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합에서 ‘환멸’이 유행이다. 그 흐름의 대표주자는 저스디스와 김심야다. 하지만 그 둘을 듣고 있다보면 묘한 차이점이 느껴진다. 저스디스의 최근 주제의식은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함’과 ‘음악에 대한 순수’였고 그 정점은 은퇴를 암시한 ‘Omen’과 ‘Gone’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후 행보는 은퇴라기 보다는 잠시 동안의 암행 혹은 휴식에 가까웠고, 때문에 적잖은 팬들로부터 조롱 섞인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척 하더니 결국 자기도 똑같이 군다는 것이다. 일부 팬들의 과도한 비난은 지양 되어야겠으나 팬들의 이러한 여론은 저스디스가 가사 안에 자신의 캐릭터에 내포된 모순을 온전히 통합시키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또 한 명의 대표적인 반골 캐릭터 김심야의 경우에는 저스디스와 같은 종류의 모순을 겪지 않을 것이다. 그는 힙합의 규칙이라는 중력에 대해 대놓고 모순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주류로의 합일이라는 서로 모순적인 욕망 그 자체를 가사 안에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고, 이 대목에서 힙합씬에 대한 환멸을 이야기 하는 저스디스와 결정적으로 갈린다. 가령 이런 부분이다.
최고의 래퍼가 되면 부자가 될거란 터무니 없는 생각 개꿈이라니
(...) 멋있는 건 뜨게 돼 있지 다만 미처 생각 못한 건 배껴서 돈 버는 놈들
(...) 마음껏 배껴라 결국 배끼는 놈이 이기지 한 입만 줬음 싶기도 하지만
XXX - 18거 1517
저스디스는 내적 모순을 용납하지 못하고(인정하지 않고), 김심야는 그 모순 자체를 자신의 캐릭터성으로 삼는다. 이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지는 <쇼미더머니>에 대한 태도다. 과거 레디가 “쇼미더머니 치트키 안 써도 한국 대표” 라는 가사를 써놓고 출연한 것을 놓고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유사한 다른 래퍼들의 경우에도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든가 ‘생각이 바뀌었다’든가 ‘이게 현실적’이라든가 하는 식의 대답을 통해 캐릭터의 모순을 매끄럽지 못한 방식으로 봉합하거나 갱신해야 했다. 저스디스도 비슷한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키드밀리의 준결승전 무대에 피쳐링으로 참여해 도운 것 때문인데, 그간 그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세워왔던 입장을 생각하면 리스너들이 모순을 감지하거나 의아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김심야는 [Moonshine]의 ‘Outro’라는 트랙에서 “내가 설 곳이 줄고 징그러운 낸다면 그만한 명분을 가지고 올게”라는 가사, 혹은 [SECOND LANGUAGE]를 두고 ‘멜론 1위’를 노리는 앨범으로 소개 하는 등 출구를 만들어 놓는다. 이를 두고 비겁하다든가, 영악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을 수는 있으나 이는 현명한 선택이다. 캐릭터가 처하게 될 내적 모순에 대해 미리 대답해 놓는 동시에 그간 한국 힙합씬이 설정하고 있던 반골적 캐릭터가 얼마나 관성적이었는지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는다. 혹자는 그의 캐릭터를 두고 ‘결국 찡찡대고 짜증내다 끝내는’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했으나, 그 배경에 명확히 현실의 지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캐릭터들과 차별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른 점이다.
그의 가사를 종합해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김심야라는 캐릭터는 자신은 ‘비타협적인 성격의 음악을 해나갈 것’이지만 ‘좌절’을 겪을 수도 그 결과 ‘타협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타협’이라는 것은 음악 시장 혹은 그 시스템에 김심야의 오리지널리티를 열화된 버전으로 팔아먹는 카피캣 등 ‘불가피하고 거대한’ 외적 요인에 의할 것이기에. 훗날 그가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더라도 모순을 겪는 것이 아니라 ‘타협 이후’의 챕터로 자연스레 자신의 서사를 이어갈 수 있다. 아니, 그는 쇼미더머니 보다 더 뒤편의 ‘취업난’ 이라는 단어까지도 물러설 준비가 되어 있다. 즉, 김심야는 자신의 실패를 미리 예정지어 놓음으로서 캐릭터의 파산을 방지하고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의 진정성이나 비타협성이 자본과 싸운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이센스라는 ‘진짜’를 제외한 다른 래퍼들과 교류하지 않는 실천을 통해 얻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만 후에 어떤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저스디스가 인디고 뮤직 멤버들에 대해 취했던 태도의 변화가 참조할만한 사례다.
