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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주년 기념, Nas-Illmatic 리뷰

title: Pray for Paris돈없는길치 Hustler 13시간 전조회 수 553추천수 17댓글 23

 

퀸즈브리지의 골목에서 퍼져 나온 시대의 총성이자, 생존과 자의식 사이를 헤매던 한 소년의 내면을 그려낸 앨범, Nas Illmatic. 시공간을 초월한 그의 음성은 어제의 거리를 비추는 일종의 매개다. 반사경의 표면을 통해 비친 한 흑인 소년의 표정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내포한다. 순수함만이 남아있어야 할 어린 소년의 형태는 그저 껍데기일 뿐, 그 깊은 내면에선 묵직한 외침을 내뱉는다.
Illmatic은 단순한 데뷔 같은것이 아니다. Illmatic은 한 인간의 영혼과 꿈, 절망과 야망 등을 음악에 녹여낸 하나의 도시 연대기다. 잠들지 못하는 도시에서 써내려온 지난 날들의 시들은 Illmatic이라는 시집으로 결속된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대 초, 미국 도심 지역의 흑인 커뮤니티는 범죄와 빈곤, 체계적인 차별 속에 허덕이고 있었다. Nas는 그러한 현실을 외면하려 들지 않았다. 피할 수 없던 냉혹한 현실을 마주한 채,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노래했다.
그의 언어는 때로는 칼처럼 날카로우며, 때로는 시처럼 섬세하다. 총성과 같이 귀에 꽂혀오는 그의 음성은 소리 없이 우리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한 개인의 회고록이자 동시에 집단적 기억이다. Nas는 자신의 앨범을 통해 많은 이들의 외침을 대신한다.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이고, 지연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그것이 바로 Illmatic이 시공간을 넘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단순한 시대의 산물이 아닌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세대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어느 소년의 눈빛 속에 스며든 과거는 그 거리의 모든 무게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5PnuIRnJW8

 

"I never sleep, cuz sleep is the cousin of death"

"나는 자지 않아, 잠이란 죽음의 사촌이니까"

 

Nas-N.Y State Of Mind (Illmatic) 中


Nas의 언어는 거리의 평범한 묘사를 넘어 과거를 재현시킨다. 그는 거리 위의 시계탑처럼 차분하게, 그러나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삶의 이면을 기록한다. 특히 느와르한 분위기를 완벽히 녹여낸 DJ Premer의 비트는 흑백 세계의 어제를 눈 앞에 한 장면, 한 장면 아른거리게 해준다.
이어지는 "Life’s a Bitch"는 정적 사이 전반적 인생에 대한 회상에 대한 곡이다. 잠깐의 향락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에서 그들은 꿈과 야망을 뱉어낸다. 그러나 그 심장은 쉽게 깨질 듯 위태롭다. 아직 소년일 뿐인 NasAZ는 쓴 웃음을 삼키며, 인생의 허망함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Olu Dara의 트럼펫 소리는 그런 순간들에 조용히 그림자를 드리운다. 한낱 꿈처럼 흘러가는 삶이, 약에 취해 죽음을 입에 머금은 삶이, 그들에겐 너무나 현실적이다.
"The World Is Yours"에 이르러서야 Nas는 처음으로 조심스럽게 미래를 외친다. 이 세계는 자신의 것이라고 되뇌지만, 그것은 결코 맹목적 희망이 아니다. 그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후, 자신의 삶에 여백을 남기지 않기 위해 펜을 들었다. 도시의 벽마다 새겨진 실패와 절망을 알아버린 소년은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가능성은 실낱같고, 그 꿈은 언제든 짓밟힐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속삭인다. 세상은 너의 것이라고. 세상은 자신의 것이라고.

 

 


 

 

 

 

 

 

 

https://www.youtube.com/watch?v=Vy9gZIFImNg&list=PLrbFUdbfepXUKrZo3oi-53e-99J72nJyD&index=7


"Halftime"에서 그는 거리의 함성을 등에 업고 무대에 오른다. 그 목소리에는 아직 피지 않은 젊음의 거침이 있고, 동시에 슬쩍 엿보이는 피로가 있다. 세상과 맞서는 데 필요한 건 오로지 자기 확신뿐임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확신은 곧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로 이어진다. 그곳에서 Nas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잊히지 않는 골목과 얼굴들을 불러낸다.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결코 떨쳐낼 수 없는 기억. 그 기억들이 그를 만들었고, 그를 옥죄기도 했다.

