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글을 보다가 이번 릿 발매에서 뭔가 데자부라고 느꼈던 기분이 이거였구나 싶었습니다. 버벌진트가 고하드 냈을 때가 딱 지금이랑 비슷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그래서 한 번 체크해봤어요
1. 발매 전 행보
버벌진트는 [누명], 저스디스는 [2MH41K]라는 명반을 낸 이력이 있고, 이후 자신의 성취해낸 것에 비해 씬의 크레딧을 받지 못한 것에 깊은 실망과 회의를 느껴 은퇴 직전까지 마음을 먹게 됨
그 후 아예 회의감 자체를 내려놓고 대중 친화적인 행보를 걸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다수의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게 됨. 되려 힙합 팬들이 돈맛 보더니 변했다고 실망하는 반응이었고 두 래퍼 모두 그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고 그래서 만족한다고 응수
https://www.youtube.com/watch?v=ALt5beU8DMk
https://www.youtube.com/watch?v=2B7GHO7sws4
전부터 느낀 건데, 이 두 곡이 정말 정말 유사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함
2. 앨범 모드
[GO HARD]는 고이지 발매 후 다음 작품은 고하드가 될 거라 공표하고 4년 뒤 발매
[LIT]은 2020년 킬링벌스에서 작업 중이라 공표하고 5년 뒤 발매

둘 다 이번엔 낸다 진짜 낸다 하면서 자꾸 미뤄서 사람들의 기대와 불만이 하늘까지 찔렀음. 모두 뭔 앨범이 나오나 보자 하고 발매일 당일까지 벼르고 있었던 상황
3. 발매 1년 전
버벌진트는 발라드랩, 저스디스는 발라드를 하며 리스너들의 기대와 정반대의 극단까지 향하는 와중
버벌진트는 14년에 Rewind, 저스디스는 24년에 Diss-a-point를 갑자기 드랍하며 아직 잘하네,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거였네 라는 반전된 반응을 만들어 냄
그 후 공식적인 선공개곡은 각각 희귀종, VIVID 하나씩만 냈고 각종 라이브나 방송을 통해 고하드와 릿의 수록곡을 하나하나씩 계속 풀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음. '좋긴 한데 저거 저렇게 많이 풀어도 되나?'
4. 롤아웃
둘 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활용하며 발매 정보가 없는 앨범의 홍보에 사용. 버벌진트는 쇼미더머니 출연, 저스디스는 각종 유튜브 컨텐츠 출연
롤아웃 방식 자체는 크게 유사하지 않았고, 저스디스 쪽이 확실히 더 거대한 어그로를 끌었다고 생각함
5. 앨범 구성
둘 다 투 디스크 구성, [LIT]은 25년 11월 20일, [GO HARD]는 15년 11월 23일 첫 공개, 저스디스 35살, 버벌진트 당시 36살. 차이점은 릿은 걍 한방에 냈고 고하드는 11월에 전반부만 분할 발매 후 12월에 후반부를 마저 공개한 것
[GO HARD]의 부제인 양가치는 그 뜻부터가 '어떤 하나의 현상을 두고 두 가지의 상반된 해석'이고, 되감기 ↔ 빨리감기, 세입자 ↔ 건물주 등 그런 대조되는 곡들로 앨범을 구성
[LIT]의 의미는 Lost In Translation, (어떤 현상을) 번역하는 중 손실이 일어나는 것이고, 저스디스 본인이 투 디스크 간에 각각 대조되는 곡들로 구성될 것이라 밝힌 바가 있음
6. 앨범 직후 반응
그야말로 극단의 호불호.
비판 의견은 이러려고 이렇게 미뤄가며 홍보했나, 역시 기대만큼은 아니다, 앨범의 구성이 아쉽다, 다 좋은데 이 곡이 지뢰라 앨범 전체의 감상이 무너진다(세상이 완벽했다면, XXX 등), 전작이 너무 위대했는데 거기에 못 미친다 등등
옹호 의견은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티스트라서 낼 수 있는 앨범이다, 이 곡이 들어간 건 앨범 주제 상 딱 들어맞는 거다(세상이 완벽했다면, XXX 등...) 등등
또한 VJ, 젓딧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제다'라는 의견을 인터뷰에서 밝힌 바가 있고, VJ는 호불호가 제일 갈리던 세상이 완벽했다면에 대해 혐오감이 극에 달했을 때 쓴 가사, 아포가또에 대해 양가치에 가장 부합하는 곡이라고까지 언급했음. 저스디스도 추후 인터뷰가 있다면 분명 내 얘기, XXX 등에 대해 곡의 애정을 표하게 될 듯?
더 많았던 거 같은데 이 정도로도 상당히 유사한 흐름이라 생각하고..
