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ps
billy woods & Kenny Segal
원래는 엘이 탈퇴하고 재가입하기 전에 올리려던 리뷰이벤트 참여글이었는데(예 재탕입니다.), 고작 반 정도밖에 못써놓고 더 이상 짱구가 안 돌아가길래(빡대가리라 글이 술술 안 적힘) 결국 그냥 메모장에 쳐박아놨던 리뷰글입니다. 먼저 전 이 <Maps>라는 앨범에 상당히 깊은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맥락과 집단적인 트라우마를 다루는 <History Will Absolve Me> & <Aethiopes> 등등 같은 앨범들보다 더욱 개인적인 감정에 집중하는 앨범이기도 하고, 2019년작 <Terror Management>처럼 무겁고 둔탁하며 건조한 드럼과 날카로운 샘플링을 특징으로 한 프로덕션, 더욱 긴장감 있게 짜여진 구조(눈에 띄게 높아진 유기성)가 저에겐 빌리 우즈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특징을 잘 잡아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기도 합니다. 저는 <Maps>를 하나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많은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을 수도 있고, 굉장히 단순하고 뻔한 비유지만요. 그런데 이 여정에 담긴 건 '일관적 서사'가 아닌 어떤 '흩어진 스냅샷'에 가까워 보입니다. 트랙마다 장소가 바뀌고, 감정이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지만, 거대한 선형적 스토리는 없어요. 저는 이런 산발적이고 느슨한, 흩어진 스냅샷 같은 <Maps>의 서사를, 최대한 일관성 있게 묶어보려는 시도를 해당 리뷰글에서 해봤습니다. 이건 사실 안 물어보셨겠지만 전 글을 상당히 못 씁니다. 진짜 뒤지게 못 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쓰는 것도 아니에요. 리뷰글 보시면서 되게 작위적이거나,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애정을 가지고 써본 글이니 양해 부탁리는 바입니다.. 참고로 일관성 있게 앨범의 흩뿌려진 서사를 하나로 묶으려다 보니, 제 개인적인 해석이나 msg가 조금 첨가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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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부터가 이미 비행기 안전 수칙 안내도를 패러디하고 있다. 이 독특한 커버 아트는, 앱스트랙 힙합의 최고봉에 선 래퍼 billy woods와, 그의 영원한 음악 파트너이자 프로듀서 Kenny Segal의 <Maps>가 펼칠 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집을 떠나 도착지를 전전하는 투어의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느끼는 고단함과 냉소, 쓸쓸함이 지도처럼 펼쳐진다. woods 특유의 날카롭고도 위트있는 가사는 각 트랙마다 하나의 장소에 발을 딛고 있다. 이제 그가 남긴 발자취 위로, 트랙 하나씩 발을 디뎌보자.
#01 Bedford-Stuyvesant, Brooklyn [Kenwood Speakers]
뉴욕 브루클린 베드퍼드-스타이베선트(Bed-Stuy)의 어느 저녁, woods는 새로 이사 온 이웃의 집 디너 파티에 참석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한복판에 선 동네답게, 식탁에는 가오리 날개 스테이크에 갈색 버터와 케이퍼 소스, 타임 잎 장식, 그리고 천연 와인 같은 고급스런 메뉴들이 오른다. 오래된 흑인 거주 지역인 베드퍼드-스타이베선트가 부유한 새 입주민들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woods의 마음은 복잡하다. 곁눈질로 그들을 한번 노려보고는, 다시 허물어지는 창밖의 맨션을 살핀다. 속으로 그는 "어차피 재개발 될 거라면 나만 손털고 나올 순 없지."라는 씁쓸한 속내를 품고 있다. 파티가 무르익자 woods는 음악 볼륨을 슬금슬금 높이고, 일부러 짓궃은 농담들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특유의 냉소와 장난기로, 자신이 겪어온 어두운 세상을 과장해 이야기하자 부유한 백인 이웃은 얼굴이 점점 굳어간다. 밤새 귓가에 대고 속삭인 사회적 지옥의 이야기들.... 결국 다음 날 아침, 그 파티의 호스트는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신 채 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놀랍도록 극단적인 이 결말은 woods에게조차 충격적이지만, 이것이 곧 그가 집을 떠나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Kenwood Speakers>가 담고 있는 이미지는 그러하다. 묘하게 무거운 저녁 공기, 복잡한 감정과 씁쓸한 농담이 뒤섞인 공간, 그리고 그 모든 것 위를 조용히 덮는 희미한 긴장감. 프로듀서 Kenny Segal은 이 순간을 재현하기 위해, 짙고 끈적한 베이스와 묵직한 드럼을 가장 아래에 깔았다. 드럼은 명확하게 터지는 대신, 마치 낡은 가죽 위를 부드럽게 두드리는 듯한 질감을 갖고 있다. 