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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Kendrick Lamar (4)히오스는니얼굴이다2025.04.16 22:54조회 수 1343추천수 8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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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lege Dropout>으로 힙합을 단숨에 뒤바꿔버리고, <Late Registration>으로 힙합의 가능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낸 Kanye West는 대학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어떻게 예술성과 팝 감각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지를 증명해낸 대담한 작품, 대학 3부작 시리즈를 닫는 작품, <Graduation>. 단순한 '졸업'이 아닌, 힙합이 대중 음악으로 성장하는 한 단계를 통과한 순간이다.

 

전작인 <The College Dropout>과 <Late Registration>이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샘플링 기반의 따뜻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Graduation>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교하게 디자인된 일렉트로닉 사운드, 밝고 차가운 신스, 그리고 마치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듯한 스케일. 그는 본작에서 만큼은 힙합 아티스트가 아닌 전 세계를 몸짓 하나로 움직이는 팝 아이콘으로서 빛을 발한다.

 

"Stronger"는 그 빛의 상징과도 같은 트랙이다. 다프트 펑크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절묘하게 샘플링하며, 힙합이 전자음악과 충돌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시너지는 노래 가사처럼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영리하게" 힙합의 팝적인 성공을 그려낸다. 그 대담한 자신감은 "Can’t Tell Me Nothing"에서도 이어진다. 성공을 향한 집착, 꺾이지 않는 자부심이 묵직하게 울리며, 앨범의 감초 역할을 쏠쏠히 해낸다.

 

앨범의 초반부가 클럽 히트를 위한 명곡들의 찬란한 퍼레이드였다면, 후반부는 유명세 뒤에 비쳐지는 가슴 뭉클한 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Big Brother", "Flashing Lights"는 시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고급스러운 비트 위에 얹힌 쓸쓸한 감정선, 그리고 그 속에 묻어난 유명세의 그림자. Kanye는 화려함 속에서 무명 시절의 자신과 고군분투하던 자신의 노력을 노래하며 본작이 단순히 유명세에 따라오는 영광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상기시킨다. 그는 언제나 자신 내면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드러내는 아티스트였기에, 본작에서 그 점은 더욱 정제된 방식으로 드러난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앨범 중반부에 위치한 Lil Wayne과 함께한 "Barry Bonds"와 Mos Def와 합을 이룬 "Drunk and Hot Girl"은 앨범의 다른 곡들과 달리, 딱 들으면 "2000년대 음악이구나"하는 촌스러움을 보여준다. 물론 촌스러움 보다는 Kanye West 그 특유의 음악성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Kanye의 가슴을 울리는 곡이라는 느낌보다는 마치 여타 다른 동시기 힙합 앨범에 수록되어있을 듯한 그저그런 2000년대 힙합 곡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이 앨범의 몰입과 감정선을 끊어버리지는 않는다. 다만 지극히 아쉽다는 것이지.

 

힙합 외 비주얼적으로도 <Graduation>은 독보적이다. 타카시 무라카미와 협업한 앨범 커버는 그가 얼마나 '예술'이라는 프레임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힙합이 더 이상 후드, 게토 감성에만 갇혀 있지 않음을, 패션과 미술, 팝과 대중까지 모두를 품을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결국 <Graduation>은 Kanye West라는 인물이 힙합 씬의 판도를 뒤바꾼 천재에서 문화를 선도하는 팝스타로서 재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는 단지 음악적인 성취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는 힙합을 넘어 문화의 거취를 흔들었고, 힙합이라는 장르의 좌표를 재수립했다. 2007년의 본작은 2020년대에 와서 청취해도 밀리지 않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이후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사운드와 감각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은 늘 그렇듯이, 지금 다시 들어봐도 <Graduation>은 여전히 신선하고, 여전히 대담하다. 본작은 한 시대를 정의하면서도 동시에 그 시절을 넘어서, 2025년 지금의 우리에게로 도착한다. 본작은 그렇게 Kanye West의 가장 찬란하고 반짝이는 비행으로 남은 것이다.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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