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더 콰이엇한테 뽀뽀한다는 건 : 살아숨셔4 review(스압 주의)

Xyla14시간 전조회 수 2156추천수 21댓글 10

살아숨셔 4 / 염따 - genie

웃기지만 눈물 나는, 너무나도 개인적인 서사

염따의 네 번째 정규 앨범 ‘살아숨셔4’는, 2025년까지 그가 살아온 시간들을 정면으로 마주한 가장 솔직한 기록물이다.

 

이번 앨범은 여전히 유려한 탑라인과 치밀한 라임, 그리고 거침없는 감정 고백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 이상의 특별함은 염따가 오랜 시간 쌓아온 유쾌한 캐릭터와 내면의 진지함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독특한 시너지에 있다.

 

 - 갓생 첫번째 벌스 中

네를 판교에서 우린 턴업

여긴  데 없어 그냥 공원에서 풀업

가리& 라지 헬리뒤에서 야미

 주제는 당연히 나지)

자랑하지

잖아 나 나 보료400을 냈어 엄마야

런 것 쯤이 꽤 른이 된  같아

 

 

- 윽 두번째 벌스 中

 잘 지 요는 우린

은 에게 항상 미안하다 

세현아 지금  보 말이야

왜 그랬 그때의 

마미손 가사를 쓰면서 

너가  유명해 란 그 소를 했

윽 !

미안하다 둘 다에게 

때 내가 그었던

화가 났것도  

 위 것도 아니

난 또  

더콰이엇 옆 나도

(치밀한 라이밍이 돋보이는 벌스, 그 안에서 서사의 밀도 또한 놓치지 않는다.)

 

서른을 앞두고 꾀했던 인생의 전환점, 순수했던 시절을 함께한 동료 뮤지션에 대한 회한,
유명세와 함께 밀려온 열등감과 공허함, 그리고 수많은 구설수 속에 감춰져 있던 감정들까지—

 

염따는 이 모든 이야기를 쉽고 빠르게, 그러나 진심을 담아 풀어낸다.

 

그 안엔 언제나처럼 익숙한 유쾌함이 있지만, 그 유쾌함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뜻밖의 공감과 묵직한 울림이다.

 

 

뮤직 비디오 “더 콰이엇”과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

 

염따의 더콰이엇 뮤직비디오는 일본인 뮤직비디오 디렉터 @malloonx와 함께 작업한 작품으로,
아이폰 사진을 이어붙여 만든 실험적인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상은 단순히 귀여운 연출이나 실험적인 도전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앨범 전체의 서사를 관통하는 주제 의식을 담고 있으며, 염따가 이 곡에서 반복해 부르는 이름 “더콰이엇”은
단순한 인물 이상의 의미, 즉 염따가 동경했던 ‘랩스타 라이프’의 총체적 메타포로 기능한다.

 

뮤직비디오의 흐름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1. 소녀와 염따의 평범한 사랑
  2. 공원에서 함께하는 소소한 데이트.
  3. 특별하진 않지만 ‘진짜’ 같고 안정적인 관계.

 

  1. 2. 더콰이엇과의 만남, 그리고 영원을 꿈꾸는 염따
    • 해바라기 얼굴의 더콰이엇을 만나고,
      곧 그와의 관계에 몰입해 데이트, 그림, 회상까지 함께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 현실이 아닌 성공이라는 판타지에 빠져드는 과정이다.

 

  1. 3. 소녀의 질투, 갈등, 그리고 이별
    • 갑작스럽게 등장한 소녀는 해바라기(더콰이엇)를 향한 염따의 집착을 질투하며 이탈하고,
      결국 염따는 더콰이엇 해바라기만을 끌어안은 채 눈물로 남겨진다.

 

이 영상에서 해바라기 얼굴의 더콰이엇은 그 자체로 상징의 덩어리다.
그는 단지 한 명의 뮤지션이 아닌, 염따가 꿈꿔왔던 모든 랩스타적 삶, 성공, 인정의 압축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에 가까워질수록 염따가 품고 있던 ‘무언가’는 멀어진다.
뮤비 속 소녀는 그 떠나가는 대상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 함께 음악을 이야기했던 ‘쿤타’와 같은 순수한 동료일 수도 있고,
돈 없이도 행복했던 시절의 염따 자신일 수도 있다.

 

‘더콰이엇’과 같은 삶을 살게 된 지금의 염따는
그 꿈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정작 그로 인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그 슬픔을 그는 눈물이 아닌 우스꽝스러운 연출과 자조적인 뮤직비디오로 풀어낸다.

결국 이 영상은, 성공한 지금의 염따가 그 성공을 꿈꾸던 과거의 염따를 바라보며 느끼는 회고이자 후회,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유쾌한 대면이다.

