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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 정규 5집-The Rage Theater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2024.07.29 22:22조회 수 1144추천수 3댓글 4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529834108

 

 

 

 

<The Rage Theater>는 아티스트로서의 데프콘의 커리어의 정점이자 끝자락에 위치한 작품이다. 애초에 자신의 예명의 모티프인 '데프콘'이라는 군사용어의 특성에 따라 정규 앨범을 딱 5장만 내겠다고 선언했던 데프콘인 만큼 정규 5집인 본작의 이러한 입지는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때마침 무한도전의 조정 특집에 데프콘이 출연하며 차츰 그의 이름이 일반 대중들에게 퍼지던 시기였고, 그랬던 만큼 그에게는 대중적인 방향으로의 노선 변경을 통해 이후 활동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디스코그래피 전반에 걸친 과격함과 솔직함을 꿋꿋이 밀고 나가려 했고, 그 결과 <The Rage Theater>는 일부 구간에서의 팝적인 순간부터 장르적 깊이, 사회적 함의까지 두루 갖춘 데프콘의 대표작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데프콘에게는 안정적인 셀프 프로듀싱, SNP 출신 다운 견고하고 조직력 있는 랩 디자인, 투박하고 거친 캐릭터 등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이중 제일 뛰어난 장점은 과격한 언어를 활용한 빼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극장'이라는 테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이 위에서 스릴러와 다큐멘터리, 심지어는 에로와 로맨스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펼쳐놓았다. 특히 <The Rage Theater>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요소가 있다면 전작들 이상으로 시사적인 부분이 짙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곳곳에 퍼진 흉악 범죄들을 '복음'이라는 모순적인 제목 하에서 모조리 폭로해버리는 "Eva-N-Gelion"은 이에 대한 제일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악성 댓글("중2병 (화가난 빵셔틀)"), 중독("Seoul City Deep Cover"), 아동학대("A Song For Sad Kids") 등의 어둡고 불편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이야기들이 데프콘의 렌즈를 거쳐 우리 앞에 여과 없이 다가온다. "씨바스꼬장", "Sorry Mama (어느 가장의 일기)" 등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영리하게 공감대를 쌓는가 하면, 힙합의 스테레오타입에 걸맞는 러프한 부분도 "First Classic"을 통해 충실히 반영된다. 이 클리셰를 살짝 비틀면 래퍼들의 허영을 작정하고 패러디하는 "Dr.Dre"도 등장하게 된다. 물론, <콘이 삼춘 다이어리>(2003)를 기점으로 조금 더 대중적인 방향도 모색하였던 데프콘인 만큼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Part.2", "리듬을 춰줘요", "2011 희망사항(청춘영화)" 등 아련하고 달달한 이야기들도 능숙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Sex Drive" 연작으로 대표되는 섹슈얼하고 노골적인 주제(소위 말하는 '떡랩')도 "2011 희망사항(청춘영화)"의 리믹스인 "2011 복카치오(에로영화)"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드러난다. 한때 한국 힙합 씬에서도 손꼽히는 이야기꾼이었던 데프콘의 매운 솜씨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데프콘은 거의 매번 셀프 프로듀싱만으로도 일정 이상의 음악적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지닌 아티스트였다. 당연히 <The Rage Theater>에서도 각 곡의 테마에 어울리는 스코어의 거의 대부분을 데프콘이 직접 세팅하였다. 기존의 주장기라 할 수 있는 하드한 붐뱁("First Classic", "Seoul City Deep Cover")은 그 육중함과 예리함이 예사롭지 않고, 특히 닥터 드레의 "What's the Difference"를 작정하고 패러디한 "Dr.Dre"는 그 아이러니함에 힘입어 앨범이 지닌 풍자의 미학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A Song For Sad Kids", "Sorry Mama (어느 가장의 일기)"에서의 재지한 접근이라거나, "씨바스꼬장"의 섬세한 소리샘에서는 프로듀서 데프콘이 지닌 또 다른 일면을 볼 수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면 작정하고 디스코를 지향하는 "리듬을 춰줘요", 힙합 소울의 향이 물씬한 "2011 희망사항(청춘영화)" 같은 의외의 넘버들도 등장하게 된다. 