공간을 채운 건 빈틈 많은 신스 사운드, 정확히 선명하지 않은 음들이 천천히 번져 나가며, 트랙 전체에 흐릿한 몽환성을 부여한다. Segal의 프로덕션은 의도적으로 구체적인 멜로디를 피한다. 대신 부유하는 사운드와 낮게 울리는 베이스로, 청자를 일종의 부유 상태로 몰아넣는다. 이는 woods가 느끼는 감정선, 즉 고향의 변화에 대한 씁쓸함, 무력한 분노,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이방인의 감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woods의 랩은 비트 위를 질주하거나 리듬을 명확히 잡지 않는다. 그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혹은 비좁은 식당 구석에서 술잔을 돌리듯 느슨하게 단어들을 흘린다. 가끔은 비트보다 빠르고, 가끔은 비트에 딱 걸쳐져, 마치 발을 디딜 곳을 찾는 것처럼 불안정하게 나아간다. 이 느슨한 구조는 오히려 <Kenwood Speakers>의 긴장감을 더 고조시킨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상황, 그렇게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트랙이 끝날 즈음, Segal은 드럼을 점점 더 흐릿하게 만들고, 베이스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잠식시킨다. woods는 더 이상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이미 떠나야 할 길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감정선을 슬슬 정리한다. 그렇게 <Maps>라는 여정의 첫 발자국은, 차가운 흑백 사진처럼 우리의 귀에 똑똑히 새겨진다.
#02 Beach Bar, Los Angeles [Soft Landing]
얼마 후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태양 아래, woods는 로스앤젤레스의 어느 해변가 바에 앉아 있다. 파티에서의 비극을 멀리 하고 멀리 떠나왔건만, 머릿속은 복잡하다. 바텐더에게 2:1:1 비율로 다이키리 한 잔을 주문하지만, 술맛을 음미할 여유도 잠시다. 애써 휴식을 취하려 해도, 연인이자 자신의 애엄마가 되는 사람과 다툰 여파가 하루를 다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속으로 씁쓸히 중얼거린다. "누군가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수많은 죽음은 통계치에 불과하다." 냉혹한 스탈린의 어록을 떠올리며, 어젯밤 목격한 죽음을 그렇게 합리화하려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토니 모리슨의 소설 <Beloved> 속 유령 이야기까지 연상하며, 죄책감과 삶의 무게를 곱씹는다. 로스앤젤레스의 눈부신 햇살과 바닷바람은 잠시 그를 달래주지만, woods의 내면에는 여전히 폭풍 같은 성찰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낯선 바다 풍경 속에서 그는 처음으로 약간은 홀가분해진 기분을 맛본다. 여행이 주는 새로운 시작의 감각, 긴장 속에서 한숨을 돌리는 이런 순간이야말로 woods가 말하는 'Soft Landing'일 것이다. 삶은 여전히 힘겹지만, 그는 잠시나마 스스로에게 착륙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허락하는 중이다. 햇빛이 모래를 데우고, 짠내 섞인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그 모든 감각 위를 덮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삶의 무게다. Kenny Segal은 이 복합적인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 마치 먼지 낀 라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듯한 로파이 질감으로 트랙을 시작한다. 드럼은 힘을 잃은 듯 무기력하게 툭툭 떨어지고, 베이스라인은 굵고 느리게 땅을 가르며 이동한다. 이 리듬감 없는 흐름 속에서, woods의 목소리는 바다의 파도처럼 반복적으로 밀려왔다 빠져나간다. woods는 여기서 분노와 절망,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슬쩍 무너질 듯한 톤으로, 조용히, 때로는 거의 무심하게 단어를 던진다. 어젯밤의 죽음, 애인과의 갈등, 사라진 고향, 이 모든 기억들은 그의 가사 안에서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그는 명확하게 감정을 분리하지 않고, 모든 것을 뒤섞어 음미한다. 마치 쓰디쓴 다이키리 한 모금을 삼키는 것처럼. <Soft Landing>은 결국 완벽한 치유나 깨달음에 이르는 트랙이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쉬는 순간, 그리고 그 무게를 짊어질 준비를 하는 과정을 담는다고나 할까. woods는 여기서조차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그가 찾은 안식처는 임시방편일 뿐이고, 새로운 긴장과 고독은 이미 수평선 너머에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이 잠깐의 착륙이 없었다면, 그는 아마도 끝내 붕괴하고 말았을 것이다. Kenny Segal은 그 미묘한 순간을 정확히 포착하며, 사운드를 통해 그것을 들려준다. 빛에 반사되어 일그러진 물결처럼, 선명하지 않지만, 결코 부정하지 없는 감정의 흔적을.
