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less]
Frank Ocean
Frank Ocean의 [Blonde]는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 앨범 [Endless]는 아쉽게도 블론드의 그림자에 가려져 과소평가 당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작품을 가르는 것은 평론가가 매긴 점수가 아닌, 그 작품의 흥행 성적도 아닌, 오직 개인의 감상이다.
그리고 난 이 앨범에서 여태껏 음악을 들어오며 느낀 가장 큰 감동을 느꼈다.
먼저 그는 가수로서 원초적으로 자신의 보컬을 앞세운다. Isley Brothers의 “At Your Best (You Are Love)”를 답습하는 이유는 아마 이 곡을 널리 알린 장본인인 가수 Aaliyah의 커버 곡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팬을 자처한 오션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힘을 어필해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Alabama”의 피아노 반주는 눈물이 날 정도로 좋다. 감정에 깊게 호소하는 오션의 보컬 또한 한 몫 하였다.
이후 앨범은 느슨하게 흘러가며 고조된 감정을 가라앉힌다.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Wither-Hublots-In Here Someone 3연타가 등장한다.
”Wither“는 내가 가장 애정하는 프랭크 오션의 곡으로, 어딘가 메마른 느낌을 주는듯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내뱉는 가사들은 하나같이 아름답다. 이후 “Hublots“에서의 갑작스러운 전개를 점점 고조시켜 “In Here Somewhere”에서 마치 쌓인 울분을 토해내는 듯한 오션의 처절함이 돋보인다. 또한 곡이 진행 될 수록 목소리의 형태가 점점 무너져내리는 모습도 그의 절박한 심정을 드러내는 요소로 보인다.
이후 다시금 여러 사운드들을 채용하여 다채로운 사운드를 선보이며 나아가던 중 그는 “Higgs”에서 단순한 기타 소리 위에 실려나가는 목소리로 다시금 가슴 속 깊은 울림을 전한다. 어떠한 음악적 장치를 화려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닌, 목소리 하나만으로 감정 속에 녹아드는것은 분명 훌륭한 기술을 밑바탕으로 요구한다.
이 앨범은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일렉트로닉의 향이 물씬 풍기기도 하며, 앰비언트적 요소가 적극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앨범 내내 공간감을 살린 믹싱은 몽롱하고 붕 뜬 듯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앨범이지만 반짝이는 순간들만큼은 커리어 안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사운드적인 요소에 집중하는것도 좋지만 가사가 정말 예쁘고, 감정에 깊게 호소하는 내용들이니 해석을 참고하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앨범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고 느껴질법한 앨범은 아니다. 실제로 나의 지인에겐 다소 난해한 방식으로 들쭉날쭉하게 전달되는 감정선을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나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선 어떤 음악보다도 와닿았었다. 각자의 마음의 부족한 구멍을 음악으로 채우는 일은 누군가에게 있어선 인생을 할애해야 할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인생을 채워놓은 좋은 음악을 이렇게 빠르게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것이다.
9.8/10
Best: Wither
+다음글은 KSG(+CD), 그리고 제이펙마피아의 앨범 하나 추천받겟습니다
베테랑 어때요
그랭
잘 읽었습니다 갠적으로 좋아하면서도 후반부가 살짝 아쉬운 앨범이였는데 이 글 읽고 한번더 들어봐야겠어염
후반부에 눈에 띄는 퍼포먼스가 없는건 저도 아쉽긴하네용
그래도 분명 정규작들과 비교해도 될만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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