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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x힙합 ⑮ BADBADNOTGOOD & Ghostface Killah - Sour Soul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5.28 04:36추천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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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BLARE Magazine)


*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과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 재즈피플> 2018년 5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본 기사로 '재즈x힙합'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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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전설, 고스트페이스 킬라

랩 씬의 대세가 서부로 넘어갔던 1990년대 초, 우탱 클랜(Wu-Tang Clan)은 동부의 자존심이었다. 클래식한 붐뱁 사운드를 기반으로 견고하게 짠 가사, 타이트한 랩을 선보였다. 나스(Nas)나 라킴(Rakim) 같은 동부의 래퍼들도 그러한 성격을 지녔지만, 우탱 클랜은 그룹이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멤버들이 모두 탁월한 실력자라는 점에서 달랐다. 말 그대로 슈퍼그룹이었다. 물론, 우탱 클랜에도 주요한 멤버가 있고,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하는 멤버가 있다. 그중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는 핵심 멤버였다. 1993년, 우탱 클랜의 데뷔 앨범이자 힙합 역사에 기록된 명반 [Enter The Wu-Tang]을 발매되고 난 뒤, 그를 포함한 멤버들은 데뷔 앨범을 쏟아냈다. 그 모든 앨범들이 우탱 클랜의 데뷔 앨범과 함께 명반의 반열에 올랐다.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솔로 데뷔 앨범 [Ironman]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시간이 흘렀고, 유행과 스타일도 바뀌었다. 우탱 클랜 멤버들이 지향했던 랩 스타일은 1990년대의 스타일에 머물렀지만, 그 탄탄한 랩 실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실력은 인정하고 고유의 스타일을 좋아했다. 당연히 고스트페이스 킬라에게도 그랬다.

2000년대 중반부터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다양한 합작을 즐겼다. 본격적인 모습을 갖춘 건 2000년대 말이었다. 2009년에 발표한 [Ghostdini: Wizard Of Poetry In Emerald City]는 화려한 객원 음악가들을 대동한 작품이었다. 2000년대 후반에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을 담는 것이 유행이기는 했으나,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앨범은 대부분이 알앤비 가수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어서 발표한 [Wu-Massacre]는 우탱 클랜의 동료 메소드 맨(Method Man)과 래퀀(Raekwon)이 함께한 앨범이고, [Wu Block]은 래퍼 쉭 로치(Sheek Louch)와의 듀오 앨범이었다. [Twelve Reasons to Die]에서는 에이드리언 영(Adrian Younge)이, [36 Seasons]에서는 레벨레이션스(The Revelations)가 총괄 프로덕션을 책임졌다. 그는 틀에 박힌 ‘또 하나의’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보다는 다른 영역에 있는 음악가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소리를 끌어냈다. 이어진 [Sour Soul]도 합작품이었다. 이번에는 재즈 트리오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 이하 BBNG)와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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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연주하는 재즈 트리오

2010년 캐나다에서 결성된 BBNG는 키보디스트 메튜 타바레스(Matthew Tavares), 베이시스트 체스터 한센(Chester Hansen), 드러머 알렉산더 소윈스키(Alexander Sowinski)로 이루어진 재즈 트리오다. 토론토의 험버 대학교에서 재즈 수업을 함께 듣다 만난 학우들이었다. 이들이 관심을 가졌던 건 힙합이었다. 특히,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얼 스웻셔츠(Earl Sweatshirt), 호지(Hodgy) 등이 속한 힙합 집단 오드 퓨처(Odd Future)의 열렬한 팬이었다.


♬ BADBADNOTGOOD - The Odd Future Sessions Part 1

이들은 힙합곡들을 재즈로 편곡하여 연주했으나, 학교 재즈 강사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의 연주에 흥미를 보였던 건, 놀랍게도 이들이 너무나도 좋아했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였다. 오드 퓨처의 곡들을 모아 연주한 "The Odd Future Sessions Part 1"을 유튜브에 올렸고, 그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발견한 것이었다. 슈퍼스타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BBNG를 언급하자 많은 이가 BBNG에게 호기심을 보였다. 곧 데뷔 앨범인 [BBNG]를 발표했다. 자신들의 자작곡을 비롯해 커버곡들을 담았다. 슬럼 빌리지(Slum Village), 나스, 올 더리 버스터드(Ol’ Dirty Bastard),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등 힙합 뮤지션들의 곡을 커버했다. 재즈와 힙합, 트립합, 전자음악을 오가는 사운드를 담아냈다.