 

특정 구절과 벌스에서는
“지금은 잘 나가지만, 그 순수함은 되돌릴 수 없다”는 괴리감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우리는 ‘염따’라는 래퍼의 가장 인간적인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 ‘마’의 가사 中
태양이 예뻐서 다가갔다가 

홀라당 태웠네

너무 짧다 환희

후회는 남는데

나는 원래 과학자가 되고 싶었어

시간이 가면 다 변하나 봐

 

 - ‘IE러니’의 가사 中

너무 변했어 난 언젠가서부터 난

화장실을 갈 때 불을 켜지 않아

거울에 비친 내가 보고 싶지가 않아

 

염따가 아닌 듯, 염따다운 방식

많은 래퍼들이 자신을 진지하게 드러낼 땐 묵직한 비트와 무거운 분위기의 프로덕션을 택했다.


예컨대 스카이 민혁의 해방, 공공구의 ㅠㅠ 같은 앨범들이 그렇다.

내러티브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음악적 톤을 낮추는 방식이다.

 

하지만 염따는 반대의 길을 택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해왔던 유쾌하고 직설적인 톤 위에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얹는다.


그 덕분에 이 앨범은 리스너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오면서도, 자연스레 그의 진심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갓생’, ‘더콰이엇’ 같은 트랙에서는 익숙한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서사적 진정성이 공존하며
이 앨범만의 독특한 감흥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공감하는 이유: 그의 이야기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염따는 우리에게 더없이 익숙한 인물이다.
유쾌한 캐릭터부터 시작해, 각종 구설수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까지—


그의 이야기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대중과 함께 축적되어 왔다.

 

이번 앨범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건,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이야기들 위에 처음 마주하는 감정의 결을 덧입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최엘비의 ‘독립 음악’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염따의 서사는 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 위에 반전적인 속마음과 감정을 얹었다는 데 있다.

 

그는 익숙한 인물의 낯선 진심을 드러냄으로써, 이야기에 훨씬 더 입체적인 공감과 흥미를 더한다.

 

결과적으로 이 앨범은, 리스너가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과 사건들이
어떻게 다시 배치되고, 감정으로 재해석되는지를 지켜보는 재미를 준다.


그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만들어낸 이 서사의 재조합은 이번 앨범에서 가장 영민하고, 동시에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 ㄷ.R.E.A.M 첫번째 벌스 中

뱃사공이 놀러 왔을 때도 난 몰래 꽉

귀중품이 담긴 가방을 잠궜지 난

 

 - 그때 우리는 첫번째 벌스 中

천호동 청소년센터에서 랩을 하던 때

누가 다가오더라고

야 야야 너 프리스타일 좀 하냐?

내 이름은 쿤타, 랩이나 좀 하자!

 

씬 전체를 돌아보다: 공감대를 잃은 힙합, 그리고 염따의 예외성

한국 힙합은 종종 공감의 결핍으로 인해 리스너와의 거리감을 만들어왔다.


흑인 커뮤니티의 현실을 중심으로 감정과 이슈를 공유해온 본토 힙합과 달리,
국내 힙합은 마약, 여성 편력, 머니 스웨깅 등 극소수의 특수한 경험에 기반한 콘텐츠로 붕 떠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염따의 앨범은 그런 흐름에서 예외적이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리스너조차 그의 음악에 감정적으로 동참하게 된다.


그의 서사는 삶의 외형이 아니라, 고독과 후회, 허세와 공허함 같은 감정의 본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 감정들은 우리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경험해본 것들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살아숨셔4’는 보편성을 획득한다.

 

결국 이 앨범은 "현지화"라는 오래된 화두에 대한 염따만의 방식으로 응답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더 이상 본토 힙합을 따라하는 래퍼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고백하는, 예술가로 돌아왔다.

 

프로덕션의 한계: 더 멀리 갈 수 있었던 이야기

하지만 앨범이 지닌 가장 분명한 약점은 비트 프로덕션이다.


염따가 총괄한 이번 앨범의 대부분 트랙은 단순한 샘플 루프에 기반해 있고,
감정의 깊이나 서사의 무게를 다 감당해주지 못한 채 머무른다.

 

특히 ‘순정2025’는 그 취약점을 가장 명확히 드러낸다.
코요태 원곡을 거의 그대로 따라간 이 트랙은, 단순한 리메이크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비슷한 시도를 했던 jerd의 ‘비처럼, 음악처럼’이 감정을 재조립하고 서사 흐름 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올해 씬을 뜨겁게 달군 K-flip 앨범의 총괄 비트 메이킹을 맡은 릴 모쉬핏의 창의적인 샘플링과 비교해보면, ‘살아숨셔4’는 탄탄한 서사적 포텐셜에 비해 아쉬운 프로덕션의 완성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결론: 웃기지만 눈물 나고, 그래서 진짜 살아있는 앨범

‘살아숨셔4’는 염따가 오랜 시간 쌓아온 유쾌한 기믹과
그 이면에 감춰졌던 내면의 감정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진솔한 앨범이다.

