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Action Bronson
앨범명 Planet Frog
장르 Jazz Rap, Abstract Hip Hop
액션 브론슨만큼 커리어가 아쉬운 래퍼도 드물 겁니다. 스태틱 셀렉타 사단으로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조이 배드애스와 함께 차세대 붐 뱁을 이끌어갈 재목이라 평가받았는데 말이죠. 꽤 오랫동안 그의 음악을 찾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브론슨의 신보를 듣고 있자니 그간 잊고 지냈던 그의 목소리가 너무 반갑더라고요. 콜라처럼 톡 쏘면서도 적당히 카리스마 있는 톤이 나사 하나 풀린 듯한 대린저의 루프와 궁합이 좋네요.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조형해 온 세 명의 남자, 브론스, 폴 월, 야티가 놀이공원에서 찍은 TRICERATOPS 뮤직비디오가 앨범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여름은 지 펑크의 계절이라고요? 속단하지 마시길. 액션 브론슨이 혹서기에 최적화된 재즈 랩 앨범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티스트 Wendy Eisenberg
앨범명 Wendy Eisenberg
장르 Chamber Folk
뉴욕의 싱어송라이터 웬디 아이젠버그를 보고 있으면 괜히 '이터널 선샤인'의 클레멘타인이 떠오릅니다. 클레멘타인이 음악을 했다면 이런 음악을 들려주지 않았을까 하고요. 얼핏 그녀의 음악은 반세기 전 로렐 캐니언에서 제작됐을 법한 바로크 팝을 무성의하게 답습한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트로 Take A Number를 들어보세요. 건조한 기타 리프와 완벽한 순간에 등장하는 바이올린의 앙상블에서 폴 사이먼의 잔영이 보이지 않습니까. 포크 음악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 뒤에 미묘한 폴리리듬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 분야의 대가 조안나 뉴섬이 생각납니다.

아티스트 Bruno Pernadas
앨범명 unlikely, maybe
장르 Progressive Pop, Jazz Fusion
<unlikely, maybe>는 포르투갈 출신 뮤지션 브루노 페르나다스의 자신감과 장난기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오는 10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예술이 결국 조합의 문제이듯 우리에게 익숙한 장르 음악의 문법을 자신만의 레시피대로 개량했다는 인상을 줍니다. 여기서 음악보다 유별난 것은 잘 쳐줘도 아마추어 수준밖에 안 되는 브루노의 설익은 가창력입니다. 그런데 그 미숙함이 이런 하이브리드 음악과는 썩 잘 어우러지는 듯해요. 마빈 게이와 폴 매카트니의 가창력은 비교하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폴의 Yesterday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요.

아티스트 username
앨범명 Password 2
장르 Experimental Hip-Hop, Footwork, Glitch Hop
그때 사운드클라우드에 번뜩이는 데모를 업로드하던 비트메이커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런 의문에 답을 해주는 듯한 앨범입니다. 제이 딜라의 <Donuts>가 1개의 아이디어를 31개의 곡으로 나눠놓은 느낌이라면, <Password 2>는 12개의 사운드클라우드용 데모를 어찌저찌 1장의 앨범에 욱여넣은 것 같달까요. 흔히 우리는 롱폼 콘텐츠에서 인상 깊거나 주의를 끌만한 부분을 잘라다가 쇼츠와 릴스를 만듭니다. 이 앨범은 그 과정을 반대로 진행했습니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12개의 쇼츠를 모아서 하나의 롱폼 콘텐츠를 제작한 거죠. 형식이든 내용물이든 간에 진정 '미래적'이라 부를만한 기획인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 Aldous Harding
앨범명 Train On The Island
장르 Indie Folk
데뷔 후 10년 동안 올더스 하딩은 대중음악의 회색 지대에 머물러 왔습니다. 예술성을 조명하기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비전이 없었고 대중들에게 어필하기에는 생각 이상으로 독특하거나 고고했으니까요. 물론 독창성도 있었습니다. 특색 없이 저마다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인디 음악의 홍수 속에서도 그녀는 우상 파괴를 선언하며 끝내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새 앨범 <Train On The Island>는 하딩의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녀가 갑자기 신스 팝을 시도하거나 화려한 의상을 입고 백댄서들과 군무를 춘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어느 때보다 자신의 감정, 추억, 갈망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독특하고 고고하면서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면모는 여전하니 안심하시길.