#03 Venue, Los Angeles [Soundcheck]
투어 첫 공연 날, woods는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슬그머니 밖으로 몸을 뺀다. "사운드체크는 안 해."라고 미리 선언이라도 한 듯, 리허설 따윈 제쳐두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 무대 뒤 대기실에 틀어박혀 긴장감에 찌들기보다는, 낯선 도시의 공기를 마시고자 한 것이다. 그는 근처 허름한 식당이나 매운 향신료가 코끝을 찌르는 쓰촨 음식점에 들러 현지 음식을 즐긴다. 호텔 욕실에서는 샤워물을 뜨겁게 틀어놓고 마리화나 연기를 환풍구로 내뿜으며 혼자만의 욕실을 만들기도 한다. 해가 저물 무렵, woods는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주홍빛 노을이 로스앤젤레스의 시내를 덮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쉴 새 없이 이동 중인 래퍼도 잠시 평화로운 여행자가 된다. 그러나 공연 시간이 가까워져 간다. 다시 현실로 복귀할 차례라는 뜻이겠지. 길가에는 노숙자들의 천막이 헤드라이트 불빛에 일렁이고, 그는 서서히 긴장을 되찾는다. 자신을 애써 다독이면서도, 속으로는 팔다리가 경직되는 것을 느낀다(빌리 우즈는 무대 공포증이 있다). 무대에 설 생각에 표정은 미소를 띠지만, 내심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막이 내린 후에도 그는 곧장 뒷정리를 하지 않고 한동안 빈 무대에 앉아 있었다. 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밀려오는 '피로 속 승리감(훅에서 반복된다)', 그리고 때때로 가사 한두 줄을 잊어버렸던 자책감이 교차한다. 그렇게 투어 첫 공연의 밤이 로스앤젤레스에 내려앉는다. 허공에 흩어진 노을처럼, woods의 마음도 잠시 붕 떠 있다 내려온다. <Soundcheck>는 그 긴장의 순간을 담는다. 이제는 좀 익숙해질 법도 한 무대인데, woods는 여전히 매번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과 싸운다. Kenny Segal은 이 미묘한 심리적 진동을 잡아내기 위해, 어딘지 삐걱거리는 듯한 드럼 루프를 깔아냈다. 베이스는 단단하지만 짧게 끊기고, 낮게 깔린 신스는 불규칙한 노이즈처럼 귀를 스치며, 마치 무대 뒤 어둠 속을 배회하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낸다. woods는 느릿하게, 그러나 숨을 죽인 채 라임을 뱉어낸다. 그의 플로우는 드럼의 리듬과 완벽히 일치하지 않고, 살짝 어긋나면서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무대 위를 걷는 대신, 좁은 줄 위를 아슬아슬하게 디딘다. 이 지점에서 Quelle Chris가 등장한다. 그는 woods와 달리, 조금은 더 유연하고 냉소적인 톤으로 무대를 바라본다. 그의 벌스는 공연 전후의 감정 기복을 자조적으로 비틀어 보이며, woods의 무거운 긴장감에 숨구멍을 만들어준다. 그는 무대 공포조차 하나의 쇼로 삼는 듯, 가벼운 농담과 특유의 헐거운 리듬으로 불안을 유희처럼 풀어낸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도 피로와 자괴가 은근하게 스며 있다. 웃는 얼굴 뒤로 피곤이 깊게 패인 사람처럼. <Soundcheck>는 화려한 무대 뒤의 허무를 담는다. 조금씩 깨진 거울 조각들을 주워 모으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피로를 노래한다.
