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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DOOM - Mm..Food 리뷰

title: Mach-Hommy온암2024.12.09 19:21조회 수 4018추천수 19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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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F DOOM - Mm..Food

https://youtu.be/_JUpTOFJUTU

*풀버전은 w/HOM Vol. 17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JoKViMVLcqE70Okp-Tlu2NBW9oq7DO1J/view?usp=share_link

아마추어리즘(Amateurism). ‘경제적 이익 취득이 아닌 개인의 흥미를 위해 스포츠에 임하는 정신’이란 사전적 정의와 달리 엠에프 둠(MF DOOM)은 오직 그 자신과 가족의 부양을 위해 평생을 음악 제작에 투자했다. 그는 한때 노숙으로 연명했을 만큼 가난한 흑인 예술가였고, 그에게 음악이란 그가 가진 최고의 재능을 모두 바쳐야만 겨우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일생의 부담과 같았다. 평생을 소시민처럼 살아온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선 힙합 아마추어리즘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지독한 역설이란… 그 혼미한 라임만큼이나 엽기적이기 짝이 없다. 우리는 그의 정신이 아닌 그의 작업 방식만을 기억하고 기린다. 죽을 때까지 볕을 피해 그늘 아래에만 존재하던 언더그라운드의 마왕이 세상에 남긴 족적이란 그의 비트와 목소리밖에 없기에. 그리고 <Mm..Food>는 그 중에서도 모든 면에서 가장 ‘엠에프 둠’다운 족적이다.

Oh, food at last!

MF DOOM, "Beef Rap" 中

지금에 와서야 회상해본다면, 2004년은 둠의 해와 진배없었다. 그 해에 흑인 음악 라디오를 휩쓴 장본인들의 목록 중 둠의 이름은 당연히도 없었지만, 그는 거물들의 그림자 속에서 힙합 역사상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명반으로 기억될 음반 두 장을 발표했다. 그리고 역사에 끝까지 기록되어 후손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라디오의 전파가 아닌 바이닐과 같은 실기록물이다. 때문에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과 언더그라운드 애호가들은 — 심지어 Kanye West라는 거장이 <The College Dropout>으로 데뷔했음에도 — 2004년을 둠의 해로 기억하고 있다. 둠이 4개의 음반을 연달아 작업하며 그 어떤 프로젝트도 구태여 대작으로 기획하지 않았음을 곱씹어본다면, 역설적으로 그런 둠의 천재성에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장담컨데, <Mm..Food>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충 만들어진 작품이다. 본작의 작업기는 그 어떤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고, 앨범의 소수 참여진 또한 그들의 정확한 행방을 추적하기 난해하며, 무엇보다 결과물 자체가 이 도발적인 추론을 지지하는 최고의 근거 격이다. <Mm..Food>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비트는 <Metal Fingers Present: Special Herbs> 시리즈에 유래하고 있다. 그 말은 즉슨, 이미 대부분이 데모 형태로 고안되었거나 완성까지 된 작업물이라는 의미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전설적인 “Rapp Snitch Knishes”의 원형을 <Special Herbs Vol. 5>의 “Coffin Nails”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Madlib의 “One Beer”가 <Champion Sound>의 엔딩으로 사용되었음을 목도할 수도 있다. “Poo-Putt Plutter”에서 “Fig Leaf Bi-Carbonate”로 이어지는 사운드 콜라주 스킷 구간은 둠이 자신의 프로덕션에 가지는 자부심에 기반한 일종의 과시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 자신감에 부합하여, 둠의 독창적인 샘플링은 여전히 신선하기만 하다. 그의 샘플 플립은 RZA가 고안한 단순한 샘플 루핑에 기반하는데, 둠의 프로덕션적 정체성은 바로 샘플 초이스와 톤 조성에 중심을 둔다. 그 누가 <Marvel's Spider-Man> 에피소드 17의 짧은 클립에서 재생된 OST를 전설적인 힙합 비트로 가공할 발상을 떠올릴 수 있단 말인가? 혹은 <Fat Albert>의 할로윈 극장판 OST에 드럼 브레이크를 덧대어 훗날 Joey Bada$$가 사용케 할 만큼 엽기적인 이스트코스트 힙합 인스트러멘탈로 승화하는 창작 행위는? 둠 이전엔 아무도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한 적이 없는데, 둠은 그것을 가능케 했다. 그가 샘플의 원본을 거의 훼손하지 않는 뻔뻔함으로 일관함에도 그의 샘플링이 창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다. 그리고, 실제로 창의적이다. 아마 <Mm..Food>보다 창의적으로 샘플링된 음반을 지구상에서 몇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전형적인 ‘Craftship’과는 정반대로, 장인정신보다는 즉흥성에 주안한 결과물이 적법한 시간대와 맞물린 결과물이다.

재밌게도 가장 ‘DOOM-ious'한 비트는 정작 둠에 의해 제작되지 않았다. Supersonic의 “J.J. FAD”와 Anita Baker의 클래식 “Sweet Love”를 절묘하게 합성한 “Hoe Cakes”의 비트는 누가 듣는다 한들 둠이 “Doomsday”에서 Sade와 BDP을 합성한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 곡은 그가 아닌 그의 동생 DJ Subroc이 프로듀싱했다. 마치 후대에 Kanye West의 “Devil In A New Dress”가 Bink!에 의해 프로듀싱되었고, JPEGMAFIA의 “Real Nega”가 Chef Warren에 의해 프로듀싱된 것처럼 말이다. 물론 반례도 존재한다. Billy Buther의 원곡보다 더 탄력적으로 가공한 “Potholderz”의 베이스나 “Kon Karne”의 Sade 샘플에서 느낄 수 있는 익숙함처럼 말이다. 백미는 “Rapp Snitch Knishes"다. 모든 면에서 — 심지어는 미지의 실력자 Mr. Fantastik마저도! — 힙합 명곡으로 기억되기에 모남이 없는 이 트랙은 David Matthews의 <Dune> OST인 “Space Oddity”의 속도를 증배함으로써 가히 전율적인 음향을 자아낸다.

