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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AB] 당신은 어떤 켄드릭 라마를 사랑하셨습니까?

P세대2015.03.16 20:56조회 수 1514추천수 3댓글 1

앨범을 들으면서 느꼈던 점을 길게 쓰려니까 정리를 하긴 어렵겠네요.  생각나는대로 써보겠습니다.


-앨범을 다 들은 소감, 이라기보다 떠오른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켄드릭 라마를 사랑하셨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켄드릭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캐릭터의 '양면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링낑낑' 비트가 시작되면 무대를 장악해버리는 그의 폭발적인 에너지

 control의 verse에서 느껴지는 힙합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사명감

 section80 앨범에서 드러나는 세대와 사회에 대한 그만의 시각

또 어떤 이는 철지난 줄 알았던, 하지만 훌륭하게 재현해낸 그의  west coast 사운드

real, sing about me, never catch me, fuck your ethnicity에서 보여줬던 자기성찰과 위로


 우리가 켄드릭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렇게 다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두번째 메이저 앨범은  '하던대로만 한다면 거의 모든 힙합 팬이 칭찬할 준비가 되어있는' 앨범이었습니다. 저 또한 그랬구요. 하지만 지금 어느정도 찬사와 아쉬움이 엇갈리는 상황을 보면 '우리가 사랑했던' 켄드릭의 모습은 정말 다양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TPAB]는 우리가 켄드릭을 사랑했던 모든 이유를 충족시키진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TPAB]에서 보여주는 켄드릭의  '고민하고 갈등하는 아티스트'의 면모와 그것을 앨범 전체를 통해 관통시키고자 한 것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싶습니다. '아링낑낑' 없이도, '뚜뚜뚜!'가 없어도 켄드릭을 사랑했던 이유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이유 중 몇 가지(아마 대중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를 켄드릭은 이번 앨범에선 보여주지 않은 것이지요.



-앨범의 프로덕션은 '풍성한 일관성'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그 안에 든 다채로운 요소들이 순간순간 감탄을 자아내다가, 너무 풍성해서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다 듣고나니 조금 머리가 아픈  그런 느낌입니다. [GKMC]가 모든 힙합 리스너에게 투하한 폭탄같은 프로덕션이라면 [TPAB]는 제대로 취향 '저격' 하는 느낌이네요. 



-기억에 가장 남는 트랙은 U입니다. 그리고 MORTAL MAN. 인터뷰때마다 차분하고 겸손한, 그리고 귀여운 웃음(?)을 보여줬던 켄드릭이 얼마나 많은 내적 갈등을 겪었는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i'를 첫 싱글로 낸 이유도 너무나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MORTAL MAN 말미의 읊조림도 정말 좋았습니다.  켄드릭의 팬으로서는 켄드릭이 겪었을 창작의 고통이 앨범 대박으로 위로가 되길 합니다.



-아마 이번 앨범의 주제는 다분히 자아상철적이면서 사회비판적이라는 예상을 많이들 하셨을겁니다. 일련의 피격사건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 등이 있었고,  많은 흑인아티스트들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적극 동참했고, 저마다 많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켄드릭은 오히려 의외로(?) 조용한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한 마디를 했죠.


Azealia Banks, 이번에는 Kendrick Lamar를 비판하다

http://hiphople.com/index.php?_filter=search&mid=news&search_keyword=azeal&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3239367


많은 사람들이 Azealia banks의 어그로를 규탄(^^;)했지만, 저는 사실 그녀의 비판이 꽤나 일리있게 들렸습니다. 누군가에겐 켄드릭의 말이 다분히 타협적으로 보였겠지요(그런데 또 켄드릭만큼 사회에 대한 사유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아티스트가 있기나 싶기도 하고...)

 비단 흑인사회로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서로를 존중하자'는 말은 이상적이고 불합리한 사회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비근한 예를 들자면 단재 신채호 선생이 국내 민족운동 계열을 통렬히 '타협주의의 산물'이라며 자근자근 씹었던 것처럼요. 

각설하자면, 저는 이 인터뷰를 읽는 순간, 켄드릭이 이번 앨범을 통해서 그녀의 비판에 대해 음악을 통해 훌륭한 답변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켄드릭은 늘 그래왔듯이 세대와 사회에 대한 감수성이 그 어느 래퍼보다 예민하니까요. 

그리고 켄드릭은 'SING ABOUT ME'라는 그의 사람들의 외침을 절대 잊지 않았습니다. 물론 가사해석을 보면 더 잘 와닿겠지만, 주차하다가 마주친 한 남자의 이야기, 자신의 유년시절을 꼭 빼닮은 아이의 이야기는 감명깊었습니다.  켄드릭은 여전히 '그들'을 위해 노래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TPAB]를  'Azealia banks와 미국사회에게 보내는 답장'이라고 생각하고 들어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네요.


-그리고 결국 또다시 한국 힙합을 돌아보게 됩니다. . 절륜한 곡을 만들어냈던 (몇 없는) 한국 힙합아티스트들이 진부하고 맥없는 곡들을 내놓고 있고, 작년 세월호 참사와 같은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수많은 이야기를 '켄드릭처럼'은 아니더라도 음악적으로 고민하고 말하고자 하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게 가끔 경악스럽기도 합니다. [TPAB]에 대한 아쉬움은, 우리 한국힙합의 현실에 비춰봤을땐 너무나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드네요. 힙합음악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걸그룹과 인디음악에 맛들이던 군시절에 [GKMC]가 다가왔던 것처럼, 우리 힙합씬에도 그런 앨범이 나오길 바라봅니다.


-역시나 끝에 와서 정리가 안되는데... 찬사와 아쉬움이 엇갈리는 상황이지만 '켄드릭만이 낼 수 있는 앨범'이라는 점에선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 같습니다. 켄드릭은 그동안 우리가 아쉬워했던 힙합의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가능성'을 확장시키면서 힙합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을 확고하게 다지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또다시 여실히 보여주었네요. 이번 앨범은 제가 켄드릭을 사랑하는 이유,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이 음악을 사랑하고 있는 이유를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켄드릭,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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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1 3.16 21:26

    U는 비트랑 켄드릭 목소리 톤이 너무 좋은데 영어를 못알아들어서 해석본 기다려야할듯. 전 영어가사를 못알아들어서 비트랑 랩으로만 외힙을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해야하는지라 켄드릭을 최고라고 평하지 못하는 입장이 되버리네요.


    노래가 많이 좋으면 지니어스를 봅니다. 유출된지 몇시간 안된것 같은데 벌써 가사들이 다들 올라와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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