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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 <개미> 리뷰

title: VULTURES 1loding2024.05.08 10:30조회 수 1575추천수 8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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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M - 개미

 

1. 금 (feat. 최엘비)

2. 입에 총 (feat. ZICO)

3. Bust down (feat. The Quiett)

4. 나이롱

5. 번데기 (feat. 카코포니)

6. 개미굴

7. Just do it

8. 망가진 것들 (feat. 지웅)

9. 개미 (feat. 최항석)

10. Slow horses

11. HANNAH2 (CD ON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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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엠의 3집이자 그의 삶 속에서 돈을 필두로 가지고 있는 체념적인 생각을 여과없이 뽐낸 <돈숨>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있어 성공을 안겨주고 돈을 안겨주었다. <돈숨> 다음으로 4집을 준비하는 느낌으로 선보인 프레디카소와의 합작 <Empire State Motel> 그러한 돈을 쓰러가는 내용을 담고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돈을 쓰러가는 내용은 스웩을 부리거나, 축배를 드는 등 비슷한 주제의 다른 래퍼들이 보이는 모습과는 달랐다. 오히려 어딘가 불안감이 엄습하는 느낌이다. 과연 그는 어째서 돈을 쓰는데에 불안감을 느낀 것일까? 424, 큐엠이 나즈카 레코즈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내는 정규 앨범 <개미>에서 이에 대한 내막을 어렴풋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먼저 <개미>에는 큐엠의 2<HANNAH>3<돈숨>의 메타포가 담겨져있다. 이 두 앨범을 안 들어봤어도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에는 무리가 없지만, 전작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메타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있고, 무엇보다 각 앨범마다 달라지는 큐엠의 처지를 알면 <개미>에 대한 감상이 더더욱 깊게 와닿을 수 있다. 그렇기에 되도록이면 <HANNAH> -> <돈숨> -> <개미> 순으로 들어보는걸 적극 추천한다.

 

본작은 <돈숨>의 인트로 제목인 ""을 비튼듯한 ""으로 시작한다. 큐엠은 이제 '독으로 색 변한 은'이 아닌 '자신을 말해 가진 금'을 두른다. 그런 그는 곡의 첫 벌스에서 자신의 성공을 비웃는 이들을 향한 조소를 보인다. 하지만 두 번째 벌스는 (전여친으로 추정되는) 누군가를 향해 호소를, 그리고 돈의 무의미를 깨닫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완전히 대비되는 가사와 태도는 앞으로 나올 <개미>의 흐름이 어떻게 흘려갈지를 제대로 예고해준다.

 

뒤이어 오는 "입에총"~"나이롱"에서 큐엠은 프레디카소의 비트 위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한다. "입에총"은 과거때부터 자신을 무시한 이들을 향한 분노를 쏟아내 ""에 첫번째 벌스를 이어가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공격의 대상은 이후로부터 어딘가 뒤틀려진다. "Bust Down"에서는 이전까지 보여준 돈을 가진 큐엠은 어디가고 돈을 갈망하는 화자가 나와 돈 많은 이들의 행태에 부러움이 담긴 멸시를 보였으며, "나이롱"에서는 큐엠 자신을 '딸 팔이 래퍼는 누리고 부리고 싶어 하녀'라 할 만큼 자신을 공격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변화는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개미>라는 키워드에서도 두드러진다. 개미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만만하게 보이는 곤충'인 한편, '군집 형태로 사회를 이루는 곤충'이기도 하다. 이 점이 인간/소시민의 삶과 시선이 유사하기 때문에 종종 인간을 개미에 비유하기도 한다. 큐엠은 이를 활용해 "입에총"에서는 개미를 전자의 입장으로 표현하며 (개미는 개미답게 바닥에 납작 엎드려), "나이롱"에서는 후자의 입장으로 표현하며 (네가 날 사랑할 거라는 믿음, 혼자는 못살아 개미는) 자신의 위치에 변화를 드러낸다.

