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자의 유서
시간과 나, 세상이 어느 하나 이어져 있지 않다는 건 누구 탓도 할 수 없다.
나의 감정이 세상에 동요되지 아니 하고 시간과 세상도 대척점이 없으니 나의 시간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와닿지 못하고 가닿지 못한다.
시간에 예속되어 살아가는 것 만큼 공허한 것이 없음은 말미암아 세상에 예속되어 살아감에 부질없음을 느낀다.
시간은 흐르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매 순간이 과거의 끝이라는 기저에 매몰되어 영원회귀의 저주속에서 세상을 저주한다.
입 안에서 쇳내가 나 침을 뱉었더니 피가 섞였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여 저변에 깔린 이질감을 실체화하여 내뿜는다.
피비린내를 덮은 입 안 담배향의 농도는 이질감의 척도다.
따사로왔던 햇살은 이내 따가웠고 그늘에 몸을 피한 노인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은 자들은 사상의 독단에 굴복한 사람들이고 그들은 사상의 아름다운 유산이다.
나 또한 숨을 쉬는 것이 바로 사상의 유산임을 증명하지만 아름답지 못한 나는 존재를 부정함으로서 주어진 삶에서 도태를 자처하겠다.
나의 부모님, 친구, 옛사랑, 주변인들에겐 남은 삶에 심심한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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