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의 인구분산과 대규모 공업도시라는 계획 아래 만들어졌지만 높은 유동 인구, 외국인 거주로 인한 치안에 대한 불안과 문화적 마찰이 가득한 도시, 안산. 그곳에서 나고 자란 차붐은 “갱스터 랩”의 어법을 한국적인 방식으로 잘 해석해내, 그의 정규 1집 에서 이런 불편한 도시의 이면을 과감히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전작과 <SOUR>사이의 차붐에게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중국으로 건너가 아이돌 기획사를 차리고 나름 성공적인 성과를 갖고 오기도 하였지만, 얼마 안 가 한중 관계가 사드 배치 때문에 악화되자 결국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SOUR>는 바로 이런 차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인트로 트랙인 “이빠이”부터 전작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작의 인트로인 “안산 느와르”만큼의 깊이는 없을지언정, 차붐 본인의 욕망과 성공의 바램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는 듯한 랩과 최신 힙합의 트렌드인 사운드를 어느정도 차용한 비트는 굉장히 인상깊다.
이어 나오는 “리빠똥“역시, 본인 특유의 쌈마이하고 양아치스러운 감성을 나타내는, 차붐의 대표곡 중 하나이다. 이렇게 차붐 특유의 분위기를 강하게 내뿜다가, “안산 블루스”에서는 좀 더 얕은 느낌의 퍼포먼스로 색다르게 본인의 매력을 보여준다. 이어서, “에쿠스”에서는 한국 힙합씬의 사장님들을 모아 한껏 본인의 성공을 과시하는, 그의 성공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한껏 본인의 욕망과 성공을 보여주는 곡들 뒤로, “소주가 달아”부터는 감정선이 갑자기 가라앉기 시작한다. 친한 친구의 죽음을 소재로 한 ”소주가 달아“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꾼 꿈과, 드디어 맛본 성공 뒤 친구의 허무한 죽음을 굉장히 몰입감 있게 묘사한다. 역시 이 곡에서도 차붐 특유의 감성을 잘 녹여놨고, 죽음 앞에서 차붐이 느낀 감정을 그의 방식대로 표현한다.
이후 그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가는 트랙 “몇 밤 더 자고 가”역시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심는 파트 중 하나다. 차붐의 어린 시절과 유학 시절 본인의 힘들었던 모습과 그럴 때 차붐이 떠올렸던 엄마의 느낌을 담은 이 곡은, 그의 삶에서 엄마는 어떤 의미였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어렸을 적 집에 가면 따뜻한 밥을 해 주고, 유학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을 때마다 생각이 났던 엄마가, 본인의 성공 이후 돌아온 한국에서 투병 중인 모습을 보는 차붐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트랙이다.
이후엔 시점이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오며, 성공 이후의 씁쓸함을 말하는 “로열제리”, 그가 그토록 바래왔던 성공의 현실과 그럼에도 계속 성공을 쫓는 본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돈 명예 섹스”가 이어진다. 뒤이어 나오는 보너스 트랙들도 앨범에서 중요한 역할을 갖는데, 엿“은 사업에 실패한 본인과 사회에 대한 자조와 코믹컬한 요소로 가득 차 있고, ”장미“에서는 다시 한번 본인이 어떤 캐릭터인지 제대로 각인시켜준다.
이렇게 서사나 앨범 구조적으로만 봐도 손색이 없는 앨범이지만, 차붐 특유의 쫀득하면서 걸쭉한 랩 스타일이 프로듀서 마진초의 사운드와 더 할 나위 없이 잘 맞는다. ‘드카‘,‘갑지‘ 등 오직 차붐만 살릴 수 있는 듯한 단어들로 보여준 랩이나, 상술했듯 전작보다 다양하게 힙합의 변화한 사운드를 흡수한 프로덕션은 앨범을 듣는 재미를 한층 더해 준다.
40분 남짓의 EP라고 하지만, 정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작품인 . 전작에서는 차붐 본인의 캐릭터성을 확실이 잡았다면, 에서는 본인의 이야기를 그 캐릭터 안에서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다. 이 앨범으로 차붐은 그의 컨셉과 감성을 더욱 더 확실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으며, 딱 어울리는 옷을 입은 느낌의 프로덕션과 랩을 통해 그가 얼마나 유니크하고 실력있는 아티스트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앨범이다.
처음 써보는 리뷰 글이라 좀 어색한 부분이 많이 보일수도 있어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이벤트 열어주신 Fishmans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차붐의 맛 시리즈 앨범들이 진짜 하나같이 퀄리티가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도 그렇고 단짠도 그렇고요
제발 올해는 이 형님의 앨범을 만나볼수를 있기를... 상구 형님이랑 누가누가 늦게 내나 경쟁중이냐고
두 분 다 올해 안에는 낸다고 하시니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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