외부 프로듀서들의 도움도 상술된 방향성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중2병 (화가난 빵셔틀)"에 원썬이 선사해 준 하드한 프로덕션이 데프콘이 지닌 거친 면모와 이어진다면, 일렉트로니카 DJ 프랙탈의 도움으로 케이팝에 가까운 대중성을 갖추게 된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Part.2"는 그가 커리어 내내 종종 보여준 친근한 모습과 연결된다. 아티스트가 지닌 다양한 면모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부분에서 이 극장에 걸린 영화의 티켓값이 절대 아깝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각 필름의 카메오들, 조연들도 특기할 부분이 많다. 가리온, 주석, 사이드비 등 왕년의 마스터 플랜의 거성들이 한데 모인 "First Classic"은 돕사운즈와 SNP의 믹스 다운이라는 지점에서도 올드 팬들의 심장을 울리기 충분하며, 역시 마스터 플랜 출신인 넋업샨과 본킴을 대동하여 처절할 정도로 중독을 전시해 놓은 "Seoul City Deep Cover"의 충격도 강력하다. 유독 사회적인 토픽이 자주 등장했던 <The Rage Theater>인 만큼 UMC의 시니컬한 가사가 적절한 지점에서 등판하거나, SNP 시절의 동료인 타프카 부다가 주제에 맞춰 에로 영화의 교성들을 샘플링해 버리는 지점에서도 데프콘의 센스와 위트가 빛을 발한다. 쿤타같은 언더그라운드의 베테랑부터, 당시 아이돌로서 한창 인기를 구가하던 걸스데이의 민아에 이르는 보컬 게스트의 범위는 언더그라운드의 아티스트에서 서서히 대중의 시선을 확보하던 당시의 데프콘의 위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The Rage Theater>는 여러모로 데프콘이 하고팠던 모든 것이 담긴 앨범이다. 커리어 초기부터 그의 아이덴티티와도 같았던 공포감과 적나라함에 의식적인 요소가 성공적으로 녹아들며 앨범은 로컬라이징과 장르적 쾌감 양면에서 높은 정도의 완성도를 갖출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앨범 군데군데 등장하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 추억과 궁상맞음은 그 높은 수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대중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발매 시점에서도 이미 옛이야기가 되었던 마스터 플랜 시절의 동료들을 통한 팬 서비스는 또한 장르 팬들의 지지까지도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었던 묘수였다. 이후 데프콘은 예능인으로서 노선 변화에 성공했고, '형돈이와 대준이' 프로젝트도 흥행을 거두며 한층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그때 그 시절의 데프콘을 여전히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남아있는 것은, <The Rage Theater>를 비롯한 수많은 결과물에서 보여준 그의 솔직한 야성, 혹은 덜 다듬어진 솔직함이 우리에게 아직도 크게 남아있기 때문이리라. 더군다나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프로듀싱, 랩 설계 능력 등 확고한 하드웨어에 기반하고 있었으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Best Track: First Classic (Feat. 대팔, SIDE-B, 가리온, 주석, DJ Wreckx), Seoul City Deep Cover (Feat. 넋업샨, Born Kim, Tafkah Buddah), 2011 복카치오 (에로영화) (Feat. Macus.P, Tafkah Budd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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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7.29 22:36

    다른 곡은 다 들을 수 있는데 2011 복카치오만 못 듣겠는 앨범

  • 내픽 뎊콘 최고작

  • 7.30 01:06

    존나 개씹명반이죠

    데프콘 커하

    이런 앨범이 망했으니 음악 접었을만 함

  • 7.30 10:34

    퍼스트 클래식 가끔 생각나서 아직도 분기별로 듣는 듯ㄱ

    1세대 특유의 라인들과 데프콘 벌스가 너무 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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