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리뷰

<EL-P - Fantastic Damage> 리뷰

title: Donuts귀염뽀짝앤디모린2025.12.13 23:11조회 수 586추천수 8댓글 9

Screenshot_20251213_225644_KakaoTalk.jpg


<EL-P - Fantastic Damage 리뷰>


"My name is EL-P, I produce and rap too"



Jaime Meline, aka EL-P. 가장 과소평가된 힙합씬의 

재능 중 하나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힙합 헤비 리스너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Bigg Jus, Mr.Len과 본인으로 구성된

언더그라운드 힙합 트리오 Company Flow의 이름으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Funcrusher Plus>

Definitive Jux라는 레이블을 세우고

<Cannibal Ox - The Cold Vein>

<Aesop Rock - Labor Days>등 그를 걸쳐 등장한 

수많은 명반들

뛰어난 솔로 활동 이후로도

실력파 래퍼 Killer Mike와 듀오를 결성해

완벽에 가까운 RTJ 디스코그래피를 창조해내기까지.

MF DOOM과 비견될 언더그라운드의 전설로 그의 커리어는 항상 가장 어두운 곳에서 조용히 밝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솔로 데뷔작 

<Fantastic Damage>는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환하게 타올랐다.



EL-P는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작가로 2명을 언급했다.

동물농장, 1984를 쓴 영국의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인 조지 오웰, 꾸준한 재평가를 받아 미국 SF계의 거장이 된 필립.K.딕.

"

피치포크: <Fantastic Damage>에서 필립.K.딕과 조지 오웰의 대한 언급이 꽤 있던데,

이 둘이 당신의 세계관과 가사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EL-P: 엄청나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가 쓴 전체주의의 공포에 대한 저서들은 전체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줬을것이 분명하죠

그리고 딕은 제 글쓰기 스타일과 구성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는 원래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필립 K. 딕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마치 대중 철학 소설 같기 때문이죠. 한 페이지에 17가지나 되는 거대한 개념을 쏟아붓고는 바로 넘어가죠.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했으니까... 그는 한 권에 100달러 정도 받고 SF 소설을 썼으니까요 어쨌든 딕과 오웰은 제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인물들이에요."


피치포크 인터뷰 (2002년)




둘의 유명 저서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오웰의 동물농장은 농장의 주인이 바뀌어도

그 농장 안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삶은 바뀌지 않는 결말로 끝나고, 1984는 그 유명한 마지막 문장, "나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로 전체주의가 개인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처절하게 표현해냈다.

딕의 저서들은 대부분 파멸적인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아정체성과 기억의 혼란이 그의 주된 소재이다.

하지만 이들이 그린건 단순한 먼 미래의 암울함이 아니다. 앨범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EL-P는 9/11 테러를 목격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당시 

미국의 상징이 무너져내리고 30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21세기 최악의 테러.

인터뷰에서 이들의 저서가 9/11을 예측했냐는 질문에, EL-P는 9/11같은 사건은 그들이 살아있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항상 반복되었다고 한다. 기술만이 달라졌을 뿐, 

EL-P가 영향받은 책들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기반해 쓰여졌다.

EL-P는 자신의 데뷔 앨범에서 창조해낸 암울한 세계를 

픽션이라 칭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앨범을 아포칼립스적이라고 생각하지만, 9/11테러가 발생하고 세계가 혼란 속에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는 상황에선, 이미 지금이 그에겐 아포칼립스인 것이다.

그가 설파하는 미래는 미래를 가장한 현실이다. 

그가 존경한 작가들처럼.

 


"내 작품이 어둡다고 누군가 불평한다면, 나는

"넌 어디 사는데 너의 작품은 그렇게 행복하니?"라고 반문할 것이다.

난 종말론자가 아니다. 이건 그냥 내 현실이다. 내 이야기가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다뤄져야 할 이야기이다"


"How does one man assert power over another?"

"어느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까?"


"By making him suffer"

"그를 고통 속에 몰아넣지"


"Exactly"

"정확해"

- EL-P - Accidents don't happen 

(Feat. Cage, Camu Tao)



그의 저항적인 가치관은, 사운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컨셔스 랩의 상징, Public Enemy에게 직접적으로 

영향받은 사운드 말이다. 

거칠고, 시끄럽고, 펑키한 사운드.

앨범 내내 시끄럽게 돌아가는 턴테이블,

디스토션이 삼킨 신스와 샘플들이 불결한 화음으로 

어우러지고 비명들은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마치 전쟁이 벌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화약 냄새와 연기가 덮어버린 도시에, 체념한 시민들이

삶의 의지조차 유지하기 힘들어하는 느낌이다.

