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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빌리 우즈 2021년 No Bells 인터뷰

이오더매드문3시간 전조회 수 326추천수 7댓글 6

빌리 우즈는.... 좀 많은 미국문화적 맥락 역사적 맥락 등등

다양한 인문학적 소양을 최대한 많이 알아야 이해가 더 쉬워지는 아티스트입니다.

뭐 원래 이쪽 앱스트랙 힙합 계열하는 놈들이 상당수 그렇죠.

 

전성기 시절 피치포크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거칠게 혹평을 날리기로 악명높은 No Bells에서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노벨스  여기서 쓰는 기사들 상당히 웃기면서도 신랄하고 재밌습니다.

 

no-bells-woods.jpeg

 

2018년 말, 나는 빌리 우즈와 2시간 동안 통화했다.

그때 난 대학 마지막 학년이었고,

흑인 급진적 예술운동에 대한 기말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를 인터뷰했다.

왜 그가 내 요청을 수락했는지, 혹은 왜 내게 그렇게 시간을 엄청 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예술가와 대화 중 가장 몰입한 적은 그 정도로 없었다.

제임스 볼드윈이나 후기자본주의 같은 주제에 대해 너무 많이 물어보고 정작 음악 자체에 대해서는 너무 못했지만, 지금 이 글을 읽어보니, 그때 그렇게 질문해서 다행인 것 같다. 아마 그도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이 글을 그때 출판하지 않았던 여러 이유는, 일단 그때는 난 내가 하는 일과 내 정치의견에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이 인터뷰글을 투고하고 싶었던 모든 매체가 이미 빌리 우즈 인터뷰를 끝낸 상태였다.

이 시절은 이미 <Paraffin>이 나온 상태였으며, Armand Hammer 앨범도 여러 연말결산 베스트앨범에 나오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걸 다시 읽어보니, 이 인터뷰가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교수의 아들로 태어난 빌리 우즈는,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는 영문학을 가르치셨다. 게다가 아버지는 짐바브웨의 정치인이었다. 빌리 우즈는 D.C., 짐바브웨, 뉴욕 같은 지역에서 자라왔다.

우리는 그런 사적이고 가정적인 주제부터 시작해서, 이후 그의 정치사상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 아니면 영향을 미친 장소, 그리고 다양하나 철학사상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흐르듯이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가 지금 현역 랩퍼 중 가장 뛰어난 사람들중 한 명이 된 데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빌리 우즈의 허락을 받아 인터뷰 전문을 뒤늦게 공개하겠다.

 

 

짐바브웨에서 온갖 정치적 혁명이 일어나는동안, 거기서 사는 경험은 어땠는가?

 

나는 여기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곳에 갔을 때는 전쟁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아버지는 평화협정과정 중에 그곳으로 귀국하셨기 때문에 이미 몇 년 동안 그곳에 살고 계셨다.

많은 것들이 매우 좋아지는 상황이었고, 여러 모로 미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안정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족은 도시에 살았고, 집도 크고 멋진편이었다. 낡긴 했어도 말이다.

아버지는 부와 명예에 크게 집착하지 않으셔서 멋진 차 같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우리는 좋은 집에서 꽤나 편하게 살았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할 기회가 많았다.

방과 후에 자전거를 타고 온 동네를 돌아다녀도 치안에 전혀 문제가 없었지. 아버지와 함께 시골로 나가서 미국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매우 영국식인 사립학교에 다녔다.

그 학교에는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었다. 미국학교에 비해 상당히 매우 엄격했지만 글쓰기 창작을 많이 시켰고, 그것이 날 문학에 더 관심있게 만들어줬다. 책도 많이 읽었다.

TV는 평일 오후 5시에만 허락되었다. 하루 종일 TV 앞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남들과 비교해서 신기한 경험이긴 하군.

또 좋았던 점 중 하나는 나같은 흑인이 어렸을때부터 자라기에 매우 훌륭한 환경이었다. 흑인들이 권력 있는 자리에도 쉽게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 당시 나라 경제가 매우 좋았다. 그들이 겪었던 온갖 전쟁과 갈등을 생각해보면, 전쟁을 겪은것치고 생각보다 사회적 결속도 강했다. 나는 꽤나 부유하고 안정적이고 성공한 흑인들 사이에서 자라왔다.

 

그럼 나쁜 점은 뭐였는가?

 

그 시절엔 너무 지나치게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였다.

그 때문에 종종 사고방식이 편협적이기도 했다. 빈부격차는 여전히 아주 심했다. 게다가 그곳에 있던 백인들은 여전히 그 나라 대다수 사람들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호화롭게 살았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로 부유하게 살았지만, 모든 흑인이 그렇게 살지는 않았지.

반면, 백인을 만나면 그들은 매우 안정적이고 부유한 사람이었다. 개인 차원의 범죄나 폭력은 그닥 많지않았다. 국가 차원의 부조리와 억압 폭력은 분명 존재하긴 했다.

아 그리고 짐바브웨는 피자가 없었다!!! 난 뉴욕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는 했는데, 미국에 없는동안에는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이나 페퍼로니 피자를 먹는 꿈을 꾸곤 했다. 왜냐하면 난 미국에 태어났으니, 그래서 그런 미국문화에 여전히 강한 동질감을 느꼈고. 또, 우리의 TV프로그램은 항상 유행이 몇년씩 뒤쳐졌다.

