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주제의 글이고, 고작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그래! 이거야! 아냐! 망했어!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주제도 절대 아니기에 최대한 차갑게 생각해봤습니다.
유행이 시작되고 끝나고 다시 돌아오는 건 꼭 예술이 아니어도 어느 업계나 똑같죠. 패션이나 음악이 대중이 가장 접하기 쉬워서 체감이 크지 식품만 하더라도 과자 봉지 폰트나 다양한 맛 맥주, 탕후루 등 다양한 변화가 정말 끊임없이 일어나죠. 더 넘어가서 건축, 플랫폼, 모빌리티, 에너지 산업 등 정말 너무 다양합니다. 기술의 발전, 디자인의 새로운 변화, 사회와 사상의 변화, 경제의 변화 등 변화의 요소는 무궁무진하죠.
예시 들다가 나온 김에 탕후루로 생각해보면 탕후루가 없었다면 과연 아이들이 과일을 사 달라고 부모님께 용돈을 받았을까요? 해외 식문화를 한국에 가져와서 아주 약간의 로컬라이징 혹은 로컬라이징을 거의 안 했는데 너무 핫했죠. 저는 중국에서 10년 이상 살다온 사람으로서 탕후루가 한국에서 유행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학교 끝나고 가끔 사먹던 과일 꼬치가 저렇게 핫해질 줄이야.
어떤 업계든 똑같습니다. 힙합도 똑같죠. 힙합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떠올리는 그 전형적인 이미지와 레파토리를 코어팬을 포함한 대중들은 10년 정도 봐왔고, 방송이라는 틀 안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트렌드를 인터넷 방송이 아닌 TV에서 다 봤습니다. 랩+보컬 트랙, 무반주 랩, 디스, 프리스타일(멋있게 했다기 보단 가사 까먹었을 때 가만히 있기가 뭐해서 아무 말이나 뱉은 적이 더 많은), 락+힙합, 이모 힙합 등등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쇼미 장면들이 너무 많네요. 이미 이 전에 답습했고 사용했던 카드들을 아티스트만 바뀌어가면서 다시 하니까 당연히 질리고 단물이 빠지고 재미가 없어진 거죠.
정리해서 "한국 힙합은 예측이 가능하다"로 함축되겠네요. 그래서 어느새 힙합은 멋이 없다 라던 지 힙합은 망했다 라던 지 이런 말이 나오는 거라고 예상합니다.
아마 그래서 어떤 분이 한국 힙합의 다음 스텝을 논하는 글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언급하신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요. 프리스타일 랩은 어떤 식의 라임, 플로우, 단어, 언어, 분위기가 나올 지 전혀 예측이 안되니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나올 것이다 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물론 아닐 수도 있구요.
결국 어느 업계나 똑같지만 예측할 수 없는, 즉 "한 번도 안 본" 무언가가 필요한 건 맞습니다. 자본의 차이도 분명 있겠지만 무대만 보더라도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해요. 무대 전광판을 그저 아티스트나 레이블 로고만 띄우고 무대에서 방방 뛰는 공연이 아닌 그 요소 마저 하나의 장치로 배경이나 공간처럼 활용하거나, 음악 자체도 신선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구요. 레이지도 그 중 하나라고 보입니다. 제 취향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 요소이기 때문에 핫한 거죠.
대중들은 똑같아요. 소비의 댓가가 가격보다 높길 바래요. 내가 들인 3-4분 정도의 시간의 가치보다 신선하고 재밌고 새로운 무언가를 바랍니다. 그렇게 때문에 요즘 숏폼 영상이 뜨는 거겠죠. 이제 몇 초의 시간에서 댓가를 바라는 세상이니까요. 공연에 가는 사람들은 더 할 거구요. 기업도 같습니다. 공급의 댓가가 공급가보다 높길 바라죠. 이 간단한 식을 이해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비단 힙합 뿐 아니라 다른 업계도 망합니다.
