각해 보면 음악에 다 답이 있거든. 얘네들이 그 안에서 얼마나 노력했고, 그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가 연구했는지가 말이야. 나도 그런 작업을 형이랑 함께 구현하고 싶었고, 힘을 많이 쓴 거지.





LE: 믹싱이라는 앨범 후반 작업 과정만 놓고 본다면. 사실 2000년대까지는 음압을 키우는 식, 라우드니스의 전쟁이었다면, 이젠 THD(Total Harmonic Distortion, 음의 왜곡률을 뜻하며, 배음에 따라 원 사운드 소스가 지니지 못한 소리를 구현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소리가 차갑다, 따뜻하다’를 결정 짓는 주 요인 중 하나다) 등을 통해 음색과 공간감 연출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잖아. 이번 앨범 믹싱 작업 과정에서 그런 부분도 충분히 고려했어?

D: 엄청 많이 했지. 악기 연주나 보컬 같은 것처럼 우리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을 거 아니야. 보통은 엔지니어랑 상의를 많이 안 한단 말이야. 그냥 기술적으로 맡기거나, ‘이 부분을 또렷하게 해주세요’ 이런 거밖에 없는데. 이번 앨범 같은 경우에는 최초다 싶을 정도로 엔지니어랑 프로듀싱적인 관점으로 작업했어. 사실 우리나라에서 프로듀싱적인 관점으로 엔지니어링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사운드 디자인적으로, 프로듀싱적인 관점에서 경선이 형이랑 상의를 많이 하면서 작업했지.

J: 보태자면, 이 과정에서 우리가 부족했던 게, 애초에 엔지니어랑 처음부터 앨범 작업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후반 작업이 더 많았고, 시간이 오래 걸렸어. 어떨 때는 사운드 소스를 교체해야 할 때도 있었고, (우리와 엔지니어 간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울 때도 많았거든. 포기라고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도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 하고, 경선이 형도 어느 부분을 포기했을 때 만나는 접점을 찾으려고 애를 많이 썼어.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고 합의점이 잘 나오면 베스트긴 하겠지만, 그럴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어. 아주 오래전에 만든 곡들도 있다 보니, 우리가 사운드에 대해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작업한 곡들도 많았거든. 그래서 경선이 형의 피드백을 우리가 다 참고했고, 그런 면에서 거의 있을 수 없는 믹싱 세션이었지. 질문처럼 음압 전쟁이었던 시절도 있고, 사운드를 다 눌려버리는 경향도 있었잖아. 사운드가 튀어나오고, 부각되어야 하고, 잘 들려야 하고. 컴프레서로 눌러야 하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고. 그래, 그게 다 맞아. (그런 믹싱이) 요즘 시대의 트렌드이긴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무작정 사운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들을 제자리에 놓는 작업을 한 거지. 왜냐하면, 사운드들도 자연스러울 때 가장 잘 들리거든. 베이스 자리에 베이스가 있어야 제일 잘 들리고, 보컬은 보컬 자리에 있어야 제일 잘 들리거든. 그런 걸 찾는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들인 거지.


1.jpg



LE: 테림 씨한테 한 가지 여쭤보면요. 이번에 자메즈가 앨범 사운드에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프로듀서도 단순히 아티스트랑만 의견을 나누는 게 아니라 박경선 엔지니어와도 사운드에 대한 조율을 했을 거 같은데요.

테림(이하 T): 저 같은 경우에는 경선이 형과 작업을 몇 번 했어요. 경선이 형이 원하는 결을 알고 있었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경선이 형이나 자메즈 형이나 저나 서로 맞는 거 같아서, 저는 소통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메즈 형은 중간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프로듀서와 자메즈 형이 원하는 사운드를 어떻게 말이 되게 풀어내야 하는지 고민을 되게 많이 했을 거 같아요. 다만, 경선이 형이 어떤 식으로 작업하시는지를 알다 보니 애초에 작업할 때부터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하긴 했어요. 최대한 불필요한 소스를 안 쓰고, 최대한 미니멀하게 하면서도 채워진 사운드를 원해서. 그렇게 믹싱을 염두에 두다 보니 혼자 소스를 뭘 쓸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LE: 닥스후드는 어땠어? 사운드 소스 하나하나 다 뜯어보고 그랬을 거 같은데?

D: 작업이 더뎌졌던 이유 중 하나가 옛날에 만든 곡 중에 애초에 사운드 디자인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던 곡들이 많았거든. 반면에 최근에 작업한 "hade$ 2"는 사운드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만들어서 순탄하게 진행됐어.

J: 닥스후드나 나나 그때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당시의 감정을 표현해 두었으니까 그런 표현이 (보컬이나 사운드 소스들을 통해) 잘 드러나게 하고 싶었어. 그런데 엔지니어의 입장에서는 (사운드가) 부딪히면 안 되는 장소에서 악기들이 겹쳐 있거나 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표현이 안 될 수도 있는 거거든. 그 상반된 두 입장의 접점을 찾기가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 전에 말한 ‘말이 되는 사운드’가 나오게 됐지. 실제로 말이 되니까. 앨범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 음악으로서 스토리텔링되고, 한 결로 나왔거든.





LE: "hade$ 2"는 비교적 최근에 작업했다니까 기존 곡들과 어떻게 다르게 작업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면 어떨까?

D: 일단 앨범 작업 기간이 길었잖아. 그 시간 동안 경선이 형한테 사운드적으로 많이 배웠어. 음악 취향도 예전에 비해 조금씩 바뀌기도 했고. 요새 음악은 예전 붐뱁 이런 거랑 다르고, 사운드 디자인을 어떻게 하는지가 되게 중요해졌잖아. 트래비스 스캇(Travi$ Scott)같은 사람도 있고. 아, 그리고 내가 미국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사운드적으로 느낀 것도 매우 컸었어. 내가 전에 만들던 음악은 표현하기에만 급급했거든. 어떻게 보면 막 때려 넣는 거지. 비트를 꽉꽉 채우려고 하고, 최대한 특이하게 하려 해서 소스도 되게 많이 쓰고 그랬거든. 사운드 디자인적인 생각은 거의 아예 안 했었어. 그런데 "hade$2"를 만들 때는 어느 정도 생각이 바뀌고 있을 때라서 사운드 소스도 신경 써서 고르고, 군더더기 없이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지.