크리스마스 때 미국에 돌아오면 사람들이 <A특공대>를 보고 있었고, 나는 유행에 뒤쳐져서 줄거리도 몰랐기에 이야기상황도 아예 몰랐지. 심지어 줄거리도 완전히 달라져버린 상황이어서 정말..... 그래서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가본 모든 지역엔, 나쁜점 좋은점 둘다 있어왔다.

 

언제 짐바브웨로 이주했는가?

 

다섯살때.

 

그럼 언제 다시 워싱턴DC로 돌아왔는지?

 

대충 13살때쯤.

 

어렸을 때부터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을 다독하셨다고 들었다. 그건 부모님의 영향이었는지?

 

부모님 둘 다 교수님이셨다. 집에 책이 많았다. 어머니는 영문학 교수셨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정적인 환경에서 아주 많은 영향을 받으니,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만약 당신 부모님 모두 NBA에서 일하신다면, 당연히 농구공을 많이 만져본 경험이 있을 테다.

 

독서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당신을 매혹시킨 책들은 무엇이 있는가?

 

닥터 수스 동화책을 엄청 많이 읽었다! <로렉스> 진짜 가장 좋아했지.

동시에 어렷을 때부터 성인들이 읽는 책을 일찍이 읽기시작했다.

아 그리고 로알드 달 책도 엄청 많이 읽었지. <멍청씨 부부 이야기>도 많이 읽었다.

한때 짐바브웨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비록 내가 어머니 영향으로 미국의 문학적 요소도 많이 접했지만,

영국의 잔재 때문에 학교나 여기저기선 로알드 달이 매우 인기가 많았다.

거인과 소녀(마이 리틀 자이언트), 그 책을 정말 좋아했다.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도 마찬가지.

어릴 때는 베벌리 클리어리의 책도 정말 좋아했다.

본격적으로 깊이 감명받았던 책으로는, 아마 9살때, 스티븐 킹의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크리스틴>을 정말 좋아했다. 살면서 가장 많이 읽은 책 중 하나지. 그의 모든 작품을 읽었습다.

또 고전적인 영국 SF 작가들, 예를 들면 레이 브래드버리 같은 작가들의 책도 좋아하게 되었다.

난 아주 어렸을 때 <1984> 같은 책을 읽었다. <동물농장>은 아마 9~10살때 읽었다. 그것도 정말 많이 읽었다.

또 기억나는건....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마거릿이에요> 누나 책을 훔쳐읽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여성의 생리가 뭔지 이해못했다. 그래도 어쨌든 그게 사춘기 10대를 위한 책이란 건 알고 있었다. 나이가 어려서 잘 몰라도, 그 안에 어떤 암묵적 금기와 비밀이 담겨 있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는 거다.

어쨌든 이렇게 많은 책을 접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나이에 비해 어려운 책을 많이 주셨다. 하다못해 우리가 책읽기를 싫어할때는 돈을 보상으로 걸고 억지로 읽게 하셨다. 물론 많은 거금은 아니었고, 짐바브웨에서는 용돈 같은 것도 없이 살아왔다. 그래서 <로빈슨 크루소> 같은 책을 읽으면, 10살 때는 정말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떤 책들은 그냥 좋아서 술술 읽었다. 찰스 디킨스도 좋아했고, 마크 트웨인도 당연히 좋아했다. 어린 시절에는 올리버 트위스트를 허클베리 핀보다 더 좋아했던 것 같다. 허클베리 핀모험은 너무 길고, 그런 온갖 복잡한 컨텍스트들이 너무 복잡해서 그랬던 것 같다. 어머니는 그래도 무작정 읽으라고 하셨다.

어떤 책들은 어른때 다시 읽으면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게된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으셨다. 그냥 읽고 싶으면 읽으라고 말하셨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아 이런 뜻이었구나"라고 깨닫는 거다.

 

나도 레이 브래드버리 책을 중학교 시절 읽을 때 그랬다. 절반 정도만 이해 갔다. 어떤 책들은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이해가 된다.

 

맞다. 그리고 나는 판타지모험물도 많이 좋아했다. 그니까 음, 뭐든지 다 읽었다. 또 난 80년대에 자랐는데, 그때가 아마 청소년문학 영어덜트 첫번째 웨이브가  시작된 시기였다. 아웃사이더라든지, S.E. 힌턴 럼블 피쉬, 폴 젠델 피그맨 등등. 그런 책들은 다 읽었다. 그리고 그때 Choose Your Own Adventure 시리즈가 처음 나왔던 시기였는데, 그 책들이 내게 정말 큰 영향을 줬다. 만화도 정말 많이 읽었다. 짐바브웨에선 만화를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누군가 다른데로 여행을 갈 때마다 만화 좀 제발 사다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매번 서점 가서 무슨 책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고도 했다. 친구들이 책을 보내주긴 했지만, 최신 이슈를 바로 구할 수는 없었다. 내 친구 부모님 중에 미국국제개발처에서 일하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의 집에 가면 새로운 스파이더맨 만화책이 다 있었다. 플라스틱 슬리브에 담긴 새 이슈들. 그러면 그 친구가 딴데서 읽지말고 식탁에서만 읽으라고 했다. 내겐 정말로 그런 것들이 중요했다.

