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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에서 어른이 된 재달, <Time Attack>

자유낙하2025.07.02 15:08조회 수 451추천수 3댓글 0

꽤 오랜 기다림이 있었고, 돌아온 모습은 이전과 비슷한 듯 다르다. 리짓군즈를 떠났다고 알려진 재달이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한 유튜브 채널의 팀원으로 일하는 것을 본 적 있었기에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어로써 컴백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세상에 새로 내놓은 음악은 듣는 이들 못지 않게 재달 본인에게 큰 의미가 있는 듯 하다.

함께한 컴필에서는 완벽한 팀웍을 보여주나, 리짓의 래퍼 4인이 개인 작업물에서 보여준 음악적 색채는 아주 다르다.
그 중 재달의 음악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은 소년미다. 크루의 막내는 4명 중 가장 밝고 에너지 있는 음악을 선보여왔다. 


동시에 그는 흘러넘치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음악에 담아낸다.
과거 밴드 보컬로 활동했던 이력 때문인지 그의 음악엔 밴드 색채가 강하게 묻어 있다. 감성적인 한국 인디 록이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며, 재달의 소년미가 완성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투박한 질감 속 빛나는 순수함은 어린 청춘의 감정기복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런 특징들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먹먹한 사운드와 특유의 감성적인 톤은 계속된다.
그런데 첫 트랙부터 재달은 조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자신의 주변과 삶의 고충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할머니 엄마 다음 누구랑 누구랑 누가 날 키웠지
찌질한 나의 역사 부디 날 떠나 잘 살길 빌었지
지금 난 형이 됐어도 수많은 형에게 난 뱀x끼
부끄러운 마음 전할 길이 없지 솔직함이 나의 답이었지



이젠 없어 눈에 뵈는 게
야 2년 전에 버렸어 재달이란 이름도
재현님도 짤렸어 보기 좋게
야 나는 멸종 위기종 홀로 남았어
야 친구들은 실종 나를 버렸어
야 아니 전부 내 탓 나는 멀었어
야 계속되는 실점 다리 풀렸어
야야 내비둬 봐 내가 끝을 보겠어
불러봐라 나를 개새끼 배신자 욕심쟁이


일견 아련했던 회상은 쓰라린 아픔으로 이어진다.
잠시 씬에서 떠난 그는 음악인과 직장인의 경계에 서서 치열하게 현실과 싸우고 있었다. 계속 줄어드는 씬의 크기, 팀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 이제는 서른 중반을 바라보게 된 나이까지. 차가운 현실 앞에서 소년은 자연스레 어른이 되었다. 

오토바이 소리가 뒤섞인 우리 작품
아무도 못 말려 막내 발에는 화염
카니발이 좁아 우린 미니버스를 타요
영원할 것처럼 달렸지만 한 번씩
부서지는 꿈을 꿨어 방아쇠는 나였지


재달의 회상은 그의 유년기를 거쳐 2017년 상수역의 추억까지 되짚는다.
그저 행복했던 유년기의 기억과 달리 팀과의 추억은 그에게는 미련으로 남았다. 그리움을 넘어 미련이 된 그의 추억을 재달은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실패가 내 탄창 더는 떨어질 게 없지
Pistol Pistol 내 음악은 Pistol
고요함을 얻기 위해 고요함을 깨부숴


어디까지 갈 건지 너는 얼마나 벌 건지
나는 집에 가려 애썼지 소나기는 원래 매섭지

뭘 하려 했었지 이미 가진 것을 원했지
너를 위로하지 못했지 원래 내가 제일 못됐지


그럼에도 재달은 단단하게 일어난다.
기억과 추억은 과거의 것이지만, 곁에 있는 사랑은 언제나 그와 함께하기에 그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주먹 쥐고 싸워 얻은 상처를 아름다운 반지라고 말할 정도로 재달의 사랑은 깊고 크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소년은 어른이 된다. 
흘러가는 시간을 원망하기도 하고, 수많은 시간을 써야 얻어낸 것도 있다. 시간을 증오하기도 하고 집착하기도 했다.
압도적인 시간의 힘 앞에 무릎 꿇고 지쳐 버린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 시간 속에서 찾은 것들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기록을 남기는 것 보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기록을 단축해 나가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 
붙잡아 두고 싶은 것들을 담담히 쌓아가다 보면 새로운 것들이 더해진다. 때로는 그 새로운 것이 너무 눈부셔서, 빛바랜 추억마저 반짝일 수도 있다. 
 

스크린샷 2025-07-02 15.11.34.png
새로운 가족과 함께, 인생의 새로운 장 앞에서 소년은 이제 어른이 된다.

결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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