J: 빼는 게 가장 어렵거든. 왜냐하면, 영감이 있을 당시에는 표현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 넣는데, 막상 뺄 때가 되면 뭔가 그때의 영감이나 감정들을 포기하는 것 같아서 되게 아쉽단 말이야.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걸 포기했을 때 생겨나는 표현들이 더 많거든. 내가 칸예 웨스트 인터뷰를 봤는데, 릭 루빈(Rick Rubin)의 별명이 익스트랙터(Extractor)래. 릭 루빈이 앨범을 총 프로듀싱한 게 너무 많잖아. 우리가 좋아하는 트래비스 스캇 앨범도 총 프로듀서가 릭 루빈인데, 칸예 웨스트가 말하길 그 사람이 와서 하는 일이 (음악을 들으면서 사운드 소스를 보고) ‘저거 빼고, 저거 빼고, 저거 빼’ 끝. 이러면 완벽한 곡이 되어 있다는 거지. 그 사람이 오랜 짬이 있고, 노하우가 있으니까 그렇게 가능한 건데, 그런데 우린 이제 정규 1집을 내면서 시작하는 X밥이잖아. 경선이 형한테 많은 피드백과 충고를 들으면서 받아들였어. 그런 면에서 “hade$ 2”는 작업하는 게 달랐지.





LE: 닥스후드가 최근에 작업한 곡 중에 "hade$ 2" 말고 비슷한 식으로 작업한 사례가 혹시 또 있을까?

D: 이번에 쿠기(Coogie) EP에 수록된 “스즈란”이 그렇게 만든 곡이야. 그 곡이 "hade$ 2"랑 비슷한 시기에 만든 거기도 하고, 특정 스타일에 꽂혀 있을 때 만든 거라서 비슷해.

J: 그리고 "HBK"라는 곡도 예전에 닥스후드가 만들던 스타일이랑 좀 달라. 우리가 항상 꽂혀있는 외국 힙합들을 잘 들어보면 별 거 없는데 웅장하고 꽉 차 있단 말이야.

D: 그 전에는 곡에 악기가 많고 해서 꽉 찬 줄 알았거든. 이제는 악기가 별로 없어도 꽉 채울 방법을 경선이 형이 기술적으로 알려준 거지. 귀로는 느끼고 있었지만, 형이 정확하게 설명해 줬거든.

J: 나 같은 경우에도 사운드가 다르단 걸 항상 느낌으로는 알고 있었단 말이야. 랩 초반에 시작했을 때부터 항상 궁금했던 게 ‘왜 외힙이랑 국힙이랑 다르지?’, ‘왜 내가 녹음 한 거랑 얘네랑은 다르지? 얘네가 흑인이라서 그런 건가?’ 뭐 별의별 생각을 다 했거든. 우선, 외국 힙합을 들으면 목소리가 작은데 존나 잘 들려. 그런데 나는 안 그러거든. 항상 목소리를 존나 키워놔야 들려. 그래서 ‘내가 발성이 이상한가? 이게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생각하게 됐지. 두 번째는 랩이랑 비트랑 쫀득하게 붙어서 들리는 게 너무 신기한 거야. 항상 외국 힙합을 들으면 랩이 비트에 착 달라붙어 있는 거야. 그게 결국에는 사운드 디자인이라는 거지. 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부분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해왔고, 연마했기 때문에 기본이 되어버린 거야. 그 안에서 취향을 만들 수 있는 거고. 사실 걔들도 스타일은 다 다른데, 그래도 기본은 다 똑같다는 거지. 우리는 이 사실을 뒤늦게 접하게 된 거고. 힙합을 떠나서 사운드적으로 접근했을 때 우리나라는 아직 거기까지는 못 미치는 거야. 그 사실을 그냥 쿨하게 인정하고, 다시 처음부터 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도 파면 된다는 확신을 했어. 느낌으로는 알고 있던 것을 경선이 형이랑 공유하면서 ‘형, 나 이번 앨범은 내가 좋아하는 외국 노래들처럼 내가 그루브를 탈 수 있는, 바운스를 탈 수 있는 그냥 음악으로 온전히 들을 수 있는 그런 것들을 만들고 싶어’라고 말했어. 그런 부분에서 형이 책임을 지고 같이 소통하면서 시간 투자를 많이 한 거고. 지금도 아쉬운 점들이 많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





LE: 혹시 이번 앨범의 믹스 레퍼런스로 잡은 앨범이 있을까?

J: 믹스 레퍼런스로 잡은 앨범은 없지만. 경선이 형이 이번에 추천해준 엔지니어 중에 매니 매로퀸(Manny Marroquin)이라는 사람이 있었어. 그 사람의 믹스를 듣고 있으면 너무 완벽해서 소름이 돋아. ‘인간이 한 건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 당연히 인간이 한 거지만. (전원 웃음) 레퍼런스까지는 아니지만, 그 사람이 한 것을 종종 들으면서 믹싱을 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을 거로 생각해.





LE: 알기에 매니 매로퀸은 프로듀싱적인 측면을 비롯해서 음악에 폭넓은 관여를 하는 거로 알고 있어. 신스같은 악기를 더하거나 빼는 것까지 말이지.

J: 그렇지. 그런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이 엔지니어의 역할이고, 그런 작업을 경선이 형과 하면서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해.

D: 우리나라 현실이 잘 안 되어 있어서 그렇지. 그런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으면 좀 더 창의적이고, 좋은 퀄리티의 음악들이 많이 나올 거로 생각해. 미국 가서 애들이랑 작업하다 보니 노래들을 많이 듣게 되는데, 노래들이 다 심플해. 거기서는 사람들이 노래를 존나 크게 들어. 땅이 넓으니까 신경 쓸 게 없어서 그런 건지, 다 존나 크게 듣고 다녀. 그런데 귀가 하나도 안 아파. 거기서 많이 느꼈던 거 같아. 심플한 노래들을 크게 들었을 때의 그 느낌? 그러다가 내 노래를 틀었는데 너무 복잡한 거지. 귀 존나 아프고, 너무 꽉 차 있고. (전원 웃음) 그런데 또 외국 애들은 그걸 신기해하더라고. 걔네들이 다 그랬어. ‘이거 너무 꽉 차 있다. 아시아 애들은 되게 디테일하다’ ‘어떻게 이렇게 세심하게 만드냐?’라고도 하고. (웃음)


2.jpg



LE: 이제 곡 하나하나를 두고 이야기해볼까 해. 2번 트랙인 "춤"에서 피아노 소리가 부각되어 나타나는 편이잖아. 닥스후드가 트랙별로 메인이 되는 악기나 믹싱에서 신경 쓴 것들을 각각 말해 줄 수 있을까?