 

다른 나라에서만 이런 책들을 구할 수 있었던 건가?

 

그시절 스파이더맨이나 퍼니셔 최신 이슈를 구하려면, 우편으로도 받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내 부모님은 그런 거는 사주지 않으셨다. 예전에 말했듯이, 그렇게 많은 용돈을 주시지 않으셨다. 하지만 내 친구는 부모님이 미국국제개발처에서 일하셨으니까, 아마 그게 어렵지 않았을거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주 미국과 짐바브웨를 오갔다. 아직도 기억난다. 그 친구가 미국에 다녀오면서 트랜스포머 영화를 봤다고 말했는데, 난 어차피 그 영화를 1년 동안 볼 수 없을 걸 알았다. 그래서 걔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얘기해줘야 했다. 1989년 말에 우리가족은 다시 미국으로 이사를 갔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계기는 드라마틱했나?

 

그럴수밖에.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당시 짐바브웨는 자본의 국제이동에 대해 매우 엄격한 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긴 한데, 물론 그때 짐바브웨가 시대에 뒤쳐진 것도 잇긴 있었다. 동시에 그 런 뒤쳐진 법들이 다시 필요해질 상황이기도 했다. 경제가 곧 폭락할 예정이었기에.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어쨌든 나라 밖으로 돈을 빼내는 것이 어려웠다. 환율도 우리가 처음 이사 갔을 때만큼 유리하지 않았고. 그때는 경제가 매우 좋았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이제 어머니는 신용 기록이 제대로 없는 싱글맘이 되었다. 상황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물론 정부가 지원하는 저소득층임대주택 같은 곳에 가진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상황은 어쨌든 많이 달라졋다.

 

분명 여러 면에서 소외받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분명 그랬다. 하지만 사실은 짐바브웨에 있을 때도 내가 완전히 거기에 속한다고 느낀 적 없었다. 전에 말했던것럼 짐바브웨는 매우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다.

미국에 와보니 영국계 백인들이 있었고, 영연방 쪽에서 온 사람들이 상인 계급을 상당수 차지했다. 아시아인, 동아시아인, 중동 출신 사람들, 유대인들, 그리고 소련쪽으로도 관련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짐바브웨는 주로 백인 식민지 출신이거나 흑인 아프리카인이었고, 다른 소수 민족 집단이 조금 있었다.

어쨌든 내 억양 때문에 많이 나는 튈수밖에 없었다. 짐바브웨와 미국 둘다 내 억양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정말 많이 달랐다. 난 더 이상 어린 아이도 아니었고 점점 청소년이 되어갔고, 아버지도 막 돌아가신 상태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매우 달라질수밖에없었다.

 

그래서 디아스포라문학에 큰 관심을 가지는 건가? 제임스 볼드윈 좋아하시는걸 이미 안다.

맞다. 그건 어머니 덕분이었다. 내가 아무 책 읽으면, 어머니는 나중에 그 책에서 무엇이 좋았는지 물어보셨고, 그 후에 다른 책도 직접 직어서 읽어보라고 하실 때도 있었다. 가장 처음 읽은 건 Sonny’s Blues였는데, 그건 어머니가 수업 중에 몇몇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던 때였다. 그 단편소설을 출력한 종이를 주시면서 내게 읽어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처음에 그 소설을 접한 건 말 그대로 대학에서 나눠주는 복사물로 읽은 거였지. 매우 좋게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머니와 같이 감상평을 나눴고, 내 기억이 맞다면,또 어머니가 내게 Tell Me How Long the Train's Been Gone을 권해주셨다. 아니면 내가 스스로 찾아서 읽었을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그 책의 표지를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볼드윈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볼드윈 뒤로 섹스에 관련 된것들이나 술 같은 것들이 섞여 있는 그런 콜라주 같은 표지였다.

아마 내가 12살 정도였다. 사춘기로 넘어가면서 당연히 그런걸 관심 가지는게 당연했다. 나이가 들면서 내 독서 습관도 변했다. 미국으로 이사 온 것이 그에 큰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독서량은 확 줄어버렸다.

 

잠깐.... 중학교 때 볼드윈을 읽었다고?????

 

그렇다. 안될 이유가 뭐가 있는가? 어머니도 읽는 것을 100% 허락하셨다.

내가 어떤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걸 읽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셨고 나도 동의한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15살 때 Beloved를 읽으려고 했다. 어머니가 그 책을 주셨거든. 난 그때 고등학생이었고, 충분히 읽을 나이였다. 근데 읽다가 흥미를 잃긴 했다. 4분의 3 정도 읽다가 멈춘걸로 기억한다. 다른 책을 더 읽으려고 햇던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래도 다시 그 책을 읽어보면 뒤늦게 이해가 된다. 이런 효과는 어디서든 다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다시 한번 읽어봐"라고 말하면 그 조언을 들어라. 손해보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이런 다양한 것들을 아주 다양한 맥락 속에서 읽었고, 그런 점에서 열정적이었다.

