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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한다는 멍청이들아

Parkta19582025.02.02 21:15조회 수 1321추천수 32댓글 36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을 많이 접하며 살았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영향이였죠.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는 저한테 영화를 보게하거나 책을 읽히셨습니다. 음악회, 미술관을 데리고 다니셨죠.

 그 때문에 저는 자연스레 예술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누구나 하는(좋게보면 확고하지만 나쁘게 보면 편협한) 생각이 자리잡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극단적인 평가였죠. 저는 책을 읽을 때도 무조건 고전들만 읽었고 영화는 개봉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만 보았습니다.(중학생 때 노르웨이의 숲을 읽다가 나가사와의 대사'나는 사후 삼십년이 지난 작가만 읽어'에 되게 공감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고전인 위대한 작품만이 가치가 있고 나머지 작품들은 쓰레기다라는 생각을 하고 예술을 소비했었죠. (저 자신이 스스로 이해도 못했으면서 허세가 가득찬 심리로)고전들을 찬양하고 주말드라마나 양산되는 음악들은 저급하다고 무시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히치콕 영화를 보면서 얻게되는 감흥이 주말드라마를 즐기는 아주머니들의 재미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셰익스피어가 막장드라마보다 위대하지만 그것들을 향유하는 행위에 우열을 매길 수는 없겠죠.


저는 종종 예술이 해변가를 걷는 여행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히치콕, 셰익스피어, 베토벤, 비틀즈, 피카소,세잔)들은 시간의 파도에도 굳건한 성을 축조합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작업물들은 시간의 파도에 침식되어 모래가 되죠. 옛날에 저는 그 모래들을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면 해변을 거닐 수 있었던 것은 그 모래들 덕이였고 그런 모래들 역시 아름다운 해변의 일부였죠. 비록 성이 되지못한 모래들이였지만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제가 영화를 사랑하게된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훌륭한 거장들의 걸작이나 위대한 대가들의 고전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평범하거나 망작이나 놀림받는 영화들에게도 그 각자 '영화'로서의 힘이 있었죠.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동안 경멸했던 충분히 뛰어나지 못한 예술가들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술계가 얼마나 힘든지, 별을 빛나게하는 밤이 얼마나 어두운지를 조금이나마 알게되면서는 약간의 존경심도 생겼죠.


모두가 칸예 웨스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모든 씨앗이 나무로 자라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죠.

아마 대다수 평범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제가 모르거나 혹평하거나 미적지근한 평을 남길 수준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것들이 가치없고 무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해변가의 모래들처럼 변할 지라도 저는 그 각자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아름다움에, 예술품을 만들고 도전하는 용기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고요.

누군가는 빛나고, 또다른 누군가는 계속할 겁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포기하겠죠. 하지만 포기해도 괜찮습니다. 삶은 꿈보다 크고 아름다우며 포기하는 것도 큰 용기이니까요.

 그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이에게 존경을, 나아가는 힘을 지닌 이에게 축복을 빌어주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코스모스가 있습니다.

우주에 관한 책이고 칼 세이건이 저술한 대중과학서의 고전입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이 책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작품을 읽고 바라본 밤하늘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빛나는 별도 그랬지만 어두운 하늘을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보며 설렜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지금까지 접한 모든 작품들의 예술가들에게 

 비록 당신의 결과물이 충분히 훌륭하지 못해서 별만큼은 빛나지 못하더라도 아름다운 밤하늘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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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6
  • HaveㅣAㅣnICEㅣLifeBest베스트
    12 2.2 21:30

    엘평이 높은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높은 거임

  • KnightsVizionBest베스트
    8 2.2 21:25

    힘들어서 내면의 기가채드에게 우으... 힙삣삐 힘들다... 라고 고민신청을 하면 내면의 기가채드가 우문현답으로 시원하게 고민을 해결하고 동기부여를 시켜준다는 내용의 긍정적인 밈이죠

  • KnightsVizionBest베스트
    7 2.2 21:16

    우으 힙삣삐...

  • 7 2.2 21:16

    우으 힙삣삐...

  • Parkta1958글쓴이
    2.2 21:19
    @KnightsVizion

    무슨 뜻인가요?