아티스트 Tara Clerkin Trio
앨범명 Somewhere Good
장르 Neo Psychedelia, Trip Hop, Post Rock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포티스헤드와 매시브 어택 같은 밴드가 다운템포 일렉트로닉과 힙합 비트를 결합해 특유의 공간감 넘치는 브리스틀 사운드를 완성시켰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트립 합이라고 불렀고요. 현재 타라 클러킨 트리오나 비건이 들려주는 음악을 포스트 트립 합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음악을 규정하는 뚜렷한 특징이 있다기보다 표류와 축적을 통해 서서히 그 형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포스트 록으로부터의 영향력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많은 브리스틀 밴드가 그랬던 것처럼, 즉각적인 감흥보다는 반복되는 감상을 통해서 이들만의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이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아티스트 Brutalismus 3000
앨범명 Harmony
장르 Hard Dance, Hard Techno
브루탈리스무스 좋아하는 분들 많으시죠. 지난달 내한공연도 반응이 뜨겁더군요. 터질 듯한 트랩 비트, 리버브 베이스, 강렬한 메탈 기타, 그리고 바실리키 달다스의 톱날 같은 보컬 등, 언뜻 이 팀은 시대를 역행하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20년 전 이 동방 예의지국에 테크노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맥시멀하면서도 매우 소란스러운 사운드 말이에요. 거의 난센스처럼 여겨지는 Leonard Cohen이나 2개 파트로 나뉜 아웃트로까지 듣고 나면, '하모니'라는 앨범의 타이틀을 괜히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벅찰 때가 더러 있지만 요즘 테크노 신에서 가장 힘 있는 팀이 아닐까 싶네요.

아티스트 Sideshow
앨범명 TIGRAY FUNK
장르 Experimental Hip-Hop
"내 집을 되찾으려는 정착민들을 향해 뜨거운 9mm 권총을 겨누지." <TIGRAY FUNK>에서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사이드쇼의 가사입니다. 그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직설적인 가사를 쓰면서도 약에 흠뻑 취한 볼디 제임스처럼 랩을 합니다. 저는 그동안의 랩 게임이 불법 경제에 종사하는 흑인 남성들, 그러니까 마약상, 갱단, 포주 등을 지나치게 우상화하거나 페티시화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기믹에 감칠맛이 있다는 걸 부정할 마음은 없지만 솔직히 좀 짜치긴 합니다. 그게 사운드이든, 가사이든, 정치이든 간에 힙합이 최고의 상태에 있을 때, 어김없이 '혁명'에 비유됐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그 혁명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금을 납부하는 스타 래퍼가 아니라 사이드쇼처럼 할 말 못 할 말 구분하지 못하는 풋내기들이 이끌었음을.

아티스트 Fabiano do Nascimento & Vittor Santos Orchestra
앨범명 Vila
장르 Samba Jazz, Third Stream
음악을 백색소음으로 활용하는 걸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Vila>는 100점짜리 대안이 될 겁니다. 브라질 기타리스트 파비아노와 작곡가 비토르의 협업 앨범으로서 향수를 한껏 자극하는 세심한 편곡이 눈에 띕니다. 7번 트랙 Floresta Dos Sonhos에서 우수에 젖은 기타 멜로디와 높은 음역대의 바이올린 선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걸 들어보세요. 진행 궤적을 따라 서스펜스의 호가 그려지면서 단 한 마디의 가사도 없이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금 당장 센과 치히로에 수록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요.

아티스트 Slayyyter
앨범명 Wor$t Girl In America
장르 Electropop
미국의 프로듀서 닉 실베스터는 "클럽에서 실제로 재생되는 곡과 클럽에서 재생되는 것처럼 들리도록 만들어진 곡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라고 말하며 <BRAT>을 후자로 분류했습니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Wor$t Girl In America>도 후자인 셈이죠. 실제 클럽에서도 Beat Up Chanel$이나 Club classics 같은 곡은 거의 재생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 음악보다 누구냐가 중요합니다. 슬레이터의 코첼라 셋을 보세요. 싸구려 독주를 들이키는 것 같은 신스가 사방에서 울려대는 동안 그녀는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며 관중들을 휘어잡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을 미치게 만들겠다는 기세, 그 외에는 무엇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태도, 그것이 진짜든 아니든 간에.

아티스트 Gena
앨범명 The Pleasure is Yours
장르 Neo Soul
흑인음악 좋아하는 분들 중에 카림 리긴스를 모르는 분은 없을 테죠. 카림은 제이 딜라와 폴 매카트니 둘 모두에게 러브 콜을 받은 유일한 뮤지션일 겁니다. 이 위대한 드러머가 현재 가장 독창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리브와 뭉쳤습니다. 둘의 이름값에 비하면 상당히 장난스럽고 캐주얼한 작품이네요. 서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짧은 트랙들로 구성돼 있는 것이, 카림의 인스트루멘탈 테이프와 리브의 데뷔 앨범을 적절히 버무린 듯한 인상을 줍니다. 스튜디오에서는 카림이 좀 더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것 같지만, 노래라기보다 일종의 주문처럼 여겨지는 리브의 최면성 강한 보컬이 벨벳처럼 부드럽네요. 어떻게 보면 소울 버전의 Madvillainy 같기도 하고요. 블랙뮤직을 좋아한다면 꼭 한 번 들어보시길.