이어서 발표한 2집 [BBNG2]도 비슷한 노선을 걸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Bastard"를 비롯해 얼 스웻셔츠, 구찌 메인(Gucci Mane),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등 스타들의 곡을 커버하고, 자신들의 곡을 담아냈다. 일렉트릭 기타와 색소폰을 곳곳에서 활용해 조금 더 깊은 사운드스케이프를 구현해내긴 했지만, 전반적인 지향점은 전작과 같았다. 사람들은 BBNG를 두고 ‘재즈 연주 힙합 그룹’이라 명명하기까지 이르렀다. 2014년에 발표한 3집 [III]에서는 커버곡을 담지 않았다. 멤버들의 자작곡을 중심으로 앨범을 꾸렸다. 이들의 지향점이 힙합을 향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졌기에 굳이 힙합곡을 빌릴 필요가 없었다. BBNG는 기존에 구축된 그룹 이미지를 바탕으로 온전히 자신의 것을 풀어냈다. 재즈 밴드였지만 동시에 힙합 사운드를 구현했던 이들은, 그렇게 랩 전설을 만나게 된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바로, 고스트페이스 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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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트리오, 랩 전설을 만나다

BBNG와 고스트페이스 킬라와의 합작이라 하면, BBNG의 연주 위에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랩이 올라간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BBNG가 단순히 연주를 지원하는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악기와 음성의 특성상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랩이 더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사운드는 양측이 균등하게 가져간다. 앨범의 첫 곡 "Mono"와 마지막 곡 "Experience"는 완벽한 연주곡이고, "Food"와 "Ray Gun", "Tone’s Rap"은 연주가 중심이 되는 곡이다. BBNG의 연주는 랩을 할 배경을 구축하는 도구가 아니다. 고스트페이스 킬라와 BBNG는 각자 자신의 영역을 나눠 가지고, 그걸 다시 연결하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간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BBNG의 [III]를 연상하면 될 듯하다. 자신들의 사운드와 그에 기초한 자작곡을 앞세워 힙합 쪽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 BADBADNOTGOOD & Ghostface Killah - Ray Gun (feat. DOOM)

다만, 전작들에서 BBNG가 재즈 사운드로 힙합에 접근하려는 자세 그 자체에 중점을 뒀다면 [Sour Soul]에서는 실제 악기를 통해 힙합의 비트 인스트루멘탈을 구현하려 했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연주 소리를 강조하기보다는, 과거 래퍼들이 샘플링을 통해 재생산했던 소리처럼 들리게 한다는 의미다. 샘플을 루핑하듯 프레이즈가 반복된다. 하지만 이들은 악기 연주자라는 이점을 살려 소리를 변화시키거나 쌓아가며 소리를 확장한다. 이에 더 많이 도입된 악기가 도움이 되었다. 피아노 트리오에 색소폰과 기타가 추가되었던 편성에 첼로, 바이올린, 트롬본, 바리톤/테너 색소폰, 튜바, 오르간, 비브라폰 등의 악기가 추가됐다. 현악기와 관악기가 추가되며 전반적인 소리의 두께와 넓이가 커진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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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를 맞이한 BBNG

같은 해에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에이드리언 영과 새 앨범 [Twelve Reasons To Die II]를 발표하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BBNG는 [Sour Soul]의 성공에 힘입어 전성기를 맞이했다. [III]와 [Sour Soul]에 참여했던 색소포니스트 르랜드 위티(Leland Whitty)를 정식 멤버로 영입해 쿼텟 편성으로 확장했다. 2015년, 떠오르는 알앤비 스타 칼리 우치스(Kali Uchis)의 곡 "Rush"에 참여한다. 이때 프로듀서로 함께했던 게 특급 스타로 떠오르고 있던 케이트라나다(Kaytranada)다. 이때의 인연으로 케이트라나다가 2016년 화제의 데뷔 앨범 [99.9%]를 발표했을 때도 수록곡 하나에 참여했다. 많은 주목을 받게 된 BBNG는 팝계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밴드로 거듭나게 되고, 믹 젠킨스(Mick Jenkins), 호지,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의 작품에도 참여한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조금 더 대중들의 가시권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다. 이 시대 최고의 랩스타이자 팝 아이콘이 된 래퍼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앨범 [DAMN.]에 참여한 것. 알다시피 이 앨범은 거의 모든 매체가 꼽은 2017년 최고의 앨범이며,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클래식이나 재즈가 아닌 장르 음악가로는 최초의 수상이었다. 2018년에 들어서는 영화 <블랙 팬서>의 사운드트랙에 이름을 올렸다. 앨범 프로듀싱을 맡은 켄드릭 라마와의 인연이 이어진 것. 칼리 우치스와는 다시 조우하여, 그녀의 데뷔 앨범 [Isolation]의 싱글 "After The Storm"에도 함께했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훵크 레전드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와 함께한 곡으로, 음악계에서 찬사를 받으며 칼리 우치스의 데뷔에 대한 기대치를 폭발시킨 곡이었다.

BBNG는 힙합/알앤비 계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저 힙합을 좋아해 힙합곡들을 재즈 스타일로 연주하는 트리오에 불과했던 이들은 이제 힙합과 알앤비 히트곡을 직접 만들고, 동경했던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다. 아, 어쩌면 이제는 BBNG를 비롯해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썬더캣(Thundercat) 등이 활약하는 현대 음악계에서 재즈와 흑인음악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다소 어리석은 구분일지도 모른다. 분명 BBNG는 그러한 새로운 시류를 이끄는 주역 중 하나라 할 만하다.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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