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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한테 음악적 기대를 접는 날이 왔네요

anmond5시간 전조회 수 288추천수 2댓글 0

스윙스의 리더를 하고 싶은 개인 성향을 떠나, 회사가 대규모로 전환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운영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봐요. 14년 전에 인디펜던트 시절 때나 하던 앨범전곡 기습 무료공개(프로듀서들이랑 상의도 안 하고), 정규 사이즈 앨범 믹스테잎으로 무료공개(펀치라인킹 3), 믹싱 안 한 쌩날트랙들 공개 같은 습관들은 대표가 됐을 때 다 버렸어야 했고요.

 

믹스테잎으로 갑자기 등장해서 독고다이로 씬에 새바람 불어넣고, 매일 랩실력 수준 비판하면서 디스하고 사고치던 펀치라인프린스 시절에나 멋있었던 행동들이었죠. 그리고 그런 게 한국힙합에 거름이 돼서 한국힙합의 태도나 정서가 바뀐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요. 작사 스타일, 리듬타는 법, 래퍼로서의 태도, 랩머니에 대한 개념 등 스윙스가 완전히 바꿔놨고 그런 업적들은 무시당하면 안 되는 역사 맞아요. 그 역사는 당연히 기록에 남아있고 모두가 인정하지만 그것도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 되었죠.

 

주변 말 제대로 안 듣고 AP콘서트 티켓값 OK했다가 예매율 보고 무료로 전환하는 건 쿨하고 대인배 같은 게 아니라 회사운영에 구멍이 엄청 많다는 게 드러난 거거든요. 아티스트를 노출할 때 최소한의 기획력과 마케팅이 있는지 의심스럽고, 최적은 아니더라도 중간은 가는 노출 타이밍도 모르는 것 같은 운영과 행보를 보면서 누가 규모만 커진 힙합레이블이라는 이유로 기계처럼 감탄만 하고 감사해 할까요?

 

무명인 신인 아티스트들이 이목을 집중시키는 음악과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였다고 생각하지만 진짜로 무슨 길면 1년 정도 머물다 나가는 고시원 같은 게 아니었다면 최소한의 관리와 기획은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그걸 시도했는데 아티스트들이 거부해서 포기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밖에서 봤을 때는 그런 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거나 효과적이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아티스트들이 스스로 설득력 있고 찾아 들을 정도의 매력을 발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힙합플레이야 시절에 그 모든 걸 스스로 이뤄내고 클릭을 유도해서 매료시킨 스윙스였으니 신인들이 그 정도 능력과 포부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을 거라 기대했을 수도 있죠. 당시엔 버벌진트, 이센스, 쌈디, 산이 등 모두가 그렇게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때는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고 기존 작법과 패러다임에 반기를 들면 반응이 오던 2000~2010년대였고, 지금은 모든 게 평준화가 되고 안정적인 지루한 2024년이기도 하죠. AP 정도의 규모로 그 많은 아티스트를 영입했다면 방목형으로 갔으면 안 됐다고 봐요. 사운드 잘 만지고 랩 유려하게 뱉고 멜로디 시크하게 만들지만 유니크합니까? 획기적이고 알아서 소문날 정도인가요? 존재감 1도 없죠.

 

저는 스윙스가 한국힙합을 시작으로 한국의 예술계에 가져온 신선한 에너지를 좋아했기 때문에 남다른 애정이 있어요. 그의 말대로 Raw한 표현이 담긴 랩 창작물이란 게 한국에 필요한 정서라고 생각했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약하고 추악한 면들과 동시에 포기하지 않는 도전과 패기 같은 메시지들이 반가웠거든요. 한국의 음악예술계에서는 접하기 힘든 걸 갖고 왔기 때문에 특히 한국힙합에 부스터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팬인 저조차 안타깝게도 현재의 스윙스에게는 음악적인 기대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업그레이드5에서 발성, 리듬감이 여전하다는 것 말고 어떤 신선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도 않았고 음악적인 새로운 시도도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래퍼로서 나름의 성공을 한 이후의 과시와 GOAT 호소가 주를 이뤘는데 제가 기억하는 스윙스는 같은 주제도 참신하게 풀어가는 감각적인 작사가였거든요. 그런데 성공에 대한 어떤 신선한 비유나 한방도 없었고 인정에 목마른 것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힙합을 듣는 마니아들과 과거에는 힙합을 음악으로도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스윙스는 하나의 상징으로 기억돼있거든요. 받을 인정은 충분히 받았고 바꿔놓은 것 많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요. 추가적인 인정과 존경은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알아서 이뤄질 일들이에요. 그런데 스윙스는 그 점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든 크든 승리가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진 적도 있고, 앞으로 더 질 일도 많을 거고, 본인보다 더 뛰어난 아티스트들도 있을 수 있는 건데 그냥 스윙스가 제일 유니크하게 할 수 있는 예술에만 집중하면 좋지 않을까요?

 

좀 극단적인 얘기지만 힙합플레이야랑 디씨트라이브 앞에 앉아서 머리 터지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곡 쓰고, 열악한 공연장에서도 땜삥 빵빵하게 뱉으면서 셀프 브랜딩해야만 아티스트 조건을 갖추는 건 아니거든요. 유명세, 지원, 환경 잘 이용해서 브랜딩하고 창작활동하는 게 요즘의 힙합이고 알앤비인 거예요. 라이밍, 멜로디 다 쉽게 배우고 기본기 익힐 수 있으니 멋대로 느슨하게도 하고 맘대로 바꾸면서 혼종음악 하는 거고요.

 

AP에 대해 JM 시절 같은 바이브는 느낄 필요도 없고 기대할 이유도 없어요. 사실 한국힙합에 신선함을 느끼지 못한 게 꽤 길어서 재미가 없기도 하고요. 스윙스가 어느 때보다 뮤지션으로서 어떤 방향을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데, 조금 마음 편하게, 동시에 우직하게 스윙스만 할 수 있는 음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기대 접었지만 좋은 랩과 음악 나오면 또 듣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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