 

보컬리스트 카코포니의 솔로곡인, 그리고 컨퀘스트가 프로듀싱을 맡기 시작한 "번데기"를 지나서 앨범의 흐름은 자기파괴에 중점이 두어진다. 그 시작인 개미굴부터 노골적으로 말이다. 그는 과거에 있었던 여러 부도덕한 일들과 관련된 자신의 치부들을 하나 둘 드러내면서, 듣는 이들로 하여금 극한의 길티 플레저를 조성해낸다. 마치 밑바닥에 개미들이 오가는 개미굴을 보듯이 말이다.

 

그 뒤로도 큐엠은 개미, 즉 사회에서 약자로서의 모습으로 자신을 옮겨 적는다. 여전히 그는 행복 대신 불만과 두려움을 안고 살며 (Just do it), 망가진 채 살아가는 커플의 한 축이 되며 (망가진 것들), 현실의 주변을 둘러보며 좌절감과 무기력함을 느낀다 (개미). 이 이야기들은 초반부에 중심 테마인 돈은 크게 의미 없어져버린, 오히려 죽음이란 테마에 가깝게 진행된다. 왜 돈에 사로잡힌 그가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는 마지막 트랙 “Slow horses”의 마지막 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섬에 갇힌 이유 돈인 줄 알았지만 비로소 죽어야만이 이길 수 있어 시간

 

<돈숨>에서 섬에 갇혔던 큐엠은 그 원인을 경제적 부족이었다 판단하고 돈에 대한 갈망을 여럿 얘기했다. 하지만 많은 돈이 생기고 경제적 여유를 가져보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오히려 그의 더러운 과거와 생각들, 그리고 암울한 주변의 현실이 그의 머릿속을 더욱 헤집고 괴롭힐 뿐이다. 어찌보면 죽음만이 자신을 옭아매는 섬을 탈출할 뗏목이라 여기는 것도 극단적으로 보일지언정 이상하진 않다. 그렇게 <개미>는 그가 풀어낸 여러 문제들 중 어느 것도 해결되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끝났다.

 

...........CD only 트랙인 “HANNAH2”가 포함되지 않은 본편에 한정해서 말이다.

 

불쾌감. 아마 <개미>를 돌려본 이들이 한 번 씩은 느낄 감정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프레디 카소와 컨퀘스트의 칙칙하고 어두운 프로듀싱 위로 큐엠은 직설적으로, 또 수위 높게 자신의 상황을 풀어놓았다. 특히 나이롱개미굴"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사운드, 그리고 수위 면에서 으뜸가는 가사에서 나오는 충격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도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그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거라 생각한다. 큐엠은 단순히 음악에서 불쾌감을 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여러 부정적인 생각들을 완성도 있는 사운드, 그리고 문학적으로 깊이 있는 가사들을 풀어내는데에 집중했다. 불쾌감이란 감정은, 그저 큐엠이 자신의 감정상태의 전달을 극대화하기 위해 차용한 무기에 불과한 것이다.

 

확실히 쉽게 다가가기엔 진입장벽인 높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색다른 감정 속에서도 큐엠의 음악만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는 이번에도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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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리뷰 이벤트 확인하자마자 새벽에 글 쓰기 시작해서 반절 쓰다가 중간고사+매거진 리뷰 준비 땜시 이제서야 남은 반절을 다 적었네요. 뭐 차피 퀄리티보다는 참가에 의의를 두는걸 목표로 앨범 흐름 위주로 가볍게 쓴거긴 하지만요.

 

https://www.instagram.com/p/C6OSwqNPYuT/

 

그리고 다들 잊으셨을지 모르겠는데 큐엠 리뷰 이벤트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5월 16일까지에요.  여러 이슈들에 대한 논쟁도 (건전하게 진행된다는 전제하에) 좋지만, 좋은 앨범에 대한 리뷰나 반응들도 더 많이 있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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