#04 Cannabis Dispensary, Los Angeles [Rapper Weed]
공연 다음 날, woods는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합법 대마 판매점에 들른다. 투어 중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피로와 스트레스를 달랠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햇빛은 쨍하고 기온은 섭씨 22도의 화창한 날씨다. 가게 안은 온갖 종류의 신종 대마 제품들로 눈이 어지럽다. 진열대에는 먹는 버터, 바르는 윤활유까지 대마 성분이 든 상품들이 빼곡하고, 한쪽에선 최신 유행 품종을 NFT처럼 숫자 코드로 팔고 있다. "일련번호들로만 이뤄진 변종의 이름, 마치 블록체인"이라는 그의 가사가 바로 이 광경이다. 점원은 유명 래퍼의 이름을 딴 한정판 프리롤을 벨벳 보관함에서 꺼내 권한다. 칼로 잘라낸 코르크 마개까지 동봉된 호화 패키지에 woods는 피식, 웃음을 짓는다. 집게와 코르크스크류까지 동원해 간신히 개봉해보니, 예상대로 실망스러운 품질의 대마초일 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며 고개를 젓는 woods는, 화려한 포장지들을 한쪽에 쌓아둔다. 돈 많고 힙한 소비자들을 위한 색색의 포장과 과대한 마케팅..... 상업화된 대마 문화를 눈앞에서 직접 확인한 woods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는 종이에 낙서를 끄적이며 기다리다가, 시켜둔 누들 수프를 후루룩, 소리 내어 마신다. 비싼 배달료를 투덜거리며 말이다. 문득,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친다. "페어팩스 나이키 가게에서는 신발도 안 팔 정도였는데." 이건 유행만 쫓고 본질은 없는 이 거리를 향한 그의 한마디 비꼼이다. 결국 woods는 손수 해시를 만들며, "에휴, 그깟 유행 하나 좇느라 정작 중요한 건 신경도 안 쓰는구나", 하고 중얼거린다. 화려한 로스앤젤레스 한복판에서, 그는 그냥 집에 틀어박혀 떨이나 피고 싶다는 심정을 내비친다. Kenny Segal은 여기서 훨씬 더 건조하고 메마른 사운드를 선택했다. 드럼은 느리고 드문드문 터지며, 베이스는 얇고 무겁지 않다. 전체적인 사운드스케이프는 광활하지만 황량하다. 대낯의 로스앤젤레스 거리를 햇빛 아래 말려놓은 것처럼 말이다. woods의 랩은 이 건조한 비트 위를 걸어 다닌다. 그는 숨을 들이쉬듯 가사를 뱉는다. 매끄럽거나 과장하지 않고, 때로는 입 안에서 중얼거리듯 흘린다. 가사 속 디테일은, 그가 경험한 상업화된 대마 문화의 공허함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woods는 대놓고 분노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을 비튼다. 자기가 이미 이 희극에 한복판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냉소적으로 웃어넘기는 노련한 방랑자처럼. 곡 후반부에 담긴 그의 웃음소리가 이를 대변한다. Segal은 트랙 중반부에 신스 레이어를 살짝 추가해 공간감을 넓히지만, 그조차도 멀리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아득하다. 'Rapper Weed'라니. 마약과 대마초에 대한 예찬을 담은 곡이겠지. 하지만 필자의 예상은 틀렸다. 해당 트랙은 너무 많은 것들이 가짜로 채워진 세상에서 woods가 느끼는 본질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었다. 그는 거창한 선언 대신, 국물을 마시고, 혼자 손으로 해시를 만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화려한 세상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마지막 저항일까.