그는 처음에 인디고 뮤직과의 계약에 대해 ‘철저히 비즈니스’라는 식으로 입장을 세우고 음악적으로 섞이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후 VMC와의 디스전, 인디고 컴필레이션 앨범 등을 계기로 ‘식구’로서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아쉬운 점은 이러한 캐릭터 변화에 대한 설명을 전부 말로 했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 인간 허승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저스디스’라는 캐릭터가 겪어온 정체성의 변화가 단절에 따른 불가피한 봉합이었음을 짚고자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좋든 싫든 저스디스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진정성을 획득해왔던 ‘실천’의 문법이 손상되어왔고, 향후 김심야의 실천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반면 또 한 명의 대표적인 반골 캐릭터 김심야의 경우에는 저스디스와 같은 종류의 모순을 겪지 않을 것이다. 그는 힙합의 규칙이라는 중력에 대해 대놓고 모순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주류로의 합일이라는 서로 모순적인 욕망 그 자체를 가사 안에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고, 이 대목에서 힙합씬에 대한 환멸을 이야기 하는 저스디스와 결정적으로 갈린다. 가령 이런 부분이다.
최고의 래퍼가 되면 부자가 될거란 터무니 없는 생각 개꿈이라니
(...) 멋있는 건 뜨게 돼 있지 다만 미처 생각 못한 건 배껴서 돈 버는 놈들
(...) 마음껏 배껴라 결국 배끼는 놈이 이기지 한 입만 줬음 싶기도 하지만
XXX - 18거 1517
저스디스는 내적 모순을 용납하지 못하고(인정하지 않고), 김심야는 그 모순 자체를 자신의 캐릭터성으로 삼는다. 이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리트머스지는 <쇼미더머니>에 대한 태도다. 과거 레디가 “쇼미더머니 치트키 안 써도 한국 대표” 라는 가사를 써놓고 출연한 것을 놓고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유사한 다른 래퍼들의 경우에도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든가 ‘생각이 바뀌었다’든가 ‘이게 현실적’이라든가 하는 식의 대답을 통해 캐릭터의 모순을 매끄럽지 못한 방식으로 봉합하거나 갱신해야 했다. 저스디스도 비슷한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키드밀리의 준결승전 무대에 피쳐링으로 참여해 도운 것 때문인데, 그간 그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세워왔던 입장을 생각하면 리스너들이 모순을 감지하거나 의아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김심야는 [Moonshine]의 ‘Outro’라는 트랙에서 “내가 설 곳이 줄고 징그러운 낸다면 그만한 명분을 가지고 올게”라는 가사, 혹은 [SECOND LANGUAGE]를 두고 ‘멜론 1위’를 노리는 앨범으로 소개 하는 등 출구를 만들어 놓는다. 이를 두고 비겁하다든가, 영악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싶을 수는 있으나 이는 현명한 선택이다. 캐릭터가 처하게 될 내적 모순에 대해 미리 대답해 놓는 동시에 그간 한국 힙합씬이 설정하고 있던 반골적 캐릭터가 얼마나 관성적이었는지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는다. 혹자는 그의 캐릭터를 두고 ‘결국 찡찡대고 짜증내다 끝내는’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했으나, 그 배경에 명확히 현실의 지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캐릭터들과 차별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다른 점이다.
그의 가사를 종합해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김심야라는 캐릭터는 자신은 ‘비타협적인 성격의 음악을 해나갈 것’이지만 ‘좌절’을 겪을 수도 그 결과 ‘타협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타협’이라는 것은 음악 시장 혹은 그 시스템에 김심야의 오리지널리티를 열화된 버전으로 팔아먹는 카피캣 등 ‘불가피하고 거대한’ 외적 요인에 의할 것이기에. 훗날 그가 쇼미더머니에 출연하더라도 모순을 겪는 것이 아니라 ‘타협 이후’의 챕터로 자연스레 자신의 서사를 이어갈 수 있다. 아니, 그는 쇼미더머니 보다 더 뒤편의 ‘취업난’ 이라는 단어까지도 물러설 준비가 되어 있다. 즉, 김심야는 자신의 실패를 미리 예정지어 놓음으로서 캐릭터의 파산을 방지하고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의 진정성이나 비타협성이 자본과 싸운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이센스라는 ‘진짜’를 제외한 다른 래퍼들과 교류하지 않는 실천을 통해 얻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만 후에 어떤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이어나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저스디스가 인디고 뮤직 멤버들에 대해 취했던 태도의 변화가 참조할만한 사례다.
그는 처음에 인디고 뮤직과의 계약에 대해 ‘철저히 비즈니스’라는 식으로 입장을 세우고 음악적으로 섞이기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후 VMC와의 디스전, 인디고 컴필레이션 앨범 등을 계기로 ‘식구’로서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아쉬운 점은 이러한 캐릭터 변화에 대한 설명을 전부 말로 했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 인간 허승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저스디스’라는 캐릭터가 겪어온 정체성의 변화가 단절에 따른 불가피한 봉합이었음을 짚고자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좋든 싫든 저스디스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진정성을 획득해왔던 ‘실천’의 문법이 손상되어왔고, 향후 김심야의 실천이 어떤 식으로 구체화 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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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을 잘 짚어주신것같아요 잘봤습니다!