만약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그런 독서광 아이들에겐 책을 줄 때 신중해야 한다. 독서에 흥미떨어지게 만드는 책을 줘선 위험하다.

 

볼드윈이 했던 말중에 이런 말이 있다. 예술가의 목표는 "고독의 상태"를 포착하는 것이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피하려고 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가는 것이라고.

 

흥미롭지.

 

당신과 Elucid는 <Paraffin>에서도 그런 시도를 하려는 것 같았다.

 

맞다. 난 내 음악에서도 이야기 속 주인공이 고독한 상태거나, 물리적으로든 시대적으로든, 어떻게든 고립되는 그런 사상황인 경우가 많다.

 

그 캐릭터 속에 당신이 살아왔던 경험을 투영하는 것인가?

 

음, 글쎄....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

난 자신과 관련이 없는 거라면, 그런 진실된 가치가 없는거라면, 좋은글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진실된 가치를 우연히 투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확답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난 언제나 고정된 규칙을 정하는 것을 꺼려한다. 어떤 면에서는 당신의 일부가 거기에 있어야 하고, 현재의 상태여야 하며, 그 작업에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좋은 것, 멋진 것을 만들 수는 있지만, 청자와 공명하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어떤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고 본다. 게임에 내기를 걸어야 한다.

 

<Paraffin>에서 내 최애트랙은 "No Days Off"다. 그 곡 만든 과정을 설명해달라.

 

재미있는 점은, 그 곡이 우리가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만든 첫 번째 곡 중 하나라는 것이다. <ROME>도 포함해서. 그 곡은 <ROME>의 대다수 트랙들보다 훨씬 먼저 완성되었고, 다른 곡들처럼 본질적으로 제작과정에서 그닥 많이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그 곡이 큰 반응을 얻은게 흥미롭다.

그 곡에서는 내가 먼저 내 벌스를 추가했고, “No Days Off”라고 부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구절은 주제와 테마 면에서 조금 더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걸 Elucid에게 주고 간단히 이야기했을 때, 내 구절은 “no days off”라고 애드립으로 끝냈다. 그는 그걸 듣고 꽤나 멋지다고 말했다.

난 그걸 그의 집에서 녹음한 걸로 기억한다. 어쨌든 그는 코러스를 녹음했고, 그 다음에 완성되었지. 그리고 그의 벌스가 내가 정한 컨셉을 더더욱 멋지게 강조해냈다.

난 그 구절을 정말 좋아한다. "The Marshall’s at the door with lock breakers."

 

"On the sixth day my father looked and should’ve been dismayed."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아, 맞다. 그 구절이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그걸 막 끝냈다. 비트를 받았고, 마음에 들었다. 사전 논의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녹음을 하고 나니까, 그가 나머지 작업을 다 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천천히 <ROME> 앨범의 리스트에서 빠져나가서 결국 <Paraffin>에 수록되고 말았다.

우리가 그 곡을 만들었을 때, 그 앨범의 컨셉을 생각하면, 주제가 좀 더 덜 다양하고 한정되어있는 ROME에 어울리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 곡은 분명히 그 앨범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Paraffin> 앨범에 들어갔다.

난 처음엔 조금 어색할까 걱정했다. Elucid와 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서로서로를 놀라게 만들었다.

 

서로 다르게 반응해서 놀랐다는 말인가?

 

그렇지.

 

당신이 만든 여러 곡중에서 상당히 캐치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공연에서 부르기에도 꽤나 좋을 거다.

 

Vindaloo도 어떤 면에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Vindaloo도 밀도가 높은 곡이긴 한데, Elucid의 벌스는 그닥 그렇지 않다. 왜냐면.... 코러스가 확실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 비트는 나를 북부 캘리포니아의 뒷마당에서 바베큐파티 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싶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어쨌든 적어도, Elucid는 그 코러스 부분을 진짜 찢어버렸다.

이건 창작자로서 내게 많은 것을 보여준다. 내가 가진 관점이 있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썼을 때 내가 "그건 좀 아닌것같은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예술은 저마다의 생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와 내가 만든 예술과의 관계는, 때때로 내가 보지 못한 또 다른 것들을 보는걸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 곡을 정말 좋아하고, 그게 <ROME>에 수록되지 않았을 때 조금 실망했다.

 

그 곡의 코러스는 당신의 가사 중 가장 직설적인 가사 중 하나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못한다니.

 

난 그 코러스를 후기자본주의의 잔인한 개념과 관련지어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일하지 않지만 여전히 잘 먹고 살고 있다. 자원은 점점 감소되고, 일하는 사람들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 오늘날 정치시스템은 무관심과 몰이해로 가득 찼다. 대충 그런 감성으로 썼다.

 

그런 오늘날 현실이 당신의 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안타깝게도 이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 보면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존재를 구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음악을 만들거나 다른 종류의 예술을 할 때는, 어릴 때부터 있었던 장소에서 작업하려고 한다.

뭔가를 전달하고 싶다는 욕망, 문학에 대한 사랑 등등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즐겁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돈을 버는 방법과 일을 하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그런 일종의 구분이 있다.