D: 첫 번째 트랙 "good vs. evil"은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거야. 근데 2절에서 나오는 신스가 있는데, 이게 사운드적으로 잘 표현되려면 악기를 바꿔야 한다는 경선이 형의 말이 있어서 바꿨어. 접점을 잘 찾아서 사운드 디자인에 맞는 악기로 바꿨어. 그리고 자메즈가 요청했던 사항처럼 전반부, 후반부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고려했어. “춤” 같은 경우도 (경선이) 형이랑 이야기하면서 깨달았던 걸 토대로 피아노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의해서 피아노도 좋은 소스로 바꿨어. 또, “춤”도 옛날에 만든 곡이라서 사운드 소스가 많다 보니 내가 만든 노래 중에 믹싱할 때 고민을 제일 많이 했어. “cupid”도 원곡은 되게 옛날에 만들었는데, 비트를 완전 새로 바꿨어. 비트를 바꾼 시점이 내 스타일이 좀 변했을 때였는데, 경선이 형이 믹싱할 걸 고려해서 나랑 자메즈가 아예 새로 만들어 버렸어. 소스 선택이나 사운드 전반적으로도 후반 작업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venus”는 원래 만들어 둔 거 거의 그대로야. 뒤에 파트 빼고는 딱히? “michael angel ø”도 사운드적으로 소스를 교체하거나 이러진 않았어. 경선이 형이 좋게 만들어줬지.

J: 모든 이펙터를 다 빼고 원 소스를 다 보냈는데, 그렇게 만들어 준 거야. 어떻게 보면 원 소스가 좋았던 거지. 그걸 형이 엔지니어의 위치에서 최대한 살려준 거지. 우리가 원하는 느낌과 뉘앙스를 다 살리면서 사운드적으로 더 꽉 차게. 베이스 부분까지 꽉 차게 만들어 주셨거든. 나도 제일 놀랐던 점이 “michael angel ø” 믹스를 듣고 나서였어. 핸드폰 화면으로 보다가 와이드 TV로 보는 느낌? (전원 웃음)

D: 우리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들은 가이드를 만들어서 보내주었고, 형이 가이드를 참고만 해가면서 표현할 수 있는 건 표현을 하는 식으로 진행했어. 사운드적인 건 100% 경션이 형을 신뢰하면서 믹싱 세션을 가졌어. 보낼 때는 모든 소스 대부분 이펙터 빼고 보냈거든. 형이 가이드를 듣고 참고하고 ‘말이 되는 사운드’로 만들어 준 거지.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해석해서 말이야.

J: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이건 닥스후드가 건 이펙터가 훨씬 좋으니 그대로 쓰자’라고 한 것도 있었어. 원 소스에서 발전시킨 경우도 있고, 형이 아무리 들어도 가이드 때 쓴 이펙터를 그대로 써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하면 그 이펙트를 다시 걸어서 보내기도 했어.

D: 보통 원래는 이펙터를 다 걸어서 보내거든. 귀찮잖아. 그런데 역 추리를 해서 ‘뭘 썼구나’ 생각하고 다시 이펙터를 거는 게 엔지니어에겐 고역이거든.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보낼 때 이펙터 건 것이랑 안 건 거를 따로 보내기도 했어. 문제가 있다 하면 상의해서 다시 만드는 거지. 나는 엔지니어가 아니니까 이펙터에 비교적 감정적으로 접근하니까.





LE: 계속 얘기가 나왔지만, “good vs. evil”은 중간부터 곡이 변주되면서 무드가 아예 뒤틀려버리잖아. 변주 후에 나오는 두 번째 벌스에 앨범 전체의 가사가 녹아 있으니까 작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 쓴 건가?

J: 맞아. 닥스후드가 첫 번째 파트에서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가는데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 후반부 파트를 작업하는 데 두 달이 넘게 걸렸거든. 그 파트를 쓸 때쯤에는 이미 앨범의 구성이 다 나와 있던 상태였어. 그래서 곡 후반부에는 ‘미켈란젤로(“michael angel ø”)’, ‘춤이라도 춰야 해(“춤”)’, ‘사는 게 지옥 같은데(“HELL of a LIFE”)’, ‘신은 사기꾼(‘venus’)’ 같이 앨범에 수록된 각 트랙의 가사가 담기게 되었어.





LE: “good vs. evil”도 그렇고, 앨범 대부분 트랙이 변주가 하나씩 꼭 있더라고. 편곡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땠어?

J: 오히려 쉬웠어. X대로 만드니깐 쉬웠지. (전원 웃음) 이렇게 꼴리는 대로 만들 수 있구나. 그냥 생각나는 대로 여기선 이렇게, 저기선 저렇게 즉흥적으로 진행되었거든. 창작 자체는 쉬웠어. 하여튼 육체적으로도 힘든 것을 모를 만큼 재미있게 작업했어.





LE: 변주 중에서도 특히, “춤”에서 딘(DEAN) 씨의 벌스가 나오기 전에 잠깐 변주가 되면서 이펙트를 잔뜩 먹인 진보(Jinbo) 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 좋더라고.

J: 그 부분은 사실 가이드에서는 이펙터를 더 심하게 먹혔었어. 닥스후드가 초반에 스케치할 때부터 그 부분이 있었는데, 편곡 과정을 거치니 조금 이질감이 있더라고. 그런데 그냥 듣다 보니 내가 쓰고 싶어서 넣었어. 원래 "춤"의 타이틀이 ‘dance with the devil’이어서 그걸 표현하려고 사운드적으로 그 변주를 넣고 싶었어. 훅 부분에서 밝게 시작하고, 벌스 들어가면서 좀 무디해지고, 변주 부분에서는 아예 더 밑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게끔 한 거거든. 그 부분 가사도 악마가 지옥으로 끌고 들어오는 듯한 느낌으로 썼어. 마지막에는 중반에 변주로 나왔던 부분이 아웃트로에서 피아노랑 합쳐지는데, 의도한 거야. 완전 안 섞일 것 같은 사운드가 하나로 합쳐지는 게 앨범의 타이틀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했거든.





LE: 딘 씨의 피처링 벌스를 듣고서는 어땠어?

