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으로 앨범단위로 들은 앨범
JUSTHIS, Paloalto - [4 The Youth] (2018)
저는 원래 힙합이라는 장르에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원래는 엄마 따라서 발라드 듣고 친구 따라서 K-Pop듣고 자랐습니다
근데 6학년때, 음악시간에 가사를 맞추는 게임같은걸 했는데
거기서 쌤이 재미로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를 틀어주던구요
그때는 꼭 알아내고야 만다라는 독기로 외톨이를 유튜브로 보고
쇼미더머니를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아웃사이더, 조광일같은 속사포 래퍼들만 듣다가
저스디스를 들었습니다. 빠르면서도 그게 다가 아닌 래퍼. 독보적이었죠.
근데, 그때까진 앨범이라는 개념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실수로 어떤 앨범을 통으로 들었는데
이어지는게 재미지더라고요 (참고로 그때 들었던건 녹색이념이었습니다.)
근데 처음이라 심심해서 꺼버립니다.
그러다 [4 The Youth]을 서성거리다가 재생 했습니다.
자려고 했어서 그냥 틀고 자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3시간동안 자지 못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앨범을 통으로 돌리는 재미를 받았던것 같아요.
2. 취향의 전환점이 된 앨범
Ken Carson - [A Great Chaos] (2023)
힙합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던 저는
어느날 더콰행님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Playboi Carti]는 이 시대의 [Illmatic]이다."
뭔 개소리야??? 싶어서 들어봤습니다.
근데 뭐 썩 나쁘진 않았다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카티 전집을 다 돌리고
[Whole Lotta Red]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음악만 하는 래퍼를 찾아냈고
마참내 아편 사단의 해피 바이러스 Ken Carson을 찾았습니다.
[X]까지는 구렸는데
[A Great Chaos]를 누르는 순간 저는 굳었습니다.
"WAKE UP F1LTHY"
Green Room 듣고 저는 뿅갔습니다...
그리고 Jennifer's Body, Fighting Demons, Singapore까지 4연타
그래서 저는 외힙으로 제 몸을 옮기게 됬고
여기서도 외힙을 터전으로 잡게 됬네요
3. 힘든 시기에 날 지탱해준 앨범
Madvillain - [Madvillainy] (2004)
솔직히 걍 허세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거라 생각은 합니다.
근데, 진짜에요.
MF DOOM이라는 래퍼를 알게 되고 가사를 천천히 씹다 보니
굉장히 긍정적인 래퍼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근데 여기서의 DOOM은 뭔가가 달랐습니다.
슬퍼보이더라고요.
그 유쾌하고 항상 웃을 것 같던 DOOM이
무표정으로 묵묵히 래핑을 하는걸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그리고 힘든 시절이 제 삶을 지났습니다.
자세하게 말하기는 민감하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맞았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맞으니까 걍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위로가 되는 앨범들로 위로하려고 하는데 눈물이 안 멈췄습니다.
[808s & Heartbreak], [17], [Blonde], 등 하루를 그런 앨범들만 듣다가 다음날이 됬습니다.
그저 아무렇게 핸드폰을 듣고 아무 앨범이나 들었는데
[Madvillainy]의 DOOM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원가는 길 모퉁이에서 잠시 몸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학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때 다시 가사를 보니까, 그가 오히려 긍정적이지 않고 부정적으로 랩하니까
위로가 됬습니다.
항상 유쾌하던 친구가 농담끼 빼고 날 위해 싸워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 소소한 일상에 행복을 준 앨범
JID - [The Forever Story] (2022)
JID라는 래퍼를 처음 알았던 날은 아케인 OST를 듣고
랩 잘하는 래퍼라는 인식을 받았던 날이었습니다.
근데, 묘하게 그가 껄끄러웠습니다.
그도 그저 피처링싸개가 되는게 아닐까?
근데 아니더라고요. 완전히
[DiCaprio 2] / [The Never Story]가 좋아서
[The Forever Story]를 돌렸습니다.
그냥 빠갤수 밖에 없는 랩과 프로듀싱과 구성이었어요.
그가 장르에게 보내는 존경과 존경을 느끼면서도
그 안의 가시를 들춰보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듀싱 자체가 약빤것 마냥 좋아요.
제 취미가 싸이클인데, 그냥 힘들면 이거 트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리고 또 웃게 되더라고요.
5. 가장 사랑하는 앨범
Little Simz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2021)
영화관에 가는 날이 줄었습니다.
언제 부턴가 가족과 함께 영화관을 가는게 귀찮았습니다.
그러다 이 앨범을 만났습니다.
이 앨범은 저를 3번 때렸습니다.
먼저, 웅장한 프로듀싱으로 스트레이트를 날렸습니다.
디즈니 부럽지 않은 프로듀싱이 저를 계속 듣게 했습니다.
재작년에 수학여행으로 봤던 연극이 생각났습니다.
예전에 가족과 함께 봤던 오페라가 생각났습니다.
그때도 내용보다도 음악에 더 관심이 갔었고
지금 생각해도 이 앨범의 프로듀싱이 저를 더욱 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가사로 저를 때렸습니다.
가사를 듣고 노래와 함께 모든 장면들이 보였습니다.
그녀가 걷던 발자국을 따라가며,
그녀가 보았던 경치를 따라가며,
그녀가 좋아했던 모든것을 따라가며,
그녀가 바랬던 모든것을 따라가며,
저는 감동에 연속을 맛보았습니다.
또 한번은, 처음으로 엄마가 인정한 힙합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엄마는 발라드를 가장 좋아합니다.
근데, 제가 이걸 듣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음악을 듣냐?"
라고 하덥니다.
맨날 차에서 일부로 Blonde, Ctrl듣던 제가
이 앨범으로 인정받게 된건 굉장히 의외면서도
취미를 인정받은 느낌이었어서
저는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도 이 앨범을 돌리고 있네요.
제목에 적힌 마디는
제가 글쓰기 대회에서 사용한 한 구절을 제가 재활용한겁니다.
이 문장 하나가
제 음악 생활을 대변하는 듯 했습니다.
음악의 끝은 없을것이고, 저는 아직 시작점에 있습니다.
근데 제가 계속 한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그 끝을 볼 수라도 있지 않을까요.
결국 그 음악들을 앞에서 바라보는것이 아닌
뒤에서 내려다볼수 있게 될수도 있지 않을까요?
굉장히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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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이 진심 예술이시네요...
라인업도 ㄷㄷ
글 왤케 잘쓰시죠
멋진 글 잘읽었습니다!
👍👍
정말 좋아하는 앨범들만 있네요
AGC 저도 얘기 쓸건데…
비교당하겠네요 흑흑
저 그냥 생각없이 적었는데
저보다 더 잘 적으실 것 같네요 ㅠㅠ
심즈 저거 ㄹㅇ 대명반
심즈추ㅠ
음악을 진심으로 듣기 시작한것도 10년이 넘었지만
저는 아직도 시작점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수없이 많은 앨범들을 디깅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게되는건
누가 뭐라고 하든 제겐 인생앨범인 것들이더라구요.
어쩌면 음악을 찾아듣는건 그런 앨범을 만나기 위한 여정같습니다.
진심어린 애정이 담긴 글 잘읽었습니다.
4 The Youth 들어봐야겠네
추추박겧습니다.아니 왤케 글 잘쓰십니까ㅋㅋ
Jid안들어봤는데 오늘 들어봐야겠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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