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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 Staples - Dark Times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4시간 전조회 수 574추천수 15댓글 22

DarktimesVince.jpg

Dark Times - by Vince Staples (2024)

장르:컨셔스 힙합, 네오소울, 재즈랩





힘들다. 괴롭다. 죽고싶다.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우리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이다. 진지한 고뇌이던, 그저 아무생각 없이 내뱉는 한탄이던 간에 이 감정들은 인생이 끝나기 전까지 우리의 곁에 붙어있는, 익숙하면서도 불쾌한 감정들이다. 이러한 감정들이 서서히 쌓이고, 결국 우리의 머릿속을 가득 채울때, 우리의 삶에는 시련과 어둠이 찾아오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정신적인 형태로, 누군가에게는 물리적인 형태로. 이렇게 찾아온 어둠은 우리의 삶 한편에 잊을수없는 검은 얼룩을 남기게 된다.


Dark Times 또한 빈스 스테이플스의 삶 한켠에 묻은 어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빈스의 작품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알고 있을것이다. 빈스의 인생사는 결코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빈스는, 어린 나이부터 지역갱단 'Crips' (미국내에서 악명높은 대규모 갱단. 푸른색이 갱단의 특징적인 상징으로, 반대 색깔인 붉은색이 상징인 블러드갱과 적대적인 구도를 보인다.) 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위험한 삶을 살아왔다. 갱단원으로서 범죄 행위들에 가담하던 그는, 래퍼로서의 활동을 시작한뒤, 첫 정규작 Summertime 06'의 성공을 거두며 아티스트로서의 새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불행은 아직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은것일까.

아티스트로서의 첫 대성공을 거둔 그였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동생의 죽음은 그에게 더 깊은 상처만을 남길 뿐이었고, 이후 FM!을 제외한 대부분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사회비판적 메시지, 그리고 자살과 허무주의와 같은 비관적인 성격을 띠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그의 대표작 Big Fish Theory로, 흑인들의 고난에 관심없는 사회에 대한 강렬한 비판과 정신적인 문제들을 날카롭게 잘 표현해낸 모습을 보인다.


큰 틀에서 보았을때, Dark Times의 주된 메시지 또한 Big Fish Theory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았을땐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Big Fish Theory과 사회고발적 성격의 작품이었다면, Dark Times는 빈스 본인의 개인적인 이야기에 조금 더 초점을 두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대부분의 가사가 사회비판과 현실자각 등의 이야기를 담고있고, 컨셔스 힙합의 색채를 강하게 띠긴 하지만, 이 이야기만큼 작품 내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빈스라는 인물의 인생사와 내면심리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함께 살았던 빈민가를 회상하며 현재 자신의 삶을 지켜보는 내용의 Éttouffée, 어쩌다 만난 여인과의 짧은 사랑과 거짓말에 대하여 회고하는 Justin, 아무것도 모르던 순수한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은 "Radio" 등, Dark Times 내에서는 빈스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회상하거나 추억하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이러한 소중한 추억들과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이 한데 얽히고섥히며, 그의 과거는 밝았던 어린시절과는 달리 어둡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어두운 내면은 그의 인생사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Dark Times는 이전작들의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한층더 심도깊은 형태로 청자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인다. 갱단으로 살아왔던 과거를 아직까지도 잊을수 없는 그는, 예전에 범죄 행위에 가담하고 다른 이들과 부딪히고 함께했던 일을 회상하며 자신이 젊었을 적, 빈민가의 현실이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를 여과없이 전달한다. 다만, 이러한 고통스러운 현실은 빈스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난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생계를 위해 여전히 갱단과 범죄 행위에 엮이고, 동질성을 지닌 이들끼리의 살육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지켜본 빈스는, Dark Times에서는 본인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도 고통받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소 담담하게 전달한다. 어린 시절부터 각종 범죄행위에 연루되며, 고통과 고난을 끊임없이 지켜봐온 그가 차분하게 전하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은, 듣는이로 하여금 직접 겪지 못해보았음에도 빈민들의 고통과 차가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매일매일이 힘들고, 괴롭고, 죽고싶은 이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의 삶을 대표하는 빈스의 이야기는, 하나의 메시지로서 합쳐지면서 청자들에게 각인된다. 이러한 메시지는 마지막 트랙, Why Won't The Sun Come Down?에서 비로소 끝을 맺는다.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감에도, 수많은 빈민들의 삶에는 해가뜨지 않는다. 끝없는 어둠속에서 해가 뜨기만을 기다리다가 서로를 죽이게 되더라도, 여전히 빛은 그들의 삶에 비추어지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시련들을 겪더라도,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 나아간 길의 끝에 해가 떠오르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나아간다. 이 길이 그들이 나아가야할 길이라고 굳게 믿고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Santigold의 나레이션을 통해, 빈스는 현실의 시궁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신념을 가지고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살아가라고 응원한다. 그가 확실한 탈출구를 제시할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변화의 불씨가 생겨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진중한 메시지와는 대비되지만, Dark Times의 무드는 다소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띤다. 전작 Ramona Park Broke My Heart의 차분한 테마는 그대로 이어가되, 피아노와 같은 악기의 사용, 소울샘플의 사용을 통해 기억을 회상하는 듯한 몽환적이면서 특징적인 테마를 구축해내는 것이다. 이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작품을 피로감 없이 감상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다만, 이러한 사운드는 단순히 듣기좋은 선에서 그 의미가 끝나게 되는것은 아니다. 전 문단에서 이야기 하였듯, Dark Times의 사운드는 다소 몽환적이면어 잔잔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사운드는 자신의 인생사와 다른 이들의 현실을 마주하는 빈스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그가 전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기억 저편에서 가져온 현실성없는, 꿈과 같은 이야기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현재 처해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강하게 어필한다. 이를 통해 메시지의 전달을 한층더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필자 또한 Dark Times를 처음에는 사운드 위주로 감상하던 이들중 하나였다. 단순히 듣기좋으니까, 듣기에 편안한 앨범이니까 하고 생각하며 아무생각없이 듣기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Dark Times에 대한 리뷰를 읽게된 필자는 가사를 읽으며 Dark Times를 집중해서 들어보게 되었다. 듣기좋은 사운드와는 달리,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는 무겁디 무거웠다. 이전처럼 아무생각 없이 작품을 즐기기에는, Dark Times가 지닌 의미가 필자에게는 상당히 진중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미국에 살지도 않고, 힘든 삶을 살아가지도 않는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그렇게 한동안 Dark Times는 필자의 청취기록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필자의 삶에도 어둠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전혀다른 사람들과 새로 시작해야하는 새학기가 찾아오고, 아는 이들과 모두 떨어진 필자는 금세 절망속에 갇히고 말았다.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내가 길고 긴 1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 것일까? 내가 감당할수 있는게 맞나? 매일매일을 괴로워하며, 필자는 점점 현실을 도피하고 있었던것이다. 그러던 중, 오래전 보관함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Dark Times를 발견하였고, 다시한번 작품을 듣게된 필자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죽도록 힘들고 괴로울수 있다. 당장만 봐도 매일매일을 버티는게 일상적인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내가 할수있는 일에 최선을다하며, 앞을향해 걸어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Dark Times의 마지막 트랙을 듣고 마음먹은 일이었다. 내가 가는길의 끝에 진정한 해방이 기다리고 있는걸까? 확신할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하는일에 신념을 가지고,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간다면, 없던 행복한 결말도 생겨날수 있는것 아닌가? 해방은 내가 노력하고 나아가면, 언젠가는 마주할수 있는것 아닌가? 필자는 생각한다.