J: 너무 잘했지. 진짜 마음에 들게 잘 해줬어. 딘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딘이 이 곡을 하고 싶어 했어.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자면, 처음엔 딘에게 "춤"을 부탁하려 했던 것이 아니었거든. 원래는 딘에게 다른 곡을 부탁하려고 찾아가서, 앨범 전체를 가져가서 들려주니까 부탁한 트랙이 아니라 "춤"을 듣고 이게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어. 딘이 ‘형, 제가 이거 찢을 수 있을 거 같은데요?’라고 이야기해서 그 당시에 나는 그냥 일단 내 곡이 좋다고 해주는 것이 기분이 좋았고, 해달라고는 안 했어. 사실 "춤"을 미리 부탁한 사람이 있어서 선뜻 해달라 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거든. (LE: 누군데?) 원래는 자이언티(Zion.T)한테 부탁했었어. 그런데 그 이후로 연락할 때마다 딘이 “춤” 어떻게 되었냐고 계속 물어보기도 했어. 결국에는 이 곡을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맞겠다고 판단했고, 감사하게도 딘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 딘이 “춤”을 자기가 찢을 수 있다고 말했던 만큼 정말 잘 해주기도 했고, 너무 마음에 들었어.





LE: 진보 씨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거야?

J: 이런 면에서 “춤”이라는 트랙이 되게 매력적인 트랙인 것 같아. 진보 형 같은 경우에도 원래 피처링을 부탁하려 한 게 아니라 처음에는 그냥 진보 형 스튜디오에 놀러 갔어. 놀러 가서 만들어 놓은 앨범 트랙들을 들려주고 있었는데, 형이 갑자기 "춤" 트랙이 너무 좋다고 지금 훅 위에 코러스를 불러봐도 되냐고 해서 즉흥적으로 진행된 거야. 완전 재미있었지. 그 자리에서 갑자기 진보 형이 코러스를 엄청 많이 부른 뒤에 그걸 쌓았고, 브릿지 파트랑 가사도 같이 만들었어. 나는 아웃트로에서 나오는 진보 형의 파트가 이 트랙의 존나 멋있는 킬링 파트라고 생각해. 훅이 나오는 듯하다가 진보 형 파트가 나오잖아. 사실 코러스로 녹음되었던 부분들이  진보 형 파트가 되어버린 거지. “춤”이라는 트랙이 나의 의견보다 피처링진들이 원해서 진행되었다는 게 의미 있고 재미있는 거 같아.





LE: 한동안 클럽에 살다시피 한 게 SNS 댓글에 달릴 정도로 팬들에게 유명했는데, 이때의 경험들이 “춤”을 비롯해서 전반부 트랙에 반영된 거야?

J: 아, 그런가? (전원 웃음) 많이 반영됐지. 그 당시 내 삶의 일부분이었으니까, 당연히 표현할 수밖에 없지. "춤"이나 "cupid"나 배경이 다 클럽이지. (LE: 당시에 클럽을 얼마나 간 거야?)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갔으니까. 지금은 작업 때문에 안 간지 석 달 정도 되었어. 그 시기에 그런 경험들이 나에게 여러 방면으로 좋은 영감이 되었어. 네거티브 한 면도 있긴 했지만, 뭐 그렇습니다. (전원 웃음)





LE: 그 뒤로 흘러나오는 트랙 “cupid”에서는 목소리에 피치를 조금 올렸더라고. 취한 상태를 연출하려 했던 거야?

J: 사실 "춤"에서는 여덟 마디 정도는 피치 하나를 내려서 랩을 했어. 그것도 ‘dance with the devil’이라는 제목을 사운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랬던 거야. 그 바로 다음 트랙인 "cupid"에서는 반대로 피치를 한 개 올려서 한 거지. 그렇게 앨범 내에서 사운드적으로도 계속 ‘Good’과 ‘Evil’처럼 상반된 가치와 요소들을 보여주고 싶었어. "춤"은 악마와 관련되어 있고, "cupid"는 신과 관련된 것처럼. 엄청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음악적) 장치로 사용한 거지.





LE: "cupid"에서 챈슬러(Chancellor) 씨가 참여했던데, 이 경우는 원래 피처링으로 생각했었어?

J: "cupid"도 구성이 되게 특이한 곡이거든. 나는 일단 벌스 사이 파트에 무조건 보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지소울(G.Soul) 형한테 부탁했었는데, 형이 갑자기 군대에 가버리면서 계획이 꼬이게 되었지. 그래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웜맨(Warmman) 형이 챈슬러 형 이야기를 꺼내서 이거다 싶었지. 챈슬러 형 앨범을 엄청 좋게 들었거든. 그러다가 진보 형이 챈슬러 형을 소개해줘서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지.


8.jpg



LE: 그다음 트랙은 “venus"인데, 지금까지 곡들에서 노래하는 여성들을 예술로 이해해도 될까? 이것도 역시 자유롭게 해석하면 되는 부분? (웃음)

J: 자유롭게 해석해도 돼. (LE: 뭐, 다 그래? 의도한 바는 있지 않아?) 사실 그 뒤 트랙인 "사과"에서 가장 명확해져. 비너스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데, 사실 여자라는 대명사를 사용했을 뿐이야. 그게 네가 될 수도, 내가 될 수도 있는 거야. 특정한 대상이라기보다는 나 자신한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와 같은 모두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는 거야.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언제는 경선이 형이랑 믹싱 중간 점검차 “venus”를 듣고 있었어. 평소처럼 곡에서 어디가 부족한지, 뭐가 과한지를 찾으려고 듣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몰입되면서 그려내는 감정선에 빠지게 되더라고. 진짜 울 뻔했어. 곡이 주는 그 먹먹함이 나한테 너무 느껴지더라고. 그때 형한테 이야기해서 믹싱을 멈췄어. 솔직히 거기서 더 완벽하게 만지려고 하면 할 수도 있었겠지. 보컬을 줄이고, 어떤 악기는 빼는 식으로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었겠지. 그런데 그 상태로도 이미 감정선을 온전히 전하고 있어서 믹싱을 끝내 버렸어.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그 소리가 이야기로 다가오는 순간을 느꼈던 거야. 마치 곡이 ‘너는 여신이야. 너는 아름다워’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거 같더라고. 그 말이 어떤 단어가 아니라 차오르는 감정으로 와 닿았어. 내가 표현하려던 것이 딱 그런 거였거든. ‘너는 여신이고, 너는 아름다워.’, ‘너는 아름다운 존재야.’, ‘너는 예술이고, 예술가다.’ 언어로 풀어내니까 더 힘든 것 같네.





