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뭐, 주스(Juice)를 가졌니, 소스(Sauce)를 가졌니 어쩌고 하잖아? 어글리 갓은 워터(Water)가 있다고.” by Ugly God
지난해, 빅 샤크(Big Shaq) 열풍이 휩쓸고 난 후, 남은 것이 있다. 'Man's Not Hot'이라는 어구도 아니고, 수많은 합성 작품들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소스(Sauce)라는 단어다. 어반 딕셔너리(Urban Dictionary)에 의하면, 소스는 자신감, 스타일, 매력을 비롯해 그러한 분위기를 총칭한다. 그 사람에 내재한 본질적인 멋을 말한다. 실제로 빅 샤크는 지니어스(Genius)와의 인터뷰에서 소스를 달걀의 노른자에 비유한다. 달걀은 그냥 노른자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달걀에게 노른자를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왜 가지고 있는지 물어봐도 답을 얻을 수 없다. 노른자를 가지고 있는 것이 달걀이고, 달걀은 노른자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빅 샤크는 자신이 그런 멋을 가지고 있고, 그 멋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다고 표현한다. 사실 예전에도 이러한 단어들을 많이 존재했다. 또, 소스라는 말도 전부터 여러 의미로 쓰여왔고, 뜻이 점점 축적되어 지금 모두가 아는 형태가 됐다. 다만, 빅 샤크는 이를 보다 명시적으로, 본질과 연계된 더 깊은 개념으로 표현했다. 나아가 바이럴한 뮤직비디오를 통해 특정한 슬랭을 공유하는 소집단을 넘어 전 세계에 드러냈다.
이제 소스라는 단어는 전 세계 사람들의 어휘에 침투하고 있다. 명시적으로 소스라는 제목을 단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곡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노래 가사에서 소스가 한 두 자리씩을 꿰차기 시작했다. 자신의 멋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인 힙합 아티스트들에게는 적당히 있어 보이는 유용한 표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반기를 드는 인물도 있다. 릴 디키(Lil Dicky)에 비견할 힙합계의 이단아, 어글리 갓(Ugly God)이 그 주인공이다. 히트 싱글 "Water"의 가사를 설명하는 인터뷰 자리에서 그가 한 말은 소스나 주스(Juice)라는 단어에만 빠져 있던 사람들에게 신선한 고민거리를 안겨다 주었다. 인간은 물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몸 70퍼센트는 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스나 주스나 결국 물이 근원이 된다. 이처럼 소스 이전에 워터가 있다는 어글리 갓의 말은 노자 왈, 가장 큰 덕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의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어글리 갓의 워터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소스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인 마당에 더 하부에 깔려 있는 개념인 워터에 대한 정의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점점 그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2017년, 그의 믹스테입 [The Booty Tape]이 발매되었을 때, 첫 번째 트랙인 "Welcome to the Booty Tape"이 화제였다. 나지막이 깔리는 비트 위로 플레이되는 목소리 클립은 릴 스카이즈(Lil skies)의 친구이자 유튜브에서 커프보이즈(CUFBOYS) 채널을 운영하는 캐머론 할러(Cameron Haller)의 어머니 목소리였다. 백인인 그의 어머니 입장에서 진행하는 리액션 비디오가 흥미로워서 인기가 많은 채널이었다. "Water"에 대한 리뷰에서 캐머론 할러의 어머니는 엄청난 혹평을 퍼부었다. 어글리 갓은 그 발언들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의 믹스테입에 포문을 여는 장치로 사용한 것이다.
순전히 재미를 위해서였다. 백인 기성세대 여성이 자신을 향해 매력이란 찾을 수 없고, 재능도 없어 보일뿐더러 입으로 야동을 뱉는다(Vocal porn)고 표현하며 내린 최악의 평을 가져다 유머로 뒤틀어 버린 셈이다. 그것도 정식으로 컨택하여 너무 재밌어서 그런데 그 클립을 써도 되겠냐고 허락을 구한 뒤에 사용했다고. 어글리 갓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에게 받은 강한 비판을 웃어넘김과 동시에 동등한 강도의 웃음을 세상에 선사했다. 이는 대중들에게 훌륭하게 먹혔다. 또한, 후반부에 나오는 "Fuck Ugly God"이라는 트랙에서는 스스로를 무자비하게, 하지만 그만큼 재치 넘치게 디스해버린다. '돈 없으면서 돈 많은 척하네', '아직 학자금 대출도 다 못 갚았네'와 같은 금전적 상황을 드러내는 라인뿐만 아니라 '원히트 원더 녀석 옛날에 맞고 다닌 거 안다' 같은 대단히 노골적으로 자기비하를 시전하는 라인도 있다.
