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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e Remover—Revengeseekerz

title: SCARING THE HOESuma馬19시간 전조회 수 208추천수 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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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의 팬데믹을 맞이한 이래로부터 언더그라운드 음악 씬은 유례없던 변화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방구석에서 본인만의 세계관을 창조해가던 소위 '방구석 찐따'들의 음악이, 마침내 이도 저도 못하고 집구석에 발이 묶인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파란노을 [Parannoul], Asian Glow, twikipedia 등의 아티스트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게 되었고 — 제인 리무버(Jane Remover) 역시 그러한 아티스트였다. 우리는 분명 지난 5년간의 음악 업계를 설명할 때 그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존재 자체가 인터넷에서의 하이프, 그리고 인터넷 뮤직 너드들을 위한 음악으로 정의되던 인물이었고 — 현재 RYM, 레딧 등지의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그녀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없었기 때문이다.

 

제인 리무버의 야망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던 먼지바람 같은 앨범 <Census Designated>이후 2년 만에 깜짝 공개된 그녀의 3번째 스튜디오 앨범 <Revengeseekerz>는 앞선 문단에서 언급된, 제인 리무버라는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아티스트 본인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작품처럼 들린다. 다시 말해, <Revengeseekerz>의 자아는 본인의 열정적인 팬들의 열기를 한층 더 가열시키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들에서 엿보인 자기 파괴적이고 우울한 내용의 가사들 — 우울한 사운드가 결합된 — 은 본작에서 좀처럼 그 색이 옅어진 모양새고, 나아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레이지와 디지코어라는 장르를 흡수하여 한층 더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으니 말이다.

 

<Revengeseekerz>의 사운드는 감히 말로 형용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채롭고 또 저돌적이다. 테크노, EDM, 하이퍼팝, 레이지, 그리고 가늠하기조차 힘든 양의 샘플과 게임 사운드가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며 서로의 경계를 거칠게 허무는데, 이는 그녀의 믹스테입이나 leroy 명의의 작업물을 들을 때 느낄 수 있는 도파민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단 두 달 전만 해도, 그녀는 venturing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Ghostholding>이라는 느릿느릿한 인디 록 앨범을 발매하던 인물이었다. 본작의 프로덕션을 칭찬할 때에는 굳이 특정한 한 트랙을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앨범 전반에 완벽히 걸쳐져 있는 리드미컬하게 쪼개진 굉음과 철제 스네어를 보라.

 

<Census Designated>와 <Revengeseekerz>의 공통점을 하나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둘 다 다분한 폭력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작은 그 폭력성이 제대로 제어되지 못하고, 과잉된 상태로 방임되었었다면 — <Revengeseekrz>는 그 모든 순간이 철저히 조각되고 또 조각되어 앨범의 픽셀 하나하나가 적절하고 또 끝내주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Dreamflasher"의 하모니카 사운드나 "JRJRJR"의 그녀의 오랜 팬들만 알아들을 수 있을 "Homeswitcher" 샘플링, 또 앨범 최고의 순간이라 자부할 수 있는 "angels in camo"의 'I can't let you bitches win!'이라는 가사가 혼돈을 뚫고 극적으로 등장하는 순간이 바로 그 예시이다.

 

또한 이 혼돈 못지않게 내달리려 하는 제인 리무버의 태도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다. 본인의 부모님들이 혹시나 자신이 만든 음악을 듣게 될까 녹음조차 두려워하던 그녀는 이제 수천 명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는 네임드 아티스트가 되었고, 이제 그녀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관계들을 아름답게 붙잡는 방법을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앨범과 가장 동떨어져 보이는 트랙 "Dark night castle"의 느릿느릿한 자기 파괴적인 이야기를 제외하면, 본작에서 그녀는 본인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붙잡으려고 미친 듯이 발버둥 친다. 그리고 이 발버둥은 이전처럼 본인의 방구석에서 홀로 하는 넋두리가 더 이상 아니다. <Revengeseekerz>에서 그녀가 감정을 조율하는 방식은 부드럽지 않고,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춤을 추며 그 혼란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려는 것이다. 이전까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던 그녀의 가사는 본작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직설적이다. 다시, 'I can't let you bitches win!'

 

거대한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트랙 "JRJRJR"에서 그녀는 자멸적인 자신감을 보인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Revengeseekerz>의 자아와 정수를 단번에 압축한다. 2025년 1월 1일, 아무 예고도 없이 본 트랙이 공개되었을 때 인터넷에서 상주하던 음악 너드들의 반응을 기억하는가? "JRJRJR"의 그 도발적이었던 태도는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본 트랙에서 보인 그녀의 태도와 리스너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Revengeseekerz>의 처음과 끝,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상징하는 트랙이 되어주었다. 제인 리무버는 현재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 그렇기에 <Revengeseekerz>의 '복수'라는 하나의 수단은 본작에서 보여준 그녀의 공격성과 날것의 분출에 일종의 면죄부와 설득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탄생한 <Revengeseekerz>라는 작품은 의심의 여지 없이 그녀의 최고작이자, 2025년 음악계를 거론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음반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이는 어쩌면 당연히 발생하게 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Paste지의 평론가 Matt Mitchell의 말처럼, 제인 리무버는 비물질적이면서도, 단 한 번도 평면적이지 않았으니까.

 

On Their New Album 'Revengeseekerz,' Jane Remover Is Ready to Blow Up |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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