LE: 피처링에 참여한 우원재 씨와 <쇼미더머니 6> 이후로 교류를 이어가고, 두 번째 벌스를 맡겼잖아. “venus”를 들어보면, 우원재 씨의 가사가 더 어두워 보이더라고. 혹시 주문한 사항이 따로 있었을까?

J: 피처링 같은 경우에는 아티스트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나 예술관을 공유하면서 진행한 편이야. 원재 때도 내가 그날 직접 만나서 엄청 깊은 것까지 이야기를 많이 했어. 이때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원재가 해석을 한 거지. 곡에서 내가 앞에서 너는 여신이라고 말해주잖아. 내가 여신의 빛을 말하는 거라면, 원재는 그것의 그림자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 원재 목소리 톤부터 이미 그렇잖아. 고민을 많이 했어. 원재 목소리 톤이 낮으니까 피치를 내린다든지, 별별 시도를 다 하다가 그냥 그대로 가기로 했지. 나도 처음에는 '이게 맞나?' 싶었거든. 그런데 믹싱이 다 되고 나니까 이 곡의 감정선이 아웃트로에서 터질 수밖에 없게끔 완벽하게 설계가 잘 되어서 나왔더라고. 특별히 주문하진 않았지만, 그날 서로가 가진 예술관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고, 그날 원재도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었어. 원재가 고맙다면서 바로 집으로 작업하러 갔어.





LE: “venus”에 참여한 마샬(MRSHLL)의 보컬을 “good vs. evil”, “cupid”에서도 코러스로 활용했더라고.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코러스로 쓰게 된 거야?

J: 일단 마샬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 사실 나는 마샬이라는 사람을 잘 모르고 있었는데, <쇼미더머니 6> 때 원재 공연에 피처링으로 온 것을 보고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현장에서 잠깐 이야기하는데, '무조건 마샬이랑 작업해야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 무작정 작업을 하고 싶어서 연락했고, 그렇게 마샬이 우리 작업실에 놀러 왔어. 와서 특정 트랙에 녹음한 게 아니라, 모든 트랙을 들려주면서 계속 작업을 해봤어. “good vs. evil”에서 초반 가스펠 파트에도 불러보고… "cupid"에도 원래는 보컬 샘플이 있었는데, ‘이거 마샬 네가 해보면 어때?’라고 내가 말해서 마샬이 직접 불러보기도 했어. “venus”라는 트랙은 마샬이 직접 골랐어. 원래 지금의 아웃트로가 훅이었는데, 마샬이 자기가 좀 더 팝스럽게 만들어 볼 수 있다고 해서 그 뒤에 가사도 공유하면서 쓰고,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금의 곡으로 완성한 거야.





LE: 다음에 이어지는 트랙이 “사과”인데, 크레딧을 보니까 “사과”에 영감을 준 인물로 엄상미 씨를 뽑았잖아. 어떤 뜻인지 자세하게 이야기해줘.

J: 일단 상미한테 내가 영감을 받은 게 되게 많거든. 그냥 어느 날 "사과"라는 트랙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상미랑 대화하고 있었어. 사실 상미가 생각이 되게 깊은 사람이야. 그때 '가사를 어떻게 쓰지?' 하면서 카톡을 하고 있었는데, 상미가 갑자기 ‘왜 과일이 단 줄 알아?’라는 질문을 하더라고. 그리고는 ‘과일은 먹히고 싶어서 단 거야’라고 답을 하더라고. 그 카톡을 보면서 왜 사과가 여태 수많은 이들의 영감이었는지 깨닫게 되었고, 동시에 오랫동안 하고 있던 생각의 답을 찾은 느낌이었어. 그때 상미를 이 곡의 투사체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실제로 상미가 타고 다니는 차가 마세라티(Maserati)이기도 하고. “사과”의 첫 라인이 상미와 대화하다가 나온 거야. ‘과일은 먹히고 싶으니까 달콤하지’ 예술과 사과와 여자를 한 번에 풀 수 있는 답이 나온 거지.





LE: 후반부의 라이브 밴드 사운드는 어떤 식으로 작업이 이뤄진 거야?

J: "사과"는 맨 처음에 트랩이었어. 닥스후드가 만든 트랙이었는데, 이 곡은 좀 달라야 한다, 뭔가 트랩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때마침 카더가든(Car, The Garden)한테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어? 카더가든의 목소리와 사과? 이건데?'하는 생각이 들어서 ‘정원(카더가든)아, 내가 사과라는 트랙이 있는데 하나 같이 하자’ 해서 카더가든 집에 찾아가서 가이드를 같이 만들었어. 그 자리에서 정원이가 멜로디를 부르면서 기타 루프를 짰거든. 하지만 그때도 이 노래를 밴드 사운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그냥 앨범 컨셉에 맞게 좀 더 세련된 결로 가고 싶을 뿐이었거든. 그래서 카더가든이랑 같이 그레이(GRAY) 형한테 가이드를 들고 갔어. 그날 그레이 형이 거의 일곱, 여덟 시간을 앉은 자리에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곡을 거의 끝내다시피 했어. 완성해서 들어보니까 이 곡은 메시지에 적합하게 좀 더 꼴리는 대로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현장에서 밴드 동시녹음으로 곡을 끝내겠다고 마음먹게 되면서 지금의 곡이 나오게 된 거야. 해 봐야 안다는 예술의 영역을 너무 표현해보고 싶었거든. 결국, 카더가든이랑 같이 밴드하는 멤버들과 즉석에서 밴드로 편곡해서 여러 번 불러 보다가 제일 마음에 드는 테이크를 가져다가 쓰게 되었지.





LE: 흥미롭네. 뒤에 나오는 “LOVE in HEAVEN”에서도 초반부에 주를 이뤘던 트랩 사운드가 아니라 기타가 주가 되더라고.

