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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veil - sankofa 리뷰

title: Mach-Hommy온암3시간 전조회 수 164추천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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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veil - sankofa(2025)

*풀버전은 w/HOM Vol. 30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usofmatters.com/magazine/w-hom/#30

 

https://youtu.be/XRIDsnBx1bU?si=XQsnElDypmrbXZrq

 

“pg baby”를 처음 들은 순간, 이 어린 메릴랜드 신인의 음악에서 어쩌면 새로운 Kanye West와 Tyler, The Creator를 기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들었다. 감각적인 소울 샘플링을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현대화하는 신예다운 능력, 그리고 진정성이 돋보이는 저음의 랩 보컬까지. 이전까지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아티스트의 [learn 2 swim]이라는 앨범은 얼터너티브 힙합의 고전적인 미덕과 신세대적 재해석이 맞닿아있는 순간으로 인식되었다. 필자 본인에게 있어 2020년대라는 기간은 의미가 깊다. 힙합 음악과 문화에 진중하게 접근하기 시작했고, 실시간으로 연장되는 힙합의 역사와 함께하며 신예들의 부상을 직접 목도할 수 있었다. 대중의 호응을 얻은 신예들도 있었고, 음악적으로 훌륭한 평가를 받은 신예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중 redveil만큼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만족을 선사한 아티스트는 없었다. 단순히 갑의 나이에 준수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일까? 혹은 그의 음악이 필자가 힙합에 있어 가장 애정하는 부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일까.

 

