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속엔 조바심이 울리고
집으로 거는 연결음은 길어
날개가 없이도 비행을 저질러
우린 밝아져만가서 피곤하고 눈이부셔
-이재현-
미워하려면 미움받는 연습이 먼저니
익숙해지기 전 사랑하는 법을 건졌지
남극에도 겨울은 있지만 여전히
삶은 계속되고 탄생은 아직 안 멈췄지
-문인섭-
역에서 내려 널 만나고 나니
못된 말들이 입 밖에 폭우처럼 쏟아내려
내가 생각해 온 것과 정반대로
쏟아낼수록 조금씩 녹아내려
이상하게 너를 향한 증오가 되려 약해져
-김태균-
늘 신은 내 기도만 외면했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면 왜 또 새로운 문제를 내줘
내년엔 꼭 잘해보자 다짐하지
내면의 꽃이 된 옛 노래
지독한 소포모어, 말해 뭘 해, 사는 꼴? 어설퍼
뭐 하나 손에 쥔 건 없고 속 터놓을 친구는 개 한 마리
계속 터널 걷는 기분
이 바닥에서 깨달은 진리는
언제가 됐든 간에 내게 벌어질 일은 벌어진단 거야
곧 잊혀질 이름, 그게 내가 될걸?
뭐든 쉽게 질리는 요즘 애들이 내게서 떠날까?
안 봐도 뻔할까? 신이 날 벌할까?
아침마다 악마가 속삭여, "니 마지막 날이야"
그래, 근데... 오늘은 아니야
-강진필-
섹스! 섹스! 섹스하고 싶어
- 최성호 -
섹스! 섹스! 섹스하고 싶어
- 최성호 -
아니 그래도 코리안 드림때 좋은 가사 많은데
작품 속에 모든 걸 말할 순 없어
너와 난 이로써 완전한 작별을 이뤘어
그 간극을 깨닫게 된 순간부터
나는 무한한 가능성 그 앞에 마주서
- 민재기 -
저기 있는거 하나도 모르고
김태균말고 누군지 모르니까
진짜 시 읽는거 같네 ㄷㄷ
간장게장 is better than lobsters
-신동갑-
문인섭은 진짜 근대기 시인 같네요 ㄷㄷㄷ
하늘의 뜨거운 꼭짓점이 불을 뿜는 정오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악수하고 싶은데 그댈 만지고 싶은데 내 손은 숲 속에 있어)
양산을 팽개치며 쓰러지는 저 늙은 여인에게도
쇠줄을 끌며 불 속으로 달아나는 개에게도
쓴다 꼬리 잘린 도마뱀은
찢고 또 쓴다
그대가 욕조에 누워 있다면 그 욕조는 분명 눈부시다
그대가 사과를 먹고 있다면 나는 사과를 질투할 것이며 나는 그대의 찬 손에 쥐어진 칼 기꺼이 그대의 심장을 망칠 것이다
열두 살, 그때 이미 나는 남성을 찢고 나온 위대한 여성 미래를 점치기 위해 쥐의 습성을 지닌 또래의 사내아이들에게 날마다 보내던 연애편지들
(다시 꼬리가 자라고 그대의 머리칼을 만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약속하지 않으련다 진실을 말하려고 할수록 나의 거짓은 점점 강렬해지고)
어느 날 누군가 내 필통에 빨간 글씨로 똥이라고 썼던 적이 있다
(쥐들은 왜 가만히 달빛을 거닐지 못하는 걸까)
미래를 잊지 않기 위해 나는 골방의 악취를 견딘다
화장을 하고 지우고 치마를 입고 브래지어를 푸는 사이 조금씩 헛배가 부르고 입덧을 하며
도마뱀은 쓴다
찢고 또 쓴다
포옹을 할 때마다 나의 등 뒤로 무섭게 달아나는 그대의 시선!
그대여 나에게도 자궁이 있다 그게 잘못인가
어찌하여 그대는 아직도 나의 이름을 의심하는가
시코쿠, 시코쿠
붉은 입술의 도마뱀은 뛴다
장문의 편지를 입에 물고
불 속으로 사라진 개를 따라
쓰러진 저 늙은 여자의 침묵을 타넘어
뛴다, 도마뱀은
창가의 장미가
검붉은 이빨로 불을 먹는 정오
숲 속의 손은 편지를 받아들고
꼬리는 그것을 읽을 것이다
(그대여 나는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렬한 거짓을 말하련다)
기다리라, 기다리라!
- 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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