J: 그 노래는 처음부터 코드쿤스트랑 머리를 맞대고 만들기로 한 곡이었어. 심지어 코드쿤스트한테 비트를 받아서 작업도 했고 편곡도 다 해놨었어. 근데 완성된 곡이 나한테 느낌이 너무 안 왔어.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 사랑도 앨범에서 말하고 싶은 주제 중 하나였어. 사랑도 사람에 따라서 정의가 다르잖아. 그 당시 내가 사랑에 대한 성찰, 사고를 엄청 많이 했거든. 항상 깨있을 때는 ‘사랑이 뭘까? 이 트랙에서 어떻게 표현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 결국, ‘사랑을 정의하려 하면 사랑이 아니다’라는 답을 찾게 됐지. 그래서 “LOVE in HEAVEN”은 그냥 기타를 빌려와서 작업실에서 혼자 기타 치면서 만들었어. 코드쿤스트가 중간에 오르간 파트를 편곡해줬어. 사실 그런 게 쉽지 않잖아. 나랑 작업하던 게 파토가 난 건데. 그런데도 (코드쿤스트가) 그걸 잘 이해해주고 편곡해줘서 고마웠지.





LE: 가사랑 크레딧을 보니까 “LOVE in HEAVEN”이 네가 꾸준히 언급하는 김민희 씨와 김민희 씨가 출연한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 영감을 얻은 거 같더라고. 김민희 씨의 어떤 점에서 영감을 얻는 거야?

J: 리얼함? 난 김민희가 너무 리얼하다고 느꼈어. 근데 그건 말로 표현하기보단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다르게 설명할 수 없고, 그냥 그 사람의 사랑이 리얼하다고 느껴졌어. 그걸 통해서 만든 영화도 내가 봤을 때는 리얼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리얼한데, 상까지 받았잖아. 그래서 김민희에게 이 곡을 바치고 싶었어.





LE: 급 궁금한 건데, “도박 (Life Is a Gamble)”에서 ‘free 민희 free 진리 free 읍읍’에서 읍읍이 누구야? 혹시 503… 그분인 건가?

J: (웃음) 전혀 아니야. 대상을 딱 정한 것은 아니고. 넥스트 민희, 넥스트 진리. 내가 될 수도 있고, 그다음 다가올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누군가를 이야기하는 거야. 누군가가 될지 모르지만, 그 누구든 다. 프리 에브리원. (웃음)




LE: 전에 했던 김민희 씨에 관한 발언이나 논란이 되었던 “17” 뮤직비디오를 보면, 넌 심미주의자의 입장을 견지했던 거 같았어. 예술과 윤리의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17”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피드백을 겸해서 “LOVE in HEAVEN”을 만든 거야?

J: 재미있는 질문인데? 이 앨범은 "17" 뮤직비디오의 연장선이야. 이번 앨범은 "17" 뮤직비디오의 반응을 보고 나서 컨셉을 정한 게 아니란 거야. 그때 당시에 왔던 영감들이 같은 결로 왔던 거고, 그 모든 영감들이 한 번에 왔어. 예를 들면, 뮤직비디오 비주얼, 앨범 컨셉, 트랙들에 관한 생각들 전부 말이지. 하여튼, 윤리와 예술의 관계를 묻는다면 내가 생각하기에는 윤리는 선, 아니면 악, 이게 윤리인 거 같아. 예술은 내 앨범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 내가 뭐를 더 중요시한다고 굳이 묻는다면 나는 선과 악으로 구분하기 이전의 아름다움에 좀 더 심취해 있는 게 맞는 거지. 그런데 이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도 너무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느낌, 감정으로 받아들여 주면 좋을 거 같아. 그냥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추면 좋겠어. 인터뷰에 나오는 작가의 의도 이런 것보다는 청자가 어떻게 느끼고, 영감을 얻고, 각자의 삶에서 그런 걸 얼마나 가져가냐가 중요한 것 같거든. 나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한 거로 다인 거지.





LE: 지금 표현하고 싶은 걸 표현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고,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느냐는 제약이 없다고 말해준 거 같아. 근데 보면 “17” 뮤직비디오 때 사람들의 피드백에 대해서 SNS에 쎄게 이야기를 했단 말이지. 모순이지 않아?

J: 나도 인간이니까. (전원 웃음) 나도 사람이잖아.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모든 피드백에 가만히 냉철함을 유지하고 있으면 그게 신이지. 사람이냐? (전원 웃음) 그 사람들이 내 앨범을 듣고 반응을 하는 것처럼 나도 동시에 반응을 한 거고. 내가 어떤 답을 딱 말해 주는 건 아니지만, 정반합이라는 게 있다 보니 누군가가 ‘정’이면 나는 ‘반’이 될 준비가 언제든지 되어 있다는 거지. 일종의 반골 기질? 그런 거로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 당연히 반응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LE: 다시 앨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고. “錬金術”을 지나 8번 트랙 “michael angel ø”가 나오잖아. 크레딧을 보니 곡에 어린이 합창단이 참여한 거 같던데.

J: 성당 합창단 느낌이 떠올라서 어린이 합창단을 넣게 되었어.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곡을 듣고 느낀 대로 넣게 된 거지.





LE: 곡 안에서 등장하는 많은 마이클들과 미켈란젤로까지, 이들을 한데 묶은 이유는 뭐야?

J: 사실 이 곡은 언어유희에서 시작했어. 미켈란젤로 이름을 가만히 보는데, 그게 마이클(Michael), 엔젤(Angel), 오(O)로 나뉘는 게 엄청 재미있었고 신선했거든. 그래서 '마'로 시작하는 사람들을 계속 넣게 된 거야. 마이클 잭슨(Michael Jordan),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 벌스 2에 나오는 마르지엘라(Margiela)도 해체주의로 옷 디자인의 판도를 바꾼 사람이라서 가사에 넣었지.





LE: 이어 나오는 트랙이 “I met kanye west”인데, 칸예 웨스트도 너한테 중요한 인물인 거지? 21세기의 미켈란젤로 정도로 생각하는 거라고 볼 수 있으려나?

J: 사실 칸예 웨스트는 미켈란젤로보다도 나한테 준 영향이 훨씬 더 크지. 내 롤 모델 중 한 명이고, 나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고, 그의 모든 언행과 작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까.





LE: “I met kanye west”는 붐뱁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가져온 트랙이잖아. 그간 선보이던 트랩에서 다시 원 스타일로 회귀한 셈인데,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걸까?

J: 사실 이 곡은 가사가 주는 메시지에 의도를 많이 두었던 트랙이야. 사실 나는 붐뱁이니, 트랩이니 장르적인 구분을 많이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사가 가장 잘 들리는 사운드를 원했어. 벌스에서는 가사가 또박또박 잘 들리지만, 훅에서는 또 그게 일그러지면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느낌을 주는 게 곡에서 의도했던 점이야.