충분한 설명 없이도 대중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니 마찰이 생길수밖에요
앨범이던 인터뷰던 뭐던 계속 "이짓해도 돈도 못벌고 안팔린다. 저 놈들은 잘나가는데 이 꼬라지좀 보소" 이런식으로 나오다보니깐 듣는 제 기분이 이상해지더라구요.
'뭐지? 내잘못인가? 난 충분히 이사람들 음악 좋아하고 그만큼 소비도 많이 해줬는데 더해달란거야? 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홍보도 해주고 나더러 그러란말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정 사람들을 콕집어서 얘기하는건 아니고 불특정다수에게 하는 소리겠지만... 일반 대중들이 XXX 음악 듣냐면 솔직히 그건 아니고, 결국 그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주던건 원래부터 들어주던 사람들이였죠. 뭐 여튼 그러다보니 참 기분이 오묘해졌습니다... 그러면에서는 차라리 저스디스가 언행불인치했다고 욕좀 먹긴했습니다만 차라리 그게 나았던것 같기도 하고...
결승전은 영비!
젓딧이나 심야나 방황(?)하고 환멸하는 모습으로 내는 결과물들도 좋지만
이제는 멋진 모습으로 원하는 성공을 했으면 합니다.. 응원!
추촌
글 잘읽었습니다
xxx가 하잎비스트의 인터뷰에서 쇼미더머니를 나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목에 칼이 들어오면 한다.'라고 대답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보면 '한국시장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포기할 생각이다. 자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금수저가 아니면 도전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라고 대답한 바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대적으로 '선을 긋는게 큰 의미도 없고 어렵겠지만' 김심야도 저스디스 못지 않게 쇼미더머니를 나가는(?) 방향을 택할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랭귀지에서 얘기하는 두 앨범을 관통하는 '냉소적 분노'는 쇼미를 저격하는 내용도 상당히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축하해 오디션 입상~' 등등)
필자 분께서 언급하신 저스디스의 캐릭터적 모순은 아주 공감합니다. 더불어 흥미로운 점은, 저는 힙합올드팬으로서 저스디스의 이야기(주장)는 하나하나 다 공감을 합니다. 그런데 힙합씬이 너무나도 많은 모순과 모순이 섞이면서 스윙스의 비유처럼 '칵테일처럼 섞여서 분리할 수 없다보니' 결국 하나하나 수술하고자 했던 저스디스의 디테일들은 그 디테일 내에서도 많은 모순을 만들게 되고 결국 은퇴 하고싶다는 노래까지 나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심야의 극단적 부정은 저스디스의 분노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김심야는 어떤 논리성을 갖는 것을 바라지 않는채로, 시스템과 그에 뒤따른 모든 상황들, 감정들, 예술적 기믹들, 그에 반응하는 애매한 태도들 등 모오든 것에 대한 총체적 부정을 해버립니다. 더불어 본인도 그들의 일부란 점도 몇차례씩 부각도 합니다. 본인의 논리적 정당성을 얻으려고 하는 랩이 아니란 것이죠.
저는 랭귀지 앨범이 정말 멋있는 이유는 그런 어떠한 앞뒤 논리를 배제한채 '옳지 않은 그 무언가에 대한' 총체적 분노를 '감정 그대로' 음악이라는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심야의 랩의 포인트는 '감정과 에너지'이지 '논리적 서사'가 아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김심야가 어떠한 영악한 이유로 현실적 경우의 수들에 문을 열어두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굳이 논리적으로 해석하자면 한가지 인정해야할 부분은 랭귀지에서 그는 그러한 모든 시스템을 과거 그 어떤 랩퍼들보다 가장 살벌하게 공격하였단 점일텝니다. 하지만, 랭귀지라는 두 앨범은 어떤 논리적 서사를 얻고자 한 작품이 아니기에, 저스디스의 '국힙 정치판 깨부시기' 와는 (뿌리는 같지만) 결이 온전히 다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모순이라고는 생각 안하는데 (쇼미는 딜만 맞으면 나간다고도 했고 , 나 이제 은퇴 할거다 라고도 안했죠)
그래도 자신의 현재 심정이나 스탠스를 음악으로 확실하게 드러내지 못한 게 좀 아쉽긴 합니다
그런 점에서 심야는 쇼미래퍼들을 부정했다가도 부러워했다가도 관둘까 싶다가도 결국 할 줄 아는 게 랩뿐임에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그런 애매하고 불안정한 스탠스가 오히려 심야의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준 거 같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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