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 man, I'm flesh and blood, I can be ignored, I can be destroyed. But as a symbol... as a symbol, I can be incorruptible, I can be everlasting. (한 인간으로서, 살과 피로 이뤄진 나는 무시당하고, 부숴질 수 있죠. 하지만 하나의 상징으로서... 상징이 된 나는 타락할 수 없고 영속할 수 있어요.)"
-<배트맨 비긴즈> 中
얼굴을 가림으로써 아이콘이 된 존재들을 떠올려보면, 새삼 개인의 정체성을 없앤다는 것은 어쩌면 더 강력한 정체성의 재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엠에프 둠이 로마 검투사 가면을 쓰고 마블 코믹스의 가장 악명 높은 빌런을 자처하지 않았다면 그가 아무리 혁신적인 라임을 집필하고 창의적인 샘플링 기법을 도입했어도 지금만한 위상을 갖출 수 있었을까요? 로봇이 아닌 다프트 펑크가 차지하게 될 위상은 저스티스와 그렇게 달랐을까요? 검은 갑주를 착용하지 않은 은하계 최강의 암흑 군주를 상상하실 수 있나요? 고담의 만인에게 자신의 신원을 노출하는 배트맨은 그저 사적재재라는 일탈 행위를 즐기는 부잣집 도련님 브루스 웨인이겠죠. 마크 호미가 어째서 반다나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신비주의를 택한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분히 독립적이고 민족주의적인 그의 음악과 달리 그의 마케팅은 비의도적으로 상당히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거에요. 빌리 우즈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때문에 요즘 저는 마스크 쓴 칸예의 기분을 이해할 것만 같아요. 이저스 투어 때 포스트모던 버전 다프트 펑크를 자처하기라도 하듯 마르지엘라의 마스크를 쓰고선 나타난 그와, 10년 후 제이슨의 하키 마스크와 흰 복면을 쓰고 리스닝 파티에 나타난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가십거리라면 눈에 불을 켜고 물어뜯는 대중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한 보호본능이었을까요, 혹은 자신을 인외의 존재로 숭배해줬으면 하는 우월심리였을까요?
혹은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작은 움직임일지도.
칸예 관련해서는 막 줄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아니면 우월심리일지도?
칸예 음악들어보면 걍 너무 개쩔어서 인외의 음악같긴함...
GOAT
댓글 달기