LE: 그럼 “I met kanye west” 말고도 가사를 부각하기 위해 프로덕션을 조율한 트랙이 더 있을까?

J: 굳이 꼽자면 “toruk makto”였어. 원래 곡은 트랩 사운드였거든. 그런데 메시지가 좀 더 도드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루비룸한테 1절, 특히 초반에 레게 느낌을 가져가면서 최대한 비트를 비워달라고 요청하면서 나름의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어. 진짜 리더가 연설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말이야.





LE: “toruk makto” 다음 트랙이 “hade$ 2”야. 배치상 뜬금 없는 거 같다 싶기도 한데.

J: “toruk makto”에서 사람들에게 ‘따라와’라고 말하면서 흥분을 시켰다면, “hade$ 2”에서는 나를 따라온 사람들을 신나게 만들어 주고 싶어서 그렇게 배치하게 되었지. 또, 루키들을 대거 참여시킨 이유는 “toruk makto”에서 나오는 리더적인 발상을 잇는 거기도 해.





LE: 가만 보면 신인 발굴에 좋은 안목이 있는 거 같은데, 그런 좋은 신인들을 발굴하는 방법이나 기준이 있을까?

J: 발굴이 아니라 그냥 그들이 잘하니까 같이 작업하고 싶은 거지. 그 기준은 '나' 인 것 같아. 그 당시 느낌대로 고르는 것 같은데, “hade$ 2”를 만들 때도 그 당시 좋게 느꼈던 아티스트들에게 모두 컨택해서 참여시켰거든.





LE: “HELL of a LIFE”는 이런 앨범 흐름과는 또 다른 결을 지닌 트랙이더라.

J: “HELL of a LIFE”에서는 그냥 노래를 하고 싶었거든. “LOVE in HEAVEN”도 그렇고, 사람들이 쉬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만들었어. 좀 더 편하게 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 또, 앨범 컨셉으로 생각해 보면 ‘good’, ‘evil’처럼, 무거운 트랙이 있으면 가벼운 트랙도 있듯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넣게 되었어.





LE: 이 곡을 프로듀싱한 테림 씨 같은 경우에는 이번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 중에서 이제 떠오르는 신인이잖아.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

J: 일단, 첫 번째로 테림이를 알게 된 건 원재 싱글이 나왔을 때. “Paranoid”랑 “과거에게 (loop)” 그 두 곡을 너무 좋게 들었어. 너무 실험적이고, 내 취향이었어. 그때는 너무 좋다 이 생각뿐이었고, 같이 작업할 생각은 미처 못하고 있었어. 그런데 테림 개인 앨범이 나왔을 때 그것도 좋다고 생각하다가 원재한테 소개해달라고 해서 작업하게 됐지.





LE: 테림 씨는 자메즈가 가진 음악 색깔이랑 자기 색이랑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T: 저도 처음에는 힙합 음악 쪽 프로듀싱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자메즈 형이랑)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힙합 쪽을 잘 모르긴 하지만, “복학생” 나왔을 때부터 ‘오, 이 분 되게 특이하다’ 생각하면서 관심이 있었어요. <쇼미더머니> 나오셨을 때부터 되게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때부터 항상 알고는 있었으니까 처음에 자메즈 형이 연락을 주셨을 때, 뭔가 되게 뜻밖이면서도 ‘같이 하면 재미있는 게 나오지 않을까?’ 싶었어요. (웃음)





LE: 작업할 때 자메즈가 주문한 사항이 있었나요? 레퍼런스를 줬다든지, 아니면 그냥 비트를 달라고 했다든지.

T: 곡의 스케치가 이미 완벽히 있었어요. 처음 들었을 때 ‘어? 이 상태로도 되게 좋은데?’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데 형이 뭔가 다른 식으로 편곡해보는 걸 원하셔서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작업을 되게 많이 했어요. 리믹스 앨범을 하나 새로 내도 될 정도로 작업을 했어요. (웃음)

J: “HELL of a LIFE” 리믹스 앨범을 낸다 치면, 10곡 정도 수록될 정도야. 버전이 다 다르고 지금 앨범에 수록된 스타일과는 전혀 달라.





LE: 그럼 앨범에 수록된 “HELL of a LIFE”는 어떤 스타일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J: 내가 처음에 스케치를 한 버전은 감성적이라고 해야 할까? 좀 신나지 않은 트랙이었거든. 되게 멜로우하고 감성적인 트랙이었는데, 난 무조건 앨범을 신나게 끝내고 싶었어. 그래서 “toruk makto”, “hade$ 2”, “HELL of a LIFE” 이 순서대로 배치한 것도 점점 신나지게 하려고 한 거였어. 테림이는 그렇게 하는 게 어려웠던 거지. 내가 애초에 들고 갔던 곡이 신나는 분위기가 아닌데, 그걸 신나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되게 오래 걸리고, 시행착오도 많았어. 결론적으로는 지금 곡이 좋아. 페스티벌 분위기, 드라이브 송 같은 느낌이거든.





LE: 어두운 무드가 이어지려다가도 한 번씩 분위기가 전환되는 거 같아서 좋더라고. 끝도 산뜻한 거 같고. 여튼, 다시 테림 씨한테 질문을 다시 드려보자면, “HELL of a LIFE”에 담긴 무드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하신 특정 악기나 사운드 소스가 있으면 말씀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T: 일단 이 버전을 처음 작업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던 생각은 깔끔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소스들을 적절히 잘 버무리고 싶다는 거였어요. 기타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하면 멋있게 넣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곡 전반적으로 넣어 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아웃트로에서 적당한 이질감을 주면서 마지막에 솔로 형식으로 환기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막판에) 기타 솔로를 넣었죠. 베이스 같은 경우도 아날로그 VST에 변화를 줘서 작업했어요. 전체적인 질감을 깔끔하게 뽑으려고 신경 썼던 거 같아요. 트렌디하게 쓴 거 같기도 하구요.





LE: 크레딧을 보니까 또 자메즈의 핑크 티코에서 녹음한 거로 나와 있던데, 차 안에서 뭘 녹음한 거야?