고하드의 평가를 짚어보며 릿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고하드는 '역사가 재평가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잘 만든 앨범이라는 의견은 꾸준히 나왔으나 최대 수작 정도의 평가고
리드머에선 별점 3.5를 매겼고, AOTY엔 노미네이트 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2015년 12월이 15년, 16년 모두 후보에 들 기준이 되는데 15년엔 양화, 에넥도트가 있었고 16년엔 지쏘우, 작것신, 2MH41K 등이 있어서 아무래도 경쟁 상대가 되진 못하였죠
릿도 딱 이와 유사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하는 예상입니다. 다만 AOTY 쪽에선 올해의 앨범들이 엄청 쟁쟁했던 건 아니라 어느정도의 경쟁력은 있다고 보는데, 그래서 노미네이트까진 될 수 있을 거라 보지만 [K-FLIP]의 벽을 넘기는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럼 고하드 이후 버벌진트의 행보를 통해 저스디스의 행보를 예상해볼 수 있을까? 이게 힘들 거 같습니다.
버벌진트에게 고하드 발매 직후에 아주 큰 변수가 생겼거든요.

음주운전 적발 이후 VJ는 거진 3년 동안을 자신의 범죄에 대한 반성곡을 내는 데에만 시간을 쏟습니다. 고하드 발매 때까지만 해도 무명-누명 때와 유사한 자신감, 공격성이 좀 남아있었는데 음주운전 적발 이후로 그런 날카로움이 아예 싹 사라져버렸습니다. 40대가 되어가며 나이 영향도 있었을 테고요
저스디스는 VJ와 달리 아예 대놓고 릿에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만한 요소들을 더 직접적으로 집어넣긴 했어서 좀 더 단단하게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릿 발매 직전 "이제부턴 활동을 로우키하게 할 거다. 예술에만 시간과 돈을 쏟을 예정이다."라는 언급을 했는데 이게 고하드 이후 VJ의 행보가 또 이렇기도 합니다. 물론 VJ는 너무 힘이 빠졌단 게 문제지만..
저스디스는 다음 정규앨범부터 [변곡점], [K-XY]와 같이 씬과 사회의 흐름에 관계 없는 자신의 인생을 쓰게 될까요? 아님 새로운 다음 단계로 나아갈까요?
전 전자와 같은 앨범을 너무너무 좋아하지만, 저스디스에겐 후자를 바라고 있긴 합니다. 릿이 기대한 지점에 미치지 못한 걸 다음 단계에서 더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소의역)저스디스는 릿을 낸 다음 음주운전을 할 예정이다
재밌게 읽었어여 개추
잘읽었습니다
이렇게보니 확실히 비슷하네요 두 사람이 유사점도 많고
하도 사주 얘기를 해대니까 vj 사주도 함 보고 싶네 ㅋㅋ
다소의역)저스디스는 릿을 낸 다음 음주운전을 할 예정이다
이게존나웃기네
심지어 그때 le에서 특별 홈페이지까지 만들어줬었죠
수필 대회까지 했었고... 그때 1등했던 글이 '우리는 우리네 겨울을 부르지 못했다?' 이런 제목이었던 것도 기억 나네요
근데 고하드가 이정도로 평이 극도로 갈렸던 건 아닌거 같은데
제 기억으로는 그 태연 피처링이나 몇가지 과하게 팝같은 곡 빼면
전반적으로 매우 괜찮다 정도 아니었나요
그 몇곡이 워스트 취급 받았던 건 기억이 납니다만
롤아웃에서 릿이 고하드보다 과했던 만큼 그 반작용으로 릿이 호불호가 더 큰 상황이라 보고 있어요ㅋㅋ 고하드는 그 정도가 약했다 뿐 그 워스트 곡들에 대한 큰 반발+몇 년 뻐긴 결과물이 이거냐 하는 혹평도 꽤 있었구요
그때 당시에 제목 공개 때부터 대놓고 고이지 반대라
와 이번엔 개빡센거 내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증폭됐었죠
(고이지 완성도가 준수한거랑 별개로
당시에는 이 스윗 VJ(?)에 적응 못하는 리스너들이 많아서....)
이후에는 글에서 언급된 어그로도 좀 끌고 하면서 내니까
초반 반응은 이정도가 고 '하드'라고? 하는 반응이 많았음
물론 지금 들으면 고하드도 준수한 앨범임 명곡도 많고
고하드는 약간 고노말같은 느낌이라 까였던걸로 기억함 좀더 하드했어야했다 이런 피드백이 주인느낌
음... 근데 버벌진트는 은퇴얘기가 나왔던 누명 이후에 굿다영 고이지 10년동안의오독까지 내왔던 상황이라 저스디스랑은 좀많이 다르긴하죠
윗분들 말처럼 극단의 호불호라기보단 올해의앨범급은 나올줄 알았는데 그정도는 아니네 가 주류 반응이었던걸로 기억
저스디스는 이번 앨범으로 예민함을 되찾을거라고 말했으니 버벌진트처럼 부드러워지지는 않을듯 합니다
한번도 이렇게 생각 안해봤는데 이렇게 보니 ㄹㅇ 닮았네
고하드 vj는 랩 잘했는데 lit의 허승은 그닥
글 너무 잘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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