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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씨(YOUNG POSSE) - XXL EP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2024.09.13 20:49조회 수 735추천수 4댓글 2

(본 리뷰는 블랙뮤직 매거진 HOM #12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https://hiphople.com/kboard/2817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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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파씨(YOUNG POSSE) - XXL EP


오늘날 케이팝과 한국 힙합의 가깝고도 먼 간극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태초에 둘은 한 몸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할만큼 깊이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역사에 기록된 현진영, 듀스 그리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케이팝 장르 태동의 순간에 남긴 폭발적인 임팩트는 감히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케이팝 히트곡들에 블랙 뮤직의 요소들이 차용된 숫자 역시 감히 헤아릴 수 없다. 그 외에도 다수의 트랙에 별도로 마련된 랩 파트와 물론 이를 도맡는 포지션의 멤버들은 그 부재는 되레 이질적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럼에도 유독 케이팝과 힙합 팬층의 양상은 괴리가 느껴질만큼 이질적이다. 대표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동안 케이팝에 있어 힙합은 전적으로 도구로 사용될 뿐, 팀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하면서까지 음악에 깊이 침범하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블랙핑크(BLACKPINK)와 빅뱅(BIGBANG) 등 장르의 요소를 차용한 거침없는 시도는 많았지만 이 면면을 해체해보면 크로스오버 영역의 경계선까지만 도달할 뿐, 다수는 댄스-팝 성향의 음악을 추구하는 것이 결과적이었다. 때문에 어떠한 케이팝 아티스트들도 함부로 힙합 그룹으로 칭하기에는 그 색채가 다소 옅은 수준이었다.


‘왜 케이팝 힙합 그룹은 탄생하지 않는 걸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긴 시간이 지난 2023년이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두 장르 모두에 발을 걸친, 장르 팬들의 갈증을 채우는 그룹 영파씨(YOUNG POSSE)가 등장하고야 말았다.


‘국힙 딸내미’ 타이틀을 차지한 영파씨의 탄생은 초유의 관심사였다. 앨범 전곡을 힙합 트랙으로 채운 데뷔 앨범 <MACARONI CHEESE EP>로 케이팝 걸그룹의 정체성을 안고서 호기롭게 힙합씬에 발을 들인 첫 등장. 후드를 뒤집어쓰고 바라클라바를 착용하며 버벌진트, NSW YOON, Token이라는 대환장 라인업의 걸출한 래퍼들을 기용한 드릴 장르의 리믹스 싱글 “YOUNG POSSE UP”의 발매. 그리고 5개월 만에 컴백하며 발표한 본작은 영파씨의 가파른 상승세에 걸맞게 과감한 발돋움으로 도약한 두 번째 EP <XXL EP>이다.


ROOKIE OF THE YEAR?


그간 힙합을 표방하다 뚜렷한 흥행 성적 없이 사장된 수많은 케이팝 그룹들의 선례를 돌아볼 때 보다 더욱 도전적으로 힙합 그룹의 아이덴티티를 겨낭한 영파씨의 선택은 이례적이다. 앨범과 타이틀 트랙의 제목 및 커버 아트는 틀림없이 힙합 매거진 XXL과 XXL Freshman Class의 화보 표지를 연상케 하며, 앨범의 트랙들도 어김없이 힙합 장르로 꽉꽉 채우며 영파씨에게서만 기대할 수 있는 매력을 가감 없이 톡톡히 선보인다. <MACARONI CHEESE EP>는 다소 작은 볼륨이 흠이었고, “YOUNG POSSE UP”은 다소 얄팍한 술수로 보일 수 있는 피처링만이 감상 포인트였다고 한다면, 본 앨범 <XXL EP>는 한 발짝 더 나아간 영파씨의 퍼포먼스를 펼쳐낸다.


케이팝 장르의 앨범답게 지향하는 방향성은 여전히 다채롭다. 레이지 장르의 트랙 “Scars”, 아프로비츠 장르의 트랙 “DND”, 칩멍크 소울 스타일의 “나의 이름은”, 드럼앤베이스 트랙 “Skyline”으로 시대상을 뛰어넘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제시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을 오마주한 타이틀 트랙 “XXL”에서는 그룹이 가진 포텐셜을 극대화시킨다. ‘남들이 하는 거 따라할 거라면 뭐하러 예술을 하냐고’. 포부에 걸맞는 가사들은 앨범의 주제를 관통하며 영파씨의 외침에 힘을 싣는다.