 

캐치한 워드플레이, 직설적인 표현, 그리고 리스너에게 익숙한 이야기와 인물들이 어우러지며 정서적 깊이와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앨범을 끝까지 듣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남는 아쉬움은 프로덕션의 밀도다.


완성도 높은 사운드가 함께했다면, 염따의 진심은 훨씬 더 깊게 울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염따가 염따의 방식으로 풀어낸 진심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

 

그의 삶은 분명 우리와는 다르지만,
그 안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들은 이상할 만큼 익숙하고 인간적이다.


그게 바로 이 앨범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유쾌하지만, 동시에 정말 살아 숨쉬는 이야기였다.

 

평점: 3.5 / 5


서사와 감정선은 돋보이지만, 전반적인 비트 메이킹의 완성도가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회자될, 염따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By. @sundayrecords_

신고
댓글 10
  • 1 11시간 전
  • Xyla글쓴이
    2시간 전
    @재밌는블럭

    댓글 감사합니다!

  • 1 8시간 전

    와 정성추..

    이런글에 댓글이 하나밖에 없네 ㅠㅠ

  • Xyla글쓴이
    2시간 전
    @카티야앨범내

    감사합니다! 한분이라도 재밌게 읽어 주셨다면 충분합니다 :)

  • 2 7시간 전

    흑인 커뮤니티의 현실을 중심으로 감정과 이슈를 공유해온 본토 힙합과 달리,

    국내 힙합은 마약, 여성 편력, 머니 스웨깅 등 극소수의 특수한 경험에 기반한 콘텐츠로 붕 떠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공감되는 말이네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옛날 앨범들에 귀를 기우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 Xyla글쓴이
    2시간 전
    @teksab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갈수록 리스너와 아티스트가 멀어지는 거 같아 아쉽습니다..

  • 뽀뽀 가사보니까 검치 존 프라이 생각 나더라고요

  • Xyla글쓴이
    2시간 전
    @획을긋고그걸부수랬어

    맞습니다. 우리 나라의 수준 높은 아티스트들은 때떄로 비슷한 결을 공유하는 거 같습니다 :)

  • 1 4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 Xyla글쓴이
    2시간 전
    @뭐먹고놀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일반 [공지] 회원 징계 (2025.05.09) & 이용규칙 (수정)10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5.09
인디펜던트 뮤지션 프로모션 패키지 5.0 안내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3.01.20
화제의 글 음악 결국 블랙넛은 앨범을 내야 함8 title: Quasimoto스니꺼즈 10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내가 좋아하던 래퍼는 여자래퍼가 죽여서 사라진듯 ㅇㅇ17 그래침착 12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더 콰이엇한테 뽀뽀한다는 건 : 살아숨셔4 review(스압 주의)10 Xyla 14시간 전
290327 일반 쿠반체인 사보신분?1 title: 오왼 오바도즈tmstrt 13시간 전
290326 음악 기리보이 형 사랑해 title: VULTURES 2우비입은우기 13시간 전
290325 음악 재달 앨범 진짜 기대되네1 title: Quasimoto파버카스텔콩테하나 14시간 전
리뷰 더 콰이엇한테 뽀뽀한다는 건 : 살아숨셔4 review(스압 주의)10 Xyla 14시간 전
290323 음악 그때우리는 들을수록 맛있다3 title: Kanye West (2)히팝뉴우비 15시간 전
290322 일반 염따 때문에 묻혀서 빡친다5 title: Kendrick Lamar (4)kendrick13 16시간 전
290321 음악 무명 누명 합쳐서 그 중에 최애곡2 title: Heartbreak바지 16시간 전
290320 일반 BewhY의 생일입니다! 🎁2 생일봇 18시간 전
290319 음악 Jmin trees 개좋네요3 IamA 21시간 전
290318 일반 19염따와 그시절이 그립긴하네요1 title: The Weeknd (Dawn FM)파하핳핳 21시간 전
290317 음악 Ie러니, heliot emil 같은 노래 더 있나요?2 title: Takeoffkennethlim 22시간 전
290316 음악 COCONA x moon (문) - UnderControl MV title: Kanye West (Vultures)그린그린그림 22시간 전
290315 음악 [하우스 오브 걸스] EP.4 | 힙합 컬래버레이션 폴블랑코 저스디스 릴보이 창모 애쉬아... title: Kanye West (Vultures)그린그린그림 22시간 전
290314 음악 소마 SOMA - HOME with 재달 Jaedal 🩵1 title: Kanye West (Vultures)그린그린그림 22시간 전
290313 음악 BIG 9ULPO - WH1T3 NOZ3 [Official Music Video] title: Kanye West (Vultures)그린그린그림 22시간 전
290312 음악 식구 (SIKKOO) 1st EP [간(間)] BEHIND l EP.4 음악방송편 (Music Shows) title: Kanye West (Vultures)그린그린그림 22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