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O Sound, PARTYNEXTDOOR, 그리고 Drake. 이들의 이름은 이미 훌륭한 보증 수표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간에.
드레이크(Drake)의 음악을 기다리는 것일까, 드레이크를 기다리는 것일까. 우리는 엇갈린 심정과 기로에서 <$ome $exy $ongs 4 U>를 마주하게 되었다. 21개의 곡, 74분,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와의 콜라보까지, 어쩌면 드레이크의 음악을 기다린 사람에게는 꽤나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침잠하고 탁한 빛깔의 드레이크식 비트와 이를 제공하는 능력 있는 프로듀서들, 드레이크의 여전한 퍼포먼스, 파티넥스트도어의 감미로운 보컬까지, 그리고 이제 여기에다가 OVO 정품 라벨 딱지를 붙여준다면 완성이다. 그렇게 플레이리스트를 빙자한 앨범은 약간의 변형이 있을지언정, 리스너에게 꽤나 익숙한 맛의 음식으로 제공된다. 다만 이 앨범 안에 우리가 생각하는 훨씬 이전의 드레이크는 없다. 그렇지만 드레이크의 음악은 여전하게 한가득 차있다. 다른 말로 새로이 출시한 기계로 포장되어 나온 음식 상품의 맛은 여전한데, 이제는 다른 이들이 기억하는 원조 요리사의 손맛은 없다는 이야기다. 요리사가 제 손의 요리를 내어줄 기력을 잃었을까? 이 앨범에는 Drake-Kendrick에 대한 디스전 이후의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항명도 없으며 - 물론 언급은 있지만 - , 구체적인 줄거리조차 부재하다. 하지만 드레이크의 음악을 들어온 팬들에게는 여전한 OVO스러운 음악으로 가득하다고 느낄 만하겠다.
사실 드레이크와 파티넥스트도어의 합작 소식에 기대보다도 걱정이 앞섰다. 걱정의 이유는 이러하다. 파티넥스트도어의 OVO 입단 이후, 앨범마다 꾸준히 이어져 온 드레이크와의 콜라보 곡들은 신선함보다도 안정감에 가까웠다. 또한, 이 안정감의 근원에는 이들의 음악이 고리타분하다기보다도, 익숙한 노선을 취하며 보다 익숙한 감성을 내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맡아왔던 OVO Sound의 향취라면 향취다. 문제는 이러한 익숙한 향취에 안도감보다도 불안함을 느끼곤 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한다. 적어도 내가 그렇다. 이들의 앨범 제작에는 새로운 영감보다도 익숙한 형체의 제작 환경이 유지되었으리라 예상하고는 한다. 커다란 모험이나 새로운 열정과 같은 요소들이 개입될 여지는 최대한으로 줄이고, 드레이크식의 절제미가 스튜디오 안을 가득 채우는 식으로 말이다. 괴리감의 출처도 여기부터다. 기나긴 앨범의 러닝타임, 비슷한 곡들 몇 가지, 간헐적으로 추가한 드레이크만의 트렌드 해석 곡, 별다른 차별성이 부재한 비슷비슷한 가사들까지, 모두 <Views>를 기점으로 이어진 드레이크의 꾸준한 작업 방식이 예상되는 만큼이나 본작 <$$$ 4 U>도 그 과녁을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과녁을 벗어나지 않는 것에 대한 묘한 안도감, 안도감을 벗아날 순 없는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 사이의 저울질을 드레이크 본인의 보컬이 쭈욱 이어나간다는 점이다. 한데도, 문제의 현장에서 드레이크의 보컬은 하나의 치트키에 가깝다는 것이 웃프다면 웃프다.
트랩 소울, 얼터너티브 R&B 여러 수식어로 묶어내는 본작 <$$$ 4 U>에서는 OVO Sound의 향취가 한가득하다. 그 향취 사이에서 드레이크의 보컬은 그 감성을 잘 매듭지어준다. 애초에 드레이크의 보컬이 뭐길래? 드레이크 보컬은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드레이크라는 장르식으로 가공하는 마력을 지녔지 않았을까. 이전 작품 <For All The Dogs>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여러 물음표들 역시 이번 앨범의 키워드로 작용한다. 이를 <Views>부터 여전히 토론토 "CN Tower"에 위치한 드레이크의 목소리가 이를 증명한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Views>의 CN Tower를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9년 전의 드레이크와 현재의 드레이크는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앨범 내에 익숙하게 드레이크의 목소리로 펴 바른 트랩 소울의 향연, 간간이 들려오는 피처링 수준의 파티넥스트도어의 보컬까지 모든 것이 이제껏의 드레이크 마크가 찰떡같이 붙은 작법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보면 복잡다단한 생각마저 든다. 그러니까, 이제껏의 드레이크의 작법이 꾸준히 먹힌 이유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도, 수많은 그의 곡들을 들은 이상에야 곡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라는 수식어보다도 안도감이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어울리는 것이다. 그의 트랙리스트에서 변함없는 곡의 특성을 보고 있으면 언제든 재생할 수 있으리라 믿으면서도, 이것이 그냥 그가 늘 하던 작법의 곡이지 또 다른 하나의 특별한 드레이크만의 곡으로 기억에는 남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런 예감마저 든달까. 이 익숙한 안도감이 여전히 무섭게 느껴진다면 그러한 리스너에게는 안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드레이크와 파티넥스트도어의 꾸덕꾸덕한 치즈와 같은 보컬로 펴 바른 트랙리스트의 곡들은 리스너에게 경우에 따라 느끼하거나 특정 리스너의 취향 저격인 산물이 될 뿐이다. "CN Tower" 이후로 시종일관 이어지는 비슷환 트랩 소울 향연의 곡들을 지나고 나면, 지난날 <Take Care>과 <PARTYNEXTDOOR 2>의 번뜩였던 예술가적 감각보다도 어느덧 무뎌진 공허한 메아리로 가득 찬 무언의 감상만이 나지막히 들 뿐이다. 물론 아쉬움만이 남는 것은 아니다. "CRYING IN CHANEL, "SPIDER MAN - SUPERMAN"과 같은 곡은 가히 <Take Care> 에디션에 들어가도 될 정도의 흔히들 말하는 드레이크스러운 감성이며, "DEEPER"는 파티넥스트도어만의 트랩 소울을 찾던 이에게 크나큰 만족감을 남겨주는 곡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1개의 곡 중 파티넥스트도어의 개인 곡 하나, 6개의 드레이크 개인 곡, 나머지 합작 트랙, 더군다나 이들의 합작에는 어떤 의의가 있는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또 무엇이고? 그저 밸런타인데이에 우연히 내놓은 합작 선물로서의 가치가 정녕 다인가? 여러 의문들이 리스너와 그들 사이를 천천히 감싸 돌 뿐이다. 해소하기엔 살짝이 어려운 물음이 아닌가.
