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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를 터벅터벅, 말립 & 워크맨쉽 - <Knlls>

title: Dropout Bear (2004)Writersglock2024.02.16 17:16조회 수 184댓글 0

https://drive.google.com/file/d/1aBoKbh2_uXAaNX9G544NrScTYiW1fty3/view?usp=drivesdk


해당 리뷰는 haus of matters issue 9에서 멋진 디자인과 함께 읽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더 많은 음악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으니 링크 참고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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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고 있다. 오르막 또는 내리막인,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꺾인, 넓거나 좁은, 끝이 보이거나 끝이 없는 길을 걷고 있다. 태양과 달과 별자리는 무심히 내 머리 위 황도를 따라 돌고, 그 아래에서 계속해서 길을 걷고 있다. 그렇게 그저 걷던 중, 문득 어떤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어딜 걷고 있는가.


프로듀서 말립과 밴드 워크맨십의 합작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들은 2019년 앨범 <Sustain>으로 처음 합을 맞췄다. <Sustain>에서는 소금, 시모 등 여러 아티스트들의 입을 빌려 혹독한 우리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태도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 앨범 <Knlls>에서는 시선을 안으로 모아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들이 앨범을 발매하며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 따르면 이들은 맴버 각각이 하나의 언덕이고, 함께 하는 작업은 서로의 언덕을 오르는 과정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앨범은 그 언덕을 오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렇듯 더욱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만큼 앨범의 전반적인 프로듀싱도 전작보다 훨씬 내밀해졌다.


전반적으로 잔잔하면서도 그 속에 역동성이 비치는 편곡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종류의 신스가 귀를 자극하며, 그 사이에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드럼과 그루비한 베이스가 중심을 잡는다. “Vegabonds Intro”의 몽환적인 신스는 듣는 이가 마치 어느 공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How Many Rocks?”의 바쁜 드럼은 혼란스럽고 불안한 정서를 전달한다. 그런가 하면 “비행 Flight”에서 가볍게 울리는 기타와 상승하는 노트의 베이스는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 곡은 “Below The Knlls”인데, 곡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자갈길을 걷는 듯한 사운드가 따스한 편곡과 융화되며 큰 위로를 전달한다. 곡 후반부에 삽입된 콰이어 샘플은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긴장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하다.


앨범의 전반부는 싱어송라이터 JOONIE(주니)의 입을 빌려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오르고 있는 이 언덕, 이 길은 맞는 길인가? 생각이 꼬리를 물며 불안은 점점 살을 찌우고 내면을 좀먹어간다. “How Many Rocks?”의 파편화된 가사는 이런 불안한 상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후 이들은 평화와 고요를 찾아 “비행 Flight”한다. 분주한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서. 그렇게 비행을 통해 깨달은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길을 걷는 것도, 이 언덕을 오르는 것도 내가 선택한 것이니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언가 보여지기 위해서도 아니다. ‘척’하지 않는 것, 벌거벗은 것처럼 솔직한 것. 피쳐링으로 참여한 우원재의 가사 중 ‘내 다음 목표는 My Paradise/ Buddha 말론 Nirvana/ 내 말로는 그대로다’라는 가사가 그 정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Below The Knlls”에서 평화를 찾고 언덕 아래 돌아와 선 그들은 다시 언덕을 오른다. ‘또 하루 또 한 번 또 반복’될 것이고, ‘It’s Not Really Taken Me Anywhere 나를 어디도 데려가지 않을’테지만, 우리의 마음은 ‘높은 곳에서 별을 만지고 있’을 것이다. 이젠 오롯이 나만을 위해, 우리만을 위해 언덕을 오를 테니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언덕을 걸어간다.


삶이라는 길은 지도가 없다. 우리가 걷는 길은 항상 초행길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대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진다. 마주하는 수많은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갈림길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또 다른 길을 만들어내고 우리는 그 길로 또 걸어가야만 한다. 선택의 이유가 외부에 있는 한, 그 이유를 등에 짊어지고 길을 걷는 한, 여행은 고행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오르는 한 언덕은 에베레스트이다. 산뜻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누구나 무엇도 아닌 나를 위해서 길에 오르자. 고행은 여행이 되고, 에베레스트는 야트막한 언덕이 될 것이다. 당신이 걸어가는 길에 <Knlls>가 함께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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