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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를 만난 적은 없어. 내가 악마가 됐을 뿐. 레드레인의 "파우스트" 리뷰

HDP2025.05.26 16:26조회 수 373추천수 2댓글 1

해당 리뷰글은 글쓴이의 감상과 추측이며 아티스트의 주관과는 무관함을 미리 밝힙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lFdGCREi27y_OOFiyDoWE5MQn3Ea-ShHQ

 파우스트

 

 

 

레드레인을 처음 안 건 작년 XX클럽에서의 공연 때문이었다. 라인업에 누가 있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갔었는데, 처음 거기서 그의 공연을 보고, 간간이 노래를 듣게 됐다. 자신의 친구가 얼마 전에 죽었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는 속으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그 심정은 당사자인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제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얼굴도 모르지만, 이제라도 친구 분께 명복을 빈다.

파우스트라는 앨범을 리뷰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레드레인이 피지컬 앨범을 판매하는 글을 올린 걸 우연히 봤기 때문이다. 인터뷰에서는 음악하던 초기의 독기가 빠진 후에 파우스트를 냈댔지만, 아직 그 특유의 악바리 근성이 은은하게(사실 꽤 많이)있단 걸 들어 본 리스너들은 알 거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으면 이 앨범을 더 재밌게 들을 수 있다던 본인 말과 무관하게 본인은 이 책을 잘 읽어 보진 않았다고 하지만. 줄거리를 검색해 보며 이 앨범을 들은 결과, 앨범 제목이 '파우스트' 로 지어 진 게 딱 알맞을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해당 앨범의 주제를 크게 나누자면 '가족을 향한 사랑', '가난에 대한 증오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헤이터들을 향한 일침' 으로 크게 볼 수 있다. 메인 주제는 가족들을 위해 가난을 극복하려 한 그의 노력과, 음악으로 성공해 가족들을 먹여 살리게 됐다는 결실이다. '푼돈으론 못 주잖아 가족에게 사랑', '나에게 Gang은 오직 가족뿐이야', '이제야 알았어 가장의 무게를 말야.' 같은 가사에서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을 여실히 볼 수 있다. 밑바닥에서 올라왔다는 bottom to the top의 서사에서는 항상 아티스트가 함께 해 온 갱단 내지 형제 같은 집단이 나오는데, 레드레인은 실제 가족들을 언급할 뿐 본인이 혼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말한다. 인터뷰에서도 'OO의 사단' 이 아닌 레드레인이라는 아티스트 홀로 알려졌단 그의 말에서 이 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1. 나도 너네같이 살았다면 이런 짓은 하지도 않았을 거야

만약 내가 돈이 많았다면

나는 했을까 이걸 딴따라

난 아직도 밑바닥 여길 벗어나야 해

난 지옥에서 다시 해 발악 내 목소리를 팔아

-만약 中-

레드레인은 친구의 작업실에 우연히 들렀다가 음악의 길을 걷게 됐다.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며 가족들을 먹여 살리던 그는 그의 힘든 삶을 기꺼이 음악으로 풀어 낼 자신이 있었다. 음악을 시작한 이유도 성공을 위해서다. "목소리를 팔아"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자원을 벌고자 했다. 자신이 돈이 많았다면 이런 딴따라(음악)짓은 하지 않았을 거라는 자학이 그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반증한다.

파우스트와 레드레인의 공통점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까지 팔려 했단 점이다. 파우스트는 지식과 경험을 원했고, 레드레인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성공을 원했다. 사람들은 성공한 레드레인을 향해 악마를 만나서 그렇다며 수군거린다(레드레인 만났다매 악마). 매 트랙에서 나오는 "머릿속엔 la la 라는 멜로디가 들린다." 는 말을 보면 그 소리가 악마의 속삭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3번 트랙 "다 알아" 를 보자. 자신이 얼마나 진심이며, 긴 시간을 참았는가는 알 사람들이 다 안단 말. 그러니 레드레인이 악마라는 부정한 수단이 아니라 본인의 노력만으로 현재의 성공을 이뤄냈다는 증명이다. 머릿속에서 들리는 ‘lala’는 악마의 속삭임일까, 음악의 운명일까. 레드레인에겐 둘 다였다. 막노동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 돈을 벌다가, 음악으로 자신의 얘기를 하면서 성공한 그는 그저 '내' 사람들을 위해 행동할 뿐이라 말한다. 1번 트랙 "안녕" 에 나오는 가족들의 얘기는 본인이 성공한 이후의 나아진 형편을 말한다.

2. 돈으로도 할 수 없는 게 있단다. 부자 새끼들아.

