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김없이 게시판이 불타오르는 동안, 뮤지션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임드 래퍼들의 작업물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우리들에게 언더그라운드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작업물을 들어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워크룸에 들어가서 게시물들을 하나하나 눌러보는 것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고, 사클에 들어가 팔로우를 누르고 다른 곡을 들어보는 것도 시간 낭비라고 느껴집니다.
'어디서 어떻게' 디깅을 해야 할 지, '언제' 사클을 누벼야 할지, '누구의' 음악을 들어봐야 할지, 그리고, '왜' 워크룸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의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해보겠습니다.
어디서: 워크룸 플레이리스트
어떻게: 마음에 드는 제목을 누른다
언제: 잠들기 전, 10분이라도
누구의: 워크룸 아티스트들
왜: 씬의 발전을 위해. 숨은 명곡을 찾기 위해.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들을 찾기 위해.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워크룸은 정말 활성화되어 있었다고 합니다(사실 저는 세대 차이 때문에 잘 모릅니다...) 루피, 나플라, pH-1, 피셔맨 등 지금 힙합씬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들이 믹스테입을 올리면 사람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던 곳이었죠. 워크룸 이전에는 블랙넛, 테이크원, 벅와일즈 크루 등이 활동하던 힙플 자녹게가 있었습니다. 메이저 래퍼들도 가끔씩 디스곡을 올리는 등 활발히 돌아가던 곳이었죠.
하지만 지금의 워크룸은, 슬프게도, 죽었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글들은 형편없는 조회수와 댓글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워크룸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서로서로 피드백하는게 대부분이죠.
하나의 자생적인 생태계가 사라지자, 래퍼들은 쇼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졌습니다. 심지어 프로듀서들은 더더욱 곤란한 상황에 빠졌습니다다. 그 누구도 나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방송에 나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지만, 엠넷은 언더래퍼들 따위에겐 관심이 없습니다. 매 시즌 운이 좋은 한두명의 참가자가 주목받을 뿐이죠.
이런 상황들 속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지쳐갑니다. 힙합씬은 분명 커지고 있지만, 그 파이의 대부분은 잘나가는 래퍼들 몫이기에 언더 래퍼들의 상황은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너무 힘들면 음악을 그만두는 안타까운 일들도 비일비재합니다. (음악을 그만두신 현시인님의 글도 한번 읽어보세요.)
디깅은 절대 리스너의 의무가 아닙니다. 리스너들은 음악을 듣고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힙합씬은 다시 홍대로 돌아가거나, 엠넷 일산 촬영장으로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일 겁니다. 그 사이 어딘가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려면, 리스너들이 언더 뮤지션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끼가 그랬습니다. 힙합은 사는 태도라고. 허구한 날 게시판에서 누가 구리냐로 싸우고 뻘글이나 쓸 시간에, 워크룸 플레이리스트를 한번 들어보는게 더 '힙합' 아닐까요?
워크룸 플레이리스트 많이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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