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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 광순응] 앨범 리뷰

title: VULTURES 1loding2024.03.15 13:18조회 수 2140추천수 3댓글 6

본 글은 H.O.M #10 매거진에서도 작성되었습니다. 이것 외에도 많은 좋은 글 있으니 시간 날때마다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https://hiphople.com/kboard/27686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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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 광순응

 

1. 1, 2, 3 (Feat. Brown Tigger)

2. 광순응

3. 비행기모드 (Feat. KOONTA)

4. 파열음

5. 저울

6. Pause

7. 외국인 (Feat. KOONTA) 

8. 랩을 안 했다면

9. 엔딩 크레딧 (Feat. 정인)

10. 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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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일, 그 만큼이나 음악만으로 논란이 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조광일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속사포 랩은 한국 힙합 내에서 '랩에서의 속도는 얼마큼 중요한가?'라는 논쟁을 일으켰고 자연스레 그는 논쟁의 핵심 인물이 되었다. 이로인해 조광일은 "곡예사"로 막 하입받기 시작할 때 부터 여러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했고 속사포 랩의 논쟁으로 인해 생긴 디스전을 겪어야하기도 했다. 

 

조광일도 이러한 시선에 맞서 자신을 증명하려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짧은 텀으로 여러 싱글과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발표하였고, 쇼미더머니 10에 출연하여 인상적인 활약으로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 그 예시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청자들로부터 특유의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비판적인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로부터 나아가 음악적으로도 매너리즘을 겪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 속, 조광일은 두번째 정규앨범인 <광순응>으로 자신을 다시 한 번 시험대 위에 세웠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광순응>은 그의 지난 앨범인 <암순응>의 안티테제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암순응>이 주어진 시련에 맞서는, '어둠에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을 담아냈다면 <광순응>은 반대로 인기를 얻는, '빛에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러한 주제 아래, 앨범은 <암순응>때보다 더욱 다양한 내용과 사운드를 담아냈다.

 

조광일은 인트로인 "1,2,3"에서 그만의 성공서사를 담아낸다. 이후 앨범명과 동명의 곡인 "광순응"에서는 '내 광순응의 빛은 너네들의 쌍심지'란 라인과 함께 자신의 헤이터들을 향한 디스를 날리기도 한다. 이 기세를 이어나가는 앨범의 초중반부는 자신의 성공과 랩에 대한, 그리고 자신을 질투하는 이들보다 위에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드센 분위기는 "외국인"을 기점으로 잔잔해져가며, 내용또한 조광일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성공 이후 남들과의 괴리감을 느끼기도 (외국인), 후회를 느끼기도 (랩을 안 했다면) 한다. 이러한 슬픈 감정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다룬 "엔딩 크레딧"에서 극대화되며 아이언의 "하남 주공 아파트"의 오마주로 시작되는 "별종"을 마지막으로 앨범은 담담한 감성과 함께 마무리된다.

 

<암순응>과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단연코 비트 스펙트럼이다. <암순응>은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비트를 차용했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무거운 톤을 띠었지만, <광순응>은 더욱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로 이뤄져있다. 자신의 자신감을 표출하는 초중반부에는 전작처럼 무게감 있는 비트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도 펑키한 붐뱁 비트의 "1,2,3"나 드럼 앤 베이스의 "파열음" 등 보다 다양한 장르를 다뤘으며, 분위기가 반전되는 후반부에는 이모 락 느낌의 "외국인", 피아노 세션을 필두로 진행되는 "랩을 안 했다면" 같이 보다 멜로디컬한 비트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진행 아래, 조광일은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조광일 특유의 파열음이 강조되는 발음 스타일이 앨범 전반에 걸쳐있으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속사포 랩 또한 "광순응"과 "파열음"에서 빼곡히 담겨져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랩을 부담스럽게 느낀 청자가 있다면 그 감상은 이번에도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전에 느낄 수 있던 부담스러움이 한 층 줄어들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과한 속사포로 인해 불안정해보이는 모습을 보였던 전작과 달리, 이번 <광순응>에서는 조금 더 안정감 있는 빠르기의 랩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발음면에서도 파열음에서 비롯된 튀는 소리 또한 많이 무뎌진 인상이다.

 

이러한 점은 초중반부 구간에서 드러난다. "1,2,3"과 '비행기모드'에서는 속도감 있으면서도 박자를 안정적으로 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브라운티거와 쿤타의 훅과 더불어 흥을 돋구는데에 일조한다. 또한 "저울"에서는 자신의 파열음을 하나의 드럼 역할로 사용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이 구간의 음악들이 비트의 색체나 랩 구성 면에서나 이전부터 그가 여러 번 선보인 패턴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좋게 말하자면 그가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예상이 쉽게 가는 전개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는 곧 앨범의 전개를 청자들이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 감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그나마 "파열음"에 경우, 그의 속사포로만 채운 랩이 드럼 앤 베이스 장르 특유의 강렬함과의 궁합이 잘 맞아 장르적 쾌감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색다름 하나로는 뻔한 인상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초중반부는 빡센 분위기에서 오는 감흥은 충분히 있었다. 허나 "외국인"으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그 쌓아올린 감흥마저 한 번에 무너뜨리는 문제점 많은 구간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앨범은 후반부에서 감성적인 분위기로 변모되며 비트들 또한 서정적으로 바뀐다. 문제는 이러한 비트가 조광일이 지닌 단점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가라앉는 감정과 함께  그의 랩 또한 차분해지지만 특유의 거센 발음에서 나오는 부담감은 여전하며, 이것이 멜로디컬한 비트, 그리고 일차원적인 가사와의 안 좋은 시너지로 이어지면서 곡들의 감정 표현이 오글거리게 받아들여지게끔 만든다. 앨범의 구성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이다. 이전 트랙인 "Pause"가 웅장한 비트 위로 자신을 질투하는 이들을 향해 비웃는 모습을 담아낸 곡인데 바로 다음 트랙인 "외국인"에서 남과 다른 자신의 슬픈 모습을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로 담아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마치 급작스런 신파 장면을 보는 듯한 이질감이 다가왔다. 그나마 "엔딩 크레딧"과 "별종"이 앞선 곡들의 단점을 어느정도 가리면서 마무리했지만, 이조차도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일관된 분위기 속 인상 깊은 마무리에 비교하자면 그 임팩트는 약했다.