 

"Words of wisdom from Nas, try to rise up above"
"Nas로부터 나오는 지혜의 말들, 위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길"

 

Nas-One Love (Illmatic) 中


"One Love"는 감옥 벽 너머로 던진 편지와도 같다. 서로 다른 곳에 있지만 같은 꿈을 꾸었던 이들에게, 그는 여전히 이야기를 전한다. 거칠고 왜곡된 삶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은 존재한다고 믿으며 말이다.

Q-Tip의 비트 위를 떠도는 Nas의 목소리는 어딘가 공허하고, 그래서 더 진심처럼 다가온다. 그 배경은 시간과 공간이 얼어붙은 듯한 풍경 속에서 Nas의 고독을 증폭시켜준다. 유리 조각들처럼 차갑고 투명한 사운드의 결정체는 소년이 또 다른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태로 변모한다.
그러다 "One Time 4 Your Mind"에서는 잠시 숨을 고른다. 무거운 도시의 공기를 털어내듯 느슨하게 뱉는 그의 플로우에는, 거리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그것은 아무렇게나 던지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무게를 벗어던진 진짜 거리의 숨소리다. 그리고 그 짧은 여유는 "Represent"에서 다시 끝없이 무너지는 현실로 수렴된다. 살아남기 위해, 잊혀지지 않기 위해, 그는 다시 이름들을 외친다. 나를 기억하라고, 우리를 기억하라고. 그는 희생자로 남으려하지 않는다. 거리를 대표하는 개척자가 되고자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hOZaTGnHU4


Nas는 마지막에 "It Ain’t Hard to Tell"에서 거울을 들이댄다. 한 소년의 이야기, 한 도시의 이야기, 한 세대의 기억을 정리하며 그는 선언한다. 이 모든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처음과는 다른 단단함이 깃들어 있다. 소년은 더 이상 방황하지 않는다. 그는 거리를 품은 채, 영원히 살아남을 서사를 완성시킨다.

 

Illmatic은 그에게 주어진 세계를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결코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는 깊은 고뇌와 싸움이 담겨 있다. Nas는 이를 끌어내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갔다.

그의 라임은 그 당시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심오하고, 절제되었으며, 또한 날카롭다. Illmatic이 우리에게 보여준 건 단순한 기술의 우월성이 아니라 가사 속에 숨겨진 삶의 철학이었다. 가사 속에서 그는 그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질문을 던졌다.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지, 우리의 현실은 왜 이렇게 된 것인지.

앨범의 첫 트랙부터 마지막까지, Nas는 거리의 정서를 담담하면서도 강하게 풀어내며 가사와 비트의 조화를 통해 리스너들에게 전혀 새로운 감각을 안겨주었다. 그의 랩은 그저 기술적 완성도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는 가사 속의 자신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자신이 결국은 ‘이 도시’와 ‘이 세대’를 대표하게 되는 순간이 왔던 것이다.

IllmaticNas라는 한 소년이 경험한 과거를 담고 있지만 그 안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It Ain’t Hard to Tell"에서의 선언처럼, 그의 이야기는 이제 그 누구에게도 묻지 않을 질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Nas는 단순한 래퍼를 넘어서 하나의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잡게 된다. 방황은 끝났고, 그는 자신의 서사를 세상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IMG_20250426_163507_245.jpg
 

비에 젖은 콘크리트 위를 스치는 그림자처럼 그의 음악은 단순히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감을 통해 느껴진다. 잊히기를 거부하는 거리의 함성, 잠들지 못하는 소년들의 속삭임. 그가 토해낸 이야기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이들의 증언이 된다.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밖에 없는 시간 속에서도, Ilmatic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 기념비로 남았다. 소년의 눈빛 속에 담긴 세계는 오늘도 조용히 거리를 증언한다.
1994년, Nasir Jones는 뉴욕 퀸즈브리지의 거리를 배경으로 자신의 삶을 펼쳐 보였고 10곡에 걸쳐 도시 빈곤, 인종차별, 범죄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흑인 청년들의 집단적 기억을 담아냈다.
31년이 지난 지금도 그 거리의 먼지, 청춘의 절망, 그리고 작은 희망의 불꽃은 Illmatic의 매 곡마다 생생히 호흡하고 있다. Illmatic은 더 이상 1994년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영원히 이어지는 청춘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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