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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정규 3집-Sir.Robert

title: Kendrick Lamar (4)Alonso20002024.04.06 23:49조회 수 2489추천수 3댓글 4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407920261

 

 

 

모두 알다시피, 쇼미더머니는 2010년대 초중반의 한국 힙합 붐의 중심이었다. 실제로 수많은 이들이 그 TV 경연을 통하여 빛을 보았고, 이들이 씬 정상의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내놓은 곡들은 음원 차트를 꿰차며 씬 전체의 흥행을 유도하였다. 그렇다면, 그 쇼미더머니 흥행의 1등 공신은 누구일까? 혹자는 시즌 4에서 온갖 논란과 화제의 중심이었던 송민호와 블랙넛을 떠올릴 것이고, 역대 시즌에서 제일 센세이셔널한 파급력을 지녔던 비와이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시작점에 서서 TV 쇼의 붐 업을 주도한 이는 바로 세 번째 시즌의 바비(BOBBY)였다. 이미 일전에 다른 서바이벌에 참여한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바비에게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온갖 시선이 쏟아졌고, 바비는 이에 야성적인 랩과 화끈한 무대 매너로 응답하였다. 그러자 그 모든 시선의 대부분은 지지로 탈바꿈했고, 그렇게 바비는 쇼미더머니의 챔피언이 되었다. 이후 그의 커리어는 과감함과 안전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다. 여러 벌스에서 다른 아이돌 래퍼들을 도발하며 그 수준을 끌어올리려 했던 것이 그의 과감함이었고, 야성이 거의 거세된 팝 앨범 하나, 그리고 야성은 풀렸으되 너무도 어설펐던 앨범 하나로 대표되는 그의 YG 시절 솔로 커리어가 그의 안전함이었다. 이후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팬덤의 분열, 그리고 레이블 이적 등 여러 풍파를 거치며 바비는 더욱 견고한 아티스트가 되어갔다. 새 레이블에서 내놓는 첫 정규인 <Sir.Robert>는 곡절을 여럿 거쳐간 끝에 단단해진 그의 첫 신호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비는 앨범에 관한 인터뷰에서 레이블을 옮기면서 생긴 예술적 자유, 본연의 자신, 그리고 자신이 빠진 여러 장르들에 중점을 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2집 때부터 바비와 협업해 온 프로듀서 콤비인 더 프루프(The Proof)가 앨범 전체의 프로덕션을 맡으며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을 제공하였다. 특히 전반부는 쇼미더머니 시절의 야성을 기대하던 이들의 수요를 상당 부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타이트하다. "새", "why stop now" 같은 올드 스쿨한 넘버부터 "무중력", "hercules!" 등 전자적인 경향이 지배하는 트랙까지 일관적인 맹렬함이 앨범을 지배한다. 바비 특유의 짐승 같은 움직임의 랩도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흘러가며 앨범 전반부의 짙은 충격에 일조한다. 후반부는 반대로 멜로딕하고 팝적인 분위기로 채워졌는데, '자신은 래퍼라기보다도 랩하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음악인이다.'라는 바비의 발언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타당한 선택이었다. 전반부에도 "why stop now", "무중력" 등의 트랙에서 시도되었던 록적인 접근이 후반부에 이르러 더욱 본격화되었고, 특히 "moon"에서 "너가 그거라 한다면"까지의 구간은 모던 록으로 읽힐 여지도 충분하다. "Drowing" 같은 복고풍의 디스코부터 "2030 머릿속", "help me out o kill me not" 같은 통통 튀는 팝 랩에 이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은 러프하고 반항적인 랩 락 "f"를 통해 갈무리된다.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의 사운드가 앨범에 편입되었음에도 앨범의 흐름은 꽤 자연스러운 편인데, 이는 상술했듯 더 프루프의 터치를 통해 앨범 전체에 록의 영향이 강하게 배어있는 데다, 나이를 먹고 경험치가 쌓이며 원숙해진 바비의 퍼포먼스가 앨범을 확실히 컨트롤하고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Sir.Robert>에서의 바비는 기존의 주전공이었던 랩은 물론이거니와, 보컬에서도 러프한 맛과 꽤나 깔끔한 멜로디 메이킹까지 아울러 선보이며 퍼포머로서 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사운드를 찾아서 이를 가감 없이 앨범에 담아내려 노력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앨범의 게스트 들은 바비의 퍼포먼스와 공존하며 사실상의 듀엣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는 '피처링 아티스트들이 예전에 뱉었던 벌스를 듣고 거기에 어울리는 비트를 만들고, 그분들을 피처링으로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는 바비의 의중이 충실히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어느덧 씬의 블루 칩이 다 된 허성현이 붐뱁에서도 예의 날카로운 보이스 톤을 새겨 넣는 모습이나, 저스디스가 드럼 앤 베이스 비트 위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한 가지 놀라운 게스트가 있다면 인터넷 방송인으로서도 활동하며 숱한 사건과 밈을 남겼던 정상수일 것 같다. 바비는 정상수가 지닌 투박한 감성에 주목했고, 여기에 쇼미더머니 3에서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 더해지며 "why stop now"는 앨범의 킬링 트랙으로 거듭났다. 재일 교포 래퍼인 찬미나를 통해 국제적인 협업 가능성을 실험해 보기도 하고, 후반부의 감정적 흐름을 위해 iHawk, 쏠 등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들을 기용하는 등 바비는 <Sir.Robert>에서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온갖 콜라보들을 실현하는데 성공하였다. 이것이 본인의 색 내지는 정체성과도 자연스럽게 연계된다는 부분에서도 또한 점수를 주고 싶다.

YG라는 대형 레이블은 바비에게 있어 양날의 검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튼실한 기반은 되어줄 수 있었겠지만, 본인의 활동에 있어서는 제약이 훨씬 컸다. 바비 본인도 '빗속에 비친 태양빛(Sunray in Rain)'이라 표현했을 정도로 YG에서의 탈출은 그의 창작력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계기가 되었다. <Sir.Robert>에는 막 풀려난 젊은 아티스트의 의욕으로 넘실거린다. 물론 투박함이 아직 곳곳에 남아있기도 하고, 동 세대의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하면 조금 늦게 출발선에 다시 다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아직 바비라는 아티스트가 뭔가를 스스로 이뤄낼 수 있다는 일종의 성공적인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대중성과도 좋은 지점에서 맞아떨어졌고, YG를 벗어나며 보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자유로이 실험할 수 있게 된 부분 역시 적극적으로, 또한 영리하게 활용되었다. 이 모든 요소가 자신의 진심 어린 취향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것은 바비에게 있어 <Sir.Robert>가 지니는 제일 중요한 의의라 할 수 있겠다. 여러 좌충우돌을 겪은 뒤에 비로소 우리 곁에 돌아온 이 '영원한 하룻개'에게 이 리뷰를 통해서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내고자 한다.

Best Track: why stop now (Feat. 정상수), 무중력 (Feat. CHANMINA), moon (Feat. iH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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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4.7 00:36

    좋은 평론 잘 읽었습니다.

    moon 진짜 좋았음

  • 4.7 01:15

    한 번 들어봐야겠네요

  • 4.7 01:22

    저 이 앨범 진짜 좋게 들었는데 과소평가 받는것같아서 아쉬웠었어요 ㅠㅠ

  • 4.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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