 

분명 발전의 확인이란 장점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광순응>은 구성적 아쉬움과 조광일의 랩의 한계점이 도드라져 끝내 아쉬움으로 마무리된 앨범이었다. 특히 앨범 속 조광일의 랩에 대한 문제점은 그가 이전부터 지적받던 점들이었기에 결국 그는 자신을 향한 비판을 극복해내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조광일이 처한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바로 음악이 재미없다는 것이다. 분명 그의 개성은 잘만 활용하면 흥미를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로 이루어져있다. 실제로도 그의 대표곡인 "곡예사"의 경우가 이러한 요소들이 잘 맞물린 케이스이다. 허나 매번 비슷한 패턴의 비슷한 감성을 지닌 곡들이 계속해서 나오는데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퀄리티가 동반되지는 않았기에 자연스레 그의 음악은 시간이 흐를수록 귀에 물리게 느껴진다. 이제 조광일이 자신의 평가를 뒤집을려면 음악적 색깔을 고수하되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승된 퀄리티의 랩을 가져오거나, 아예 색다른 시도를 선보여 또 다른 흥미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물론 어느 방향이든 간에, 현재 자신의 음악적 방향성과 문제점이 어떠한지 고찰하고 점검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보는게 우선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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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게 너무 많았고,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픽하게 된 앨범이었습니다. 아마 리뷰 쓰면서 이렇게 길게 적은건 또 첨인거 같기도.....

 

개인적으로 조광일의 랩 스타일에 불호를 표하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데뷔때부터 계속 자신을 증명하겠다는 인정욕구 때문에 어딘가 응원하게 되는 마음도 가지게 되더군요. 특히 암순응이 초반부와 후반부의 임팩트를 크게 받았어서 '단점이 극명함에도 그만큼의 매력도 지니고 있는 앨범'이라 생각해 더더욱 차기작에 약간의 희망을 걸기도 해봤고요..그리고 결과는 글 보시다시피 아쉬움 잔뜩이었고...

 

뭐 더 길게 쓸 말이 없어서 이번 후기는 여기서 끝낼겁니다. 차피 앨범을 들으면서 하고픈 말들은 리뷰 맨 마지막에 작성했으니까요. "이제는 자신의 음악을 한 번 되돌아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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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1 3.15 14:51

    이번 앨범도 나오자마자 들어 본 이유가 암순응이 발매되고 첫 앨범치고 꽤나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는 생각이 줄 곧 들었고.. 기대감이 어느정도 있어서였는데, 이번 앨범은 다소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마지막에 남기신 말씀처럼 자신의 음악을 한번 다시 돌아봐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물론 창작자 입장으로서 그리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겠지만서도..

  • title: VULTURES 1loding글쓴이
    1 3.15 15:15
    @돌체

    원래 말로 할 때와 행동으로 옮길 때의 차이는 엄청 크죠. 저도 쉽게 글로 작성했지만 아마 이를 행동으로 옮기라 하면 많은 우여곡절과 시간을 겪어야 할거라 보고요. 그래도 이제는 큰 변화를 줘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 1 3.15 15:09

    개인적으로 곡예사때의 신선함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팬이었(!)습니다. 기대가 커서인지 갈수록 아쉬움이 많이 남았구요. 리뷰 보면서 좀 더 구체화할수 있었는데... 광순응은 참여진과 컨셉이 너무 별로 였습니다. 다양한 시도는 좋았으나 조광일과 안맞는 멜로디와 컨셉... 요즘시대에 안먹히는 난해한 스타일이었습니다. 피처링이 좀 다 별로였고 크레딧도 한번 다시 챙겨봐야겟네요

  • title: VULTURES 1loding글쓴이
    3.15 15:13
    @힙합영양갱

    전 참여진들은 다 제 역할을 하긴 했다봅니다. 오히려 참여진들의 훅이 없었다면 곡들이 더 지루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컨셉은 엄청 공감합니다... 어떠한 감정을 이끌어낼려 했는지는 알겠는데 문제는 그게 뻔하고 또 작위적으로 표현되기 쉽다는거죠. 솔직히 앨범 평 깎아먹는 이유가 앨범의 구성이 큰 편이라고 봅니다

  • 1 3.15 15:46

    저에겐 기대보다 나쁘지 않은 앨범입니다. 아티스트가 광순응이 되면서 보이는게 많았구나 생각했어요. 퀄이 왔다갔다 하지만 작업물 꾸준히 내고있는 모습은 긍정적입니다.

  • title: VULTURES 1loding글쓴이
    3.15 16:50
    @규큐

    꾸준히 작업물을 내는건 저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보는 편입니다. 다만 이 꾸준함이 오히려 매너리즘을 불어일으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앨범을 들으면서 느끼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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