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부분에서 과거의 향기가 느껴졌다고 지적할 만큼의 능력은 없지만, 앨범에 흐르는 비트와 랩, 단체곡으로 끝나는 구성까지 불현듯 00년대 한국 힙합이 떠올랐다. 앨범을 듣기 전의 기대는 한국, 곡예사와 같은 긴장감 있는 비트에 조광일 특유의 비틀거리는 박자감이 어떻게 달라붙을까였다. 하지만 조광일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았던 탓일까. 비트와 랩의 조화는 생각보다 밋밋했고 전체적인 가사도 기대만큼 참신하지 않았다.
이런 감상이 나오게 된 이유는 앨범 중간에 끼인 '한국'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감상이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광일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트랙이 들리는 순간, 그 이전, 이후의 곡들이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진다. 거기에 쟁쟁한 래퍼들을 모아놓은 마지막 단체곡까지 듣고 나면 뭔가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거 같은데 하는 미련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또 앨범 전체에 깔린 본인의 힙합에 대한 각오는 빈약한 서사 때문인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했으며 히트곡인 곡예사, 한국에서 이어지는 동어반복이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경우, 어설프게 꺼내는 자전적인 이야기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데 암순응 앨범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앨범이 별로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회상록처럼 조광일의 강점이 빛나는 곡도 있는가 하면 요즘 보기 드문 단체곡은 00년대 힙합을 듣던 리스너라면 반가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또한 조광일의 랩스킬은 여전히 앨범 전체에서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래퍼의 1집 작품이라 생각하면 재밌게 들을 수 있을지도.
2.5 / 5
완성도는 낮았지만 곡예사 이슈가 식기전에 좋은 타이밍에 앨범 낸거같아요
비트가 맛있지 않음. 무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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