서로를 의심하고 총부리를 겨누는 모습

이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잘못 맞춰진 퍼즐이 됐을까.

어쩌면 처음부터 맞출 수 없는 퍼즐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지러운 디스토피아적 비트 위에 EL-P는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엇박 플로우로 청자에게 긴장감을 선사하며

잊혀진 분노와 저항의 에너지를 다시 부활시켰다.

Public Enemy만의 에너지, 골든에라부터 지금까지 따라올 아티스트가 없는 건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들의 강렬한 에너지를 가장 잘 재현해낸 아티스트는, EL-P일 것이다




필자의 말을 다시 반복하자면,

<Fantastic Damage>는 항상 어둠 속에서 밝게 빛을 내던 그의 커리어에서 특히나 밝은 순간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가사와 과거의 사운드를 미래적인 분위기로 재해석하기까지.

EL-P는 그의 의도를 우리에게 완벽하게 전달했다. Public Enemy의 에너지와 결합한 조지 오웰과 필립.K.딕의 펜. 

아름다운 훼손이다



---------------------------------

제 힙합 청취 경험은 현재 페이즈4에 도달해있다고 

생각합니다.

페이즈1은 힙합을 입문한 순간

텐타시온, 스캇 등을 듣던 시절

페이즈2는 MBDTF를 들은 순간

힙합을 앨범 단위로 듣기 시작

페이즈3은 Enter the Wu - Tang을 들은 순간

21세기 이전 힙합, 붐뱁 같은건도 점점 찾아들으며 J Dilla를 찬양하게 된 시점

페이즈4가 Run The Jewels, EL-P를 발견한 순간, 

얼마안된 현재 진행형입니다

현재 저의 최애 아티스트는 단연 EL-P

여러분들도 이 리뷰를 통해 더더욱 EL-P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리뷰는 RTJ 0.5, 

<Killer Mike - R.A.P Music>입니다

본 리뷰에서 까먹은 EL-P의 가사 한줄로 리뷰를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Motherfucker, did I sound abstract?"

양산형 앱스트랙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신고
댓글 9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서버 문제 조치 중입니다4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 2025.12.12
[공지] 회원 징계 (2025.12.03) & 이용규칙2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12.03
[아이콘] J Dilla 등 아이콘 출시 / 12월 아이콘 설문42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11.30
화제의 글 인증/후기 뉴욕 사는 빌리우즈 광팬 아저씨의 바이닐 모음 (KA, billy woods...15 baboho 12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2025 연말결산 #1 (30위~20위)2 title: JPEGMAFIA히오스는니얼굴이다 1시간 전
화제의 글 리뷰 Eminem - The marshall mathers lp 2 너무 짧은 리뷰10 title: Imaginal Disk릴랩스베이비 2025.12.22
226075 음악 비가 올땐 트랩! 20세기틀니 2025.12.13
리뷰 <EL-P - Fantastic Damage> 리뷰9 title: Donuts귀염뽀짝앤디모린 2025.12.13
226073 일반 프랭크 오션 앨범 기원 359일차 title: Chief Keef따흙 Hustler 2025.12.13
226072 음악 오듣앨이무요9 title: Imaginal Disk외힙노인 2025.12.13
226071 일반 도자캣 내한했네 2025.12.13
226070 음악 당신이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1편 : waera5 Waster 2025.12.13
226069 일반 세비지 앨범 무난하네요 title: Kanye West (2)yi 2025.12.13
226068 일반 Amine 13 months of sunshine 들을수록 좋네요2 REALiZE 2025.12.13
226067 음악 드레이크 역대 명곡 TOP1511 2025.12.13
226066 음악 데라소울 CD 질문1 title: Donutsjunkhiphop 2025.12.13
226065 음악 N으로 시작하는 최고의 외힙 곡은?22 title: VULTURES 1피자모짜렐라 2025.12.13
226064 음악 크리스마스 뱅어 🗣🗣🔥🔥 title: Imaginal Disk외힙노인 2025.12.13
226063 일반 다들 높디높은 크리스마스 되시길 아포칼립소 2025.12.13
226062 음악 재밌는 래퍼 다큐 있나요3 title: The Weeknd (After Hours)XOglaz 2025.12.13
226061 일반 You aint gotta lie같은 음악 추천 좀 title: TPAB디스포일드차일드 2025.12.13
226060 음악 세비지 다 들었다11 title: Imaginal Disk외힙노인 202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