전작들과 비교할 때 특히나 반짝이는 점은 일취월장한 영파씨의 진정성이 녹아든 호소력의 확장이다. 다양한 트랙에서 영파씨에게 힙합이란 기믹이 아닌 곧 정체성임을 당당히 공표한다. 이는 멤버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트랙 “Scars”와 “나의 이름은(ROTY)”에서 남달리 빛을 발한다. ‘Dream 밤 사이 나와 Snacks 먹던 나를 바꿔 놔’, ‘나는 대체 커서 뭐가 될까? 라는 Quiz에 07년생이 쏜 007빵 명중!’, ‘안 토끼지 난 다 쥐지 she got game’ 등의 가사엔 귀여운 서투름이 녹아있다.


다소 미숙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가사들이지만, 언니와 오빠들을 무작정 본뜨지 않고 어린 나이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제로 던지며 영파씨의 성장 스토리에 청자들이 깊이 몰입하게끔 한다. ‘랩 배운 지 딱 두 달 가사 쓰기 참 어렵구나’에서 ‘12마디는 너무 짧아 I'm already cookin'’에 이르기까지. 고등학생 언저리 나이대의 멤버들이 거짓 없는 설득력으로 만들어낸 몰입감이 돋보인다.


- 아기신인 영파씨가 거대하게 커져서 돌아왔다;; 흠냐흠냐

하지만 아.직.모.자.라 -


<XXL EP>를 더욱 심도 있게 들여다보면 힙합의 농도를 더욱 짙어지는 오마주와 레퍼런스들이 범벅이다. 앨범 컨셉, 가사, 안무와 패션에 이어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컨텐츠까지 오마주 대잔치에 가깝다고 평해도 무방하다. ‘점입가경의 멋’이란 단어가 제격이다. “Miss the Rage” 속 Trippie Redd의 춤을 따라한 “Scars”의 안무 파트, Kris Kross를 레퍼런스하며 앞뒤를 뒤집어 입은 무대 의상, 실제 XXL 매거진의 구성과 유사하게 제작한 앨범 피지컬, 존경심을 담기 위해 오마주의 대상이 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 “난 알아요”를 패러디한 영상을 제작하기까지에 이른다.


눈여겨볼 점은 이 오마주들의 대다수가 단순히 가사 혹은 멜로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주로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리스너들을 끌어당기는 퍼포먼스와 컨텐츠들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렇게까지 힙합에 진심이라고? 단순히 랩하는 아이돌이 아닌 엄연한 힙합 그룹임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훌륭한 음반 완성에 몰두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케이팝 그룹으로서 양질의 퍼포먼스를 챙기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케이팝 리스너들이 밀도 높은 힙합 트랙들에 반하고 빠져드는 것처럼, 힙합 리스너들도 케이팝 아티스트들의 매력 넘치는 컨텐츠들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순간이 되겠다.


성공적인 데뷔 이후 영파씨의 음악은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그룹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며 리스너들의 기대에 부흥하는 <XXL EP>는 질문에 너끈히 부합하는 청사진이다. 콘크리트 대신 초콜릿 메이플 시럽을 붓고 철근 대신 웨하스로 기둥을 세워낸, ‘Baby Wu-Tang Clan’을 자처한 포부에 걸맞는 깜찍하고 귀여운 과자집과 같은 앨범이 탄생했다. 발매 후에도 끊임없이 딩고 프리스타일, 버저비터 페스티벌, 슬라피 프리스타일 등 다양한 힙합 컨텐츠와 행사에 출연하며 리스너들에게 톡톡히 눈도장을 찍는 중이다. 이미지를 굳히는 활동에 힘입은 시너지 효과로 <XXL EP>는 더욱 번듯한 건축물의 자태로 완성되어간다. 새로운 작업물을 발표할수록 점점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이끌어내는 영파씨. 앞으로도 희망찬 청춘들의 해맑음을 선보일 수 있길 바라며, 이어질 다음 행보를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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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이에는 늦게나마 올리는 리뷰입니다. 엄연히 힙합을 하는 팀이지만 그래도 케이팝 리뷰는 너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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