redveil이 가장 훌륭한 점은, 무엇보다도 모든 작업이 DIY라는 사실일 것이다. 11살 때 The Internet의 “Palace/Purse”를 듣고 음악을 시작했다는 일화처럼, 그의 싱어송라이팅은 Odd Future 스타일의 DIY 정신과 분명히 맞닿아있다. 유년기의 무의식에 녹아있는 소울과 재즈의 향취, C418의 <마인크래프트> 사운드트랙, Kanye와 Pharrell 키즈들의 음악적 DNA가 FL 스튜디오에 맞닿아있는 지점이 바로 그의 프로덕션인 것이다. 상이한 음질의 소울 샘플과 드럼셋을 신스 프로그래밍으로 연결하는 그의 작법은 분명 Tyler를 떠오르게 하지만, 전반적인 질감이 디지털(Digital)보다는 오가닉(Organic)에 가깝다. 무엇보다 그를 여타 Tyler 타입의 아티스트들과 차별화시키는 장점은 랩이다. 과반수 이상의 신예들이 기존 랩의 질서를 해체시키고 인터넷 세계 속에 은둔하려고 할 때, redveil은 몇 안 되게 랩에 감정과 진정성을 담는 이처럼 보인다. 저음의 랩톤과 라이밍 스타일은 예전의 Earl Sweatshirt를 연상시키기도 하나, 담아내는 감성의 결에는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 “4:44” 비트 위에 그가 랩하는 영상을 보고 온다면, 그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sankofa]는 그런 그의 두 특장점이 분명히 개화한 작품이다. 그것도 형태적으로 아주 바람직하게 말이다. 전작보다도 훨씬 재즈 랩의 성격이 강해졌는데, 실제 연주의 영역까지 도달했다는 점에서 그것이 무척이나 의미있다. redveil은 어릴 적 교회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한 적 있다. 그 말은 즉슨, 그가 라이브 연주의 미학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본작은 이전 그의 프로젝트에 비해 훨씬 역동적이고 매력적으로 편곡되었다. 앨범이 재즈 랩과 네오 소울의 경계를 현란하게 오가는 와중에, 선공개 싱글인 “brown sugar”는 redveil의 음악적 비전이 어디까지 닿아있는지 증명하고 있다. RIP D'Angelo, 그루비한 베이스 리듬 위 은은하지만 따갑게 얹어지는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는 90년대 네오 소울부터 70년대 모타운 소울까지도 뻗어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잘 만든 싱글에서 그치지 않고 앨범의 미학을 대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sankofa]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time (a dream deferred)”의 장대한 오프닝에서 정면으로 이어지는 “lone star”는 세션의 화합을 강력한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묵직한 킥 드럼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얹어지는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 위 화음을 이루는 redveil의 보컬에선 전작보다 발전한 화성학적 이해도가 돋보인다. 그리고 이 장점이 때로는 본인의 목소리로, 때로는 합창단의 목소리를 통해 앨범 대부분에서 발휘된다는 사실이 일종의 ‘재즈 퓨전’ 앨범으로서 [sankofa]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물론 그것이 반전되는 순간도 특별하다. 앨범 내에서 유일하게 트랩을 사용한 “buzzerbeater / black christmas”는 재치있게도 징글벨을 살짝 곁들이고 트랩과 실제 드럼을 오가며 스토리텔링의 이입을 보조한다. 밴드 세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Magic, Alive]라는 강력한 라이벌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데, 전반적으로 [Magic, Alive] 쪽이 훨씬 숙련되었고 극적인 연주를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sankofa]는 아티스트 본인이 지휘와 조율을 도맡았다는 사실만으로 자기변호에 성공한다. 무엇보다 “mini me”만큼은 부정할 수 없이 강렬하다. Saba나 Quelle Chris, 혹은 MAVI의 음악에서 이런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겠는가? 재즈와 펑크가 뒤섞인 네오 소울 곡으로서 빌드업에 걸맞는 감정적 호소력을 자랑하는 이 트랙은 redveil의 음악적 감정 전달 능력이 가창의 한계 따위는 아득히 초월했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sankofa]가 완벽한 차원의 진보인 것만은 아니다. 그의 연주와 편곡 능력이 원숙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그의 연령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감안할 수 있으나, 로파이의 불완전성에서 탈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앨범의 매력을 반감한다. 소울과 재즈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치고 그의 믹싱은 악기의 질감을 뭉개고 튀게 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는데, 이것은 곧 음악의 건조한 질감으로 이어진다. 생동감이 저하되고 음상이 평면적으로 형성된다. 특히 redveil 본인의 보컬이 나머지 인스트러멘탈에 비해서도 귀에 띄게 저음질이다. [learn 2 swim]에는 수중(水中)의 이미지라도 존재했기에 가볍게 넘길 수 있었지만, 라이브 세션을 적극 활용한 본작에서 각각의 사운드 소스가 제 잠재력을 다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꽤나 치명적인 결점에 가깝다. 심지어 redveil이 편곡 과정에서 얼마나 세심하게 그 소스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음을 감안한다면 더욱이 말이다. 지금부터 그가 가장 절실하게 발전시켜야 할 조건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이 아니라 음향의 기술적 완성도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redveil은 호소력 어린 엠씨잉으로 그런 결점마저 일부 극복해낸다. 그는 이전에 비해서도 훨씬 격렬하게 랩 보컬을 다룬다. 그의 래핑에는 열정과 자신감이 가득하게 들리는데, 그 자신감은 역설적이게도 고통에서 유래한다. 즉, 엄밀히 따지면 그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과잉된 자아일 것이다. “history”는 특정 공간에 매긴 가치를 중심으로 그의 소외감을 입체적으로 다루며, “pray 4 me”는 그 소외감을 실존적 위기와 정신적 고통의 일부로 흡수하며 극적 고점에 도달한다. “buzzerbeater / black christmas”는 음악적으로 흥미로웠던 만큼 가사적으로 흥미롭다. 유년기 시절 형과의 일화, 음악에 입문하게 된 경위 등을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 랩으로 서술하며 앨범 전체의 감정선을 한 지점으로 수렴케 하는 훌륭한 드라마이다. 그렇기에 온전한 회복이 아닌 인정의 태도를 취하는 “glimpse of you”조차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로 남게 된다. 성숙은 챕터의 종결이 아닌, 수없이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learn 2 swim]이 잘 맺힌 꽃봉오리였다면, [sankofa]는 불완전하게 개화한 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을 의미하진 않는다. 아직 다 피지 않았다. 그는 발전할 여지가 넘쳐나며, 그럴 시간도 충분하다. 21살. 그의 커리어를 단언하기엔 너무나도 젊은 나이이다. ‘21세에 이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 문장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낙담한 쪽이겠는가? 퍽이나.

 

https://youtu.be/wFL2aIiBuEs?si=XaQZyLckVL8qY23s

 


 

블로그: https://blog.naver.com/oras8384/224144777874

 

본문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개인적인 애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신인입니다.
최근에는 제이딜라의 Don't Cry 비트 위에도 랩을 하던데, 그런 대담한 열정이 어디에서 나오나 싶어요.
좋은 것들을 흡수하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녹여내는 것 같아 행보를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다음 앨범에서는 더 풍부한 자원을 투자할 수 있었으면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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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친구야~ 다음 앨범도 기대할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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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3시간 전

    https://youtu.be/y7nqKe4O190?si=sheXUjuARtZXEbxQ

    이것도 같이 감상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1 2시간 전

    리뷰에서 적으신대로 지나치게 로파이 질감에 의존하는 감이 있어서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아직 어리니까 미래가 기대되는 친구입니다

  • 1 1시간 전

    얼 짭에서 타일러 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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