물론 간헐적으로 번뜩이는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가져간 드레이크의 솔로 곡 " GIVE ME A HUG"는 소울 샘플 힙합으로 무장하고서는 그의 랩이 얹어지는 순간의 쾌감이 상당히 괜찮을 뿐더러, 이제 다음 "NOKIA"의 마이애미 베이스 곡은 가히 드레이크스러운 해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가 하면 "GLORIOUS"의 드레이크식의 Ice Spice 풍 섹시 드릴은 그야말로 본작의 콘셉트에 가장 부합한 곡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SOMETHING ABOUT YOU", "OMW", "WHERE HE'S GONE" 와 같은 곡들은 둘 사이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졌다고 쳐줄 만한 곡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외의 곡들에서는 파티넥스트도어의 존재감이 희미하다거나 가히 퓨처 따라잡기의 모먼트에 지쳤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아니면, 드레이크의 과도한 추억 회상에 지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혹은, 추억 회상에 기대고는 현재 일어나는 현상의 진부한 트렌드 재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 현재 유행하는 힙합 씬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드레이크의 최신 앨범을 들으면 될 일이지만, 그만큼 현 힙합 씬의 유행을 드레이크식으로 재단한 음악을 듣는 것은 고리타분하게도 다른 힙합 장르에 흥미를 잃기 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애초에 드레이크 사단의 곡이 꾸준히 먹히는 이유는 또 무엇이고, 반대로 수많은 헤이터들의 질타를 받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여러 의문만이 각각의 리스너 사이를 맴돌 뿐이다. 문제는 이제 우리 모두가 드레이크의 클리셰와 같은 앨범 발매에 익숙해졌다. 진부한 가사들의 향연, 불분명한 목적성, 씁쓸한 배경음들까지 이번 협업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교묘히 회피하려는 시도로도 보이기에 결국 처참하게 무너져 내릴 뿐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팔리는 그의 음악들, 우연히 발견한 번뜩이는 작업 방식의 불씨의 말소, 이제는 리스너도 모든 드레이크의 방식에 익숙해졌다는 이야기는 그에게도 리스너에게도 그리 좋은 메시지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시점부터 진부해 빠진 그의 가사들, 그럼에도 여전한 드레이크의 회색빛 보컬, 중간중간 차별성을 어필하는 트랙들 등,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진 이상에야, 끝내 밋밋하고 고리타분해질 따름이다. 이번 합작의 의의는 무엇이고, 합작을 기다려 온 사람들에게 또 무엇을 전달하는 것일까. 사실 숱한 의문들은 이 앨범 앞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몇 개의 섹시스러운 곡들을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것이고, 그로 만족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본작이 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이 일련의 앨범 흐름이 이해될지도 모른다.
다시. 드레이크의 음악을 기다리는 것일까, 드레이크를 기다리는 것일까. 드레이크를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첨언하자면, 나는 드레이크가 언젠가 그를 둘러싼 환경의 가면을 벗어내고선 진짜 하고 싶은 말의 진위를 엿볼 기회를 감상할 수 있기를 고대하는 마음이다. 그러한 기대감이 점차 누그러지는 것은 별 수 없는 일이지만, 한 캐나다 청년의 밑바닥 생활부터 현재까지의 틈의 진담을 언젠가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는 한다. 불분명한 드레이크의 목적에 맞물려 대응하는 본작의 흐름이 여전히도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조금 더 나아간 일탈을 일으키거나 리스너의 예상을 크게 벗어날 순 없을까. 이러한 기대를 저버린 것도 그의 몫이지만, 그만큼 안전한 노선을 취하고 익숙한 만족감을 주는 것도 그의 공이다. 그가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빌보드 뮤직에 차트인을 성공했을지언정, 그 리스트를 바라보는 몇 리스너의 따가운 시선은 여전할 것이지만, 그의 노래를 여전히 배경 음악 삼으며 즐겨듣는 이 역시 여전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간극 사이의 무언의 공허함은 여전히 남게 될 것이다. 이 공허함. 이를 해소할 날을 언젠가는 마주하기를 기리며.
리뷰가
정성추
명작
리뷰가
잘 읽었습니다
막문단 공감 되네요
이 정도면 드레이크도 뭔가 의도를 가지고 있길,,,,,,,,,
이런 똥반에 이런 멋진 글이라니 아이러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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