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현재까지 듣고 느낀 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섣불리 평가할 단계는 아닌거 같아서...
- 사운드나 랩 면에서는 완성도가 괜찮은 느낌이다. 저스디스 특유의 박자 박살내면서 빠르게 들어가는 플로우도 여전하고...
- 다만 앨범의 세계관이 확 와닿는가? 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많이 부족하다.
개인적으로는 사운드 면에서 기 - 승 - 전 - 결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기 - 승 - 승 - 승 만 하다 끝나버린 느낌...
- 저스디스 특유의 스릴러적 면모가 잘 드러나는 곡은 좋으나, 그래서 어느 면에서 청자가 몰입하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음.
계속해서 씬 내부 디스, 자기 이야기, 분노만 쏟아내는데 그 분노에 공감하기 위한 청각적, 가사적 빌드업이 부족하게 느껴짐.
- 프더비랑 비교 떡밥이 돌고 있는데, 프더비는 청각적 빌드업과 여러 나레이션, 스킷 등으로 그 분노에 온전히 몰입하게 만들었고
사운드 면에서의 기승전결도 훌륭하게 마무리지은 편이라고 생각함. 무엇보다 프더비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다르게 배치해서 공포감뿐 아니라 위기감, 불안감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유도하였지만 LIT이 그 정도의 감정을 유도하였나 하고 본다면 글쎄...?
- 개인적인 워스트 트랙은 유년. 유년시절의 불우한 기억을 추억과 버무리려는건 좋지만, 까놓고 말해서 가사만 놓고 보면 천용성의 <김일성이 죽던 해> 가 그 점을 더 확실하게 수행한 듯 하다. 심지어 그 앨범은 힙합도 아니고 포크 앨범인데도!
- 마지막 트랙은 칸예 7집 Saint Pablo 느낌 난다. 기승전결 다 끝내고 후일담으로 강렬하게 끝내는 듯한...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앨범이 구성 면에서 아쉬워서 그런지 그 감동의 정도는 덜하다.
TLOP는 직전 곡 FADE로 앨범 전체의 사운드 구성 면에서 기승전결을 한번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LIT은 사운드 구성 면에서 기승전결을 채 끝내지 않았다.
- 물론 이러한 앨범 구성이 제목 그대로 청자의 '번역 중 손실' 을 느끼게 하기 위함인지는 저스디스만이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번 들어간 서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느낌보다는 갈피를 못 잡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로만 작용한 것 같다.
- 딱 꽂히는 트랙도 존재한다. 특히 Wrap it up은 딱 저스디스에게 기대했던 느낌의 트랙이었음.
-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앨범 내에서 시도하려 한 것은 많으나 제목 그대로 명확한 비전을 잃어버린" 앨범인 듯 하다.
앨범에 몰입한 사람들은 좋아할 수 있지만 몰입을 유도하는 장치와 사운드의 기승전결이 약하다 보니 몰입이 안 되면 여러번 안 듣고 넘길 위험도 있음. 이 점에서 이 앨범은 여러모로 테이크원의 녹색이념과 배경과 구성 면에서 비슷한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며, 아마 두 앨범의 평가도 유사할 것 같다.




벌써 2회독이 가능한 시간이 됐네ㄷㄷ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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