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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피에게 있어 첫 정규인 <gOld>(2014) 이후의 10년간은 그야말로 영욕의 세월이었다. 그의 단독 콘서트인 분신은 날이 갈수록 커져 한국 힙합의 대축제로 거듭났고, '벌스데이'라는 자신 본위의 공연 브랜드도 새로이 성공시켰다. 이를 위한 작업물의 발표도 꾸준했으며, 개중 유일한 앨범 단위의 결과물인 <점>(2016)은 그 진정성과 깊이로 그 빛이 형형했다. 여기에 여러 유튜브 컨텐츠를 통한, 면 요리와 유머를 즐기는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문화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에 기반한 진중한 스탠스까지, 어쩌면 한국 힙합에서 그만큼 인간적인 호감을 가져갔던 인물도 드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수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데에는 단 하루면 충분했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접촉사고라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치명적인 실수로 인하여 그는 하루아침에 한국 힙합의 수치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지가 실망으로 뒤바뀐 만큼, 그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재건해야 했다. 스스로를 나락에 처박은 상황에서조차도 음악에 대한 그 열정만은 사그라들지 못했기에, 허클베리피는 자조와 자아비판으로 점철된 <A Few Months Later>(2023)를 통해 그간의 심경과 입장을 어느 정도는 정리해 내는데 성공한다. 그럼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READMISSION>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는,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세울 수 있을까?
킵킵루츠의 주도 하에 허클베리피의 화려한 랩이 뛰어놀기 딱 좋은, 80년대 냄새 풀풀 나는 멍석이 깔렸다. 9트랙의 대부분에서 훵키한 브레이크 비트가 달려나가는 가운데, 곳곳에 국내외의 힙합 고전들에서 따온 샘플들과 록적인, 혹은 재지한 소리샘들이 교차하는 구성은 런 디엠씨와 퍼블릭 에너미, 에릭 비 & 라킴과 엘엘 쿨 제이의 그것들을 저절로 연상케 한다. 허클베리피의 영원한 파트너인 DJ 짱가를 위시한 디제이들의 신명나는 스크래치까지 더해지니 앨범이 재생되는 30분간 우리는 잠시 가본 적도 없던 과거에 머무르게 된다. 이렇게 흥에 겨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노라면 우탱 클랜 류의 그루비한 이스트 코스트 파시 컷 "Wolves: McKamey Manor"도 튀어나오게 된다. UGP와 타입비트가 각기 책임지는 앨범의 후미도 각각 N.W.A와 비스티 보이즈라는, 고전의 자장 안에 머무른다. 이리도 '작정하고 구식'인 프로덕션 아래서, 허클베리피는 자숙 기간 동안 억눌러왔던 랩에 대한 욕심을 유감없이 분출해낸다. 언제나처럼 정교한 다음절 라임과 익살스러운 톤을 토대로 하는 강렬하고 요란한 랩은 앨범 전체의 타이트한 분위기와 완벽하게 상호작용한다. 의외로 증명에 대한 강박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대신 특유의 유쾌함과 과거에 대한 애정어린 오마주가 랩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그 덕에 허클베리피의 퍼포먼스가 도리어 더 자연스럽고 날카로워졌다. 근래 보기 드문 고전적 프로덕션 위의 스킬풀한 랩이라는 구성은 그 자체로도 울림이 크지만, 그 수준이 월등하니 그 자체로도 이 탕아가 돌아올 이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허클베리피가 '분신'으로서 구축해 놓았던 한국 힙합과의 네트워크는 아직 건재했기에, 앨범의 게스트들은 그야말로 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아우른다. 이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트랙이 바로 "Showdown 2024"이다. 