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뮤직 - [파급효과] 9 / 10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이 한 사람에 의해 프로듀싱 된 경우는 없다. 유일한 반례가 바로 이 앨범이다.

일반적으로 컴필레이션 앨범은 구조가 굉장히 분명하다. 히트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타이틀곡을 필두로 멤버들 각자의 개성을 담긴 트랙들이 이어지면 된다. 일리네이의 [11:11]과 하이라이트 레코드의 [Hi-Life]은 이 방식을 충실히 따른 대표적인 앨범이다. 그러나 파급효과가 이 두 앨범과 비교되는 가장 큰 차별점은 탁월한 실험성과 완성도에서 나온다.

프로듀서 천재노창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칸예 웨스트의 컴필 앨범 [Cruel Summer]의 영향 아래에서 나온 비트들은 2010년대 팝의 색채를 띄고 있으며 그 안에서 고유한 독창성을 새로 피워낸다. 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편곡인데, 이 앨범에서의 편곡 실력은 가히 신들렸다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래퍼들의 벌스를 각인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천재노창의 앨범에 올라온 ’더‘ 초기 버전을 들어보면, 앨범의 비트들이 계속해서 수정을 거듭해져왔음을 알 수 있다. 멤버들을 존중하면서 어떻게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것인지 고심한 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깔아놓은 비트 위에 랩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반대로 랩 위에 비트가 올라갔기 때문에, 적재적소로 배치된 악기들에 의해 참여진들의 개성이 유지되는 상태로 최선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파급효과는 천재노창으로부터 시작됐다. 

프로듀서 천재노창이 차원이 다른 수준의 훅메이킹을 보여주며 거의 모든 트랙을 끌고가듯이 책임졌으나 다른 참여진들의 능력 또한 부정하기 힘들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스윙스인데, ’Just‘ 에서의 야성적인 래핑은 대단히 인상적이며, ‘Still Not Over 2’ 에서는 박자를 갖고 놓는 감각적인 플로우는 앨범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환기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씨잼의 공격적이면서도 자신감 있는 가사 또한 즐거운 볼거리이며, 바스코 역시 베테랑다운 면모로 자신의 역할을 착실히 수행한다. 기리보이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선 다소 아쉬운 면모를 보이나 Rain Showers Remix 같은 트랙에선 자신을 확실히 각인시킨다.

마지막 트랙 ‘Hongkiyoung #2’에서 앨범은 극에 달한다. 자유로운 키 변경과 전개를 예상할수 없는 코드진행으로 창작이란 개념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음악의 정수를 보여준다 . 클래식, 붐뱁, 트랩, 전자음악, 알앤비 등 모든 장르를 포함한 [파급효과]는 반드시 위대한 앨범으로 남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