이 같은 셀프 디스는 여타 인터넷 발 래퍼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논란에서 자신이 까일 여지를 미리 제거해 버리는 영리한 신의 한 수다. 혹은 단순히 유명해졌음에도 여전히 돈이 없고 생각보다 여자들에게 인기도 없는 울분의 표출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오로지 엄청난 유머라는 윤활유로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재기 넘치고 섬세하기까지 한 방식인 건 확실하다. 어글리 갓의 언행은 그 유머를 더 유연하게 보이게끔 한다. 루이지 모자를 쓰고, 포켓몬 덕후임을어필하며, 1분만에 비트 만들기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모든 재미있는 행동과 유머 감각은 어글리 갓의 것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왔지, 내 건 다 올개닉(Organic)이야' 같은 가사는 오로지 그가 썼을 때만 허용된다. 수위가 더 강해져도 이미 이런 류의 유머의 대명사가 된 어글리 갓이기에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기보다 재미를 느낀다. 어쩌면 이것이 그가 말한 워터이자 자신의 강력한 무기일지 모른다. 단순 멋보다는 유머가 관계된 인생을 대하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강력한 무기라 했지만, 실은 이 역시 대단히 생소하지만은 않다. 릴 디키만 보더라도 일관되게 유머라는 장치를 사용해서 자신을 어필해왔다. 백인 래퍼라는 정체성과 너드(Nerd)함을 유머러스한 상황극과 섞어왔고, 최근에는 "Freaky Friday"라는 곡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결로 보았을 때 어글리 갓은 릴 디키와 분명하게 다르다. 릴 디키는 이전에 이미 존재했던 론리 아일랜드(Lonely Island)나 맥클모어(Macklemore)의 모습을 연상케도 한다. 이에 반해 어글리 갓은 현재 힙합 씬에서 새로이 출현하고 있는 소위 '릴' 래퍼들로 대표되는 신세대의 군집에 속한다. 그만큼 사운드클라우드발 래퍼의 정석을 지켜가고 있다. 그도 여자와 돈에 대해 노래하며 있는 척 없는 척 다한다. 다만, 적절하게 진솔한 모습도 웃기게 보여주며 전에 없었던 자신의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욱 더한다.
2018년 상반기가 거의 다 지난 지금, 제이콜(J.Cole)의 앨범 [K.O.D]가 발매되었다. 스모크펄프(Smokepurpp)의 공연에서는 'Fuck J.cole'이 울려 퍼지고, 릴 펌(Lil Pump)의 인스타그램은 불탔다(이후 제이콜과 릴 펌은 길고 어색한 만남을 한 번 가지긴 했다). 그전에는 테카시 69(Tekashi 69)와 게임(Game)의 계속된 설전이 트위터와 유튜브를 달궜다.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에는 푸샤 티(Pusha T)가 다시금 잡아당긴 방아쇠가 또다시 초특급 팝스타 드레이크(Drake)를 향했다. 오가는 욕설속에 쌓이는 긴장감은 리스너들에게 재미를 준다. 동시에 피로감도 씬에 계속 누적되고 있다. 가치 판단을 해야만 하는 논쟁의 연속이라 끝도 없다. 각자가 가진 소스, 즉 멋이 옳다고 서로 주장하는 듯한 풍경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글리 갓이 가진 워터가 가진 미덕은 더욱 빛난다. 자신의 단면을 밀어붙이는 대신 앞과 뒤를 모두 제시하며 투명하게 행동한다. 맨송맨송하다는 비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때까지 어글리 갓이 유지해 온 모습으로 미루어보면, 그는 그 비난 또한 웃어넘겨 버리지 않을까. 그저 물을 가졌다고 하는 어글리 갓은 거의 언제나 멜팅 팟(Melting Pot)인 힙합 씬에서도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유머처럼 흐르기만 한다.
글│Kimi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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