 

안녕 이 말이 너무 하고싶었거든

부자 새끼들에게 yeah

이미 그때 나에게 넌 졌어 니 가사에서 거짓들을 쓴 순간

-안녕 中-

명품 없이도 내 얘기를 뱉어

부자들은 나가

-만약 中-

넌 못 하는 걸 난 매일 했고

내 이를 갈며 대기

덕에 잠을 못 자

아직도 나를 괴롭히네 기억이

-다른 사람 中-

성공한 레드레인은 그토록 경멸하고, 시기하던 부자들에게 안녕, 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나는 이제 너희와 동등할 정도로 성공했어." 란 의미의 Hi일수도, "너네 따위는 이제 아무렇지 않으니 꺼져." 의 Bye 일수도 있다. 음악 씬에 발을 들인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인데도 성공을 이룬 레드레인에게 사람들은 한 번만 같이 작업을 하자며 애원한다(내가 여자인 듯 애원해 다들 말해 한 번만). 연락이 없다가 성공한 이후로 연락하는 친구들도 있다(뭐해 란 말엔 답장을 안해). 막노동을 하던 시절 신던 안전화 대신 나이키를 신고, 여자에게 구애하는 것마냥 자신에게 애원하는 사람들에게 "성전환이 필요한 푸시들" 이라고 디스한다. 자신을 깔보던 사람도 이젠 자기 밑에서 벌벌 긴다. 무서울 게 없다.

그러나 왕관의 무게는 항상 무거운 법. 시기하는 사람들도 따라 붙는다. 앞서 말한 악마 루머나, 그냥 대놓고 미워하거나, 그의 앨범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도 있다. 레드레인은 자신은 원래 이런 음악을 뱉는다며 반박한다. 거짓 없이 본인이 겪은 실화를 절절하게 뱉었을 뿐이다. 힘든 일 하나 없이 지냈으면서 허구로 가사를 적은 부자들은 그를 절대 이길 수 없다(니 가사에 거짓을 쓴 순간 너는 졌어). 자신은 변한 게 없다는 말처럼 여전히 과거의 기억이 그를 괴롭힌다(아직도 나를 괴롭히네 기억이). 땀에 젖은 머리로 막노동을 하고, 제발 벗어나고 싶다고 빌고, 세 끼 먹는 것도 허덕이던 그는 이제 한 달을 20만원으로 버티는 삶을 벗어나 20만원을 하루에 다 쓰는 삶을 살지만 여전히 과거를 잊지 못한다. 잊을 수가 없다. 성공한 이후로 그는 보헴 한 갑을 한 자리에서 태웠고, 기침이 나왔지만 성공했다는 기쁨에 웃는다. 누군가에게는 5천원이 채 안되는 담배 한 갑이 소박한 행복이다. 부자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기쁨이다.

 

 

 

 

 

3. 그래도 결국 이겨낸 건 나야

내엄마를 봐봐

내 동생은 걱정하지 마

내가 너를 나처럼 크게 하기 싫어서

벌었단 말이야

매일 아침 다짐했던 난

이제 다른 날을 살아

아마 아름다운 나날들을 말이야

-안녕 中-

여전히 걘

부러워하더라 레드레인

그럼 해봐 방안에서 폐인처럼

멍청해 걘

그래서 못 해 나처럼

*

쟤네는 절대 못 이겨 날

해 기권

내 가사는 원조 맛집

넌 치잖아 미원

빼긴 왜 빼

난 싸우겠어 기꺼이

공평하게 말고

쓰더라도 야비한 비법

내 동생이 웃을 수 있다면

난 해 비겁

*

차피 난 혼자였으니

챙겨 난 나만의 안부와 행복

난 절실했기에 다 해본걸

후회는 없었고

이건 다 내 이야기야

-여전히 中-

이 앨범은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승자의 선언문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성공하길 원했던 그는, 결국 혼자 힘으로 음악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 엄마, 아빠, 동생. 가족을 챙길 수 있고, 혼자만의 시간도 가지게 됐다. 치열하게 살아온 삶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다. 마지막 트랙 "여전히" 의 마지막 가사에서 그는 "후회란 없"고, 이건 모두 본인의 이야기라고 강조하듯 적어 놓는다.

그를 시기하던 사람들은 아무 말 할 수 없다. 방구석에서 부러워하는 게 전부다. 미원 같은 조미료를 써야 간신히 맛을 내는 이들과 달리, 레드레인의 음악은 날것이다. 삶 그 자체다. 이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서사다. 그의 자산이자, 개성이자, 존재 자체다.

『파우스트』의 마지막에서, 죽음을 눈앞에 둔 파우스트는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라고 말한다. 그러나 레드레인은 멈추지 않았다. 죽지도 않았다. 악착같이 살아남아,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힙합 씬에서 살아가고 있다. 노력하면 가난 같은 건 이겨낼 수 있다고, 한국에서 뜨끈한 부모님 밥 먹고 자란 사람들이 뭐가 힘들다고 힙합 같은 걸 하냐고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레드레인은 그만의 음악으로 반박한다. 막노동과 음악으로 한푼 두푼 모은 돈. 부자 가짜들은 따라할 수 없는 진짜 삶. 결국 가족들을 가난에 허덕이게 하지 않은 결말. 앞으로도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멈추지 않을 그의 음악, 그것이야말로 파우스트도 인정할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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