또 다른 구분은, 다른 것들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내 작업을 인식하고 좋고 중요하다고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이 모든 것들이 어느 정도는 분리되어 존재하고, 때로는 서로 충돌하기도 한다. "오, 잘하고 있네!"라고 말하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나는 “올해는 투어를 한 적이 없는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몇 번 길을 나섰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누군가를 다른동료아티스트와 비교하며 "오, XYZ라는 사람이 현재 인디음악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후기자본주의 세상에서, 그들과 나는 예술적 수준에서는 동료일 수 있지만, 난 그들의 음악과는 별로 연관이 없다.

우리가 함께 작업하고 같은 무리에서 활동하며 상호 존중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사람은 비즈니스 상황이나 경력 면에서 나와는 전혀 다른 영역에 있다. 유럽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수없다. 왜냐면 나는 유럽에서 투어를 해본 적이 없거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 때문에 공연을 취소하는 사람들과 힘겹게 대면하는 아티스트들도 아는 반면, 아무도 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음,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경찰이 당신을 찾아간 사건이 있었다.

 

언젠가 내가 죽고 나서, 사람들이 그 경찰사건의 전말과 원인이 뭔지 알아내려고 엄청 조사하겠지.

 

Police Came to My Show 노래에서 말하는 그 경찰 사건에 대한 전말을 알려줄 수 있나.

 

그건 정말 노래가사와 거의 똑같았다.

우리는 몬타나에 있는 미주라 지역의 매우 큰 공연장에 도착했다.

무대 상태도 좋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훌륭했고, 프로모터도 훌륭했고 다 좋았다. 내가 헤드라이너였다.

관객 수가 적긴 했다. 공연장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렇게 공연장이 텅텅한 경우는 드물었다.

사실 지금은 그런 공허한 공연도 하긴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냥 올라가서 마음껏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거든. 이건 마치 무료 리허설 같은 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도전이기도 하다.

투어 중에 미주라에 도착할 무렵이면, 많은 장소와 사람들로부터 이미 한참 멀어진 상태니까 그러하다.

미주라 사람들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고, 그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에는 노스다코타나 아이다호 폴스에서 며칠을 보낸 것과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 힘들기도 하고, 그래서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완전히 썰렁하면, 인생의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어쨌든, 그 사건은 정말 노래와 같았어요. 정말 죽은 듯이 텅텅한 공연장에서, 우리는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내가 들어온 후에, 바에 돌아가서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갑자기 두 명의 백인 남자를 봤고 속으로 "얘네들 분명히 경찰이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있던 사람들에게 경찰이냐고 물었더니, 그들은 아니라고 답했고, 프로모터에게 물엇더니, 그녀는 대체 그들으 누군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어쨌든 여전히 그들이 여전히 거기 있는 걸 보게 된 건 나중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들이 공연장 직원에게 “그가 언제 무대에 오르나요?”라고 그 직원을 괴롭히고 있단걸 뒤늦게 알게되었다. 직원이 "환불해드릴 수 있어요"라고 했더니, 그들은 "아니요, 우리는 그가 공연하는 걸 보러 왔어요. 그가 언제 무대에 오르나요?"라고 질문했다. 경찰들은 직원에게 세트리스트를 보여달라고 했고, 우리는 일정에서 많이 지연된 상태였다. 왜냐하면 프로모터가 더 많은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결국 Mo Nickels가 그들이 떠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엄청 공격적으로 랩 음악을 틀고 난 후, 우리는 모두 공연을 했다. 나도 나와서 내 세트리스트에 맞춰 공연했고, PremRock도 있었다.

우리 모두 멋지게 공연했다. 그들은 내 공연이 끝난 직후에 곧바로 떠났다.

난 그날 밤 거기를 떠났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이게 무슨 전말이야”라고 물었지만.... 뭐 진실은 모른다.

 

그리고 그게 그 노래에 대한 스토리다.

그런데 사실 경찰에 관한 부분은 그냥 일종의 관심을 끄는 서론과도 같다.

그 곡의 전체적인 스토리테마는

마치 "아 그 공연을 했고, 그 다음에는 저보다 훨씬 더 성공한 동료뮤지션들의 공연을 여는 거예요. 그들은 저를 그냥 오프닝으로 써먹는겁니다." 대충 그런 스토리다.

누군가를 디스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를 대비시키는 게 그 노래의 의도였을 뿐이다.

경찰에 관한 이야기는 에피타이저에 가까웠지.

어쨌든 그 벌스에 잇는 모든 스토리는 다 픽션이 없는 팩트다. 모조리 실화에 100% 기반했다.

 

당신의 디스코그래피 입문용으로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웃기면서도 슬프고 씁쓸한 이야기다.

 

후기자본주의에 대해서 더 말하자면, 당신의 노래 Unstuck은 보니것에 대한 레퍼런스 맞는가?

 

맞다. <제5도살장> 소설처럼 시간에서 풀려나가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들 모두.

 

당신은 결정론자인가?

 

좀 더 자세히 풀어서 설명해달라. 하지만 내 본능으로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더 설명해달라.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모두 이미 예정된 운명에 따라 정해진다는 사상이다.

 

아니다. 그래도 그런 주제를 내 가사에서 자주 써먹는 건 사실이다.

