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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e - Burning Desire 리뷰

title: DMX공ZA2025.09.11 14:17조회 수 86댓글 0

Burning Desire | MIKE

 

가면은 얼굴을 숨기지 않는다. 대신 다른 얼굴을 불러온다. MIKE의 <Burning Desire>는 그 호출의 기록이다. 서아프리카의 가면 이미지는 브롱크스의 테이프 먼지와 뒤엉켜 새로운 표정을 낳고, 그 표정은 흩어진 뿌리와 도시의 현재,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한 프레임 안에 겹친다. 가면은 보호막이면서 발화구다. 말이 터져 나오고, 말이 다시 틈으로 스며든다.

"Dambe"는 나이지리아 전통 격투의 어휘를 꺼내며 앨범의 첫 장면을 단단하게 붙든다. 이어지는 "Zap!"의 보컬 샘플은 리버브와 딜레이를 통과해 다큐의 해설이 아니라 먼 곳의 호출처럼 울린다. 이때의 소리는 회귀의 문장으로 읽힌다. 고향의 좌표가 환하게 찍히지는 않지만, 방향감만큼은 또렷하다.

중반부에서 MIKE의 랩은 더 낮고 흐릿해지고, 감정의 경계는 손으로 문질러진 필름처럼 번진다. "Snake Charm"의 소울 샘플은 빈방의 공기처럼 퍼지고, "plz don’t cut my wings"에서는 재즈 피아니스트 David Benoit의 "Stages"가 테이프 압흔을 남긴 채 순환한다. 이 곡에는 Earl Sweatshirt가 함께하며, 두 래퍼의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상실을 회피하지 않는 태도가 드러난다. 날개라는 상징은 신체의 메타포를 넘어 정체성의 접합부를 가리킨다. 그 접합부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함이 곡의 호흡을 이끈다.

"U think Maybe?"는 이번 작업의 전환점을 명확히 찍는다. Liv.e의 보컬은 애절하게 공기를 흔들고, Venna의 색소폰은 그 흔들림에 결을 입힌다. 라이브 악기와 테이프 질감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 덩어리로 굳을 때, 공간감은 이중으로 분화된다. 가까운 방과 먼 성운이 동시에 들린다. 디아스포라의 시간이 이런 식으로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한쪽에서는 과거가 붙잡히고, 다른 쪽에서는 미래가 먼저 도착한다.

후반부의 "Ho-Rizin"은 상승의 신호를 보낸다. 베이퍼한 신스 패드와 묵직한 베이스가 위아래로 긴장을 걸어, 몸은 가벼워지지만 발은 여전히 바닥을 더듬는다. "THEY DON’T STOP IN THE RAIN"에서는 TAKA의 참여가 더해져 풍성한 소울 샘플과 천상의 키보드가 겹쳐지고, 사적인 감정은 공동체의 의례로 번역된다. "Mussel Beach"에서는 El CousteauNiontay가 목소리를 보태며 되감기와 피치 변조 같은 실험을 한층 강화한다.

마지막 "Let’s Have a Ball"은 블루스풍의 밝은 마무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환호가 사라진 뒤에도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MIKE는 가면을 벗어내는 대신 새로운 가면을 손에 쥐고, 그것을 천천히 다듬는다. 귀환의 선언은 끝내 주어지지 않고, 의례는 미완의 상태로 남는다. <Burning Desire>는 불완전한 얼굴들이 잠시 모였다 흩어지는 장면처럼 이어진다. 샘플의 조각과 라이브 연주의 숨결, 게스트들의 목소리가 포개질 때마다 또 다른 형상이 잠시 드러난다. 잔치 뒤 남은 불빛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는다. 다만 가면의 그림자가 여전히 흔들리며, 다음 여정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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