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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ts <Do You Want More?!!!??!> 30주년 리뷰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6시간 전조회 수 212추천수 1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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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all about to witness

Some organic hip hop jazz

Intro/There's Something Goin' On 中

힙합 황금기라 불리던 격동의 1990년대 초, 기라성 같은 신예들이 등장하곤 저마다의 힙합을 정의하던 시기에, 유난히도 독특한 발걸음을 내딛는 자들이 있었다. 이들의 등장은 여타 유명하던 힙합 그룹들 내에서도 독특한 형태를 취하는데, 개중 ‘밴드’라는 수식어가 이렇게 찰떡인 그룹은 이들로서 유일무이할 것이다. 이들의 이름이 바로 더 루츠(The Roots). 당시로는 동서부 가릴 것 없이 훨씬 다양해진 샘플링의 미학과 다채로운 랩의 라임론을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시켜 증진해나갈 뿐이었는데(물론 방식의 다양성을 주목할 만하지만)—이들은 재즈 힙합 퓨전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장르-컬트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족적을 남기었다.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와서 더 루츠의 디스코그래피를 바라보면, 마치 살아 움직이는 재즈 섹션 힙합의 역사를 바라보는 듯하지 않나 싶다. 아니, 이미 역사 그 자체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심지어 역사적인 첫 발자취로 기억되는 앨범이 바로 <Do You Want More?!!!??!>이다. 아, 다만 역사의 기록이 오해되는 경우 역시 잦은데, 이들의 첫 정규 1집은 다름 아닌 <Organix>다. 물론 데뷔작이 오해되는 이유 역시도 <Do You Want More?!!!??!>이 첫 ‘메이저’ 작품이라는 사실이 있겠으며, <Organix> 자체로도 믹싱이나 직관성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Organix>의 날 것과 같은 방법론은 <Do You Want More?!!!??!>에서 최대한 계승되었고, 완성도 전작보다 크게 보완된 형태로 등장하게 되었다. 결국 <Do You Want More?!!!??!>이 재즈 힙합의 고전으로 기록될 수 있던 이유 역시도 이전의 <Organix>를 계승한 뚝심 있는 초지일관과 빛나는 창의성의 재발견에 있으니, 이것이 더 루츠의 제대로 된 시발점으로 볼 수 있겠다.

<Do You Want More?!!!??!>이 특별한 첫 이유는 샘플 위주의 힙합에서 탈피하는 데에 있다. 이는 ‘재즈 밴드’라는 정체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했기에 드러나는 특징인데, 기존의 재즈 힙합은 A Tribe Called Quest, De La Soul, The Pharcyde 등으로 대변되는 그룹처럼 샘플링 위주의 사운드를 가공하는 것이 관행처럼 여겨지나, 정반대의 사례로써 더 루츠의 재즈 잼에 대한 집착은 한끝 다르다. 실제로도 그렇다. 퀘스트 러브(?uestlove)의 느긋한 드럼 연주를 비롯한 더 루츠 멤버들의 잼 세션은 일종의 집착처럼 쿨-재즈만의 부드러운 감성을 유지하려 부단히 애쓰기 때문이다. 덕분에라도 더 루츠가 추구하는 재즈 힙합은 하드코어 힙합이 자랑하는 거칠고 둔탁한 비트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다준다. 일례로 “Mellow My Man”의 더 루츠 멤버들의 품격 있는 관악기 사운드 사이에서 블랙 쏘트(Black Thought), 말릭 비(Malik. B)가 서로 호흡하며 랩을 내뱉는 장면은 과연 일품이다. 아예 주목할 잼 섹션을 내어주면서 악기 파트를 조명하는 "Datskat"은 또 어떠한가. "Datskat"의 잼의 가볍고 느긋한 연주에서는 관악기와 타악기의 멋이 좔좔 흐를 뿐이다. 결정적으로 청중이 음미할 수 있는 부분은 래퍼들의 유려한 랩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를 메우는 앨범의 사운드이기도 한 것이다. 결정적으로 밴드 섹션이 블랙 쏘트(Black Thought), 말릭 비(Malik. B)의 유려한 랩에 있어 믿음직한 조타수이자 발판이 되어준 셈이다.

게다가 앨범 전체의 호흡도 무시할 것이 못된다. 랩, 스크래칭, 비트박스, 재즈, 청중과의 호흡, 이야깃거리, 필라델피아를 향한 자부심 등. 이 모든 것들이 융합되며 <Do You Want More?!!!??!>이자, 필라델피아 출신의 더 루츠라는 하나의 이상적인 커뮤니티를 그려낸다. "Datskat"의 랩과 잼, "? vs. Rahzel"의 비트박스와 잼, "Mellow My Man"의 호른 브레이크와 랩, 그리고 “Essawahmah”를 계승한 “Essaywhuman?!!!??!”의 더 루츠 그 자체의 모습. 특히 "Essaywhuman?!!!??!"만의 특별함은 여태껏의 알 수 있는 더 루츠의 구성품을 한데 모아 자랑하는 공연을 완성했기 때문에 더욱 각별해진다. 라이브 섹션으로써 블랙 쏘트의 MC와 청중의 열띤 호응, 밴드 섹션의 열찬 연주까지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필라델피아의 활기찬 열기를 자랑한다. 그렇게 필라델피아 공기를 맴도는 이야기와 이들의 무대가 합치되는 순간의 멋이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것이 되었으니.