또한 코맥 맥카시처럼 세상 모든 현실은 이미 예정된 대로만 벌어지는지, 그리고 만약 예정된 현실이 아닌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면, 그건 정말로 중요한 건지. 그런 주제를 자주 다루기도 한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만약 정말 이 세상이 이미 결정된 대로만 100% 그대로 똑같이 벌어진다.

혹은 스스로의 결정/선택에 의해서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어느쪽을 믿던간에 당신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아주 크게 바꿀 수 있다.

 

맥카시 소설에서는 항상 그런 주제가 나온다.

"일이 예정된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것만에 집중한다면,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를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리고 나는 어느쪽이던 모두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건 내가 음악에서 이야기하려고 하거나 탐구하려는 주제인데... 아마도 이전에 인터뷰에서 얘기한적이 없을 것같으니 이제 말하겠다.

 

한 번 어릴 적에 어머니와 식민지 시대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기억난다. 나는 "어떤 비백인 집단이 세상을 식민지화했다면, 아마 그들도 백인들이 한 것과 정확히 같은 일을 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때 내 어머니는 "그런 가능성도 있긴 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으니 우리는 진위여부를 알 수 없어."라고 대답하셨다.

 

물론 그 반대 이면에서는 모든 것이 실제로 동일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그런 유형의 아이디어와 사고 방식은 현재를 회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무엇이었을지, 혹은 당신이 무엇을 했을지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는 이중성이란 개념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의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의도는 한계가 있고, '무엇이었을지'는 흥미롭지만, 항상 '현재 있는 것'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거에 대해 집착하는 사람보다 더 나쁜 건 없다.

 

동의한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로 "만약에 다르게 흘러갔다면?"이라는 가정을 굉장히 싫어한다.

 

맞다. 그리고 난 당신이 흥미로운 질문을 해주셔서 칭찬하고 싶다. 사람들은 보통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저는 텍스트나 그 어떤 것이든 더 깊은 수준에서 해석될 수 있는 이런 순간이 반갑다.

[Unstuck] 같은 노래는 많은 면에서 선택과 기회,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뭐 그가 9번에 대해 생각하기 전까지는 8번의 삶이 있었다.... 그런 구절처럼 말이다.

그는 끝에 다다르기 전에는 사람들이 모든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어떤 기회가 있었는지. 내게도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직장을 잃었을 때, 마지막으로 받은 경고가 내 잘못이 아닌 것이었고, 그 당시 난 매우 짜증났다.

YMCA는 경고가 세 번 차면 해고하는 정책이 있었다. 난 뉴욕 동부의 YMCA에서 일하고 있었고, 내 동료가 실수를 해서 우리 둘 다 경고를 받았다. 아이들을 공원에 데려갔는데, 그녀가 몇몇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뭔가를 하러 간 사이에 감독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 대 상담사 비율을 항상 정해진 숫자 이하로 유지해야 했는데, 그녀가 두 아이를 아이스크림을 사러 데려간 바람에 비율이 어긋나서 둘 다 경고를 받은 거다. 난 그녀가 떠난 줄 몰랐단 말이다. 처음엔 매우 불쾌했다. 하지만 두 번의 경고를 받은 것도 사실이고, 출근을 못한 다른 경고들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내가 해고당하게 만든 상황을 만들었다.

나중에 당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항상 마지막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당신이 걸어온 경로가 결국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좀 보수적인 주장처럼 들리긴 하지만, 자기 자신을 힘든 길로 몰아넣은 사람들을 아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그들은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고 질문한다.

'내 애인이 임신했고, 내 아내는 지금 암에 걸렸어.' 그리고 그건 결국 당신이 내린 결정들이 당신을 이런 끔찍한 상황으로 몰아냈다는것이다.

 

때때로, 특히 소외된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이 선택해온 행동들의 결과인지

아니면 제도로 인해 생겨난 산물인지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이다. 마치 약물중독된 가족이 있는 것과도 같다. 그런 사람들이 약물을 하는 이유를 가족으로서 이해할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나 가족 문제, 또는 다른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 어쩌면 그들은 성폭행을 당했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학대부모가 있었을지도 모르고.

내가 자랄 때, 제 부모님은 절대 마약을 안하셨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랄 때부터 그들의 부모는 엉망이었다.

이 사람이 어떻게 그런 상황에 처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약물 문제에 있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아무 맥락도 없이 '병신새끼네'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여러 과정을 통해 그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상황에서는, 당신이 그 지점에 어떻게 도달했든 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분명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현실을 일순간 여러번 겪게 된다.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잘못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 하지만 더 이상 여기 있을 수는 없어. 분명 어느 순간에서 선택을 하긴 해야해.' 이게 없으면 그냥 끝이다. 인생의 끔찍한 점이다.

사회문제의 본질이나 누구에게 책임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현실을 마주할 때 그냥 잊혀지는 경우가 많다.

왜 당신 형이 마약중독자인지에 대해 영원히 말싸움할 수 없지만, 결국 당신 형이 언제까지 지하실에 살게 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해요. 이 모든 게 엉망이고, 이건 수많은 사람들의 잘못이며, 객관식 선택형 문제일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만약 1,2,3 그 셋중 하나를 고르지 않을 거라면 그냥 끝내야 한다.