Darker than the East River, larger than the Empire State

Where the beast who guard the barbed wire gate

MF DOOM, "Kon Karne" 中

<Mm..Food>의 우수성은 프로덕션 쪽의 비중이 더 크지만, 그렇기에 결정적으로 <Mm..Food>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은 다름 아닌 둠의 신묘한 라임이다. 엠에프 둠은 힙합의 악당, 좁혀서는 랩의 악당으로서 질서를 파괴하고 힙합의 본질을 찾기 위해 기존의 체제에 반기를 드는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둠은 2-4 드럼 리듬에 기반하는 기존의 플로우 설계에서 탈피해 라임을 더 복합적이고 불규칙하게 배치한다. 가끔 등장하는 80년대 힙합의 샘플만큼이나 맥락 없이 등장하는 둠의 라임 점프 스퀘어가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골든 에라를 일부 연상시키면서도 그 향수마저 빌런으로서의 정체성을 통해 가차없이 멸하는 둠만의 플로우는 극히 작가주의적이며 창의적이다. 그의 라임 배치는 펀치라인을 위한 초석이기도 한데, 그 빌드업이 과하게 고도의 지식을 요하고 자문화중심적이기에 직설적인 유머라기보다는 문학성을 함유한 코미디에 근접할 지경이다. 헛웃음과 경탄을 자아낸다는 점에선 결국 유머이긴 하지만. 적어도 음식에서 따온 곡 제목으로 부여하는 컨셉 앨범으로서의 정체성이나 래퍼들을 간식 정도로 비하하는 거만함보다는 훨씬 고차원적이라는 점에서, 비원어민들이 더한 연구 가치로 <Mm..Food>의 리릭시즘은 클래식으로서의 기품을 갖추게 된다.

막시무스 마스크, 닥터 둠, 알코홀릭, 올드스쿨 힙합, Sade, 80년대 마블 코믹스 애니메이션, 고지라, Wu-Tang, 엠에프 둠을 이루는 원소는 너무 다양한 나머지 그 어떤 카테고리의 집합도 그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 <Operation: Doomsday>는 너무 설익었고, <Born Like This>는 하향곡선의 최고점에 위치한다. <Take Me To Your Leader>는 King Geedorah만을, <Vaudeville Villains>은 Viktor Vaughn만을 대표한다. 심지어 그 저명한 <Madvillainy>조차 둠을 정의하지 못한다. 하지만 <Mm..Food>는 둠을 완벽하게 정의해낼 수 있다. 매우 독창적이고 전위적이나 패러다임을 제시하진 않는,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복제품을 찾자면 찾아볼 수 없는, 단연코 음악 역사를 통틀어 유일한 음반. 본작이 영원히 그의 팬들을 위한 컬트적 소울 푸드로 기억되는 이유이다. 우리는 오늘도 깨진 접시로 진미를 음미한다.

9.1/10

최애곡: Rapp Snitch Knishes

-Hoe Cakes

-Kon Karne


 

블로그: https://m.blog.naver.com/oras8384/223686741953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음반입니다. 한 래퍼가 비트와 랩 양면에서 가장 창의적으로 낼 수 있는 음반의 표본이 아닌가 싶어요.

사실 둠의 랩보다는 비트에 더 많은 영감을 받는 입장으로서, <Mm..Food>는 아직까지도 귀감이 됩니다.

수많은 아마추어들에게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만, 그들의 아이디어는 결코 듀밀레 씨의 것이 아니죠.

아직도 이 음반의 대체제는 커녕 하위호환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이 앨범의 위상이 높아지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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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title: QuasimotoPushedashBest베스트
    4 12.9 19:37

    "매우 독창적이고 전위적이나 패러다임을 제시하진 않는,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복제품을 찾자면 찾아볼 수 없는"

    무척 공감 가네요 분명 둠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산더미 같은데 대체제는 없다는 점에서 이토록 유일무이할 수 있는지...

    누가 비슷한 거 좀 만들어봐라ㅡㅡ

  • 1 12.9 19:30
  • 4 12.9 19:37

    "매우 독창적이고 전위적이나 패러다임을 제시하진 않는,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복제품을 찾자면 찾아볼 수 없는"

    무척 공감 가네요 분명 둠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산더미 같은데 대체제는 없다는 점에서 이토록 유일무이할 수 있는지...

    누가 비슷한 거 좀 만들어봐라ㅡㅡ

  • title: Mach-Hommy온암글쓴이
    12.9 21:48
    @Pushedash

    못 만듭니다. 본문에서 밝혔다시피 Mm..Food가 영원한 클래식으로 기억될 이유죠.

  • 12.9 22:16
    @온암

    누구도 재현하지 못하기에 더더욱 갈구하는 법...

    아 내일 음음음식 들어야겠어요

  • 1 12.9 19:43

    잘 읽었습니다

  • 1 12.9 19:56
  • 1 12.9 20:12

    잘 읽었습니다

  • 12.10 08:17
  • 12.10 18:49

    앨범 들으면서 참고하니까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 1.7 16:27

    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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