힙합은 방송에서 상당히 많은 걸 보여줬습니다. 한국에 힙합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 까지 시도했던 모든 결과물을 10년 간 함축해서 보여줬어요. 그 과정에서 또 새로운 걸 연구하지 않아도 많은 돈이 들어왔어요. 즉, 공급의 댓가가 공급가보다 높았죠. 35년~40년 정도 쌓아왔던 걸 모두 보여줬고, 이제 그 이퀼리브리엄 포인트는 변화했으니 그만큼 또 새로운 그래프를 그리려면 프리스타일 랩 외에도 많은 시도가 필요합니다. 비주얼이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무대 장치가 될 수도 있고, 가사가 될 수도 있고요. 그건 이제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애티튜드와 열정에 달렸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또 힙합 팬으로서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획을 하고 있는지, 어떤 자본을 끌어오는지 기획과 캐시 플로우를 아주 세세히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 업계는 망했다 이 업계는 틀렸다 등 함부로 결론짓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그건 그냥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 지 말하는 꼴이라.. 여러분이 흥했다 망했다를 말하지 않아도 업계는 꾸준히 돌아가고 꾸준히 발전하고 또 가끔은 큰 변화나 퇴보도 일어납니다. 아쉬움을 표현할 순 있어도 업계에 대해 함부로 표현하는 건 너무 급이 떨어지네요.
프리스타일 판의 예측 불가능한 재미라는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저는 신예들이 얼굴 알리기 좋고 여태 힙합 내에서 주류였던 적이 없는 판이라는 점에서 주목했었는데..
"프리스타일 판이 정답이 라는거냐" 혹은 "힙합은 한국에서 안된다" 라는 식의 댓글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였는데 감사합니다.
업계 동향과 그 다음 트렌드를 고민하고 예상하는 순간에 감정이 들어가면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죠..
우리나라에는 힙합이 없다고한 루피가 어느새 공감되는 요즘..
10대부터 40~50 중년 혹은 그 이상까지 계속 힙합에 참여 할 수 있을 정도의 문화가 있어야 이게 계속 지속되는데 우리나라는 10-20대의 소비문화 위주로 힙합음악이 소비돼서 보통 20대 후반쯤 되면 힙합을 안듣기 시작하죠. 그만큼 리스너들의 세대 교체가 빠르고 선구자들의 유산이 무시당하고 서로의 hate만 남고..
이를 어우르는 뼈대가 생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에 대해서 소규모 공연, 파티 문화가 한국힙합의 근간을 이루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함.
글쓴이 분이 말씀하신 예측하지 못한 신선함이라는 방향과 제 생각은 좀 반대되는거긴 하네요. 오히려 신선함은 그때 반짝이고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는 어느정도 모두에게 익숙함이 있어서 친근하게 다가갈수 있게 해야 주류가 된다고 생각해요. 익숙함 반 참신함 반이면 건강한 문화겠죠 ㅎㅎ
10-30대에게 포커싱 되는 건 예술 문화 특히 힙합에선 어쩔 수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세대에서 가장 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테니까요. 이건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힙합 장르에서 나이가 많아도 활동이 왕성한 아티스트는 손에 꼽죠 분명 여러 훌륭한 아티스트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에미넴과 스눕 독만 떠오르네요. 그에 비해 다른 팝 장르에선 나이가 크게 상관이 없죠 오히려 나이가 들 수록 더 크게 성장한 아티스트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신선함이라는 뜻은 갑자기 힙합 트랙이 드럼을 몽땅 뺀다거나 런닝타임이 10분 이상이거나 하는 극단적인 신선함보단 쉽게 흡수되면서 새로운 장치를 포함한 2024년 식 음악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대중은 알게 모르게 힙합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의 대표적 장르인 발라드/락발라드는 대중이 기대하는 바가 명확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바래요. 하지만 힙합에선 새로운 모습, 새로운 사운드, 새로운 "무언가"를 바랍니다. 힙합의 장르적 특성을 어느정도 이해한 거죠. 그래서 익숙함+참신함의 밸런스를 더욱 섬세하게 또 과감하게 시도해야 할 장르가 힙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힙합의 장르적 특성을 어느정도 이해한 것처럼 힙합 아티스트도 그에 맞게 수십배 수백배 연구하고 시도해야해요. 그래서 익숙함+참신함이 건강한 문화인 건 정말 너무 공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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