마스터 플랜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최고참인 사이드비와 2010년대를 주름잡았던 하이라이트 레코즈의 허클베리피와 팔로알토, 그리고 최근 하입되는 혼성 듀오인 99’ 네스티 키즈로 이어지는 랩 티키타카는 힙합에는 나이의 경계도 세대의 구분도 없다는 단적인 예시라 할 만 하다. 최근 각광받는 세 트래퍼가 올드스쿨한 비트 위에 한데 모여 Wack MC들을 꼬집어주고 충고해 주는 "마! (MA!)"는 20년대 버전의 "불효막심"(2014)이라 할 수 있고, 가사와 스킬에 집중하는 영건들인 서리(30) 크루와 나즈카 레코즈의 래퍼들을 끌어들인 "Wolves: McKamey Manor"의 충격도 상당하다. 이외에도 스카이민혁, 다민이, 허성현과 신스 등의 젊은 MC들이 옛날 느낌 짙은 비트 위에서 혈기를 뿜는 그림은 그 자체로도 열기가 뜨겁다. 물론 도끼 같은 베테랑이나, 바비같이 메인 스트림에 위치한 이들까지 목소리를 더해 줬기에 앨범이 품은 뜨거움이 보다 다채로워질 수 있었고, 특히 앨범의 도입부에 깜짝 등장한 리오 케이코아는 한국 힙합의 올드 팬이라면 더더욱 반갑게 느껴질 것이다. 9트랙 가량의 가벼운 볼륨에 이리도 많은 MC들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이들 모두의 퍼포먼스가 모두 일정 수준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허클베리피의 주도권이 오히려 당당하다는 점은 신기함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만큼 아티스트로서, MC로서 허클베리피가 지닌 역량, 그리고 그릇의 크기가 거대하다는 뜻이다.
생존 신고용 곡이었던 "CONTINUE?"(2023)에서 허클베리피가 뱉었던 "This Game needs me!"라는 라인을 기억한다. <A Few Months Later>의 전반을 지배하던 죄책감과 자조와는 사뭇 상충되는 듯한 라인이었기에, 이에 대한 왈가왈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READMISSION>이라는 결과물은 위의 라인의 의미를 '사건으로 인하여 나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지만 나의 열정과 재능만은 아직도 살아있다'로 완전히 뒤집어놓았다. 자신이 제일 잘하는, '옛날 비트 위의 옛날 랩'으로 우직하게 9트랙을 꽉 채워놓은 것은 물론, 거대한 범위의 협업의 와중에도 본인의 압도적인 피지컬로써 주도권을 확고히 잡는데 성공하였다. 가사 하나하나, 혹은 프로덕션에 고루 녹아있는 힙합과 고전에 대한 애정도 여전히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허클베리피의 모습 그대로였다. 어찌 됐건 간에, 이 탕자는 이렇게 여러 논란과 논쟁을 딛고 베테랑으로서 다시 돌아왔다. 이제 기단은 겨우 짜 맞췄으니, 다시 한번 그가 쌓아 올릴 공든 탑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Best Track: 마! (MA!) (feat. 가오가이, KOR KASH & Don Mills), Showdown 2024 (feat. Side-B, Paloalto & 99’ Nasty Kidz), The Notorious (feat. BOBBY & 다민이)
그 사건 이후 금주 하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상혁이형....그래도 다음번에는 꼭 대리 부르세요.......술을 줄이면 더 좋구요......
저 형 오래 보고 싶어요.........ㅠㅠㅠㅠ
상혁이형....그래도 다음번에는 꼭 대리 부르세요.......술을 줄이면 더 좋구요......
저 형 오래 보고 싶어요.........ㅠㅠㅠㅠ
그 사건 이후 금주 하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ㅠㅠ 다행입니다....
논란을 뒤집는 과거에서 끌어온 유쾌함이군요.. 저도 한 번 들어봐야겠습니다
진짜 기대되네요... 그런데... 누구라구요? 리오케이코아요??
샘플로 들어감요
본인이 직접 녹음에 참여한게 아니라 샘플링으로 딴데서 따온건가요...?
그냥 인트로 샤웃아웃으로 짧게 참여한 느낌인데...
아 그런가요? 너무 익숙한 라인이라 헷갈리네요
존@나게 신나는 붐뱁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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