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저는
이태원에서 친구가 별이 되어서, 그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적이 있고요, 공황장애를 앓았었기때문에 지금까지 다녀왔던 12번의 콘서트는 모두 지정석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캇은 스탠딩이 맞다는 생각이 워낙 강했기에, 이번 콘서트는 처음으로 스탠딩으로 다녀와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외였던것 하나는 여성비율이 높았습니다, 외모도 다들 아름다우시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솔직히 남자들만 올 줄 알았거든요. 저는 제이팝을 위주로 공연을 다니는편이라 이렇게 아름다우신 여성비율 준수한건 처음 봤네요. 칸예때도 두번 모두 갔었는데 이정도는 아니였던거 같아요. 생각보다 젊은 여성분들 중에 외국힙합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는구나, 다시 봤습니다.
그리고 갔다왔던 콘서트 통틀어서 담배냄새가 가장 심했습니다. 어딜 가든 진하게 풍겨오는게 유독 이번 스캇콘이 담배냄새가 심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주최사인 라네코… 왜 3시간 대기를 고집하는진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고, GA3의 180번대 표를 그냥 버리고 6시에 입장했습니다. 입장하는데 개인적으로 좀 빡쳤던게 생수페트병 들고 입장하려는데 병뚜껑은 버리고 입장하라더군요. 어떤 저능아가 이런 발상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덕분에 물을 스탠딩에서 공연도중에 안정적으로 마실 방법이 없어져서 공연전에 그냥 다 버리거나 마셨습니다.
공연전에 디제이분이 3시간의 긴 대기시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구원등판하셨는데 정말 감사를 표합니다. 안 그러면 스캇이 30분 지각을 했기때문에 일찍 간 사람들은 3시간 30분을 꼼짝없이 서서 기다리는, 반인륜적인 처사가 21세기에 벌어질 뻔했거든요.
아무튼 스캇이 30분 지각하고,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때 제 위치는 E구역 중간이였습니다.

보이시나요? 참고로 제 키는 177입니다. 스탠딩에서 177의 시야가 이렇습니다. 남의 핸드폰 화면 말고는 무대를 볼수가 없었어요. 제가 이런데 저보다 키작은 여성분들은 어떻게 공연을 즐기겠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스탠딩이니까 공연 도중에 마음대로 뛸 수 있는거 아니냐? 아닙니다. 놀랍게도 아니였습니다. 저는 제 자리에서 뛰고 싶었거든요? 근데 오른쪽에서 모쉬핏을 하겠다고 안그래도 좁은 공간에서 억지로 원을 만들려고 너무 심하게 밀어대더군요, 그래서 출근시간 지하철 9호선 급행마냥 압축이 되었고, 뛸수가 없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스탠딩으로 예매를 했는데 마음대로 뛰지도 못하고 공연이 끝나버릴것 같아서 그냥 자리 포기하고 저는 E구역 뒤쪽으로 가는 결단을 내렸고, 이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되었습니다. 뒤는 공간이 널널했고, 모쉬핏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그만큼의 여유공간이 나왔기에 제 마음대로 뛰면서 즐길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어중간한 자리에서 인파의 압력을 견디면서 공연을 즐기는것 보다는 그냥 차라리 맨 뒤쪽으로 가는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자리 옮기고 난뒤부터 스탠딩을 조금씩 즐기기 시작했고, 후반부 뱅어들의 향연은 정말 황홀했습니다. 이번 스캇 콘서트의 후반부 연타 뽕맛은 제 공연경험 전체를 비추어봐도 꽤나 인상깊은 기억으로 남을것 같네요. NO BYSTANDERS - FE!N - SICKO MODE - Antidote - goosebumps 로 이어지는 뱅어라인업은 왜 이 사람이 la flame으로 불리는지를 여실히 증명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저도 같이 모쉬핏 했던거 같네요 ㅋㅋ 재밌었습니다.
음향이 안좋았다고 말이 많아서 유튜브로 지정석에서 찍은 영상들 봤는데, 현장에선 몰랐는데 진짜 심각하게 구렸었군요? 전 셋리를 다 외우고 갔었는데 몇몇곡은 나오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근데 스탠딩은 그보다도 모쉬핏의 압박으로부터 제 몸을 지키느라 바빴습니다, 개인적으로 음향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어요. 안그래도 그리 넓지 않은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는데 원을 만들때도 밀어냈다가 돌진하고 다시 이게 돌아올때도 밀려오니까 순간적으로 제 몸이 공중에 붕 뜨면서 사람들의 힘만으로 밀려갈때도 있고 생각보다 위험하더라구요. 177의 키인 저도 이런데 키작은 여성분들 잘못해서 넘어지기라도 했으면 그대로 밟힐수도 있겠다 싶고, 그대로 여러명 넘어지면 진짜 깔려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괜히 아스트로월드 참사가 났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서 이번에 그래도 크게 다친 분 없이 잘 마무리된게 정말 다행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갔었던 내한공연 중에서는 3등이였던것 같습니다.
제 2025년 콘서트 순위 TOP 3
1위 콜드플레이(막콘)
2위 요네즈 켄시
3위 트래비스 스캇
다만 FE!N을 6번 즐긴 그 순간적인 고점만큼은 셋 중 가장 높습니다. 다만 초반에 제대로 못 즐겼고, 주최사 이슈라든가 음향적인 부분 때문에, 고점은 높은데 평점은 낮아서 저 위로는 못 올라갈것 같네요.
2018년, 고3시절에 goosebumps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스캇 콘서트 한번 가서 저렇게 뛰어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이렇게 작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지울수 있게 되었네요.
한편으로는 이제 다른 공연을 어찌가나 싶습니다. FE!N의 단일 고점으로만 따지면 공연에서 맛볼수있는 끝을 본 느낌이라, 이보다 더한 강렬한 도파민을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을까? 이건 앞으로 제가 보러갈 공연들의 숙제로 남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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