그래서 인생은 힘든 거다. 우리가 처하게 되는 많은 결정과 상황은 우리를 힘겹게 만든다.

 

이런 끔찍한 현실에서 당신이 바랄 수 있는 그나마의 희망은 무엇인가?

 

음, 인생은 또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멋지기도 하다. 물론 죽는 것은 그닥 재밌는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중성"이란 개념을 좋아하고, 두 가지 상반되는 다른 사실이 동시에 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고히 믿고 있다.

제임스 볼드윈의 글을 인용하자면,

'인생은 끔찍하다. 그 이유는 태양이 끊임없이 지고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게 맞는 말인가? 내가 살짝 왜곡해서 인용한 것 같은데.... 어쨌든 아주 훌륭한 글귀다.

잠깐만 기달려달라. 책을 가져와서 직접 말하겠다. (저벅저벅 걷고 뒤적뒤적이는 소리)

 

"인생은 지구가 돌고 태양이 끊임없이 떠오르고 지기 때문에 비극적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각자에게 태양이 마지막으로 지는 날이 올 것이다.

아마도 우리의 문제, 즉 인간의 문제의 근본 원인은 우리가 삶의 모든 아름다움을 희생하고, 자신을 토템, 금기, 십자가, 희생, 첨탑, 모스크, 인종, 군대, 깃발, 국가에 가두면서 죽음의 사실을 부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아무 진실이 없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가진 진실이다. 나는 죽음의 사실을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인생의 수수께끼를 열정적으로 직면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을 얻기로 결심해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정말로 가장 좋아하는 그의 어록 중 하나다.

 

 

그가 적은 "창작 과정"에서 나온 다른 어록이랑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그의 다른 어록도 중요하다.

'인생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온 곳, 그리고 우리가 돌아갈 그 무서운 어둠 속의 작은 등대. 우리는 우리 뒤에 오는 이들을 위해 가능한 한 고귀하게 이 과정을 헤쳐 나가야 한다.'

 

정말로 아름다운 글이다.

 

어렸을 때 그 글을 읽었다. The Fire Next Time에 적힌 글이고, 내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 글이다.

 

<Paraffin>의 [Dettol]이라는 곡에서

'The sunken place, I can’t stay. ‘You built it on Indian graves,’ the lead character exclaims.'라는 벌스가 있는데, 이건 정말 의미가 깊다. 이 구절에 대해서 더 얘기할 수 있는가.

 

고맙다. 그 구절이 여러가지 의미에서 교차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당연히 무덤(grave)은 가라앉은 장소가 맞기 때문이다.

 

Service weapon in my face, all I could see was his lips chapped
Wouldn’t recognize him if I saw him today
Chokehold slowly closed the airway
‘The sunken place, I can’t stay!
You built it on Indian graves!’, the lead character exclaims.

 

내가 기억하는 그 경찰관에 대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런 숨막히는 상황을 '가라앉은 장소'로 데려가는 것처럼생각하고 있다.

쇠사슬이 덜컹거리는 소리와 크리스마스이브에 관한 부분, 당연히 이건 <크리스마스 캐럴>에 관한 레퍼런스다.

스크루지가 여러 유령들을 만날 때, 그가 가라앉은 장소에 가는 그런 것과 연결된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레퍼런스도 있는데, 당신이 영화학도나 뭐 시네필이라면, 이게 폴터가이스트 같은 그런 현상에 대한 걸 떠올리실 것이다.

<공포의 묘지>같은 원작소설이나 영화처럼, 한때는 식민지를 많이 세운 정복자들의 죄책감이나 그에 대한 공포감, 그런 주제의 공포물이 많이 만들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뻔해빠진 농담, "여긴 인디언 학살한 곳이고, 여기 마을동네 아래에 시체가 잔뜩 묻혀있다"

난 이런 끔찍하고 잔혹한 것들이 웃기고 재밌다고 생각한다.

교차적으로 말하자면, 이건 그런 숨막히고 조여오는 상황, 가라앉은 무덤, <폴터가이스트>에서 관들이 땅에서 튀어나오는 장면, 그리고 인디언 무덤 위에 세워진 집이란 그런 섬뜩한 영화 속 대사 등등. 이런 것들이 뭉쳐있다.

그 장면을 어렸을 때 짐바브웨 극장에서 손바닥으로 얼굴 가리고 손가락사이로 슬금슬금 봤던 기억이 난다.

난 아직도 공포영화를 보면서 겁먹는다. 그래도 내 동생과 친구들은 엄청 봐댔지.

<그렘린> 같은 영화에서도, 난 영화관의 좌석 뒤에 숨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고작 그렘린이 무서웠다고?

 

난 어린아이였다! 그 지하실로 내려가서 고치를 헤집는 장면! 무서웠다고.

 

하긴 그게 어린이들을 공략하는 공포영화였단 것도 지금 보면 진짜 무섭긴 하다.

 

아마 PG-13 등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관람등급을 떠나 어떤 공포영화든지 무서웠다.

지금도 가끔 '저거 그렘린 좀 무섭게 생겼는데'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상상력의 실패"라고 부르고는 한다.

사람들이 내게 "왜 무서워???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고 그냥 짜고 치는거야"라고 말하고는 한다.