J: 그게, 곡의 인트로와 아웃트로에 쓰려고 내 핑크 티코 안에서 음악을 틀어 놓은 채로 그 앰비언스까지 담기게 핸드폰으로 녹음을 했었어.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 좀 했지.





LE: SNS를 보다 보면 핑크 티코가 네 타임라인에 자주 올라오더라고. 핑크 티코를 “Memento” 뮤직비디오를 위해 직접 산 거로 알고 있는데 맞아? 잘 굴러가?

J: “Memento” 뮤직비디오를 위해 제작한 차인데, 주차장에서 썩고 있다가 이사님이 ‘어차피 보험비 나가니까 그냥 타고 다녀라’ 하셔서 타고 다니고 있지. (웃음) 도로에서 몇 번 멈추기도 했는데, 뭐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니고 있어. 나한테 있는 차가 이것뿐이니까. 물론, 돈을 벌면 차를 바꾸긴 하겠지만, 팔지는 않을 거 같아. 상징적으로 가지고 있는 거지.





LE: 그렇군. (웃음) 아, “HELL of a LIFE”의 벌스에서 나오는 ‘찰리’는 누구야?

J: 일단은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 찰리 채플린의 명언 중에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는 희극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내 앨범이랑도 너무 잘 맞는 말이라서 딱 꽂혔던 거 같아. 그래서 찰리 채플린을 생각하면서 앞부분 가사를 썼는데, 사실 뒷부분에 나오는 찰리는 조금 달라. 테림이가 말해준 건데 찰리 찰리 챌린지(Charlie Charlie Challenge)라는 외국 분신사바 같은 게 있더라고.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와. 십자가를 그어놓고 O나 X를 그려두고 찰리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는 거거든. 이걸 가사로 쓰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 ‘Charlie Charlie Charlie, Charlie you there?’ 즉 ‘찰리는 악마니까 이곳이 지옥이었으면 여기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사를 쓰게 됐어.





LE: 마지막 곡이었던 만큼 담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좀 더 이야기해주면 좋을 거 같아.

J: 이번 앨범에서 “HELL of a LIFE” 말고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트랙은 없거든. 하지만 이 트랙은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곡이기도 해. 어떻게 바라보냐에 따라 ‘good’일 수도 있고, ‘evil’일 수도 있듯이 ‘X 같은 삶’이 다르게 보면 ‘X 되는 삶’일 수도 있다는 거야. 한 사람으로서 또 다른 하나의 존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담겨 있어. 이게 너무 재미있었던 게, 영어로 ‘Hell’은 지옥인데, ‘Hell of a life’는 존나 쩌는 삶을 의미하는 거거든. 이런 단어 자체가 내 앨범이랑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어.





LE: 스스로 생각하기에 넌 'X 되는 삶'을 살고 있어, 'X 같은 삶'을 살고 있어? (전원 웃음)

J: (웃음) 존나 X 되는 삶을 살고 있고, 너무 쩌는 삶을 살고 있지. 너무 재밌어.


5.jpg



LE: (웃음) 좋아 좋아. 이제 인터뷰 막바지야. 그동안 작업한 곡이 꽤 많았던 거로 아는데, 앨범을 지금 볼륨으로 만들면서 수록하지 못한 곡이 있다거나 작업이 성사되지 못해서 아쉬운 점은 없었어?

J: 수록하지 못한 곡? 그런 느낌은 없어. 애초에 앨범 컨셉이 워낙 명확하게 정해졌다 보니까… 그 전에 만들어둔 곡들은 앨범이 나오고 나서 차차 발표할 거 같아. 사실 "HELL of a LIFE"를 같이 작업하려고 했던 아티스트가 글렌 체크(Glen Check)의 준원(June One)인데, 같이 작업하다가 중간에 잘 안되었어. 그다음에 테림이한테 같이 하자고 이야기했지. 준원 대신 테림이라 아쉬웠다 이건 전혀 아니고 그냥 준원이랑 작업을 못 했던 것이 조금 아쉽다면 아쉽지만,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LE: 사람들이 이번 앨범을 어떤 식으로 들으면 좋을 거 같아?

J: 그런 게 없어. (웃음) 그냥 꼴리는 대로 들었으면 좋겠어. 앨범도 꼴리는 대로 만들었으니까. 방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들어도 좋고, 드라이브하면서 들어도 좋아. 그냥 듣는 사람이 알아서 들었으면 해. 그걸 정해주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되도록 인터뷰를 보기 전에 앨범을 들은 상태였으면 좋겠고. 딱히 해석해주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즐겨줬으면 하는 거니까.





LE: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이 있다면 말해주면 좋을 거 같아.

J: 앨범 만드는 게 너무 재미있는 과정이었어. 그런 과정에서 내가 가진 생각 같은 걸 좀 더 자유롭게 공유하고 싶어서 며칠 전에 워크숍을 열었지. 단독 콘서트도 6월에 열릴 거야. 계획된 콜라보도 여럿 있어. 그리고 정규 2집 컨셉도 이미 좀 짜놨어. 빨리 작업하고 싶은 마음뿐이야.





LE: 스포일러 좀 해줄 수 있어?

J: 스포일러? 무조건 1집보다… 아, 이런 얘기는 하면 안 되겠다. (전원 웃음) 아직 작업도 안 했는데… 일단 1집은 1집 앨범대로 ‘good’이나 ‘evil’처럼 일종의 가치를 흐릿하게 한다면 2집에서는 좀 더 명확해질 거 같아.





LE: 마지막으로 고마운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J: 일단 나에게 제일 고맙고. (전원 웃음) 이 앨범을 즐겨주는 사람들에게 고맙고, 즐겁게 같이 만들어준 사람들에게도 고맙고, 모두 다 고마워.





LE: 인터뷰 수고했어.


FIN.jpg



CREDIT

Editor

Geda, Kimioman

Photo

ATO

신고
댓글 7
  • 6.11 21:41

    러브

  • 6.12 04:13

    멋있다 자메즈

  • 6.12 21:59

    다 읽었다, 진짜 요즘 최고로 멋있다. 예술병 걸린 예술가

  • 6.13 10:49

    이번 앨범 진짜 좋게 들었습니다

  • 6.13 16:27

    들으면서 대충 예상은 했지만 정말 공들여서 만든 앨범이네요

  • Ach
    6.18 11:15
    저번에 홍제에서 뵜는데... 곡을 주고싶었지만 그냥 지나친..ㅜㅜ
  • 9.24 20:01

    즈아메즈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