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villainy - Madvillainy
Madvillainy, 마디 없는 연극. MF DOOM의 목소리는 무대 위에 실존하는 어떤 육체가 아니라, 녹슬어버린 말들의 복화술이다. 그는 말한다. 그러나 그 말은 언제나 비껴간다. 한 문장이 닿기도 전에 그 문장의 그림자가 먼저 도착하고, 라임은 자신의 앞 구절을 되돌아보며 비틀린 미소를 짓는다. DOOM은 문장을 뱉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흘린다. 그것은 정확히 들리지 않지만, 무언가 있었고, 무언가 지나갔으며, 지금은 그 잔향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서 의미란 도착하지 않는 택배 같고, 진술은 잠깐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창문처럼 흔들린다. Madvillainy는 일종의 공백 훈련장이다. 단어들은 연기처럼 부유하고, 리듬은 고의적으로 틀어져 있다. 그는 마치 일기장과 만화책과 오컬트 노트를 뒤섞은 듯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독자를 선형적 이해의 욕망에서 버려지게 만든다. DOOM은 영웅도 악당도 아니다. 그는 플롯이 제거된 이야기의 빈 공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무언가 있었던 그 흔적들이다.
그리고 Madlib. 그는 이 앨범의 두 번째, 그리고 어쩌면 첫 번째 유령이다. 그의 비트는 완성된 곡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된 음악의 골조, 샘플이라는 신체의 연골 위에 흙을 얹고 침묵을 피워올리는 작업이다. 브레이크는 끊어지고, 베이스는 쪼개지고, 재즈는 가끔씩 비명을 지르다 다시 사라진다. Madlib은 비트를 만든 것이 아니라, 비트를 누락했다. 그는 음악의 중심이 아니라 누락된 중심을 둘러싼 주변부들을 쌓아올렸다.
앨범은 끊임없이 전환한다. 곡의 길이는 짧고, 마치 채널을 돌리듯 흐른다. 그러나 그 채널은 모두 같은 꿈속의 텔레비전에서 송출되는 것처럼 뒤틀려 있다. 우리는 감히 기억할 수 없는 무언가를 계속 듣는다. Accordion의 불협화음 아코디언은 마치 오래된 서커스의 지옥에서 흘러나온 음색처럼 기묘하게 우릴 맞이하고, Meat Grinder는 굴절된 브레이크비트 위로 DOOM의 언어가 스스로를 설명하길 거부한 채 흐른다. 그의 랩은 텍스트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주석이며, 종종 그것은 이미 잘린 문장의 뒷부분처럼 들린다.
이 앨범에는 클라이맥스도, 주제도, 심지어 감정도 없다. 그러나 그 부재들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감정이 있다. Madvillainy는 완성되지 않은 초안이며, 발표되지 않은 유서고, 무엇보다 청취자를 의심하게 만드는 거울이다. 우리는 DOOM의 목소리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내가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가?' 그러나 그 질문은 끝나지 않고, 도리어 다음 트랙으로 슬그머니 넘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듣는 자'로 남는 것이 아니라, 미해결의 상태에 머무는 자로 전락한다.
Madvillainy는 궁극적으로 무엇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설명의 욕망을 조롱하며, 그 욕망 자체를 사운드로 잘라낸다. DOOM은 말을 한다. 그러나 그 말은 이해될 생각이 없다. 오히려 그 말이 어떻게 이해되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가면을 더 깊숙이 눌러쓴다. 그 뒤에는 얼굴이 없다. 오직 언어가 버려진 자리에서 남은 파편들만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파편들 사이에서, 문장을 이어 붙이는 대신 침묵을 감각하는 법을 배운다.
Madvillainy는 말하자면 잊힌 문서다. 그러나 그 잊힘은 실수가 아니라 의식적 선택이다. 이 앨범은 말의 묘지에서 피어난 잡초이고, 구조가 부재한 기도이며, 마지막 줄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은 시다. 그리고 그 공백 위에서, DOOM은 아무 말 없이 웃는다.
믿고 읽는 리뷰들입니다
잘 읽었어요
올해 본 글 중에는 압도적으로 이 글이 잘 쓰여진 글 같네요
덕분에 한번 더 들으러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빈 제목까지 미쳤네요 경이롭습니다 매드빌러니도 당신의 글도..
와 뭐라고 감상평을 남기기도 어려운 정말 완벽한 글 같네요 개추 누르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추후감
와...
앨범 들을때마다 느껴졌던 비직관성&두루뭉술함을 글로 잘풀어내신듯
한 편의 긴 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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