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Skinny Chase의 특징을 몇개 꼽자면 아마 칙칙하고 건조한 톤, 무덤덤한 랩, 고전적인 루프 기반의 미니멀한 붐뱁 비트, 그리고 앨범에 전체적으로 묻어있는 동양적 컨셉 등이 있었습니다.선리기연은 이런 기존의 모습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작 J에게나 희극지왕보다 이런 특유의 칙칙함은 깊어졌죠. 어쩌면 앨범커버의 사막과 서유기에서 기반한 컨셉이 본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건조했던 비트들은 본작에선 고행과 자아성찰의 테마에 따라 아예 매말랐다 싶을 정도의 톤을 지녔고 Skinny Chase의 랩도 이에 질세라 굉장히 절제적입니다. 피쳐링인 딥플로우, 디젤, 화지도 건조하고 절제적인 랩으로 분위기 형성에 일조해 투박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합니다. "우마왕"과 "팔계" 등이 이렇게 만든 불편함의 대표적인 예시들이죠. 희극지왕, J에게 속 의도된 공허함의 최대치가 여기 전부 담겨져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을거고 전작들에서 각자가 느꼈을 장단점을 심화시킨게 본작입니다.
매마른 사막은 순례자들에게 주로 고행길로 묘사되나 그 무자비함 속에는 그만의 따뜻함과 매력이 감돕니다. 고요한 평화죠. 선리기연에 대한 제 감상도 이와 비슷합니다. 1집 희극지왕이 한강 둔치에서 바라보는 빌딩숲 야경이라면 3집은 선리기연은 방랑자가 여정하며 바라보는 사막입니다. 희극지왕이 아경, 즉 외부의 아름다움에서 내부의 고통으로 들어갔다면 선리기연은 끝 안 보이는 텁텁하고 반복되는 환경 속에서 고통받고 그 과정 속 고요함에서 묘한 평화와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감상은 독특함과 안정감을 낳죠. 고행의 험난함을 표현한 전반부, 특히 "오공"과 "팔계"는 투박함을 내세우며 불편함을 주고. 자아성찰을 끝낸 Skinny Chase를 담은 후반부는 이런 불편함을 유지하는 와중에도 따스합니다. 트랙 중 "자하"와 "종영자막"은 이런 느낌을 가장 애뜻하고 이상적으로 담아냈다 생각합니다.
선리기연은 모두를 위한 앨범도 아닐뿐더러 불호가 거셀 수도 있는 앨범입니다. 하지만 호인 사람들에게, 본작은 굉장히 특이하면서도 따스한 앨범일겁니다. 안 들어보신 분들에게 한번쯤 추천해 볼만한 앨범입니다.
스키니체이스 앨범들은 부클릿에 가사 번역본 보며 들으면 맛이 더 깊게 느껴져서 피지컬 언제나오나 기다리는중입니다 ㅎㅅㅎ
오 꼭 들어보겠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