#05 Washington D.C. [Blue Smoke]
투어를 이어가던 woods는 미국 동부로 이동해 워싱턴 D.C.의 한 호텔방에 짐을 푼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공기는 눅눅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지난 대화가 떠오른다. 오랫동안 연락도 없던 누군가의 거짓말, 믿지 않아도 될 말들을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상황. 가짜 관계와 진짜 침묵 사이에서, 그는 분노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공격적이지만, 말투는 건조하고 날카롭다. '심볼이 실체를 집어삼켰다'는 말처럼, 삶의 구체는 상징 아래 깔려 보이지 않는다. 방 안은 테이프가 지글거리는 소리로 가득하고, 대마 연기는 천천히 퍼진다. 환풍구 너머 어딘가에서 누군가 엿듣고 있을 것만 같은 기분. woods는 그 상상을 농담처럼 흘려보낸다. FBI 요원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몇 달째 감시 중이지만 결국 하는 말은.... "다 그냥 라임인 것 같은데." 그의 가사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일부러 흐린다. 의심과 두려움은 연기처럼 번지고, 그는 그 안에서 씁쓸하게 웃는다. 그러나 그 농담은 블랙 코미디의 리듬을 타며 다시 돌아온다.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 모든 게 가사일 뿐인데, 왜 그렇게 진지하게 구는 건데?" 하지만 그 라임과 상상력 속에는 분명한 현실이 비친다. 도청, 편집증, 억압된 감정들. 곡 말미에 그는 입맛을 다시듯 말한다. "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삶고, 그 다음 오래 튀겨. 신선한 민트, 태국 바질, 수박 껍질 절임에 파채와 다른 부추를 다진 후, 페퍼밀에 한 번 더 갈지." 삶이 아무리 무너져도, 디테일은 결코 빠뜨리지 않는 사람. 그게 바로 billy woods다. 불안은 푸른 연기처럼 피어올라, 방 안을 천천히 메운다. Kenny Segal은 이번 트랙에서 더욱 밀폐된 사운드를 만든다. 베이스는 둔탁하고 느리게 울리고, 드럼은 마치 고장 난 테이프처럼 불규칙하게 휘어진다. 신스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불안한 주파수로 공간을 메우며, 방 안 가득 퍼지는 대마 연기처럼 서서히 듣는 이들을 감싼다. woods는 이 숨막히는 배경 위에 나지막이 목소리를 얹는다. 누군가를 직접 비난하기보다는, 헛된 약속과 어설픈 관계들을 건조하고 냉정하게 베어낸다. 플로우는 무겁고 단단하며, 가끔씩 짧게 끊기거나 고개를 돌리는 듯한 리듬을 만든다. 그의 라임은 내면 깊숙이 쌓인 체념을 품고 있다. <Blue Smoke>는 한 사람의 불안이 어떻게 일상 속에 녹아드는지를 보여준다. 그 불안은 격렬하게 폭발하지 않는다. 대신 서서히, 천천히, 그리고 아주 집요하게 방 안을 메우며, 들이마시는 숨마저 푸르게 물들인다.
더 쓰면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아서 일단 5번 트랙까지만 올리겠습니다. 말했지만 부족해보여도 애정을 갖고 열심히 써봤으니 좋게 봐주십쇼.. 그리고 자카님, 앞날님이 올려주신 전곡 해석본 덕에 쉽고 빠르게 곡이 담고 있는 의미와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이건 바이닐 ^^ 닉언은 못하겠지만 어떤 분이 공구 끼워주셔서 최근에 구함
뉴욕 여행가서 NYC Tapwater를 듣는 게 소원입니다
크
저녁먹다가이거보고밥상엎고달려옴
헉
개추
ㄱㅅㄱㅅ
스크래ㅂ
ㄱㅅㄱㅅ
진짜 시험기간 끝나가니까 좋은 글 많이나오네
퀄리티도 좋은진 모르겠지만 ㄱㅅㄱㅅ
오늘은 이거다
글 잘읽엇습니다 나머지도 나중에 꼭 올려주세요,,
그나저나 바이닐 진짜 존나부럽네요
혹시 비닐 뜯다 손상될까 아직도 못 뜯는 중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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