당연히 맞는 말이다. 침대 밑에서 괴물이 내 다리를 잡아당길 일도 당연히 없다. 하지만 난 상상력이 너무 풍부해서, 혼자 영화 보면 그 순간만큼은 진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자기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려는 아티스트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진심과 열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예술을 만들고싶다면....

오직 그 예술에만 의존해서 먹고 사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예술이 잘되지 않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있어서 하고 싶은 예술을 계속할 수 있고, 생계를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항상 자신을 더 갈고닦고 노력하는 것이지만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당신과 당신의 경험에서 무언가를 찾고 그것을 전달하는 것, 즉 당신의 스타일과 당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오래 지속되거나 진정한 작품이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국, 그것이 당신에게 진실한 것이라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 진실을 성공적으로 전달하는 것뿐입니다. 또한 자신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보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도 예술가들이 쑤준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걸 보는데

내가 하려는 말은, 일단 영향 받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고, 당연히 나도 남에게 영향을 받았고, 누구나 영향을 받으니까.

그렇지만 항상 중요한 건, 무엇이 당신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당신과 당신의 예술관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알아내고, 그걸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단순히 기믹이나 컨셉으로 소비하지 말아라.

내 음악을 사람들이 '당신은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폴리티컬 랩퍼구나'라고 말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나는 지금 다른 랩퍼를 디스하려는 것이 절대로 아닌데.....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당신은 Immortal Technique 같은 랩퍼처럼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거야?’라고 내게 묻는다.

아니다. 다른 랩퍼를 디스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난 나만의 방식으로 나의 음악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난 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 삶에서 겪은 경험을 나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음악이 다른 힙합음악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종종 이쪽 업계 사람들이 당신에게 와서 다른걸 제안하면서 전혀 다른 장르 혹은 컨셉 기믹을 강요할 수도 있다. 혹은 스스로도 그렇게 "난 이런 장르나 이미지를  잡아야 돈이 될 것 같아" 하면서 압박을 느낄 때도 있다.

왜냐하면 누구도 사람들이 감동하지 않거나 매력 없는 예술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나는 내가 독특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내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점이 내가 독창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그래서 내가 그걸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면, 아무도 와서 '나는 billy woods가 하는 걸 하겠다'라고 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건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빌리 우즈만의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내가 하는 걸 똑같이 할 수는 없을것이다.

그래서 그 점이 정말 기쁘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일에 나 스스로 회의감 들었던 점이 많은 시절도 있었다. 만약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성공을 거둔다면, 어쨌든 이런 성공은 나만이 잡을 수 있는 무언가가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와서 그걸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해당되는 진실이다.

Serengeti 같은 사람을 보자. 그걸 그냥 따라 할 수는 없다. 그는 오랫동안 활동해 왔고, 우리 둘 다 잠시 같은 레이블에 있었다. 그의 공적인 부분에 대해선 내가 대놓고 말할 수 없는데.... 어쨌든 정말로 멋진 친구다.

하지만 분명한 건, Serengeti의 음악을 듣고 싶으면 그의 음악을 사야 한다.

Open Mike Eagle이 하는 걸 경험하고 싶으면 Mike Eagle의 음악을 사야 한다. 그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대부분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악 중에서는.... 나도 좋아하는 아티스트들 많기는 많지만, 그런 것과 이미 유사한 스타일의 음악을 다른 데서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떤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쉽게 베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실제로는 그게 그렇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MF DOOM에게 영향을 받은 나와 내 세대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걸 그대로 완벽하게 따라 할 수는 없었다.

특히 나중에 그의 음악헝향이  점점 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2005년 이전의 그의 모든 작업물들을 들어봐라.

예를 들어 <MM..Food> 같은 앨범을 보면,

거기에는 기술적인 테크닉, 감정 전달, 그리고 그가 개인적으로 살아온 경험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가 겪어온 변화들, 그리고 그가 경험한 여러 가지 스타일들, 그런 것들 말이다.

그냥 몇 개의 유사한 사운드의 비트를 틀고 MF DOOM의 이야기를 안다고 해서 당신이 둠과 똑같이 그런 노래들을 만들어 낼 수 는 없다. 절대로.

<Operation Doomsday>는 웃기기도 하고, 슬프고, 아름답고, 비극적이면서도, 어딘가 투박하고 거친데, 그런 걸 쉽게 따라 할 수는 없다.

Roc Marciano 같은 아티스트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스타일을 카피하려 한다.

비록 그의 주제가 뭐... 독창적이지는 않더라도, 그의 기술력과 개성, 그리고 그 특유의 재치는 쉽게 따라 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하고, 그와 동시에 공략대상에게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진실된 이야기를 전하려 노력해야 한다.

신고
댓글 6
  • 1시간 전

    어우 길다 길어

    스크랩해놓고 천천히 읽어보겠읍니다

  • 1 1시간 전
    @DannyB
  • 1시간 전

    빌리 우즈 잘 알고 싶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 1 1시간 전
    @이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빌리우즈 소개에 괜찮은인터뷰 같아서 번역했어요

  • 8분 전

    간만에 빌리우즈 가사 해석하면서 찬찬히 들어봐야겠네요

    번역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7분 전
    @JPEGꓟ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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