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힙에 입문하게 된 것은 2014년 전후였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전 존나 얼라입니다. 저 때 초등생이었거든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꾸준히 국힙을 듣고 있으니, 사실상 전 10대를 국힙과 함께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그 만큼 노래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지독한 힙스터 홍대병과 무슨 노래를 들어도 빨리 질리는 저주 받은 귀 때문에 디깅도 미친듯이 했습니다.
정말 많이 들었던 때는, 심지어 현역 래퍼들과 유튜버들 보다 더 빨리 신예들을 찾아 듣기도 했고
'쇼미 래퍼는 듣지 않는다'라는 병신같은 신념 때문에 수상하리 만큼 폭 넓게 국힙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합니다.
'조명 받기 이전에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냈다' 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부심도 있었고,
비트만 듣고 프로듀서가 누군지 맞춰버리는 유치뽕짝한 업적도 달성했었고,
'나 만큼 언더그라운드 국힙 많이 듣는 놈이 있을까?' 라는 개병신찐따같은 생각도 해봤습니다.
주로 듣는 래퍼는 씨잼 김심야 빈지노 이센스였는데도 말이에요.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저는 '국힙 진짜 병적으로 좋아하는 애'로 굳혀졌습니다.
심지어는 입문한다고 추천을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때는 정말 기분 좋았어요. 뭔가 내 애정을 인정 받는 느낌..
그러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디깅에 쏟고, 열심히 신예를 찾아듣고, 앨범을 기다리고, 명반을 돌려듣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정말 국힙 좋아하거든요.
근데 뭔가 권태기 같은게 왔다고 해야할까요?
듣던 노래만 듣는게 인지된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라는걸 느꼈습니다.
쇼미 래퍼는 안 듣는다는 병신같은 신념도 버려봤는데, 크게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요.
신예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한 노래들을 내가 왜 시간을 써가며 들어야 하는거지?'
라는 비관적인 생각까지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맘때쯤에 고등학생이 됐고, 스포티파이를 끊었거든요.
이 때 폭 넓게 듣는 병 덕분에 다른 장르 노래들도 미친듯이 듣기 시작했습니다.
재즈, 락, 로파이, 어쿠스틱, 알앤비, 외힙, 인디+뭐시기, 등등
하나만 놓고 파도 들을게 산더미 처럼 많은 장르들을 이것저것 다 듣다보니, 국힙 루키들까지 찾아 들을 시간이 없어졌다고 해야할까요.
'저거 들을 시간에 이거 들으면 되는거잖아.'
같은.. 감정이 거세된, 지시자의 명령만을 수행하는 차가운 살인기계나 할 법한 생각을 제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다들 국힙에 권태기 같은거 오신 적 있으신가요?
저 보다 국힙 많이 들으신 분들도 분명히 있을테고,
다른 장르와도 함께 국힙을 즐기시는 분들도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힙을 질려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 고등학생때까지 음악을 일절 안 듣고 살다가 힙합을 입문했는데 전 요즘이 권태기인것 같네요.. 듣긴하지만 예전처럼 즐겁진 않습니다 예전에는 새앨범 나오면 기대하면서 듣곤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정규 EP 싱글 포함 앨범 4000개정도 들었으니 꽤 오래 즐긴것 같습니다
저도 요즘이 그런 듯 국힙보다 다른 장르가 요즘은 더 맛있고 손이 가요 그래서 올해 나온 앨범도 몇개 밖에 못들어봄 그런 의미에서 추천좀
개미, 슬로모, 앙팡테리블, mrfuck, tv guide, l&b 들어봄
업글 5
저는 2020년부터 4년째 권태기
한 2년 권태기였어서 디깅도 안했었는데
Ph1 이센스가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무지성 혐오 조롱당하는거 보고
존나 쌔게 긁혀서 열정이 되살아남
'저거 들을 시간에 이거 들으면 되는거잖아.'
같은.. 감정이 거세된, 지시자의 명령만을 수행하는 차가운 살인기계나 할 법한 생각을 제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ㅋㅋㅋㅋㅋ이 부분 너무 귀엽고 웃기네
님한테 무슨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때그때 듣고 싶은거 들어도 됩니다
저거 들을 시간에 이거 들으면 되잖아 가 왜 차가운지도 모르겠어요
누구나 자신의 시간이 제일 소중한 법인데 ㅋㅋ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지 마시고 쓸데없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을듯
애초에 국힙이든 뭐든 오래 들으려면 중간중간 딴짓도 하는게 더 낫습니다
강박적으로 하나만 파려고 하면 그게 더 힘들어요
저도 그러다가 예전엔 진짜 싫어했던 ggm 얘들 음악듣고 알 수 없는 야마가 탁 돌면서 힙합을 찾게 되더라구여 ㅋㅋ 그냥 편하게 좋아하시는 음악 듣다보면 다시 좋아질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잠깐 환기시키고 오세요
저랑 얼추 나이가 비슷하신거 같아요
저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어느새부터 저도 님처럼 듣던 노래만 계속해서 듣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럴때면 외힙으로 잠깐 넘어가서 앨범들을 한달 남짓하게 듣다가 다시 국힙을 들으면 뭔가 우리나라만의 느낌이 있다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을 받아서 ‘아 내가 이래서 좋아했구나’를 다시 느꼈습니다ㅋㅋㅋㅋ
저도 2012년부터 2020년까지였나, 힙합만 계속 들으며 외힙도 좀 건드리고 사클 돌아다니면서 아마추어 래퍼들 작업물도 듣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귀가 피로해져선.. ㅎㅎ 뭐 그러다가 요즘 다시 그리워져서 그간 못 들은 밀린 앨범 듣는데 좋더라구요.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라고 여기고 한동안 다른 음악 듣고 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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