  • 2.2 21:21
    @Parkta1958

    힙찔ㄹ이라고 하신듯

  • 2.2 21:23
    @FINNIT

    ㄴㄴ

  • 2.2 21:24
    @FINNIT

    아 그런 게 아니라 요새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기가채드 밈이 있습니다

  • 2.2 21:26
    @KnightsVizion

    아하 죄송합니다 ㅋㅋㅋ ㅜ

  • 8 2.2 21:25
    @Parkta1958

    힘들어서 내면의 기가채드에게 우으... 힙삣삐 힘들다... 라고 고민신청을 하면 내면의 기가채드가 우문현답으로 시원하게 고민을 해결하고 동기부여를 시켜준다는 내용의 긍정적인 밈이죠

  • 2 2.2 21:20

    제목이랑 다르게

    본문은 개좋네요

  • 4 2.2 21:21
    @FINNIT

    피닛님은 그냥 믿고 읽음 글을 개 잘씀

  • 1 2.2 21:22
    @미오

    ?

  • 2.2 21:28
    @FINNIT

  • 예술에 개인의 순위는 있을지언정 절대적인 우열은 없죠

    인기가 없는 예술가든, 있는 예술가든 결국 똑같은 예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 1 2.2 21:25
  • 1 2.2 21:25

    개추....개추요...!

  • 1 2.2 21:27

    오랜만에 왔는데 엘평 왤케 높아짐

  • 12 2.2 21:30
    @겁먹은괭이

    엘평이 높은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높은 거임

  • 1 2.2 21:34
    @HaveㅣAㅣnICEㅣLife

    엘평 운운하기가 무섭게 바로 다음글: 처녀충 유니콘

  • 2.2 21:34
    @겁먹은괭이

    엘평 정상화

  • 2.3 23:43
    @HaveㅣAㅣnICEㅣLife

    높다높아

  • 2.2 21:34

    이거 예전에 쓰셨던 글 재업인가요

    그때도 정말 좋게 읽었던 글인데 지금 봐도 좋네요

  • Parkta1958글쓴이
    1 2.2 21:47
    @프랭크자파

    네, 엘이 글들 보다가 한 분이 엘이인의 하루 하면서 쓴 글 보고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우울증을 심하게 겪고 있거든요.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래알 같더라도 뒤돌아보면 결국 아름다운 해변이 되어있을 거라고 믿어요.

  • 3 2.2 21:36

    역시 필력은 재능인듯

  • @HomixideGang

    ㄹㅇ

  • 1 2.2 21:46

    작곡하는사람인데 잘보고갑니다

  • 2.2 21:48

    어떻게 보면 되게 뻔한 얘기면서도 항상 와닿는 내용 같아요

    근데 적당히 현실과 타협할 줄도 알아야한단게 제 생각이긴 합니다

    애초에 그런 의도로 쓰신 글은 아니겠지만

    그걸 인식하는 순간이 또 다음을 위한 발판이 된다 생각해요

  • 좋은 글이네요

  • 2.2 22:14
  • 2.2 22:21
  • 2.3 13:1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3 21:12

    올려준 글 틈틈히 보고 있습니다. 항상 글들이 사람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시네요ㅠㅠ감사합니다!

  • 2.3 22:12

    공감하고 갑니다

  • 2.3 23:37

    항상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 마다 곱씹어 봐야할 글인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 2.4 00:04

    3줄로 요약좀 도파민 딸려서 끝까지 못읽겠음

  • 1 2.4 02:04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은 아니고 영화를 하려는 똥멍청이 입니다. 저는 초3때 소설가에서 시작해서 고3인 지금 시나리오 작가 겸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늘 드는 생각이지만, 아직도 제가 이 길이 맞는 건지 잘 모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예전엔 음악이든 영화든 좋은 작품을 접하면 감탄부터 하고봤는데, 이젠 제가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 생각을 하니 참 막막하기만 합니다.

     

    "걍 다 때려칠까?" 제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전 글쓰는 걸 멈추질 못하겠더라고요. 눈 앞에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데, 제가 가진 거라곤 펜하고 노트 밖에 없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안에 꺼지지 않는 불이 있어서, 저 산에 쌓여있는 눈을 다 녹여버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생기더라고요. 언젠가 불이 꺼지겠죠. 그 날이 오기 전까진, 전 어떻게든 산을 올라가 보려고 합니다.

     

    방금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 하나 남기고 글을 마칩니다.

     

    "기억해요. 희망은 좋은 거예요. 아마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좋은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 이렇게 좋은 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꿈을 포기하지 않을 힘을 얻어가요!!

     

  • 1 2.4 02:05

    왠지 내일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읽어보면 후회할 것 같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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