길게 프로덕션이나 앨범을 둘러싼 특징을 이야기했지만, <Do You Want More?!!!??!>의 주제 거리를 확정시키는 것은 블랙 쏘트와 말릭 비의 랩 태도에 있지 않을까. 자기 과시와 같은 으스대는 모양새나, 때로는 일상적인 대담, 섬세한 진실 등은 악기와의 우열을 가릴 수 없거나 악기들의 흐름을 최대한 반영하는 랩에 의해 즐겁게 드러날 뿐이다. 게다가 필라델피아의 일상, 삶의 축복, 지질 연애담 등의 랩은 당대 시류의 하드코어 힙합 유행을 빗겨나가며 독특한 재미를 추구한다. 무릇 재즈 힙합을 한다고 여겨지는 자들 대부분이 비슷한 주제 양상을 띄는 것은 우연의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이 당시의 더 루츠 역시도 총과 갱스터가 아니라 천연덕스러 재치와 고향의 자부심을 내세운 그들만의 거리의 시학을 내세웠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Do You Want More?!!!??!>은 후대의 디스코그래피와는 또 다른, 동네의 반가운 친구들과 같은 천연덕스러운 모습마저 확인할 수 있다.

랩은 어떤가. 1990년대의 힙합 시장을 통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겠지만 랩을 잘해야 한다는 명제를 통과해야 했다. 더군다나 수많은 MC들이 이 명제를 반영하는 명반을 내놓았고, 더 루츠 역시도 어디까지나 재즈 '힙합'을 표방하고 있었기에, 위 명제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미 쟁쟁하던 1990년대 후보들 가운데, 이들이 특별해지기 위해 선택한 방법 역시도 위 명제를 최대한 반영해야 설득력이 있었을 터였다. 그렇기에 블랙 쏘트와 말릭 비의 랩은 이미 이 시기부터 주목할 것이 된다. 물론 그들의 강점인 재즈 비트를 최대한으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랩은 과녁을 적중했다. 더 루츠 MC들은 변주가 많은 재즈 비트 혹은 재즈적 영감을 최대한 이해 필요가 있었고, 이에 맞춘 랩을 내놓아야 했다. 비록 본작에서의 블랙 쏘트의 톤은 자리 잡기도 이전임에도, 더 루츠 결성 이전의 퀘스트러브와의 드럼 비트 위 프리스타일 경험으로 비롯하여, 능청스러우면서도 능수능란한 라이밍의 랩이 앨범 곳곳에 자리 잡았다. 말릭 비 역시도 담백한 톤 위로 블랙 쏘트에 밀리지 않는 랩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때로는 블랙 쏘트에 견주는 치열한 라이벌이 되기도 한다.

<Do You Want More?!!!??!>은 일종의 질문이라기보다도 하나의 선언에 가깝다. 곡 "Do You Want More?!!!??!"에서 드러나듯이 이 질문은 청중에게 강요된 대답을 촉구하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 누가 감히 '더 원하냐'라는 질문을 내놓는 열띤 라이브 공연장에 앵콜을 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앵콜이자 그들의 거침없는 태도가 계속 보고 싶다. 본 질문의 마법은 더 루츠에게 향하는 기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에 응당하는 답변을 내놓기에 더욱 재밌는 것이다. 후대의 더 루츠 디스코그래피를 제하고 보더라도, 더 루츠가 계속해서 특별해지는 이유는 이 시기부터 이미 하나의 커뮤니티 공동체로 구성된 음악을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이 표방한 '재즈 힙합(jazz hiphop)보다도 더 루츠가 유기적인(organic) 공동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될성부른 떡잎들이 모인 곳은 뿌리부터 남달랐으니까.


내일이 30주년 입니다:)

 

블로그 : https://blog.naver.com/wjawls23/223727776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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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6시간 전

    항상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장해놓고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은근히 주목을 덜 받은 작품 같아요

  • 6시간 전

    앞날님 글은 항상 마지막 문장이 인상깊네요 잘 읽었습니다!!!

  • 6시간 전

    Things Fall Apart, Undun 두 앨범만 들어봤었는데

    최근에 이 앨범 포함 다른 앨범들도 하나씩 들어보니 저 두 앨범보다 더 취향에 맞더라고요

    근데 3번트랙 Distortion To Static 후반부에 웃음소리(?) 좀 거슬려요

  • 4시간 전

    Things Fall Apart랑 이게 탑 투인 듯

    Undun도 좋지만 이게 훨씬 좋음

  • 3시간 전

    더 루츠 좋은거 진짜 많구나

    더 찾아들어야겠네요

  • 3시간 전
  • 3시간 전

    항상 좋은리뷰 감사드려요!

  • 1시간 전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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