현재, 무슨 나이대이고 무슨 상황이던간에, 죽도록 힘든 현실에 좌절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는 Dark Times를 꼭 들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마지막 트랙 Why Won't The Sun Come Out?에 대해 다시 떠올려보자. 비록 지금은 끝없는 어둠속에 갇혀있더라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둠속에서 좌절하고 무너지는 순간, 빛을 마주할수 있는 일말의 희망조차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모두 계속 나아가자. 언제가될지는 모르지만, 나아간 길의 끝에서 비로소 떠오를 햇살을 마주할 순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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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4시간 전

    닼 타임즈 사운드적으론 별로 안 우울한가요?

    이따가 들어봐야지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4시간 전
    @DyingofThirst

    사운드적으로 보았을땐 크게 우울한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잊고있던 기억을 다시 회상해보는 몽글몽글한 느낌에 더 가까워요

  • 4시간 전
    @GunzNButter
  • 4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읽으셨다는 Dark Times에 대한 리뷰가 어떤 건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1 4시간 전
    @현명한철학자

    정말 죄송하지만 제 머릿속 저편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라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1 4시간 전
    @현명한철학자

    그래도 혹시 찾게된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 2시간 전
    @GunzNButter

    https://hiphople.com/fboard/28523285 혹시 이건가요?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2시간 전
    @FINNIT

    아녀 엘이글이 아니었어요…

  • 4시간 전

    리뷰 허슬러... 너무 잘 읽었습니다

    이번엔 앨범을 듣고 느낀 점이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연계도 심심치 않게 들어가 있어서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4시간 전
    @강이현

    리뷰 허슬러라니 과찬이십니다…

    이번엔 좀 개인적인 경험하고 연계가 되는 작품이라 자세히 적어보게되었네요

  • 3시간 전

    이게 묻힐 뻔하다니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3시간 전
    @Serotonin

    ㅠㅠ

  • 1 3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정말 정말 훌륭한 글이네요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3시간 전
    @미오

    열심히 썼을뿐 잘쓴건 아닙니다

  • 3시간 전

    잘 읽었습니다.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3시간 전
    @에미넴앨범

    감사합니다.

  • 3시간 전

    이런 글들 자주 써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3시간 전
    @Ghwn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3시간 전

    와ㅓㅓㅓㅓㅓㅓㅓ 미친 필력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3시간 전
    @핑구할아버지

    과찬이십니다

    항상 도움되는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2시간 전

    다크 타임즈가 저와 작성자분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는건 그만큼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울림이 남다르다는 방증 같습니다. 좋은 글 잘읽었어요 :)

  • title: A$AP Rocky (TESTING)GunzNButter글쓴이
    2시간 전
    @FINNIT

    Just don't forget to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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