아티스트 Olivia Rodrigo
앨범명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
장르 Pop Rock
올 상반기 제일 흥미롭게 감상했던 앨범 중 하나입니다. 다른 분들이 쓴 리뷰를 몇 편 읽어봤는데, 다들 "올리비아가 이런 앨범을 만들 줄 몰랐다."라며 운을 떼는 게 참 재밌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올리비아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런 앨범을 만든 게 아니라, 더 나은 앨범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거라고 봅니다. 작년 BCNR의 신보를 들었을 때가 떠오르네요. 뭔가 마음을 움직이는 구석이 있으면서도 한 마디 거들고 싶어지는 그런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리뷰를 쓰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아티스트 Grace Ives
앨범명 Girlfriend
장르 Indietronica
뱀파이어 위켄드와 하임의 사례가 증명하듯이, 아리엘 레흐샤이드는 인디 뮤지션이 자기의 색을 잃지 않고 미학을 확장시키는 일에 최고의 길잡이인 것 같아요. 그레이스의 음악은 여전히 롤랜드 신시사이저를 기반한 베드룸 팝입니다. 기존 음악과 크게 차이는 없으나 어딘가 흥미진진해졌달까요. 4년 전의 그레이스라면 라나 델 레이를 연상시키는 My Mans을 절대 수록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리엘은 이 곡을 비욘세의 Halo와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유치하고 오글거리지만 그게 (이 노래의) 전부는 아니야." 춤추는 걸 부끄러워 하지 말라는 프린스 이후로 최고의 조언 아닐까 합니다.

아티스트 Johnny Blue Skies & The Dark Clouds
앨범명 Mutiny After Midnight
장르 Country Rock
디스코가 듣기 싫어서 피난을 간 동네 선술집에서 풍겨오는 탁한 냄새, 스터질 심슨의 음악에서는 그런 냄새가 납니다. <Mutiny After Midnight>는 그의 또 다른 자아 조니 블루 스카이로 발매하는 소포모어 앨범입니다. 피치포크는 이 앨범에 '내슈빌 버전의 롤링 스톤즈'라는 유쾌한 한 줄 평을 남겼습니다. 1번 트랙의 제목부터가 Make America Fuk Again이네요. 가사는 더 매콤하죠. 솔직히 미국이 아니었다면 컨트리라는 장르는 진즉에 사장됐을 겁니다. 근데 가끔 이런 탁한 냄새가 땡겨요. 이 앨범은 음악 버전의 보일링 시푸드입니다. 그 음식을 먹어본 적도 없고 추억도 없지만 괜한 기대에 사로잡혀 들뜬 마음으로 도전하게 된달까요.

아티스트 Jill Scott
앨범명 To Whom This May Concern
장르 Neo Soul
질 스콧은 에리카 바두, 알리샤 키스, 로린 힐이 전성기였거나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 데뷔했습니다. 그들보다 음악을 더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을 능가하는 셀링 포인트를 갖추고 있었지요. 스포큰 워드와 랩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리듬감과 깃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다가도 클라이맥스가 되면 휘몰아치는 완급 조절 등, 타고난 목소리야말로 그녀가 가진 최고의 툴이었습니다. Norf Side에서 프리모가 깔아준 펑키한 드럼 비트 위를 미끄러지듯 유영하는 그녀의 퍼포먼스를 한 번 들어보세요. 나스가 누구죠?

아티스트 My New Band Believe
앨범명 My New Band Believe
장르 Progressive Folk
이 같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My New Band Believe>가 좋다. 이 앨범은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아름답다. 캐머런과 동료들은 풍부하고 즉흥적인 다성음악을 활용해 싱어송라이터라는 진부한 전통을 다시 배열한다. 이 앨범은 불완전한 캐릭터들에 의해 진행되는 불완전한 대화이다. 한 명이 말하면 상대방이 그것을 거부한다. 가사 전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단 한 줄의 가사에 생애가 응축돼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유려하다. 점수나 평판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경험과 편견에 의해 규정되는 성질, 언제나 그 유려함이 나를 음악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열병 같은 꿈속에서 그가 마주한 것이 무엇일까? 알 수 없는 텍스트, 형형색색의 빛과 가지각색의 형상들, 반 다이크 파크스의 <Song Cycle> 등, 그게 뭐였든지 간에 그 이미지는 세상 무엇보다 유려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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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네요.
나이 드니까 감각까지 둔해졌나,
시원한 것도 좋긴 한데
더운 채로 가만히 있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재밌게 읽어주시길!




username줍줍해갑니다
사이드쇼가 뽑혔다니(?) 기쁩니다
진짜 좋은 앨범임
로드리고 넘 좋았음..
정성추
주말에 각잡고 들을 거 몇개 생겼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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