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마 - 밭 (5 / 5)
어떤 꽃을 피울지는 알 수 없어도 그게 나의 밭.
내가 어렸을 때, 꿈이란 건 손에 잡힐듯이 선명했다. 그 꿈은 아름다운 장미밭 같은 모습이었다. 장미가 만개하여 이루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밝히고 있는 장미밭, 나 또한 거기에 있다면 저 석양과 맞물려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인생이 행복할까? 그렇게 난 장미밭이라는 꿈을 밤낮없이 꿈꾸며, 그 장미밭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아름다움을 그리며 들어갔지만, 장미밭은 아름답지 않았다. 줄기 곳곳에 가시가 있어 나에게 아름다움 대신 끔찍한 고통을 선물했다. 나는 장미밭의 포로가 되었다. 여기는 분명 장미밭이 아니라 가시밭이다. 그렇다면 벗어나야 하겠지만,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아직도 못 이룬 장미밭의 꿈이 여기가 너가 말하던 장미밭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꿈에 잡힌 채, 가시밭에서 피말리는 삶을 사는 나. 이때까지의 나의 결과가 이런 상처투성이라는 사실에 더욱 피를 질질 흘리게 된다.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이 모든 모독을 갚고서 장미밭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러던 때, 가시밭을 보았다. 그리고 장미밭을 올려다 보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지나온 길을 보았다. 나는 그 광경에 한마디 얹었다. 아름답다고 말이다. 장미밭의 꿈이 말하던 여기를 떠올렸다. 이제는 다르게 들렸다. 진짜였구나. 이미, 아름답고도 석양과 맞물려 빛나는 그 장미밭의 한가운데에 들어와있었구나. 또 가시밭을 헤쳐나간다. 피가 말리고 그 만큼 고통이 진해져 퍼져온다. 그럼에도, 그 피까지 장미로 피어나리라. 나 또한 이미 장미로 피어나 있으리라.
오도마는 밭에서 인생을 보았고, 온갖 어려움을 보았다. 하지만, 오도마는 그런 삶, 밭을 치열한 공간으로 두지 않았다. 석양이 익으며, 노래진 태양이 하늘에 가호를 내리듯 뻗어오는 노란 햇빛이 밭의 색깔을 입혀주며 완성되는 그 아름다운 순간 위에서 오도마는 달린다. 그러한 삶의 밭 속에서 그만은 달린다. 그렇게 뛰어가는 순간 순간의 발자국들은 밭 위에 아름다움의 파괴로 느껴지다가도, 밟힌 작물들이 다시 피어나며, 그렇기에 인간은 삶을 이렇게 살아간다고 느끼게 된다. 우리는 그런 밭에서 나아가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나아갈수록, 인간은 자신을 비추는 석양을 아름답게 본다. 밭이라는 삶 안에서 계속해서 나아가는 오도마의 모습은 그렇기에 아름답다.
오도마의 가사는 앨범 전체를 아울러 이야기를 전개하는, 실존주의 문학이다. 처음에 보았던 장미밭과 막상 들어와보니 달랐던 현실의 괴리. 이러한 부조리적 시작은 우리가 겪었고, 겪을 수많은 부조리를 대변하고, 그러한 부조리에서부터 그려나가는 그림의 엇나가는 광경을 보며 우리는 인생이라는 멈출 수 없는 펜선의 괴리감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형편 속 우리는 어쩔 수 없는걸까? 이대로 허무하게 방황하다가 죽어야 하는걸까? 오도마는 이러한 삶의 부조리와 고도 없는 방황에서 실존주의적으로 너무나 뻔하지만, 그만큼 삶을 살 의지를 부여하는 대답을 한다. 결국에 이러한 삶의 고통 자체를 아름다움으로 느껴야만 한다고 말이다. 정체되어 아무것도 아닌 채로 썩어가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나아가서 아름다움을 느끼라고 말이다. 이러한 오도마의 답은 어쩌면 죽기 싫은 변명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계속 살라고 있는 게 변명이자, 삶을 지속할 의지이다. 오도마가 이렇게 결론을 내고 앨범을 끝냈다면은 깔끔했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부조리하다. 삶을 그렇게 재단한다는 것 자체가 삶을 착각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도마는 마치 켄드릭이 마지막 트랙에 항상 물음표를 남기듯, 물음표를 남겨놓았다. 보너스 트랙으로 말이다. 이를 통해 오도마는 삶의 기록을 열어 놓았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밭은 사운드와 가사가 어울리면서도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사운드가 나타내는 밭은 결코 고통이 산재하고, 복잡한 곳이 아니다. 그저, 밭이 익으며 나오는 노란 빛과, 석양과 같은 것들이 기괴하게 신나지도, 너무나 몰락한 것 같이 절망적이지도 않은 온도를 유지하며 자연의 흐름을 따를 뿐이다. 반면에 가사에서 말하는 밭은 메타포와 여러 철학적 개념들이 얽혀있다. 그래서 가사에서의 밭은 고통과 환희가 뒤섞인 복잡한 무언가다. 그리고 밭은 이러한 가사와 사운드를 동시에 놓음으로써 실제 세상과 현실의 질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밭을 정말로 인생이라 말하고 싶다. 내가 우울한 날에 집을 탈출해서 보았던 여유로운 자연의 풍경이 밭에서도 들어가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당신 글 잘써요 계속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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